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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 남주혁 X 강예리 | 프시케의 우울 PLAY LOG *

시나리오 카드 제작했습니다! 무단 저장을 금합니다.


* 플레이 날짜 20181021~22 | 플레이 시간 :: 8h

* 프시케의 우울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엔딩에 인용된 시구는 백가희 / 당신이 빛이라면 입니다.

* KPC 남주혁 / PC 강예리



언제나처럼 데이트를 나선 날은 햇빛이 몹시 좋았습니다.

날이 화창해서 그가 유독 어여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빛이 너무 눈부셨던 걸까요,
그 사람이 흐립니다.
어렴풋이 ─왜?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같습니다.
당신이 눈을 뜬 곳은 틀림없이 그의 집입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너무도 당황스러워 툭 이름을 부르면, 착각처럼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요.
─ 잘 잤어? 좋은 밤.
*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칠월
랑뽀 (GM) [ 프시케의 우울 ]
예리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조명이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어 아팠던 것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면, 그곳은 방입니다.
잠시 둘러보면 그 곳은 분명 주혁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떴을까.
데이트 전에 잠들어 꿈이라도 꾸었나 싶지만, 그러기에는 주혁과 함께 즐겁게 웃고 있던 기억 등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40/20/8
Rolled:34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벽에는 여러 종류의 뮤지컬 포스터가 붙어있고, 옷장에는 늘 그가 학교에 입고 오던 옷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뮤지컬 대본도 놓여 있네요.
누워있던 침대는 예리에게는 조금 큰 크기.
아무래도 이 곳은 주혁의 방이 맞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혁은 보이지 않네요.
강예리: ...남주혁?
남주혁: ... 아, 일어났어?
문득, 문가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리 들어도 틀림없이 주혁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목소리만 들릴 뿐.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강예리: 뭐야, 너 어딨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40/20/8
Rolled:80
Result:Fail
실패. 1d2 롤.
강예리: 
rolling 1d2
(
1
)
1
이성 -1.
남주혁: 여기 있어. ... 보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강예리: ?
그게 무슨 소리야?
남주혁: 네 옆에 있다고. 들리잖아, 내 목소리.
강예리: 뭐...
장난치지말고 나와~!
(방문을 열어본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텅 빈 거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강예리: ...?
주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강예리: 어디 숨었어?
남주혁: 안 숨었어... 여기 있다니까. (꽤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왔다.)
강예리: ...?
안 보이는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며)
남주혁: 눈에는 안 보이겠지만... 여기 있어. 정말로. ... ... 왜 안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예리: 오늘 만우절이야?
근처에 핸드폰 숨겨둔 거지?!
장난치지 말구 빨리 나와~ 셋 센다!
하나...
둘...
남주혁: 셋. (꽤 가까이 있는 듯 귀에 속삭인다.)
강예리: 셋!
?
(화들짝 놀라며 귀를 감싸쥐었다.)
??
뭐야...?
남주혁: 있다니까. 자꾸 안 믿지.
강예리: ...?
꿈이야?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손을 휘저어봐도, 닿는 것은 없습니다.
소리는 꽤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강예리: 야... 나 슬슬 무섭거든?
지금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진짜 장난치는 거 아냐?
이정도면 됐잖아... 빨리 나와!
남주혁: 장난 아니야. 진짜라니까.
어떻게 하면 믿을래?
강예리: 아니... 뭘 어떻게 해도 안 믿길 것 같은데...
백번 양보해서 네가 안 보이는 거라고 쳐.
그럼 지금 상황은 도대체 뭔데? 내가 왜 네 방에 있지?
남주혁: 그거야... 데이트하다가 네가 갑자기 잠들었잖아. 기억 안 나?
네 집주소도 몰라서 그냥 우리 집으로 데려왔는데.
강예리: 내가 갑자기 잠들었다고?
아니 근데... 너는 왜 안 보여?
(주혁의 모습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몇 번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주혁은 커녕 목소리가 흘러나올만한 것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남주혁: 나도 그건 모르겠어.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려서. ...이해가 안 가.
강예리: 어... ...
꿈이지? 이거 그 뭐냐, 자각몽?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날 수 있나?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남주혁: 아니, 아니, 아니, 야, (다급한듯 목소리가 빨라졌다.)
꿈 아니거든? 볼 꼬집어봐.
강예리: (제 볼을 꼬집는다.)
... ... 아파.
(혼란스러운 듯 계속해서 제 볼을 꼬집었다.)
남주혁: ... 그러다 볼 빨개진다. (침대에 걸터앉은 양, 목소리가 멀어지더니 이내 침대 시트가 살짝 가라앉았다.)
꿈 아니라니까. 정말로.
강예리: (가라앉은 침대 시트를 보고 당황해 눈이 커졌다. 쉽게 근처로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걸음을 내디뎌 그 자리에 손을 뻗는다.)
남주혁: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인듯 시트가 반대쪽으로 깊게 가라앉는다.) 만지진 말고. ... ... 뭐라도 마실래?
강예리: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듯 입만 벙긋거리다) ... 어?
뭐야... 뭔데?
만지지 말라니? 왜?
남주혁: 응? ... ... 딱히 별 이유는 없는데. 왜 그렇게 놀라?
강예리: 아니, 왜 그렇게 놀라냐니?!
네가 안 보이잖아! 뭔데? 지금 뭔데? 무슨 일인데?
나만 당황스러워? 왜이렇게 태평해?
병원 가야하는 거 아냐? 아니, 이걸 어디 말해야돼...?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두서 없이 내뱉는 말들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남주혁: ... 괜찮아. 정말로. 금방 돌아오겠지. 이걸 어디 가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약간 힘빠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난 정말 괜찮아. ... ... 네 몸은 좀 어때? 푹 잤어?
강예리: 아니... 어... 나는 완전 멀쩡한데?...
아니, 안 멀쩡해...
지금... 나 너무 당황스러운데...
어떡해야 돼?
남주혁: ...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난 정말 괜찮아, 지금도 네 옆에 있어.
... 그냥 보이지 않는 것 뿐이지.
강예리: 그게 문제잖아...
옆에 있는건... ... 진짜, 인정하기 싫지만 해야겠지?
난... 난 안 괜찮아!
너는 당사자가 왜 이렇게 태평해? 뭐 알고 있는 거지? 뭔데, 빨리 말해봐...!
남주혁: 정말 모른다니까. 알면 내가 숨기겠어?
강예리: 그럼 언제부터 그랬는데?
나 여기 데려오고 나서?
남주혁: 응. 너 데려오고 나서.
널 데려오기 전까지는 안 그랬어.
강예리: 뭐야... 나 진짜... 어떡해? 이제 어떡하지?
남주혁: ... 나는 여기에 있다는거. 그거 하나만 알면 돼.
(짧은 한숨이 이어졌다.) 물이라도 마실래?
강예리: 어? 어...
물은 가져올 수 있어?
남주혁: 가져올 수 있어. 그냥 눈에 안 보이는 거지... 만져지기는 하니까.
금방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어.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밖에서는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네요. 물을 따르고 있는 걸까요.
문득, 예리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강예리: ...?
(아래를 확인한다.)
예리의 발치에 걸려있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살점들.
강예리: ?
? ?? ??
살점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습니다.
강예리: ?????????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9/19/7
Rolled:14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자세히 보니 고기같아서 좀 친근해보이기도 합니다. 별로 놀랍진 않네요.
강예리: 아니... 어...?
뭐야... 뭔데 이거...?
(뒷걸음질 치다 다리에 침대가 걸리자 그 위로 주저앉았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허공에 컵이 두둥실 뜨면서 등장합니다.
남주혁: 물 떠왔어. 좀 어때?
강예리: 야... ...
저거 뭐야...? (살점을 가리키며)
남주혁: 어?
(To GM) rolling 1d100<60
(
70
)
0 Successes
남주혁: 어... 어? (당황한 듯한 어조.) ... 저게 뭐야?
강예리: 야... 여기 네 방이잖아...
네가 모르면 어떡해?
(말하는 낯이 창백했다. 생소한 상황에 많이 놀라고 당황해 힘 빠진 표정은 거의 울상과도 같았다.)
남주혁: 아니, 잠깐만, 예리야. (당황스러운 듯 꽤 가까이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치울게. 잠깐만.
(살점들이 허공에 떠가더니 이내 문 밖으로 사라졌다. 목소리는 다시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 우는 거 아니지?
강예리: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봤다. 표정은 여전히, 목소리도 떨렸다.) ... 안 울어.
남주혁: 울지 말고... (달래는 듯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늘 뭐할까? 우리. 내 상태가 이래서 밖에 나가는 건 힘들겠지만... 집에서라면 놀 수 있을 거 같은데.
강예리: 지금 놀자고...? (흐릿..)
아무리 나라도 당장 하하호호 하고 놀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픈 데 없고?
남주혁: ... 응. 완전 멀쩡해. 괜찮아.
오늘 원래 같이 있기로 했었잖아.
강예리: 그건 그렇지만...
너 만지면 안 된다며? 그건 왜?
남주혁: ... ... 어차피 안 닿을 테니까.
상관 없잖아, 그런 건.
강예리: ... 아니, 난 상관 있는데.
너 나랑 안 닿고 싶어? 어? 막,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보기만 해도 괜찮아? 어떻게 그래!
남주혁: ... 나랑 닿았으면 좋겠어? 닿아서 뭐하게?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꽤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강예리: 어? 어... 아 아무튼! (잠시 머뭇거리다 당황한 듯 급하게 말을 마무리했다.)
그럼 어떡하려고? 닿는 것도 안되고, 보이지도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거 있어?
남주혁: 으음... (짧게 고민하다가.) 글쎄. 영화 보거나... 같이 뭐 먹어도 좋고. 아니면 이대로 같이 푹 쉬어도 되고.
뭐 할래? 나는 다 좋아.
강예리: (잠시 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다 이내 가벼운 한숨을 뱉었다. 표정은 전보다 한 결 나아 보였고.) ... 영화 볼까?
계속 허둥댈 수도 없고.. 그냥 현실을... 받아들여야할 것 같아.
남주혁: ... 그래. (옅게 웃었다. 네게 보이지 않더라도.) 그거면 됐어.
보고 싶은 장르 있어? 찾아볼게.
강예리: 음... 로맨스코미디?
먼저 웃는 사람은 벌칙! 어때?
남주혁: 자신 있나본데? 난 좋아. 내가 얼마나 웃음을 잘 참는데~. (꽤 자랑스럽게 말했다.)
거실가서 볼까? 내 방은 tv 따로 없어.
강예리: 그래! 너보다 내가 더 잘 참을걸? 지고 나서 봐달라고 하지 마~
(방 문을 열고 가려다,) 음... 집 주인 두고 먼저 가면 실례겠지? 앞장서!
남주혁: 네~ 따라오세요~ (작게 웃음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끼익, 하고 방문이 열렸다.)
소파에 앉아있어. 영화 고르고 있을게.
강예리: 응! (주혁이 있을 법한 곳을 바라보다 소파로 가 앉았다.)
남주혁: (허공에 이불과 각종 과자가 떠오더니 이내 네 위로 덮였다. 이어 tv 옆에 있는 비디오들 중 하나가 삽입되더니, 불이 꺼지고 TV화면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나름 재밌을걸? 한 번도 안 봤지만. (옆에 앉은 듯 목소리가 꽤 가까이서 들리더니, 소파가 살짝 가라앉았다.)
강예리: (분명 옆에 누군가 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내 영화가 시작되자 신경은 점차 그쪽으로 쏠리고, 곧 온전히 그것에 집중했다.)
영화의 막이 오르고, 곧 이어 장면이 전환됩니다.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
아주 어릴 때부터 만나 서로 거리낄 것 없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득, 남학생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장면이 보이자.
옆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던 것도 같습니다.
강예리: 어?
너 방금 웃었지?
나 다 들었다, 웃었지!?
남주혁: ... 아닌데?
안 웃었는데?
강예리: 거짓말! 나 방금 진짜 들었어.
발뺌하지 마라~
남주혁: 하여간 귀도 좋아... (다시 작게 웃다가.)
알았어. 내가 졌다~.
강예리: (주혁이 패배를 인정하자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아,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벌칙 뭐시키지? 일단 영화부터 마저 보고... 생각하자!
남주혁: 벌칙도 시키게?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알았어, 알았어. 영화 끝나고.
어느덧 영화는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다 함께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꽤 감동적인 영화였네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TV가 꺼집니다.
남주혁: 영화 끝났네. (뭐 시킬지 몰라서 무섭기만...)
강예리: 재밌었다, 그지? (뭘 요구할지 생각하는 표정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음.. 벌칙은 너 원래대로 돌아오면 하는 걸로 할까?
남주혁: 오...~ 웬일이야? 뭘 시키려고.
강예리: 비밀! 그냥 그때 내가 시키는 데로 해.
근데 평생 안 돌아오면 어떡해...
... ... 아니겠지? 금방 괜찮아지겠지?
남주혁: 금방 괜찮아지겠지. 뭐...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안심시키려는 양 작게 웃었다.) 괜찮아.
그나저나 늦었는데... ... 자고 갈래? 영화 보느라 시간이 다 갔네.
강예리: (네 웃음 소리에 애써 불안감을 지우고 옅은 미소를 띄웠다. 곧 시간을 확인하고,) 헉, 뭐했다고 벌써?
자고 가도 돼? 그럼 아빠한테 연락해야 되겠지만...
대충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면 되겠지?
남주혁: 음... 뭐 그렇겠지? 허락 안 해주시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늦어서. (고개 끄덕...)
강예리: (핸드폰을 찾아 어디론가 문자를 넣었다. 곧 알림이 울리고, 허락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네 목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보여준다.) 된데~!
자주 친구 집에서 잤으니까 이제 크게 걱정 안 하시나 봐~ (장난스레 웃고)
남주혁: 그럼 다행이고...~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실에서 잘게. 너는 침대에서 자.
(소파에 덮어뒀던 이불 구석으로 치우며..) 불 꺼줄까?
강예리: 음... 사양하진 않을게! 불도 꺼 줘. (네 손을 잡으려는 듯 허공에 손을 뻗다 이내 닿으면 안 된다는 걸 상기했다. 마음 구석에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었으나 애써 묻어두고, 손을 거둔 뒤 네 방으로 앞장섰다.)
남주혁: (제 방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적당히 침대를 정돈하고는, 네가 누울 때까지 스위치 쪽에 서 있었다.) 누워. 혹시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
강예리: (정돈된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옆으로 몸을 틀고 네가 있을 자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 정말 거기 있어?
남주혁: 여기 있어. 정말로. (옅은 웃음소리가 새었다.) 안 믿겨?
강예리: 안 믿겨도 어쩔 수 없잖아... (따라 작게 웃어 보였다.) 불 꺼주라.
남주혁: 응. (스위치를 누르자 불이 천천히 꺼졌다. 이내 방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좋은 꿈 꾸고.
사랑해. 잘 자.
강예리: (이어 들린 말에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 곧 환하게 웃었다.) 나도 사랑해. 내 꿈 꿔.
이어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방문은 완전히 닫힙니다.
어쩐지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푹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리,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82
Result:Fail
실패.
무언가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만을 받습니다.
예리는 잠에 듭니다.
침대가 너무 푹신한 탓일까요,
아니면 오늘 하루 너무 즐겁게 논 탓일까요.
예리, 듣기 어려움 판정.
강예리:
Listen Roll
Value:90/45/18
Rolled:75
Result:Success
아무것도 듣지 못합니다.
좋은 기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엔 어떤 꿈을 꾸게 될까요.
적어도, 행복한 꿈이라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예리는 그대로 푹 잠에 빠져듭니다.
... ... ... ...
아침이 되었습니다. 예리는 가벼운 몸으로 일어납니다.
어제보다 훨씬 더 좋은 기분이에요.
너무 푹 자버린 탓일까요?
남주혁: 좋은 아침. 잘 잤어?
강예리: 좋은 아침~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완전 잘 잤어. 너는?
남주혁: 나도... ...~ 잘 잔 거 같은데. 완전 멀쩡해...
불편하진 않았고? 침대 좀 컸을 텐데.
강예리: 음... 그냥 편하게 잘 잤어!
넌 진짜 잘 잔 거 맞아? 왜이렇게 힘이 없어보이지?
남주혁: 그래? ... ... 난 멀쩡한데... 기분도 좋고.
강예리: 음... 그럼 됐고. (말은 그렇게 하나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그대로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예리, 주변을 좀 둘러볼까요?
강예리: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쩐지 어제와는 뭔가 다른...
강예리: ...?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분명 똑같은 주혁의 방일텐데요.
벽면에 붙어있던 포스터는 다른 것들로 교체되어 있고,
어제보다 훨씬 더 어지러운 느낌입니다.
조금 더 둘러볼까요?
강예리: 너.. 밤중에 뭐 했어? (여기저기 살펴본다.)
남주혁: 별 거 안 했는데... ...~?
문득, 주혁의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달력에 눈길이 갑니다.
예리,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98
Result:Fail
실패.
유독 익숙한 느낌이 드는 날입니다.
... 무엇일까요, 이 기시감은.
책상 위에는 책과 필기도구들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로, 못 보던 작은 메모가 한 장 올려져 있습니다.
강예리: (책상으로 다가가 메모를 확인한다.)
[ 너는 나를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
강예리: 이게 뭐야?
끼익,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혁이 나타납니다.
분명한 주혁의 모습입니다.
강예리: 어...!
주혁은 여기저기 분주해보입니다.
옷장에서 여러가지 옷을 고르고, 책상을 뒤적이고, 가방을 챙기고 있습니다.
...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강예리: 야, 너 이제 보여!! (주혁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는다.)
예리가 주혁을 붙잡자,
주혁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지나칩니다.
... 아니,
강예리: ...?
예리를 통과해갑니다.
랑뽀 (GM): desc 마치 없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강예리: 어... ...?
이상한 일을 경험합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9/19/7
Rolled:71
Result:Fail
실패. 이성 -1.
남주혁: ... ... 여기는,
내 기억 속이야.
... 혹시 내가 약속 늦었던 날 기억해?
강예리: 어? 어...
기억하는데...
(혼란스러운 듯 주위를 둘러보고.)
남주혁: ... 솔직히... 네가 이건 안 봤으면 좋겠어.
너도 모르는 게 나을 거고.
강예리: 아니... 난 지금 뭐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남주혁: ... 정말로?
강예리: ... 어.
남주혁: ... 그래. 알았어.
그 사이, '기억 속의 주혁'은 준비가 다 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때, 문득 주혁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南姝赫: 응. 아, 이제 나갈거야.
... 이따 볼 건데 뭘. 금방 갈게. 기다려.
예리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처럼 보입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주혁은 문을 열고 달려나갑니다.
그를 쫓아가지 않아도,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어쩐지 계속해서 주혁의 모습이 보이게끔 시선이 따라갑니다.
걷던 주혁은, 갑자기 한 골목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골목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피떡이 되도록 밟히고 맞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불량배’ 혹은 깡패에게.
돈이라도 빌려놓고 갚지 않은 걸까요?
어쨌든 그는 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마에서는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한 쪽 눈은 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습니다.
얼마나 맞은 건지 앞니도 부러져 피 떡진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피멍으로 얼룩진 어깨가 심상치 않아 보이고, 팔도 부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주혁이 당장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큰일이 날 상태입니다.
한 눈에 봐도 그는 위험합니다.
죽을 위기인 그는 문득 삶의 빛을 발견한 듯,
골목 입구에 서 있는 주혁에게 외칩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죽기 싫어! 살려줘! 제발 신고해줘!
주혁 쪽으로 핏물 범벅이 된 손을 뻗는 그의 목소리는 처절하게 골목을 뒤흔듭니다.
南姝赫: ... ...
그러나 기억 속의 주혁은 싸늘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 때 주혁의 핸드폰이 울립니다.
예리에게 온 전화입니다.
주혁은 한결 밝은 얼굴로 전화를 받습니다.
南姝赫: 여보세요, 강예리?
아니, 괜찮아. 나 금방 도착하니까 좀 늦어도 돼. 천천히 와.
나도 금방 갈게, 응.
해사한 웃음을 짓던 주혁은 통화를 끊고 살려달라 외치는 사람을 무시한 채 골목을 스쳐갑니다.
오랜만의 데이트를 방해받기 싫었다는 것처럼.
소중한 사람의 나쁜 일면을 목격해버린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7/18/7
Rolled:42
Result:Fail
실패. 이성 -1.
지나쳐 걸어가는 주혁의 뒤로 빠각,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기억이 끝납니다.
영상이 끝나듯이, 세계가 정지합니다.
골목의 바닥에는 사람은 없고 차디찬 핏자국만이 남아 있습니다.
기억 속의 세상은 새카매지고, 곧 세계는 다시 주혁의 집의 모습을 띱니다.
강예리: ... ...
남주혁: ... ... 미안.
... 너한테는 보여주기 싫었어.
강예리: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고) ... 네가 왜 미안해.
솔직히 난... 네가 거기 말려들어서 다칠까 봐 걱정했어. 다행이다. (다행이다, 너무 쉽게 뱉어진 말. 누군가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런 저는 주혁을 비판할 수 없다.)
남주혁: ... 미안해, 그냥...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네게는 숨기고 싶은 기억이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뒤늦게 몰려드는 죄책감과, 그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도 너 때문이라는 게 부끄러워서, 그냥...) ... ... 미안해. 이상한 걸 보게 했네.
... ... 좀 쉴까. 피곤하다.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강예리: 그러게... 괜히 이상한 걸 봐서. (애써 웃어보였다. 왜 여전히 너는 보이지 않는지, 어째서 그때의 네 기억이 보였는지,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당장 그런 걸 따지기엔 너무 지쳐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봤다.)
남주혁: ... ... 그래... ... 미안. (사랑한다고는 안 할게. 목소리가 점점 문가쪽으로 사라졌다.) 좀 더 쉬어. 시간이 빨라.
강예리: ... 가지 마. 옆에 있어줘.
남주혁: ... ... ... 있어도 돼?
강예리: 응. 네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응시하다 옅게 웃어보였다.)
남주혁: ... 안 갈게, 그럼.
(꽤 가까이서 목소리가 들렸다.) 곁에 있게만 해줘.
강예리: ... ... 손잡고 싶다.
닿으면 안 돼?
남주혁: ... ... 나도.
... 그런데, .... 못 해.
강예리: ... ...
꿈 꾸는 것 같아. 아닌 거 알지만...
그냥, 악몽이었으면 좋겠어.
남주혁: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까?
아니면 나타날까.
강예리: ... 그게 무슨 소리야.
농담으로라도 사라진다는 말 하지 마. 그럼 나 진짜 운다? (장난기 섞인 투로 웃으며 말했으나 힘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남주혁: ... 너 두고 어딜 가.
아무데도 안 갈게.
그러니까... ... 울지 말고.
강예리: ... 울긴 누가 울어. 말이 그렇단 거지. (입새로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이제 어떡하지?
남주혁: ... ... 어떻게 하고 싶은데?
강예리: 잘 모르겠어. 너 이런데 두고 가기도 그렇고... 아, 일단 밥 먹을까?
남주혁: ... 밥 먹을까? 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게.
강예리: 음... 그럼 네가 젤 자신있는 걸로 해줘!
나 완전 기대하고 있다~
남주혁: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거... (곰곰....) 파스타는 어때?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괜찮을걸?
강예리: 좋아! 지금껏 한 요리 중에 제일 열심히 안 만들면 나 안 먹는다~
남주혁: 안... 안 먹을 거야? 완전 열심히 해야겠는데... 너무 기대하진 말고~. (곰곰 생각하다가)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거실에 있어도 되고.
강예리: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 하는 거 보면 안 돼?
남주혁: 그래도 되고? 상관은 없는데, 너 지루할까봐.
강예리: 지금 공중에 물건이 동동 떠다니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상황이 눈앞에 있는데, 지루할 틈이 있겠어?
걱정하지 말고 가자~
남주혁: 그런가? (잠시 고민하다가) 음...~ 그럼 뭐 괜찮겠지. 가자.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발소리와 함께 주방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주방은 꽤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냉장고 문이 열리면서 주혁이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남주혁: 옆에 있을거야? 아니면 여기 앉아있을래.
강예리: 여기서 볼게. (옆의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공중에 떠있는 재료들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어 칼과 재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칼로 재료를 썰고, 후라이팬에 볶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꽤 그럴듯해 보이는 파스타 두 그릇이 나왔습니다.
남주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식탁 위로 파스타 그릇과 포크, 물컵을 가져다둔다.)
강예리: 와... 생각보다 더 괜찮은데? (제 앞에 놓인 파스타를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다 포크를 들었다.) 먹는다?
남주혁: 먹어봐, (네 맞은 편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괜찮을걸? ... 아마?
강예리: (한 입 먹고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 지었다.) 같이 살면 요리는 네가 해야겠다!
너도 어서 먹어~ (제 앞의 허공을 빤히 바라봤다. 마치 너와 시선을 맞추는 듯.)
남주혁: 맛있어? 다행이다. 진짜 안 먹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같이 살면 이런 거 매일 해줄게. 결혼할까? (농담이라는 듯 작게 웃었다. 이어서는 제 포크에 면을 돌돌 말아서 먹었고.) 생각보다는 괜찮네. 역시 나야~
강예리: 야, 당연히 농담이었지~ 안 먹을 거였으면 애초에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어. (물론 정말 맛없으면 안 먹을 거였지만, 농담처럼 덧붙였다.) 나 감당할 수 있겠어? 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어지는 실없는 말들. 확실히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남주혁: 농담이었어? 난 진짜 열심히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했던 요리중에 제일 열심히 했을걸. (포크로 면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문득 움직임을 멈추고.) ... 많아? 정말로? 누군데? 얼굴 좀 보자고 해봐.
강예리: 그건 당연한 거지. 설마 나한테 대충 해서 먹일 생각이었어? (멈춘 움직임을 보고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음... 하늘에 별만큼 많아서 다 보기 힘들걸. 이렇게 인기 많은 애인 둬서 어떡할래, 남주혁~?
남주혁: 대충 할 건 아니었는데... (끄응,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완전 잘생기고 요리도 잘하는 남자친구 있으니까 죄다 가라고 해. 너 닳아.
강예리: 아 미치겠다. (결국 포크를 내려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글거려 진짜. 너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마라~
남주혁: 나 진짜 완전 진지하거든? 인스타에 티를 좀 더 낼걸 그랬나봐... (작게 중얼거린다...)
강예리: 나 알아서 다 뻥뻥 차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돌아오면 놀러 가서 사진 찍어 올리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곧 다시 포크를 들고 남은 파스타를 먹었다.)
남주혁: 그럴까? 그럼...~ 돌아가면 사진도 찍고, 또 뭐할까... 어디 놀러가자. 아무데나. (작게 웃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파스타 면을 포크에 돌돌 말았다.)
강예리: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이잖아? 그 지역 맛집도 탈탈 털어버리는 게 목표야. (어느새 제 접시는 완전히 비워졌고, 공중에서 사라지는 음식을 신기한 듯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주혁: 맛집도 다? 시간 엄청 오래 걸리겠네~. 나야 상관 없지만. 좀 맛있는 데 있었으면 좋겠다. (포크에 말린 면들을 한 입에 넣고는 제 접시를 들어올렸다.)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치울게.
강예리: 나 맛집 레이더 달렸잖아.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기만 해! 아, 얻어먹었으니까 설거지는 내가 할게. (공중에 뜬 접시를 뺏어들고 제 접시와 같이 정리해서 싱크대로 옮겼다.)
남주혁: 손님한테 설거지 시키는 거 아닌데? (그대로 따라가는 듯 목소리가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왔다.) 내가 해도 괜찮아.
강예리: 손님 아닌데? 우리 같이 살 거잖아. (가벼운 투로 말하며 마치 제 집인 양 어색한 감 없이 수세미와 퐁퐁을 찾아 식기를 씻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멎었다.)
다했다~
남주혁: 정말 같이 살게? (잠시 행동을 멈추고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엄청 빠른데...~ 고생 많았어.
이제 뭐하지... ... 하고 싶은 거 있어?
강예리: 왜, 싫어? (능청스레 말하며 네 반응을 살폈다.)
근데 지금 몇시지?
시계를 살펴볼까요?
강예리: (시계를 본다.)
시침은 저녁 11시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억을 보느라 시간이 다 갔던 모양입니다.
강예리: 어? 벌써 밤이라고?
남주혁: ... ...~? 그러네...
강예리: 어떡하지... 어젯밤에도 집에 안 갔잖아.
지금이라도 가야하나? 엄청 혼나는 거 아냐?
아... 진짜 어떡하지 ?!
남주혁: 글쎄... ... 그냥 하루 더 있다 가면 안 돼?
부모님께 연락드리구.
강예리: 으음... 그럴까? 이틀 짼데 허락해줄까?
남주혁: 음... 잘 말씀드리면 괜찮지 않을까...~ (곰곰...)
강예리: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보낸다. 다 쓰고 난 후 소리를 끄고 핸드폰을 덮었다.)
~... 몰라. 연락했으니까 괜찮겠지!
남주혁: 괜찮아... ...~ 괜찮을걸. (작게 웃었다.)
자자, 시간도 늦었는데.
강예리: ...응~
오늘도 네가 소파에서 자게?
남주혁: 응. 손님을 소파에서 재울 순 없으니까... (곰곰...) 편하게 침대에서 자.
강예리: 음... 이틀째 이러니까 미안한데. 내일은 진짜 집에 가야겠다~
눈 뜨면 너도 돌아와있길....바라야지!
남주혁: ... 그러겠지? 그러면 좋을텐데. (여전히 웃는 낯으로.) 내일도 안 가도 되고~. 어차피 집엔 나 혼자니까.
불 꺼줄게. 들어가자.
강예리: 음... 사실 나도 여기 있는거 나쁘진 않은데, 이러다 집에서 쫓겨나면 어떡해? (농담이었으나 꽤 진지하게 말했다. 익숙하게 네 방으로 들어가고.)
남주혁: 설마 쫓겨나기야 하겠어? 쫓겨나면 그냥 우리 집 와. 같이 사는 날짜 좀 앞당기지 뭐. (너를 따라 제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처럼 네가 누울 때까지 문가에 서서 기다렸고.)
강예리: 뭐... 나쁘진 않네. (옅게 웃으며 침대에 눕곤 널 바라봤다.) ~ 빨리 말해줘.
남주혁: 뭐라고 말할까? (낮게 웃음소리가 흘렀다.) 네가 원하는 말로 해줄게.
강예리: 음...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남주혁: 말로 안 해도 아는 거 아니었어?
강예리: 아는 거랑 듣는 거랑은 다르지. 빨리~
남주혁: 흐음... ... ...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스위치를 눌렀다. 방 안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아주 많이.
사랑해. 좋은 꿈 꿔.
강예리: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완전히 어두워지자 눈을 감고.)
응, 너도.
어제와 똑같이 방은 어둠에 잠기고,
문은 천천히 닫힙니다.
예리는 다시 잠에 듭니다.
개운하지는 않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푹 쉬는 탓인지 몸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오늘도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네요.
예리, 듣기 판정.
강예리:
Listen Roll
Value:90/45/18
Rolled:6
Result:Extreme
성공.
밖에서 ‘콰르르릉… …’ 하는 천둥과 같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 분명하게 큰 소리입니다.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지만, 특별히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잘못 들은 걸지도 모르지요.
강예리: ... ?
...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될 일입니다.
예리는 또다시 잠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 ... ... ...
예리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이전보다 확실히 기운찬 느낌입니다.
강예리: (어제와 같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 거기 있어?
남주혁: ... ... 어떻게 알았지. (작게 웃었다.) 잘 잤어?
강예리: 응, 잘 잤어.
밤에 밖에 비가 왔었나?
(창밖을 내다본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을 걷자,
창 밖에는 새카만 어둠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강예리: ...?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6/18/7
Rolled:88
Result:Fail
실패. 이성 -1.
방 안을 좀 둘러볼까요?
강예리: (방 안을 둘러본다.)
어쩐지 어제와 비슷한, 그렇지만 뭔가 다른... 위화감이 듭니다.
책장은 무너져 있고, 의자는 다리가 부러져 쓰러진 상태입니다.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들은 여기저기 난도질된 것처럼 찢어져 있습니다.
예리,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33
Result:Success
성공.
달력과, 책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예리: (달력을 살펴봅니다.)
예리와의 약속을 주혁이 갑작스레 취소했던 날의 날짜입니다.
강예리: 이 날은...
(기억을 더듬으며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상 위에는 어제와 같이 도서와 필기도구 같은 것이 단정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를 살펴보면 알 수 없는 노트의 찢어진 페이지가 한 장 놓여 있습니다.
강예리: (종이를 들고 살펴본다.)
예리, 모국어 판정.
강예리:
Language(Own) Roll
Value:60/30/12
Rolled:22
Result:Hard
성공.
[ … … 마치 모래시계처럼,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은 이의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 ]
종이의 뒷면에는 똑바로 서 있는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려진 모래시계 안에는 파란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윗 부분의 모래가 몹시 조금 남아 있습니다.
강예리: ... ...?
남주혁... 있어?
(불안한 마음을 떨치며 주위를 둘러본다.)
남주혁: ... ... 응.
나 여기 있어. ...
강예리: ... 이거 뭐야?
(종이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남주혁: ... ...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강예리: ... ...
이것도 그냥... 넘어가야 해?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두워. 방도 어지럽혀져 있고... 근데 그냥 그렇구나, 해야 하는 거야?
뭐 알고 있지? 지금 이거 무슨 일인데. 왜 자꾸 어물쩍 넘어가는데?...
남주혁: ... ... 예리야.
난... 네가 몰랐으면 좋겠어. 많이...
아는 게 모르는 것보다 위험할 때가 많잖아.
... ... 그냥 내 말 한 번만 들어주라... (음성이 아주 미약하게 흘러나온다.)
예리, 아이디어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22
Result:Hard
성공.
어쩌면 그가 힘이 없는 것은 당신에게 생기가 도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강예리: ... ...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으라고? 그러기엔 본 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그래.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제 생각이 틀리길 바랐다.) 빨리 사실대로 말해줘. 나 지금... 자꾸 안 좋은 생각 드니까, 빨리...
남주혁: ... ... 아직, 아직은... 아직은 몰랐으면 좋겠어.
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 네가 원하면.
그런데 그게 지금은 아닌 것 같아...
... 조금만 기다려줘. 제발.
얼마 안 걸릴 거야.
강예리: ... 그리고 죽게?
다 죽어갈 때 말하려고?
나 혼자 두고, 그냥 그렇게 말하고 가려고?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그저 추측일 뿐이었던 것이 제 안에서 확신으로 굳혀졌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입만 몇 번 벙긋거리다 그대로 다물었다.)
남주혁: ... 안 죽어.
두고가지 않는다고 했잖아.
... 한 번만 믿어줘. 어려운 부탁 아니잖아. ... 응?
강예리: ... ...
(제 발끝만 바라보던 시선이 시계로 옮겨졌다.)
시간은 오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혁이 들어옵니다.
마치 어제처럼요.
피곤한지 좋지 않은 얼굴로 전화를 받다가 얼굴이 굳어집니다.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은 거겠지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명백하게 예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주혁은 전화를 끝낸 후 상당히 딱딱한 얼굴로 바깥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무언가를 잊은 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겁니다.
南姝赫: ... 아, 예리야. 미안한데, 오늘 약속 취소해도 괜찮을까.
... ... 응,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미안. 다음에 보자.
어디서 본 듯한 상황입니다.
주혁은 전화를 끊고 밖으로 향합니다.
예리, 심리학 판정.
강예리:
Psychology Roll
Value:60/30/12
Rolled:43
Result:Success
성공.
그 표정에 분명한 살의가 띠어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공간이 주혁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변화합니다.
그곳은 도시의 바깥입니다.
볕은 따갑고, 풍경에 바뀐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를 걸어가는 기억 속의 주혁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이번에도 둘은 무력하게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남주혁: ... ... 예리야.
강예리: ... ... 응.
남주혁: ... 하나만 묻게 해줘.
강예리: ... 뭔데?
남주혁: 이 기억을 보고 나서도,
여전히 너는 나를...
... ... 네 사랑이라고 여겨줄까.
강예리: ... ...
그러길 바라?...
남주혁: ... 솔직하게 말해줘.
강예리: ... 아무것도 안 알려줬으면서.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돼? ... ... 너무 잔인해. (올라간 입꼬리엔 허탈함이 걸려있었다. 눈물이 고였다.)
남주혁: ... ... 미안해.
미안해, ... ... 울지 마.
강예리: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계속해서 눈가를 누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저 네 기억만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옥상 위에 다다랐습니다.
예리와 진짜 주혁이 있는 곳 멀리,
기억 속의 주혁과 알 수 없는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멀리서 바람에 실리듯 대화가 들려옵니다.
여성: 여전히 생각 없는 거야?
南姝赫: ... 뭐가.
여성: 네가 전에 말한 애. 오래 만날 생각은 없는 거 아니었어?
南姝赫: 싫다고 했잖아, 왜 자꾸....
여성: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생각해봐. 안 돼?
南姝赫: 싫어.
여성: 그럼 어쩔 수 없지.
멀리서 인영이 무언가를 꺼냅니다.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면, 인영의 손에 든 것은 사진입니다.
당신과 그가 잔뜩 담겨 있습니다.
강예리: ...?
낯선 이가 히죽 웃는 것도 같았습니다.
몇 장이 넘어가면, 그것은 예리의 사진입니다.
탐사자가 자고, 씻고, 먹고, 하는 풍경이 가득히 담겨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찍힌 걸까요.
욱 치미는 서늘함과 공포스러움이 있습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5/17/7
Rolled:72
Result:Fail
실패. 이성 -1.
낯선 인영은 아무래도 두 사람의 스토커였던 모양입니다.
스토커는 뿌듯하다는 양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여성: 예쁘지? 강예리야. 네가 아는 걔.
넌 내가 이거 찍을 때 뭘 했어? 아무것도 안 했지? 아니, 아무것도 못 한 거구나. 그렇겠지.
네가 허락 안 해주면 말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얠 죽일 거야.
그럼 네가 날 봐주겠지?
강예리: ... ... 뭐야, 그게...
기억 속 주혁의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어이없다는 듯 기 찬 반응을 뱉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오래도록 이런 협박에 시달려온 것 같습니다.
스토커가 즐겁게 웃습니다.
여성: 이렇게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내가 못 할 것 같아?
바람에 두 사람의 옷자락이 팔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억 속의 주혁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것처럼 스토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스토커는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듯 한 걸음 물러섭니다.
그녀의 뒤는 낮은 난간이고, 그 아래에는 까마득히 도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南姝赫: 내가 널 볼 일은 없어.
건물의 검은 그림자에 가려 기억 속의 주혁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더 이어집니다.
南姝赫: 착각 좀 하지 마. 자꾸 같잖게...
네가 그 앨 죽인다고?
... 아니, 넌 걔 못 죽여.
단지,
누군가 스토커를 밀치고,
그의 몸이 난간 위로 느리게 넘어가고,
이내 끔찍하게 추락하는
퍽, 소리가 나는 것만이.
예리의 귀에 맺힐 뿐입니다.
뒤로 작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강예리: ... ...
南姝赫: ... 내가 널 죽일 거니까.
소중한 사람의 살인을 목격한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4/17/6
Rolled:38
Result:Fail
실패. 1d2 롤.
강예리: 
rolling 1d2
(
1
)
1
랑뽀 (GM): 이성 -1.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끔찍하게 부서진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기억 속의 주혁은 언제 그곳에 있었냐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억은 끝납니다.
기억 속의 세상은 오늘도 새카매지고, 곧 세계는 다시 주혁이 살던 집의 모습을 띱니다.
남주혁: ... ...
강예리: (방금 본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끔찍한 소리들이 여전히 귓가에 선명하게 맴돌았다. 자리에 주저앉고 귀를 틀어막는 손이 잘게 떨렸다.)
왜... ... 말 안했어...?
스토커가 있다고, 왜 진작 ... ...
남주혁: ... 너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네가 신경쓰게 하는게 싫었어.
... ... 미안해, 미안... ...
강예리: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혼잡한 머리를 정리하기엔 마주한 진실이 너무나도 잔혹했다.)
... ... 왜, 죽였어?
남주혁: ... 계속, 몇 달을 귀찮게 했어.
따라다니고, 연락하고... 그러다가 네 사진까지 찍은 걸 알게 된거야.
... 진짜 네가 죽으면 어떡해, 나는... (이게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건 안다. 목소리는 더욱 희미해진다.)
... 미안해, 그냥...
강예리: (방아쇠를 당긴 건 누구인가. 본인도 모르게 개입되었던 사건에 덩달아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 와중에도 네가 혼자 떠안았을 온갖 괴로움을 생각하니 눌러왔던 감정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떨어지는 눈물을 담기엔 이미 늦었다.)
왜... 왜 그랬어... 더 나은...해결책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남주혁: ... 난 눈 앞에 보이는 것밖에 몰라. 그때는 이게... 이게 최선이었어, 예리야. ... ... 미안해. (미안해. 계속해서 그 말만 반복했다. 점점 탁하고 희미해지는 목소리였다.)
강예리: (희미해지는 목소리에 다급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네가 사라질 것 같아서, 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신경 쓰지 않고 네 목소리가 머문 곳으로 손을 뻗었다.)
남주혁: ... 나 안 가,
... ... 조금만 쉬게 해줘. (피곤한 목소리.) 거기 있어.
강예리: (뻗은 손끝엔 차가운 허공만이 맴돌았다. 낯선 상황이, 닥친 현실이 너무 냉정해서 시린 마음을 부여잡고 맥없이 눈물만을 떨어트린다.)
남주혁: (네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았다. 네 얼굴을 볼 낯이 없어서. 차라리 제가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눈물도 닦아줄 수 없다는 건 원망스럽지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네쪽으로 먼저 말을 건넸다.) 불 꺼줄게. ... 너도 좀 쉬어.
강예리: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최대한 숨죽였을 뿐.)
남주혁: ... ... 안 누울거야?
강예리: (대답하려는 듯 벙긋대는 입새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입을 다물고 고개를 파묻는 모습에 누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남주혁: ... 안 피곤해?
힘들잖아... (제 눈가를 꾹 문질렀다.)
강예리: ... ... 그냥 불 꺼줘.
남주혁: 계속 그러고 있게?
강예리: ... 잠깐만, 그냥 있고 싶어.
남주혁: ... 알았어.
쉬어, ... 미안해.
방의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힙니다.
방이 온통 어둠에 잠깁니다.
예리는 이제 무엇을 할까요.
강예리: (칠흑 같은 허공을 응시하다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예리는 다시 잠에 듭니다.
밤은 오고, 밤에는 잠을 잘 뿐입니다.
그 뿐입니다.
날이 갈 수록 어쩐지 몸이 더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한참 푹 잠에 들어있던 그때, 예리는 자던 도중.
우지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깨어납니다.
강예리: ...?
세계가 부서지고, 뒤틀리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강예리: 뭐야...?
예리가 있는 공간의 구석이 일그러지며 부서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옆에서 작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예리, 듣기 판정.
강예리:
Listen Roll
Value:90/45/18
Rolled:55
Result:Success
성공.
남주혁: ... 살고 싶어, ... ...
강예리: ... ...
남주혁?
어디, 어딨어...
(주위를 둘러본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남주혁: ... 나 여기 있어. (희미한, 그럼에도 가까운 거리에서.)
네 옆이야.
강예리: ... ... (옆을 보았다. 너와 언제나 시선을 마주했던 각도, 그러나 곧 그 자리를 벗어나 무너지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나 무서워... 진짜 무섭다고.
남주혁: ... 곧 알게 될 거야.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공간이 큰 소리와 함께 변화합니다.
잠에서 깨어버린 예리는 투명한 주혁과 같이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득, 공간이 변화를 멈추고 익숙한 장소로 변합니다.
주혁과 예리가 데이트를 하던 그 거리입니다.
둘은 웃으며 함께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디저트를 사 오겠다고 말하는 주혁,
그러다 달려오는 차를 보지 못한 예리.
그리고 뛰어들어 자신을 구하려다 같이 치여 나뒹구는 주혁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야가 흐릿하다가 두 사람에게서 확 멀어집니다.
... ...
그곳은 끝없는 어둠입니다.
주혁이 그 어둠 속을 한도 끝도 없이 걷고 있습니다.
주혁이 무언가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눈뜨지 못하는 예리입니다.
주혁은 때때로 잠든 것처럼 의식없는 예리에게 말을 겁니다.
랑뽀 (GM): ‘있잖아, 불편하진 않아? 괜찮아? 괜찮구나. 다행이다. 더 자.’
주혁은 다시 예리를 안고 끝없는 어둠 속을 빙글빙글 돌기만 합니다.
얼핏 턱끝에서 눈물이 비친 것도 같습니다.
그 때 둘 앞에 나타난 존재가 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남자입니다.
낯선 남자: 불쌍하게도, 곧 죽을 놈을 데리고 다니는구나. 까딱하면 기억이 날아갈 인간이 말이야.
주혁의 눈물젖은 얼굴이 돌아갑니다.
놀란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낯선 남자: 여기는 너희가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야.
그러니 하나 제안을 하지.
너는 조금 있으면 모든 기억이 사라질 운명이고, 그 애는 죽을 운명이지.
여기서는 둘 모두 온전하게 유지시켜주겠어. 아직은 사라지지 않게.
그러니, 너는 잠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내 강림을 준비해라.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않나?
낯선 남자: 네 생명력이 모이고, 모이면... 어쩌면 그 애도 살려낼 수 있겠지.
꽤 행복할 것 같지 않아?
그가 손을 휘두르면, 그 곳에는 공간이 생겨 있습니다.
주혁의 집입니다.
낯선 남자: 이 세계를 네 정신의 한 부분과 연결시켜 두었으니... 강림을 준비할 동안은 미치지 말아라.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예리에게 보였습니다.
간절함이 보이는 얼굴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라면,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결정을 내린 이후의 일이 예리의 앞으로 빠르게 흘러갑니다.
주혁이 신의 강림을 준비하고,
원래 세계의 병원에서 주혁이 깨어나고,
이해할 수 없는 ‘그 존재’를 세계에 부르는 것까지.
세상이 빠르게 파괴되어갑니다.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만이 도시에 가득 울립니다.
멀리 TV에서 도시의 마비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TV 화면이 전환됩니다.
그곳에는 처참한 광경의 폐허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예리가 아끼던 반려견의 모습도 보입니다.
TV 앞에는 주혁이 서 있습니다.
그는 방송을 보며 실성한 듯 몇 번 웃다가, 그 자리에서 빨려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장면이 전환됩니다.
예리는 주혁의 집에 있는 침대에 오래도록 누워 있습니다.
이상한 남자의 모습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고,
주혁은 그런 예리의 곁에서 매일 말을 걸거나, 예리를 씻겨 주거나, 물을 떠 오거나, 예리가 누워있는 침대를 따뜻하게 뎁혀줍니다.
간혹 애틋하게 머리를 쓸어주기도 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말도 건넵니다.
보고 싶어,
... 아주 많이.
그러나 장면이 바뀔수록 이상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주혁의 외모였습니다.
처음엔 이마에 혹이 생기는가 싶더니,
다음 장면에는 손가락이 메말라 가고,
그 다음 장면에서는 골격이 움푹 튀어나오고,
그 다음에는 얼굴의 살점이 흐물흐물 녹아 떨어집니다.
그러더니 한참 지날 즈음에는 형체도 알 수 없는 것이 됩니다.
꼭 괴물처럼.
주혁은 누워 있는 예리를 보며 울다가, 웃다가,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분명 놀라겠지.
그런 말을 뱉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찾아낸 두루마리에서 무언가를 읊습니다.
동시에, 그의 모습이 투명해집니다.
마지막 장면이 찾아듭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예리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조명이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어 아팠던 것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면, 그곳은 방입니다.
잠시 둘러보면 그 곳은 분명 주혁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떴을까.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3/16/6
Rolled:48
Result:Fail
실패. 1d5 롤.
강예리: 
rolling 1d5
(
4
)
4
확인. 이성 -4.
다시 주혁의 방입니다.
예리의 뒤에서 형편없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 돌아보지 마.
강예리: ... ...
(몸이 가늘게 떨렸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끌어 서서히 몸을 돌린다.)
돌아본 곳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질적인 모습의 주혁이 서 있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리와 주혁이 서 있는 그 하늘이, 천장이 조각나서 두 사람의 근처로 후두둑 떨어져 내립니다.
파편이 쉴새없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꼭 빗물 같기도 했고,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습니다.
예리가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세상이 멸망해가는 모습은 기묘하고 또 서글픕니다.
강예리: (제가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그 형체에 흠칫 놀랐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부서지는 조각들에 겁먹은 몸은 더욱 떨리고, 힘겹게 네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 ... 오지 마, (지금 너를 마주 볼 자신이 없어. 목소리가 아주 낮게 깔린다. 시선은 너와 마주하지 못한 채다.)
강예리: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틀대는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아주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속도였으나 그 끝은 꾸준히 주혁을 향해 있었다.)
?: ... ... 예리야.
안 오면, ... 안 돼? (아주 창백한 어조. 곧 울 것같은 목소리. 나는 당신을 볼 자격이 없고, 지금 상태로 마주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나는 네가 기억하는 남주혁이 되고 싶어. 지금 이렇게 괴물같은 모습이 아니라. 그러니까, 제발, 오지 마. 하나하나 끊어 발음하는 음성이 떨린다.)
강예리: ... ... (네 목소리를 귀에 담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자국은 새겨졌다. 제 발치를 향하던 시선 앞에 선명히 네 모습이 새겨지고, 고개를 들어 똑바로 마주한다. 손을 뻗어 네 볼을 감쌌다.) ...닿고 싶었어.
(웃었다. 끌어올린 입꼬리가 슬프지 않게 보일지는 자신이 없었다.)
?: (네 온기가 내게 가닿고, 문득 시선이 교차한다. 보고 있음에도 보고 싶었고, 사랑한다 말했으면서도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하나하나. 백 마디 말보다는 눈물이 앞서 흘렀다.) ... 나도.
... ... 아주 많이. (아마도 웃었던 것 같다.)
강예리: (떨어지는 눈물, 들려오는 음성,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네게 닿고서야, 네 웃는 모습을 눈에 담고 나서야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주혁의 모습이 차츰 투명하게 희석되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주혁 옆으로 떨어집니다.
?: ...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지면 넌 살아날 거야. (계속 네 옆에 있고 싶었다. 옆에 있고 싶어서. 그 일념 하나로 수많은 죄악을 저질러 왔으나 하나하나가 전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제일 잘 아는 건 본인이다, 다만. 하지만, 안되는 걸 알면서도. ... 부려보는 마지막 욕심이야.)
... 날 용서해줄 수 있어?
예리, 아이디어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36
Result:Success
성공.
지금까지 주혁의 생기가 예리에게 흘러들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예리에게서 생기가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면,
예리가 아닌 주혁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이어, 부서지는 세계 가운데서 큼지막한 유리 파편이 눈에 띕니다.
강예리: (제가 용서할 자격이 있나, 잠시 동안 그런 생각을 했으나 네가 찾는 건 분명히 저였다.)
...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시선이 유리 파편으로 옮겨진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이제 하는 생각도 똑같아졌네. (옅게 웃으며 너를 끌어안았다. 그것도 잠시, 걸음을 옮겨 유리 파편을 주워든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고쳐 쥐고, 제 심장을 겨냥한다.)
... ...
고마워.
강예리: (찰나의 망설임, 그러나 온 힘을 다하여 찔러 넣는다.)
당신은 도저히 그를 이대로 무력하게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 대신 자신이 살아난다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원래라면 살아갈 것은 주혁이였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왜 그 죄악을 감당하고 홀로 지나.
주혁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처럼 흩어진대도, 그를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가 아무리 추악한 죄인이라 하더라도.
실로 참혹한 낭만이었습니다.
프시케가 에로스를 처음 사랑이라 맞았을 때 이러한 기분이었을까요.
당신은 주혁이 괴물임을 알면서도 그를 용서하기로 합니다.
당신의 손이 주혁의 거칠고 무른 손에 꽉 잡힙니다.
물컹하고 끈적거리는 감촉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온통 흔들리며 무너지던 세계가 당신의 상처로 인해 뚝 멎습니다.
여태껏 흘러왔던 생기가 도로 빠져나가는 기분입니다.
예리는 차츰 정신이 희미해집니다.
여지껏 활기 넘쳤던 일이 다 꿈인 것처럼 숨이 가쁩니다.
주혁과는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세계는 무너진 채로 멎어버리고,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그와 동시에 의식이 떨어집니다.
... ... ... ...
말간 햇살에 눈을 떠 보면, 그곳은 병실이었습니다.
곁에는 소중하고 또 아픈 당신의 괴물, 당신의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잠에 든 모양인지, 숨소리가 규칙적입니다.
그러다 당신의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 문득 눈을 뜹니다.
마주한 눈은 오랜 어둠처럼 캄캄합니다.
오랜 이와 함께하는 병실의 햇살은 눈이 부실만큼 밝고, 또 아릿했습니다.
비로소 돌아온 것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신의 자비가 두 사람을 돌려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병실 협탁 위에는, 정확히 모래가 절반으로 나뉘어진 모래시계가 가로로 멈추어진 채 놓여 있습니다.
*
걱정 마.
현실이 아니더라도 사랑할게.
랑뽀 (GM) END 03 :: 프시케의 참혹한 낭만

랑뽀 (GM) [ Happy Ending ]


COMMENT
━━━━ ◇ ━━━━
TRPG (CoC)/Jina

* 차이화 X 서지나 | 프시케의 우울 PLAY LOG *

시나리오 카드는 앤오님 제작입니다! 무단 저장을 금합니다.



* 플레이 날짜 20181021 | 플레이 시간 :: 5h 40m

* 프시케의 우울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엔딩에 인용된 시구는 허연 / 불온한 검은 피 입니다.

* KPC 차이화 / PC 서지나



유난히 화창했던 날입니다.

언제나처럼 데이트를 나선 날은 유독 맑아, 웃는 이화가 특히나 예뻐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빛이 너무 눈부신 탓일까요.
이화가 흐립니다.
어렴풋이, 왜?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만 같습니다.
내 사랑은 내 입맛은 어젯밤에 죽도록 사랑하고
오늘 아침엔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는 것 살기 같은 것
팔 하나 다리 하나 없이 지겹도록 솟구치는 것……
【 프시케의 우울 Pshches' Melancholy 】
...
지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던 조명 탓에, 눈이 시리게 아팠던 것도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그곳은 방입니다.
조금 둘러보자니 벽에 붙은 포스터, 깔끔하게 정리된 상패들……
아마도 이곳은 분명 이화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뜬 거지?
데이트 전에 잠들어서, 혹시 꿈이라도 꿨던 걸까.
그렇다기에는 즐겁게 웃던 이화의 얼굴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나, 있을 수 없는 일에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60/30/12
Rolled:66
Result:Fail
실패. 이성치 1을 잃습니다.
주변을 조금 둘러볼까요?
서지나: (아까까지만 해도 이화랑 같이 있었는데... 이화는 어디 있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지나는 귀엽게 주변을 둘러봅니다.
분명 여기는 이화의 집인데도 이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 너무 귀엽다! 방 안을 조금 살펴보면 어떨까요?
방에는 침대, 책상과 옷장, 책장, 거울이 있습니다.
서지나: (이화가 쓰는 침대를 한번 살펴보자!)
방금까지는 지나가 쓰고 있었던 폭신한 침대.
시트는 옅은 푸른색, 이불은 흰색입니다.
머리맡에 지나를 닮은 귀여운 토끼인형이 하나 있네요.
서지나: (!) (토끼인형을 한번 보자!)
지나를 닮아서 아주 귀엽습니다!
그 외에 딱히 눈에 들어오는 점은 없습니다.
서지나: (이거 보면서 지나 생각 했었음 좋겠다...) (생각만 하구 다시 토끼인형 예쁘게 앉혀둔 다음에 책상 보러갑니다!)
지나 생각 하지 않았을까?
인형을 볼 때도, 아닐 때도......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책이 두세권 올려져 있습니다.
서지나: (고장남....) (덜그럭거리면서 이화가 보는 책을 한번 펼쳐보자!)
마사 그레이엄과 현대 춤의 이해, 무용 예술의 이해, 수축과 이완......
딱히 읽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굳이 법전을 읽지는 않는 것처럼......
서지나: 이화는 어려운 거 읽는구나.... (예쁘게 차곡차곡... 다시 정리해서... 옷장을 보자!)
예쁘게 차곡차곡! 지나는 마음도 예쁩니다.
옷장을... 활짝 열까요? 엉망진창으로?!
서지나: 어?! (고민...고민.... 고민하다가 살짝... 천천히... 열어보자...!)
지나는 옷장을 상냥하게 엽니다.
옷장에는 깨끗한 흰 셔츠들과 여러 겉옷들이 정갈하게 걸려 있습니다.
겉옷에는 입었던 흔적이 없습니다. 요 사이 나간 적이 없는 걸까?
서지나: ....~? (지나랑.... 데이트는................. 혹시 누드였던 것인가?) (얌전히.....닫고....책장을 봅니당...)
엉큼해!
책장에는 여러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가장 아래와 위쪽 칸에는 상패와 트로피들이 예쁘게 들어 있네요.
서지나: (괜히 대신 뿌듯해지며.... 상패랑 트로피들을 빤히 보자...)
지나의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깨끗합니다. 차이화, 석 자 이름이 선명하네요.
서지나: (만족!) (트로피들을 예쁘게 정리해놓고 거울을 보러 가자!)
지나는 거울을 봤습니다!
드디어! 지나는! 거울을!
너무 예뿌당.
서지나: (아닌 거 같은뎅)
귀욥당.
서지나: (아닝뎅)
흠...... 알겠어요. 지나, 아이디어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81
Result:Fail
실패.
지나는 너무 귀여운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지나: (과연.........내 머리에 드는 생각이 진짜인가?) (그치만 함 믿어보기루 하자)
지나는 스스로가 귀엽다고 믿기로 합니다.
맑고, 깨끗하고, 자신있게! 거울을 한 번 더 보고 나면... 딱히 방에 더 볼 것은 없습니다.
서지나: 뭘 하면 좋을까...~? (서성...서성...)
뭘 해야 좋을까?
그런데 이화는 정말 어디로 간 거지?
이상한 일이야, 생각하고 있는 그 때,
차이화: ...~ 지나야, 일어났어?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이화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돌아본 그 자리에는 이화가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 도무지 지나로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SANC 0/1d2.
서지나:
SAN Roll
Value:59/29/11
Rolled:66
Result:Fail
실패. 1d2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서지나: 
rolling 1d2
(
1
)
= 
1
이성 -.
-1. (또박또박)
차이화: 지나야, ... 괜찮아?
서지나: 이화야...~ 어딨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화가 안 보여...
차이화: 나, 나 여기. 문 옆에...~ (작고 가벼운 발소리.) 이제 책상 앞에.
서지나: 책상 앞에? (책상 쪽을 바라봤다.)
응, ... 안 보이지? 그래도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분명 이화의 것이 맞아요.
서지나: 지나, 는.... 안 보이는데... (책상 바로 옆에 가 섰다.) 어디 있는 거야...~? 왜 안 보여...?
차이화: ... ... 음, 으음... 나도 잘 모르겠어. 이해도 안 가고.
사실 조금 곤란해. (어색하게 웃는 소리.)
지나, 심리학 판정 해볼까요?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100
Result:Fumble
100이요? 여기서요? 갑자기요?
그럴 수 있지. 지나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합니다.
서지나: (이잉...)
괜찮아! 이화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서지나: (!) (쪼꼼 행복해짐)
이화는, 왜 곤란해...~?
차이화: 그야... 갑자기 안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지나한테 잘생긴 이화 얼굴, 보여줘야 하는데...!
서지나: 이화 얼굴 보고 싶어... (쪼금 눈물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차이화: 괜찮아... 괜찮아! (당황한 듯 말이 빨라졌다.) 곧 돌아올지도 모르고, 하나도 안 아픈 거 보면 문제도 없을 테고...
... ... 그러니까 울지 마. 응?
서지나: 응... 응. (고갤 작게 끄덕였다.) 안 울어... 이화 만나기 전까지는...~! 이화 아프면 안 돼... 빨리 이화 보고 싶다...~.
차이화: 으응, ... 다행이다. 울면 안돼, 산타가 선물 안 줘. ... ... 지나는, 음... 그러니까. 지나는 안 아프지? 몸은 좀 괜찮고?
지나, 다시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73
Result:Fail
지나는 심리학 전공자들과 겸상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두... ... 다시 한 번 해볼까?
서지나: (해보자...!) (뇌에 힘 주기)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69
Result:Fail
오늘은 힘이 쪼꼼 없는 거 같습니다.
서지나: (힝....)
괜찮아! 몸에 힘이 조금 없는 것 같지만... 지나는 아주 건강합니다.
차이화: ...~ 괜찮은 거 맞지? (누그러진, 어떻게 들으면 기운 빠진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서지나: 응...~! 지나는 완전 건강해. 특별히 아픈 데도 없구... (제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문득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런데 이화야...~ 우리... 데이트하고 있지 않았어? 지나 꿈인가?
차이화: 아, 그거... ...~ 응, 데이트 중이었는데. 네가 갑자기 잠들어버려서... ... 급하게 데려왔어. 우리 집이야, 여기.
서지나: 지나가 잤어...~? 이화 만난다구 어젯밤에 너무 긴장했나... (곰곰...) 그럼 이화는...~? 언제부터 그랬어... ... ~?
차이화: 긴장까지 해야 할 일이야? ... 하하, 나 좋아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잠시 말이 없었다가.) 잘 기억이 안 나네... ... 거울을 보니까 이랬어.
서지나: 그치만... 이화랑 데이트하는 거니까...~ (고민..) 거울에 이화가 안 비쳤어...~?
차이화: 괜찮다니까... ... 그렇게 긴장 안 해도. (안 보일 테지만 꾸쟉꾸쟉) 응, ... 신기하지? (작게 웃었다.)
서지나: (안 보이지만 귀여워....) 으음, 지나는 보였는데...~ 왜 그럴까... (다시 거울 앞에 서보나...)
귀여운 지나.
거울에 아주 잘 보입니다.
서지나: 이화야, 여기 한번 와봐...~! (자기 옆자리 가리키며...) 여기 서면 다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차이화: 그런가? (쭐래쭐래... 다가와 네 조금 뒤에 섰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서지나: (훌젹. . .. .. .,.)
차이화: 우, 우... 우우, 우... 울어?!
우, ... 울지 마... ... 음...... 음, 음... 음!! 코코아라도 한 잔 줄까...?
서지나: 으, .... 응... (눈물 쭈룩....) 있으면... ... ?
차이화: ... 기다려, 금방 가지고 올게.
조금 당황한 듯, 이화가 급히 방 밖으로 나갑니다.
아니, 나갔겠죠. 방 안이 다시 조용해지고,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힌 걸 보면요.
이화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는 뭘 할까요?
서지나: (뭘 할까.....?) (할게 있나... 주변을 살펴본당...)
방을 다시 둘러보던 지나의 눈에... ...
저게 도대체 뭐죠?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살점같은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소름이 끼쳐요. 지나,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58/29/11
Rolled:46
Result:Success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까짓꺼 뭐ㅋ... 다시 보니까 별 거 아닌 거 같기두 하고ㅋ...
서지나: (흠.... 그래 이런 게 있을 수도 있지) (자세히 봐본당)
네? 여기서요? 갑자기요?!
서지나: (안 되나?!?) (그럼... 그럼... 다른건 없나 보자)
아니 되긴 되는데... ... 지나는 뭔지도 모르겠는 살점을 자세히 볼 담력에 자신이 있나요?
서지나: (흠... 그치만.... 어느 세계의 지나는 애들 팔다리 잘리는 것도 봤는데 이까짓거....)
후... ... ...
방 안에는 딱히 더 볼 것은 없습니다.
요놈을 자세히 보면... ... 그냥... 되게 징그러운... 살점입니다.
꼭 정육점 진열대에 있던 그것들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는 점만 빼면......
서지나: 이화 방에 왜 이런 게 있지.......? (무서우니까 건드리진 말구..... 혹시 피도 같이 있나?)
피는 없습니다. 그냥 살덩어리만 툭... ...
서지나: (그렇군...) (무서우니까 침대 위에 올라가서 앉아있자...)
지나는 뽀르르 침대 위로 올라가 앉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머그잔 하나가 두둥실 떠 들어옵니다.
차이화: ...~ 지나야, 코코아... ... 배달!
서지나: ... ...~! 이화 고마워...~ (코코아 받아들고 한모금 마신다...!)
끝내주게...
달아요!
서지나: (!) 완전... 완전 맛있어...!
차이화: (!!) 진짜? 맛이 괜찮으면 다행인데, ...~ 난 잘 안 마시니까. 맛없을까봐 걱정했거든.
서지나: 엄청 잘 탔는데....! (한 모금 더 마신다...) 근데 있지, 이화야.
저건 뭐야? (바닥에 있는 거... 눈짓해보며...)
차이화: 어? 뭔데...~? ... ...
음...~ 저게... 뭐지? 나도 처음 보는 건데. ...징그러워... ... (제법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말과 함께 그것이 들려 방 밖으로 나갑니다. 곧 방문이 다시 열렸다 닫혔어요.
차이화: ... ... 미안, 놀랐지? 뭔지 모르겠지만... 버렸어.
서지나: 지나는 괜찮아...~! (고개 끄덕...) 난 이화가 가져다놓은 건줄 알고 놀랐는데...~. 아니라면 다행이구... (코코아 다 마시며..)
차이화: 할로윈도 아니고... ...~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다 마셨어? 치울게, 이리 줘.
서지나: 응...~! (어딨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잔을 건넸다.)
잔이 지나의 손을 떠납니다. 가져가는 손길이 제법 다정해요.
차이화: ...~ 있잖아, 지나야. (방문을 열다 말고 문득 뒤돌아 물었다.) 오늘 데이트 말야, ... 집에서 할까?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서지나: 음...~ 글쎄, 뭐할까...~? (고민...) 지나는 다 좋은데... 이화는 따로 하고 싶은 거 있어?
차이화: (곰곰... ...) 영화 볼래? 아니면... ... 다른 것도 좋고. 생각해보고 있어. 금방 올게.
문이 닫히고, 문 너머로 컵을 씻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나, 하고 싶은 게 결정됐다면 이화한테 한 번, 말하러 가볼까요?
서지나: (이화가 있는 쪽으로 뽀르르 달려간다!) 이화야, 그럼...~ 우리 영화 볼까?
차이화: (!!) 그럴까? 영화...~ 영화, 난 좋아. (조심스럽게 두어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 볼래?
지나, 1d4 다이스를 한 번 굴려볼까요?
서지나: 
rolling 1d4
(
1
)
= 
1
로맨스 영화가 보고 싶은 기분이네요!
서지나: (!) 우리, 그럼...~ 로맨스 영화 볼까...~?
차이화: (!) 그럴까, ...~ 그래. 집에 영화도 하나 있을 거야.
지나랑 같이 보려니까 조금 떨리네...~ (장난스러운 목소리.)
서지나: 완전... 좋아! 지나도... 엄청, 엄청... 떨... 떨..... (고장남....)
차이화: 지나야, ...~ 지나? 응답하라, 서지나!
DVD 케이스를 들고 온 이화가 지나 앞에서 손을 흔드는지, 공기가 가볍게 떨립니다.
서지나: 지나... 여기, 여기! (얼굴 빨개져서 고개 끄덕...끄덕...) 지나 멀쩡해...!
차이화: ... 다행이야, 어디 아픈 줄 알았어. 영화 틀게, 뭐 먹을 거 좀 가져올까?
서지나: 응...! 좋아! (고개 끄덕끄덕.... 소파에 챱 앉아있기...)
이화는 영화를 재생해두고는 부엌 쪽으로 간 건지 조용합니다.
<미드나잇 선>, 영화 타이틀이 나오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햇빛에 닿을 수 없는 병이 있는 여자 주인공과 부상으로 수영을 그만둔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 이야기예요.
차이화: 짠! (옆에서 조용히 다가와 웃으며 그릇을 건넸다.) 집에 먹을 게 없더라...~ 과자야.
서지나: 앗, 고생했어...~! 영화 이제 막 시작했어...~ (그릇 받아들고 옆에 안정적으로 놓기..)
차이화: 그래? 다행이다, 나 이 영화 좋아해... ... 몇 번 봤는데도 재밌거든.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는지, 소파가 조금 가라앉았다.)
서지나: 이화가 재밌다구 하니까 엄청 궁금한데.... (과자 냠...) 이미 봤으면 지겹지 않아?
차이화: 너랑 다시 보고 싶어서. ...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나 더 알려주고 싶었어.
서지나: 그럼 나는 이화가 좋아하는 걸 같이 공유하는 거네...~ (작게 웃었다.) 완전 좋아.
차이화: ... 응, 지나가 날 알아간다고 하니까 좋다. (따라 희미하게 웃었다.) 좋아해서 다행이야.
서지나: (과자 뇸뇸..) 이거 다음엔 뭐할까...~?
차이화: ...~ 글쎄,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 너 꽤 오래 잤거든, 이거 보면...~ 자야 할 걸?
서지나: 그렇게 오래 잤어...? (곰곰...) 응, 그럼 요거 다 보면 자자...~!
차이화: 그래, 내일 또 놀면 되지. 피곤할 텐데... ... 오늘은 자고 갈래?
서지나: 이화... 이화 집에서....~? (또 고장남....)
차이화: (머리 부여잡은 도자기) 그... 그...~ 조금 그러면, 나, 나는 거실에서 잘게...!
서지나: 지나... 지나는... 상관 없긴 한데.... (덜그럭... 덜그럭....)
차이화: 오, 오늘만 자고 가... ...~ (달각달각) 음, 음... 가, 강요는 아니구... ... 시간도 늦어서...
서지나: 으, 응...! 그럼... 그럴게...~! 이화랑 같이 있는 건 좋으니까... (목소리 기어들어가며...)
차이화: ... 그래, 난 거실에서 잘 테니까... ... 너무 걱정하지 말구.
이화의 말이 끝날 때 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한다는, 여자 주인공의 고백과 함께 영화가 끝이 났어요.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 시간인 것 같습니다.
서지나: 지나는... 그럼... 이화 방 가서 잘까...~?
차이화: ...~ 응, 먼저 자. 난 정리 좀 하고... 거실에서 잘게.
서지나: 응... ...~! 이화 잘 자...~! (목소리 들리는 쪽에... 손뽀뽀 쫍 날리구 호다닥 이화 방 들어가기...)
이화가 등 뒤에서 작게 웃었던 것도 같습니다. 잘 자, 하는 인사가 뒤따라 들려왔습니다.
침대에 눕자마자, 오늘 하루종일 피곤했었는지... ... 지나는 곧 잠에 빠져듭니다.
푹 잠들려던 차, 지나의 뺨에 무언가 스칩니다.
지나, 지능 판정 가능.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5
Result:Extreme
지나는 뺨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매우 무르고 거칠거칠한,
매우 이상한 감촉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피곤했던 걸까요.
지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 ... 아무래도 새벽인 것 같아요,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듣기 어려움 이상 판정.
서지나: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42
Result:Success
분명... ... 글쎄요. 무슨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정말이지 너무나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지나는 그대로 푹, 잠을 청했습니다.
... ...
눈을 뜨면, 그대로 이화의 방입니다.
차이화: ...~ 지나야, 일어났어?
서지나: 응...~ (눈 비비적...) 방금 일어났어.... 이화 잘 잤어...~?
차이화: 응. 푹 잤나보네, ...~ 피곤하지는 않지?
지나, 주변을 조금 살펴볼까요?
서지나: 완전 푹 잤어... 괜찮은 것 같기두...~?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화의 방이지만... ... 무언가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책상은 조금 어질러진 상태에, 달력도 어제 본 페이지가 아닌 것 같아요.
서지나: (갸웃...) 이화야, 어제 내 방 들어왔었어?
차이화: ... 응? 아니, 나 너 들어가고 얼마 안 있다가 잤는데. 왜?
서지나: 음.... 그래...~? 어제랑 좀 다른 거 같은데... 혹시 들어왔나 싶어서. 어제두 이랬나?
차이화: ... ...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방을 조금 살펴볼까요?
서지나: (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자...)
지능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14
Result:Hard
성공. 달력은 어제와 다른 페이지입니다.
동그라미가 쳐진 날짜를 보면, 아... 그래.
저 날은 이화가, 지나와의 데이트에 늦었던 날입니다.
달력이 놓인 책상 위에는, 메모 한 장이 있습니다.
서지나: (메모를 읽어보자.....!)
[ 너는 나를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
서지나: ...? 이화야?
차이화: ... 응? 왜, 지나야?
서지나: 이 메모... 이화가 쓴 거야..~? (팔랑팔랑...)
차이화: ... 글쎄.
지나, 이화에게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26
Result:Success
성공. 이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무언가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이화가 조금, 피곤하고 지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지나: ... ... 이화야, 푹 잔 거 맞지...~? 목소리가 영 아닌 거 같은데...
차이화: ... 응, ... 진짜 푹 잤어. 잠자리가 달라져서 그랬을 수도 있지, 근데, ... 아냐! 진짜 푹 잤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문이 열리며 이화가 들어옵니다.
서지나: ....~? 이화, 이화야?
이화는 지나가 부르는 걸 못 들은 것처럼,
급하게 거울을 확인했다가,
휴대폰을 봤다가... ...
제법 분주해 보입니다.
서지나: 이화야, 뭐해? 이제 보이네. ... 지나 말 안 들려? (이화를 따라다닌다.)
지나가 아무리 불러봐도, 이화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
문득 이화가 몸을 돌려 책장 쪽으로 가던 중,
이화의 몸이 지나를 통과해 지나갑니다. 마치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요.
지나,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58/29/11
Rolled:29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차이화: ... ...
(앓는 소리.) ... 미안, 지나야.
여기가, 여기가 그러니까... 여기는... ...
내 기억 속이야. (네 곁에서 작게 중얼거리듯 말을 꺼냈다.)
데이트 늦었던 날. ... 기억해? 그 날인데... ...
난 네가 안 봤으면 좋겠어. (작은 한숨소리.)
서지나: ... 이화 기억이야? (이 장면들이? 그러니까, 나는... ...)
...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화만 괜찮다면... ... 나는, 궁금해... 이화가 그날 뭘 했었는지.
이화 늦은 적 거의 없었잖아. ... 그치...
차이화: ... ... 그래.
힘겨운 듯 대꾸하는 이화의 목소리와 함께,
기억 속의 이화가 전화를 받습니다.
차이화?: 여보세요?
...~ 응, 지나야. 나 이제 나가려고.
응, 응. 금방 갈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알겠어. 이따 봐. 사랑해.
장난스럽게, 동시에 다정하게 이어지던 전화를 끊고,
이화는 연한 하늘색 코트를 걸치며 밖으로 나섭니다.
지나가 이화를 따라가지 않아도, 어째서인지 지나는 이화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묘하게 들뜬 듯한 얼굴로 걸어가던 이화는,
문득... ...
어느 골목 사이에서 멈춰섭니다.
골목을 들여다보면, 골목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얻어맞고 있어요.
척 봐도 몹시 위험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이마에서는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한 쪽 눈은 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습니다.
피멍으로 얼룩진 어깨가 심상치 않아 보이고, 팔도 부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가,
이화를 발견한 듯 처절하게 소리칩니다.
살려줘,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
마치 구세주라도 발견한 듯 간절한 목소리가,
기억 속 이화와 지나의 귓가에 울립니다.
하지만, ...
차이화?: ... ...
이화는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불쾌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돌립니다.
그 때, 기억 속 이화의 전화가 울립니다.
차이화?: ... ... 여보세요?
아, 지나야! ... 미안, 시간이... ... 몰랐어. 진짜 미안해.
금방 갈게, 한 번만 봐 줘... ... 알았지? (어리광부리듯, 환하게 웃었다.)
전화를 끊고,
이화는 남자 쪽으로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골목을 지나쳐갑니다.
제발, 제발! 신고라도 해 줘!
처절한 외침을 끝으로,
걸어가는 이화의 뒤, 골목 안쪽에서 크게 빠각, 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 영상이 끝나듯, 세상이 정지합니다.
골목 안쪽을 다시 보면,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검붉은 핏자국만이 남아있습니다.
기억 속 세상이 새카맣게 변하고... ...
눈을 뜨면 다시 이화의 방입니다.
차이화: ... ...
나, ... 내가 그래서... ... 보여주기 싫다고. ... 했잖아.
서지나: ... 미안해, 억지로 보려고 해서... ... (손 끝을 만지작거리다가.) 이화가 뭐했는지 궁금해서... ...
차이화: ... ... (걸터 앉았는지 의자가 작게 삐걱거렸다.) ... 아니야.
... 그, .... 미안.
서지나: ... 이화가 왜 미안해... ...~ 안 다쳐서 다행인데... (길을 잘못 들어서 그렇지. 조그맣게 덧붙였다.) ... ... 이화가 멀쩡하면 됐어.
차이화: ... 그래? 그냥, 난... 네가... ... 싫어할까봐. ... ... 그래서 말하기 싫었어.
그리고, ... ... 내가 늦으면 넌... 더 기다렸어야 하잖아.
서지나: 이화 기다리는 시간은 하나도 안 지루한걸... ...~. 이런거로 싫어할리가. (없지. 좋아하는데.) ... ...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로...
차이화: ... 고마워. ... 정말, 정말로. 싫어하지 마. 나 싫어하면 안돼. (절대로. 넌 날 좋아해야 해. 꼭.)
(무슨 말을 더 하려는 듯 숨소리가 작게 들렸지만, 곧 정적.) ... ... 그래.
서지나: 안 싫어해...~. 내가 이화 미워한 적 없잖아. (작게 웃었다. 네가 무엇을 하든지 나는 널 좋아하게 될 것이다. 필연적으로.) ...~ 오늘은 뭐할까?
차이화: 그래? ... 다행이다.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힘없이 웃었다.) 네가 하고 싶은 거면 다 좋아. ... 피곤하면... ... 자도 괜찮고, 혼자 쉬어도 좋고... ...
서지나: ... (이화 쉬고 싶구나. 고개를 가만 갸울였다.) 이화 피곤하면 좀 잘래...~? 지나도 피곤하니까...~ 같이 쉬자.
차이화: ... 그래도 괜찮아? 피곤한 건 아닌데, 그러니까, 그... ... 응, 미안.
서지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피곤하면 같이 쉬면 되는거니까. (살짝 웃었다.) 이화 방에서 잘거면 지나가 거실에서 잘게.
차이화: ... ... 아냐. 네가 손님인데, 불편하게 재울 수는 없잖아. 네가 방에서 자. 나는... 그냥 거실에서 조금만 자면 될 것 같으니까... ...
서지나: 그래도 괜찮아? 잠자리 바뀌어서 피곤한 거 아니야...~? (갸웃...) ... ... 응, 푹 쉬어...~ 좀 더 자.
차이화: ... 아냐. 어제도 잤으니까, 이제 적응하겠지. 잘 자, 불 꺼줄테니까... ... 누워.
서지나: 응... ... (얌전히 이화 말 들으며 침대 안으로 꾸쟉꾸쟉 들어간다...) 잘 자...~?
차이화: 너도 잘 자.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가려다 문득.) 참, 지나야.
서지나: 응? (눈 깜빡...)
차이화: ... 사랑해, 좋은 꿈 꿔.
서지나: ... 나도 사랑해...~ 이화에게도 좋은 꿈.
인사에 희미한 웃음소리가 대꾸하듯 돌아옵니다.
지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어제보다는 몸에 조금 힘이 생긴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 ...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지나, 듣기 판정.
서지나: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54
Result:Success
성공.
고요한 방, 고요한 집...
문득 콰르르릉... ...,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언뜻 들으면 꼭 천둥이 치는 소리같기도 합니다.
소리는 제법 크지만,
그렇다고 지나의 깊은 잠을 깨워버릴 정도는 아닙니다.
지나는 그대로 편안한 밤을 보냅니다.
... ...
지나는 눈을 뜹니다. 확실히 어제보다도 기운이 넘치는 느낌입니다.
서지나: (뽈딱!)
뽈딱!
차이화: 일어났어? 좋은 아침.
서지나: 일어났어...~! 이화 잘 잤어? 밤에 천둥치던데.
차이화: ... 천둥? ... 아, 못 들었나봐. 너무 푹 잤나. (웃는 소리에는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잔뜩 지친 어투.)
서지나: 푹 잔 거 맞아...~? 어째 어제보다 더 피곤해보이는데... (갸웃...)
차이화: 푹 잤어, ... 정말로. 하나도 안 피곤한데...~
대답하는 이화의 목소리는 밝지만,
어쩐지 억지로 쥐어짠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지나, 아이디어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39
Result:Success
성공.
이화에게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과,
오늘의 지나는 힘이 넘치는 것.
두 가지는 어쩌면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지나: ... ... 이화야.
나는... 이화한테 아무것도 안 숨기는 거 알지.
지나 생각도, 감정도... 다.
그러니까, 이화도 지나한테 숨기는 거 없었으면 좋겠어.
... 안 괜찮지?
차이화: ... ... ... 지나야. 내가 너한테...
뭘 숨긴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는 거야?
서지나: ...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 이화야.
차이화: ... (끙, 작게 앓는 소리.) ... 지나야, 나 괜찮아. 아무 문제도 없다니까.
그냥 잠깐... ... 이상하게, 몸이 안 보이게 된 것 뿐이고.... ... 네가 걱정 안 해도 돼.
서지나: ... 그 이후부터 계속 기운 없잖아. 특히 오늘은 더. 그정도도 못 알아차릴만큼 바보 아니야.
차이화: (길고 낮은 한숨.) 지나야.
나는 네가... ... 그냥,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서지나: ... 어떻게 그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건 싫어..
차이화: 서지나. 내가, ... 아무것도 몰랐으면 한다고 하잖아.
난 그냥 네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고, 항상, 그렇게.
서지나: ...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 ...
아무것도 모른다고 꼭, 행복해지는 건 아니잖아...
차이화: ... ... 그럼 다 알고나면, 행복해질 거 같아?
행복해지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 뭐가 나아질 것 같아, 지나야?
서지나: ... 모르는 채로 있는거보다는. ... 적어도 훨씬.
차이화: ... 그냥, ... 이 얘기 그만 하자. 나 네가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어.
뭔가를 안다는 건, 지나야. ... ... 내 생각에 그건 너무 아픈 일이야... 난 네가 아주 많이 몰랐으면 좋겠어. 늘...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면 한다고.
서지나: 아프더라도 그게 나아, 이화야. 아프고 싶다는 건 아니야. 그치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 싫어. ... 제발. 숨기지 마.
차이화: ... ... 지나야, ... 나 힘들어. 그만 하자.
서지나: ... ... 나 갈까?
차이화: ... 어딜 가.
어딜, ... 너 지금 무슨 소리야.
서지나: 힘들다면서.
차이화: 가라고 한 건 아냐. ... 넌 아무데도 못 가.
서지나: ... 이화야. 난 네가 정말 좋아. 많이 좋아해.
그렇지만 나는 계속 알고싶어할거야.
... 이게 널 피곤하게 하는 거라면 그냥 갈게.
차이화: ... 지나야, 나도 널, ... 널 정말 사랑해.
그렇지만, ... 그래. 알려줄게.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기다려주면... 안 될까. 준비가 안 됐어.
서지나: ... ... 응... 알았어.
이화가 준비가 다 되면 말해줘.
... 계속 기다릴게.
차이화: ... 응, 고마워.
그 말과 함께 이화는 입을 굳게 다뭅니다.
지나, 방을 조금 살펴볼까요?
서지나: (방을 둘러보자)
이곳은 여전히 이화의 방이지만,
방은 어제와 다르게 엉망입니다. 왜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요?
깨지고 금이 가 산산조각이 난 거울,
다리가 부러져 주저앉은 의자는 물론이고,
이화가 그렇게 좋아하던 상패와 트로피들도 모두 바닥에 굴러다니거나 깨진 채입니다.
지나, 지능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47
Result:Success
책상 위에 올려진 달력이, 다시금 눈에 들어옵니다.
날짜를 확인하면 어제보다는 몇 장 넘어간 페이지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 날은... ...
이화가 갑작스럽게 약속을 취소했던 날이네요.
서지나: ...~? 이화야... 어제도 여기 안 들어왔었지...?
차이화: ... 네가 일어나기 조금 전에? ... 건드린 건 없어.
서지나: 그런데... 여기 왜 이러지...~.... (달력 부근을 확인해봅니다.)
달력이 놓여진 책상 위에,
엉망으로 널부러진 책들 사이로 알 수 없는 노트의 찢어진 페이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서지나: (페이지를 읽어보자)
모국어 판정.
서지나:
Language(Own) Roll
Value:60/30/12
Rolled:87
Result:Fail
실패. 강행 가능합니다.
서지나: (페이지를 꼼꼼히 자세하게 훑어본다!)
재판정 가능.
서지나:
Language(Own) Roll
Value:60/30/12
Rolled:8
Result:Extreme
성공.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 ... 마치 모래시계처럼,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은 이의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
그 뒤의 글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종이의 뒤를 살펴보면, 똑바로 서 있는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려진 모래시계 안에는 파란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 윗 부분의 모래가 몹시 조금 남아 있습니다.
서지나: ... ... 이화야.
이거... 뭐야?
차이화: ... ...
아무것도 아니야.
서지나: 거짓말하지 마.
이건 또 뭔데? (페이지를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내보였다.)
차이화: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 신경 꺼도 돼.
이리 줘, 그게 왜... ... 거기 있지.
서지나: 이화야. ... 나 못 기다리겠어. (찢어진 페이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미세하게 떨렸다.)
... ... 이거 이화얘기지. 거의 다 떨어진 모래, 이거... 이화 맞지.
차이화: 나는... ... 지나야, 나는... ...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신경 꺼도 괜찮다니까. 네가 관심 안 가져도 되는 거야.
나 줘, 그거.
서지나: 이게 어떻게 괜찮아? 나는, 정말... ... (네가 없으면 안 될텐데. 목까지 차올랐던 목소리를 꾹 삼켰다. 이런것도 모를리가 없잖아.)
... 거짓말 안 했으면 좋겠어...
차이화: ... 지나야,
이화가 입을 열려던 찰나,
문이 열립니다.
차이화: ... (가느다란, 앓는 소리.)
지친 표정으로 전화를 받은 이화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지고,
전화를 끊은 후에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신경질까지 냅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지나의 것은 아니었어요.
좋지 못한 소식이라도 들었던 걸까요.
이화는 곧 급히 밖으로 나서려다가 멈춰서, 어딘가로 전화를 겁니다.
차이화?: ... 여보세요.
지나야, 혹시 준비중이야?
아, 그게... ... 미안한데, 오늘 데이트... 취소해도 괜찮을까.
정말 미안, 급하게 가 볼 일이 생겼거든. 응? 미안해... ...
사랑하는 거 알지, 나중에 전화할게.
분명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에요.
전화를 끊고, 이화는 밖으로 나갑니다.
지나, 기억 속 이화에게 심리학 판정.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95
Result:Fail
실패.
그저 이화의 표정이,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요.
차이화: ... 지나야,
안 보면... ... 안 될까.
서지나: ... 미안, 이화야.
... ... 나 너무 궁금해.
차이화: 왜 그렇게 전부...!!
... ... 궁금해 하는 거야.
지나야, 난... 나는 무서워.
이걸 보고 나서도 네가... ...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서지나: ... 이화야.
난 지금까지 항상 사랑했어. 알지.
... 이건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거야.
지금도 사랑해.
앞으로도 사랑할게.
지나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모습이 점차 변하기 시작합니다.
시내의 중간쯤일까요. 주변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그 사이를 걸어가는 이화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처럼. 마치 어딘가,
비틀린 사람처럼.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은 건물의 옥상입니다.
지나가 서있는 곳 멀리, 기억 속의 이화와 낯선 여자가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멀리서 바람에 실리듯, 하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대화가 들려옵니다.
낯선 여자: 아직도 생각 없는 거야? 응?
네가 전에 말한 애. 네 성격대로면 오래 만날 것도 아니잖아.
차이화?: ... 그만 연락하라고 했잖아.
너 볼 생각 없다고. 싫다고 했을 텐데.
낯선 여자: 그래도 한 번만 생각해 보라니까.
차이화?: 싫어. 그 말 하려고 부른 거면, ... 갈게.
낯선 여자: 참... ... 그러면 어쩔 수 없잖아.
그 말과 함께, 여자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다가가지 않지만 시점이 점점 가까워집니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든 여자가 기분 나쁘게 웃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 속에는... ...
이화와 지나의 모습이 수도 없이 담겨 있었습니다.
몇 장 더 넘기면, 지나의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자고, 먹고, 웃고, 떠드는 지나의 모습들.
도대체 언제 찍힌 걸까요.
이화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굳는 것이 보입니다.
서늘한 감각과 치미는 불쾌감에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58/29/11
Rolled:81
Result:Fail
실패. 이성 -1.
낯선 여자는 아무래도 스토커였던 모양입니다.
여자는 자랑스럽다는 듯 말을 이어갑니다.
낯선 여자: 예쁘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지나잖아.
내가 이걸 찍을 때, 넌 뭐 했어?
아무것도 안 했지? 아니...~ 아무것도 못 한 거려나.
네가 날 안 받아주면, 얘한테 손 댈 거야.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
낯선 여자: (즐거운 듯 웃었다.) 그럼 네가 날 봐줄 거야. 응?
이화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어이없다는 듯 기 찬 반응을 뱉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오래도록 이런 협박에 시달려온 것 같아요.
바람에 이화의 푸른 코트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화는 한참동안이나 침묵한 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여자에게 다가갑니다.
차이화?: 죽인다고?
누가? 네가, 지나를?
그러면 내가 널 봐줄 거 같았어?
착각하지 마. 내가 널 보는 일은 없을 거고,
(여자의 손목을 잡아채, 난간 쪽으로 밀어붙였다.) 네가 지나를 죽이는 일도 없을 거야.
이화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낯섭니다.
건물의 검은 그림자에 가려져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화의 그 목소리는 너무나 낯설어 귀에 선명하게 박힙니다.
곧이어 퍽, 하고 무언가 추락하는 소리와 함께
저 아래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차이화?: ... ...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널 죽여버릴 텐데.
착각도... ... 정도껏이지. (몸을 돌려 옥상에서 빠져나갔다.)
소중한 사람의 살인을 목격한 지나, SANC 1/1d2.
서지나:
SAN Roll
Value:57/28/11
Rolled:70
Result:Fail
실패. 1d2 다이스 굴려주세요.
서지나: 
rolling 1d2
(
2
)
= 
2
이성 -2.
곧 세상은 어제처럼 검게 물들었다가,
정신을 차리면 다시 이화의 방입니다.
차이화: ... ... 하, (바람 빠지듯 허탈한 헛웃음소리.)
서지나: ... ...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빤히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차이화: ... ... 지나야,
아직도 나 사랑해?
서지나: ... 사랑해, 이화야.
변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차이화: 나는... ...
나는 내가 그 날,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
잘못한 건 그 사람이지? 그렇지, 내가 아니니까.
... 그런데, 이걸 네가 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운 거 있지. ... 꼭, 네가 실망할 것 같아서...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나왔다.)
서지나: 실망같은 건 안 해. (그러니까 안 무서워해도 돼. 그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 꼭 자신에게도 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 ... 많이 힘들었지...
차이화: ... (목소리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뒤로 몇 걸음 물러났는지 소리가 작았다.) ... 미안해. 미안해, 전부 다. 너한테 아무것도 못 말하는 것도, 못 말했던 것도... ...
그래도 같이 있고 싶어. 지나야,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
... 사랑해, 나 미워하지 마.
서지나: ... 미안해하지 말라니까. 이화가 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 제일 힘든 건 이화였을텐데. (옅게 웃었다. 약간은 기운빠진 미소였다.)
... 계속 같이 있을 거잖아. 떠나지 않을게. 옆에 있어줘.
많이 좋아해, ... ... 사랑해.
차이화: ... 나도, ... 나도 정말 사랑해. (힘없이 사그라드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듯 답했다.) 사라지면 안돼, 넌 항상 행복해야 해... ...
... 미안, 미안해. ... 조금 쉬고 싶어.
너도 쉴래? 피곤할 텐데... ... 좀, 자 둬.
서지나: ... ... 안 사라질게. 항상 행복할거야. (너랑 같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피곤하면 잠시 쉬자. 급한거 아니잖아. 그런데, 이화야.)
... 오늘 밤이 지나도 내 옆에 있어줄거야?
차이화: (느리게 침대가에 걸터 앉았다.) ... ...
항상 사랑할 거야. (그리고 답이 없었다.)
서지나: 사랑하기만?
... 내가 물어본 질문은 좀 다른건데. 이화야.
차이화: 쉬어, ...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서지나: ... 알았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화도 푹 쉬어...~
이화는 대답 없이 자리를 비켜줍니다.
분명 이화는 말없이 지나의 곁에 있겠지만, 그것뿐이에요.
그렇게 지나는, 느리게 잠에 빠져듭니다.
... ...
얼마나 잤을까요?
무언가 아주 크게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뜨면,
지나가 있는 이화의 방, 그 공간이,
일그러지며... ... 부서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근처에서 작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지나, 듣기 판정.
서지나: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67
Result:Success
성공.
차이화: ... ...
살고, ... 싶어...
그것은 분명 이화의 목소리입니다.
서지나: 이화야, 이화야... ... ... 어딨어, 어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차이화: ... ... 지나야, 깼어?
더 자야 좋을 텐데, 안 피곤해?
서지나: 나는 괜찮아. ... ... 그런데 이화야, 아까 뭐라고 했어?
차이화: ... ... 뭐가? ... 피곤해서 뭐, 잘못 들은 거 아냐?
좀 더 자...~ 더 자도 시간은 충분해.
서지나: ... 분명히 들었는데, ... ...
있지, 이화야.
내가 다시 일어나면,
넌 어디에 있을거야?
차이화: ... 그때까지는,
네 곁에... ...
이화의 말이 차마 끝맺어지기도 전이었습니다.
공간은 아주,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흔들리며 변해가던 공간은, 곧...
이곳에서 깨어나기 전, 지나가 이화와 마지막으로 만나 데이트를 했던 그 거리로 변합니다.
기억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날은 무척이나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데이트를 나선 날은 유독 맑아, 웃는 이화가 특히나 예뻐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나에게 버블티를 한 잔 사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화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차를 보지 못 한 지나.
그리고, 뛰어들어 지나를 구하려다가...
같이 차에 치여 나뒹구는 이화의 모습.
붉은 색채가 너무나 강렬합니다.
눈이 아프고 어지럽습니다.
시야가 점차 흐려지다가, 빠르게 멀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은 끝없는 어둠입니다.
이화는 품 속에 무언가를 안은 채, 어둠 속을 한도 끝도 없이 걸어나가고 이씁니다.
그래요, 품 속에 안긴 것은 지나. 당신입니다.
눈뜨지 못하는 지나를 안은 채, 이화는 그곳을 계속해서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차이화?: ... ... 지나야,
괜찮아?
있잖아, ... 불편하지는 않지?
왜 이렇게 가벼워. ... ... 괜찮다고? ... 다행이다.
조금 더 자, ... 안아줄게.
때때로, 잠든 것처럼 의식을 잃은 지나에게 말을 걸며 걸어나가는 이화의 턱에는,
문득 눈물이 비친 것도 같습니다.
그런 이화의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나 말을 겁니다.
???: 불쌍하게도, 곧 죽을 놈을 데리고 다니는구나.
까딱하면 기억도 전부 날아갈 인간이 말이야.
이화의 눈물 젖은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집니다.
???: ... 이곳은 너희가 원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공간이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 이 곳에서만큼은 너도, 그 아이도...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게 해 주지.
여기에 머무르면서 네 생기가 모여 그 아이에게 전해지면,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아이를... ...
네가 할 일은 간단해. 그저 네가 원래 살던 세계에 나를 불러내면 되는 거다.
너는, 그리고 그 녀석은 함께 행복할 테고... ...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얻겠지.
차이화?: ...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품 속의 지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이화가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가 손을 휘두르자 그곳에는 이화의 집이 생겨납니다.
???: 저 곳을 네 정신의 일부와 연결시켜 두었으니... 내 강림을 준비하는 동안 저곳에서 지내면서,
미치지나 말거라.
이화는 낯선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유일했고, 그만큼이나 간절했으니까요.
장면은 이제 빨리감기 되듯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화는 그곳에서 신의 강림을 준비하고,
원래 세계의 병원에서 깨어나 이해할 수 없는 '그 존재'를 세상에 강림시켰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만이 도시에 가득 울립니다.
멀리 TV에서 도시의 마비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곧이어 TV의 화면이 바뀌면,
뉴스는 소식을 전하며 이화와 지나의 학교 역시 무너졌다는 속보를 내놓습니다.
이화가, 그리고 지나가 소중히 여겼던 모든 추억들 역시 파편들과 함께 사라졌을 테지요.
TV 앞에 서있던 이화는 그것을 보며 실성한 듯, 마치 우는 것처럼 웃다가... ...
그 자리에서 빨려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이화의 집입니다.
지나는 이화의 집에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오래도록 누워 있었습니다.
낯선 남자는 단 한 번도 두 사람을 찾아오지 않았고,
그동안 이화는 지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지나를 씻겨주고,
이마에 입을 맞추고,
트로피를 하나하나 닦으며 지나에게 말을 걸다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좋아한다던 로맨스 영화를, 몇 번이고 틀어둔 채 끝내 지나를 끌어안고 흐느끼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어느날,
무언가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이화의 외모입니다.
처음에는 얼굴에 혹이 생기는가 싶더니,
다음 장면에는 손가락이 메말라 가고,
그 다음 장면에서는 골격이 움푹 튀어나오고,
그 다음에는 얼굴의 살점이 흐물흐물 녹아 떨어집니다.
그러더니 한참 지날 즈음에는 형체도 알 수 없는 것이 됩니다. 꼭 괴물처럼.
이화는 지나의 곁에서
울다가,
웃다가,
문득 스스로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차이화?: ... ... 분명,
... 분명 놀라겠지.
그렇게 중얼거렸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찾아낸 두루마리에서 무언가를 읊습니다.
그러자 이화의 모습이 투명해집니다.
장면은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지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던 조명 탓에, 눈이 시리게 아팠던 것도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그곳은 방입니다.
조금 둘러보자니 벽에 붙은 포스터, 깔끔하게 정리된 상패들……
아마도 이곳은 분명 이화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뜬 거지?
데이트 전에 잠들어서, 혹시 꿈이라도 꿨던 걸까.
그렇다기에는 즐겁게 웃던 이화의 얼굴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나, SANC 1d3/1d5.
서지나:
SAN Roll
Value:55/27/11
Rolled:61
Result:Fail
실패.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서지나: 
rolling 1d5
(
4
)
= 
4
이성 -4.
다시 이화의 방입니다.
등 뒤에서 형편없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너의,: ... ... 제발, ... 부탁이니까... 돌아보지 마.
서지나: ... 이화야.
거기 있어?
너의,: ... 여기 있어,
지나야, 나 여기 있어. ... 보지만 말아줘.
서지나: ... 널 보면... 안 돼?
... 보고 싶어, 이화야.
너의,: ... 보여주고 싶지 않아.
너한테 나로 남고 싶어... ...
서지나: ... 지금의 너는, 이화가 아니야?
... ... 아니잖아.
나는 어떤 형태의 너라도 사랑해.
... 앞으로도 쭉 그럴거고.
너의,: ... ... 네가 하고싶은대로,
(아프게 앓는 듯) ... 해.
서지나: ... ... (이화야. 뒤를 돌아봤다.)
괜찮아. (나 지금도 안 울잖아.)
돌아보면,
그곳에는 괴물같은 모습을 한 이화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 ...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너의,: ... ... 나, 알고 있었어.
네 걱정이 맞아. ... 여긴 이제 다 무너질 거야.
내가 너한테, ... 널 살리려고... 그 사람과 계약해서... ...
내 생기를, 너한테... (힘겨운 목소리가 흐느끼듯 울렸다.) 옮겼으니까.
세상이 계속해서 무너집니다.
이화와 지나가 있는 그곳의 천장이, 하늘이,
무너지며 후두둑 떨어져 내립니다.
너의,: 널 살리고 싶었어.
파편이 쉴새없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너의,: 네가 행복했으면 했으니까... ...
그것은 꼭 빗물 같기도 했고,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습니다.
너의,: 그러면 난 정말, ... 죽어도 괜찮았어, 지나야. 난 정말 괜찮았어... ...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세상이 멸망해가는 모습은 기묘하고 또 서글픕니다.
너의,: ... 꼭 살아, 지나야. 사랑해... ...
고개를 다시 돌리면, 이화의 모습이 차츰 투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자꾸만 두 사람의 곁으로 떨어집니다.
너의,: 이 세계가 다 무너지고 나면,
... 넌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야.
... ... 지나야,
이화가 힘겹게 손을 뻗으며 웃습니다.
그 모습이 계속해서 흐릿해집니다.
너의,: ... 욕심인 거 알아. 그래도, 있지.
용서해 줄 수 있어? 못 본 척 지나간 것도, 죽인 것도, ... 전부 다 망치고 도망친 것도... ...
서지나: ... ... 이화야,
계속 말했지, ... 나한테 용서를 구할 필요 없어.
나를 위한 거였잖아, 네가... 나 때문에.
... ... 같이 있으면 안 돼? 나는, 나는... 네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해? 모르겠어...
내 세상에 네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이화야. 많이, 정말 많이 좋아해...
... 그러니까 제발,
서지나: 나랑 같이 살자. 이화야.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
힘겹게 웃는 이화의 얼굴,
무너지는 세계.
지나, 강제 아이디어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34
Result:Success
성공.
지금까지, 지나가 이화의 생기를 받아들여 살아난 거라면,
반대로 지나의 생기가 이화에게 들어가게 한다면... ...
지나가 아닌 이화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깨진 거울에서 튕겨져 나온 커다란 유리 파편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지나: ... 이화야. (유리 파편을 쥐었다.)
... ... 나 사랑해?
너의,: ... 지나야,
지나야, ... 지나야... ...
응, 사랑해. 너무, 너무 사랑해서...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그러니까... ... 그러지 마...
서지나: ... ... 그 말이 듣고 싶었어.
나도, ... 사랑해. 이화야.
다 버리고 네게로 달려갈 수 있을 만큼.
그러니까,
꼭 살아, 이화야.
... 사랑해. (유리 파편으로 제 가슴을 깊게 찔렀다.)
너의,: 지나야...!
절규하듯 외치는 소리,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이화가 달려와 당신을 품에 안았습니다.
왜 네가 그 죄악을 감당하고 홀로 질까.
지나는 이화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용서할 것도 없었겠지요.
언제나 이화를 사랑해왔으니까요.
그가 아무리 추악한 죄인이라 하더라도. 실로 참혹한 낭만이었습니다.
프시케가 에로스를 처음 사랑이라 맞았을 때 이러한 기분이었을까요.
이화의 거칠고 무른 손이 지나의 손을 꽉 잡습니다.
물컹하고 끈적거리는 감촉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아요.
온통 흔들리며 무너지던 세계가 당신의 상처로 인해 뚝 멎습니다.
몸 안의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죽음을 느낀다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끔찍하지는 않았습니다.
차츰 정신이 희미해집니다.
여지껏 활기 넘쳤던 일이 다 꿈인 것처럼 숨이 가쁩니다.
너의,: 지나야, 제발... ...
가지 마.
이렇게 널 보내면 안 되는 건데...
이화의 울부짖는 소리가 마지막으로 귓가에 닿았던 것도 같습니다.
... ...
말간 햇살에 눈을 떠 보면, 그곳은 병실입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당신의 소중하고도, 나약한 괴물.
이화가 누워 있습니다.
잠에 든 모양인지, 숨소리가 규칙적입니다.
그러다가 지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눈을 뜨고는 시선을 마주합니다.
마주한 눈은 늦은 밤처럼 캄캄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병실의 햇살은 눈이 부실만큼 밝고, 또 아릿했습니다.
이화가 웃습니다. 아픈 미소에 희미하게 기쁨이 서립니다.
비로소 돌아온 것일까요.
어떤 신의 자비가 두 사람을 돌려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병실 협탁 위에는,
정확히 모래가 절반으로 나뉘어진 모래시계가 가로로 멈추어진 채 놓여 있습니다.
지나는, 이화에게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이 살자, 사랑해.
참으로,
아름다운 낭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온한 검은 피, 내 사랑은 천국이 아닐 것.
아무렴 어떠합니까? 지금 당장 행복하다면... ...
전부 다 된 것을.

【 프시케의 우울 Pshches' Melancholy 】 END3 프시케의 참혹한 낭만


COMMENT
━━━━ ◇ ━━━━
TRPG (CoC)/Bellis

* Evan X Bellis | 鏡花水月 *

* 플레이 날짜 20180724~25

* 경화수월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KPC 벨리스 메이비 아카시아 / PC 에반 클라우스

* 엔딩에 인용한 시구는 '서덕준 / 꿈에' 입니다.



이제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엔 무슨 방법으로 죽었더라. 몇 번째의 죽음이었지?
그런 것은 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경악한 얼굴의 그 사람.
울고 있거나, 화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시 눈을 뜨면 세계는 되돌아가 있을 것이며,
시작점은 언제나 당신을 알지 못 하는 그 사람과 처음 만났던 순간이라는 것.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당신은 또다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
오늘은 …번째 시간의 그 사람을 사랑하러 가는 날입니다.
경화수월 ; 鏡花水月
사랑해.
…번 째의 처음으로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
오늘로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음의 순간.
이런 때에도 당신은 건물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언제나 귀찮은 것 같다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번이나 반복한 이 시간은 이젠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으므로.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의 반복에서도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벨리스의 얼굴.
아, 시야가 점점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75
Result:Success
성공.
눈이 감기기 직전, 벨리스와 눈이 마주친 것도 같습니다.
꼭,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많이 보았던 모습.
그러나 여전히 보고 싶지 않은 모습.
다시 또, 만나러 가겠다고 얘기해줘야 하는데.
벨리스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야속하게도 당신의 의식이 끊깁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져가던 고통은 꿈이었던 것 마냥 몸도 주위도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슬슬 벨리스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 툭 하고 발치에 걸립니다.
고개를 내려보면 바닥에 손바닥만 한 작은 손거울이 떨어져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 (몸을 숙여 거울을 줍는다.)
거울에 손을 댄 순간,
표면이 마치 수면처럼 일렁입니다.
찰나였지만 분명 물 같았는데... ...
다시 만져보면 평범한 거울입니다.
기이한 일을 경험한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25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우선, 거울을 챙기고 벨리스를 만나러 갈까요?
이러다 늦을지도 모르니까요.
에반 클라우스: (거울을 챙기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벨리스는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도착합니다. 안이 사람들로 가득 붐비는 버스입니다.
버스 기사는 어서 타라는 표정으로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에반 클라우스: (사람들을 보며 조금 답답한 한숨을 쉬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오르자 많은 인원 탓에 안으로 들어갈 틈이 없어보입니다.
겨우 사람들 사이를 지나니, 비어있는 손잡이가 보이네요.
손잡이를 잡은 채 서서 도서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자, 어디선가 익숙한 꽃향기가 납니다.
몇십, 몇백 번을 맡아봤던 것만 같은...
당신 앞에 서 있는 작은 체구의 여학생에게서 나는 향인 것 같습니다.
그때, 버스가 갑자기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하고 버스 안의 사람들이 휘청거립니다.
에반 클라우스: (제 앞에 선 너를 물끄러미 보다 아차, 하고 손을 뻗어 붙잡는다. 무의식이었을까, 의식적이었을까.)
벨리스 M. 아카시아: ... 아, (잠시 휘청거리다가 이내 멈춰서서는, 당신 쪽을 바라봤다.) ... ... 저, 감사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 아뇨, 천만에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대답을 하고 붙잡은 손을 살며시 놓았다. 하지만 내밀었던 팔은 거두지 않고.) 위험할 것 같으면 내 팔이라도 잡고 있으세요. (모르는 사람을 대하기보다는 다정한 말투.)
벨리스 M. 아카시아: (조금 망설이다가 당신 팔을 약하게 잡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면서.) ...~ 감사합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에반 클라우스: 도서관까지 가는데... 그쪽은? (눈을 피하지 않고 느릿하게 깜박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아, 저도요. (우연이네요. 작게 덧붙였다.) 빌릴 책이라도 있으세요?
에반 클라우스: (뭐,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공부도 할 겸... 읽을 책 고를 겸... 딱히 빌릴 책이 있는 건 아니고. (나이대는 비슷해보이는데. 존댓말을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몇 살이에요? 말 놔도 돼요.
벨리스 M. 아카시아: 이쪽이 더 편해서요. (희미하게 웃었다.) 열 아홉이요. 그쪽은요...~?
에반 클라우스: 동갑인데, 반말 써도 싫어하진 않을 거지? (뻔뻔하게 말을 놓고 따라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난 이쪽이 더 편해서.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럼요. 편하신대로 하셔도 괜찮아요. (작게 웃었다.)
이번 역이 도서관 앞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버스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아, 내릴까요? (다시 힐끔 바라보면서.)
에반 클라우스: (고개를 끄덕이고 네가 내릴 수 있게 사람들 틈으로 길을 내어준다.) 다음엔 좀 늦어도 사람 별로 없는 버스를 타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럴까요? 다음에도 갈 일이 생긴다면요. (내리면서 잡았던 팔을 슬쩍 놓았다.) 또 이 시간대에 타면 정말 넘어질 거 같으니까.
에반 클라우스: 흐음... (같이 내려 느릿하게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가 없으면 넘어졌으려나, 뭐라도 꼭 잡고 있어야지. 위험하잖아. (나직하니 중얼거리고 문득 물었다.) 향수 쓰는 거야?
벨리스 M. 아카시아: 아마 그랬겠죠...~? 아마 잡고 있었어도 사람들 사이에 밀려 넘어졌을 거에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가.) 으음, 딱히 향수는 안 쓰는데...~ 왜요?
에반 클라우스: 이런. (네 말에 가만 제 턱을 만지작거리다) 역시 다음부터는 만원버스는 거르도록 하지. (넘어지면 밟힐지도 모르니. 반쯤 농담을 덧붙이고 무표정이던 얼굴이 조금 풀렸다. 향수가 아니었나.) 꽃 향기가 나길래. 그러고보니 애초에 불쾌한 향도 아니었군 그래.
벨리스 M. 아카시아: 밟히는 건 싫어요...~ 정말 다음부터는 사람 없는 시간에 타야겠어요. (옅게 웃었다.) 그래요...? 으음,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제 옷소매의 향을 맡다가)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에반 클라우스: 그럴리가. 내가 그런 간단한 걸 착각할리 없는걸. (뒷짐을 지고 눈을 굴린다.) 자기 체향은 느끼지 못한다고들 하지 않나. 그런 거겠지.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런가?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집에 꽃이 많으니까 향기가 밴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도와주셨는데 이름도 못 들었네요. 이름이 어떻게 돼요...~?
에반 클라우스: (납득한 듯 아닌듯 고개를 주억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에반 클라우스. (그리고 그쪽은? 이라고 하듯 손짓한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벨리스 아카시아에요. 벨이라고 불러줘도 되고요. (작게 웃었다. 책을 찾는 듯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에반이라고 불러도 돼요?
에반 클라우스: ...(줄여부르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 벨이라고 부르도록 해보지. 당연히 에반이라고 불러도 좋아. (어느 책장 앞에 멈춰 훑어보며 속닥거렸다.) 찾는 책이라도?
벨리스 M. 아카시아: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다니다가 문득 책을 찾은 듯 시선을 위로 올리고.) 아, 저기... (책장 맨 윗줄에 있는 책 하나. 까치발한 채로 손을 들어올렸지만 닿지 않았다.) 으응... 저건데... 안 닿네요....
에반 클라우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네 쪽으로 다가갔다. 뒤에서 네 손 끝이 가리키는 책등을 짚는다.) 이거?
벨리스 M. 아카시아: 아, 그거 맞아요...~. (책을 짚은 네 손을 빤히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감사인사부터 하는 네 모습에 장난을 좀 쳐볼까, 하다가 그만두고 그대로 책을 빼내어 네게 건넨다. 표지를 흘끗 보고.) 무슨 책인데?
벨리스 M. 아카시아: 소설이요. 요새 읽고 있는 책이랑 같은 작가가 썼다고 해서...~. 한 번 읽어보려고요.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에반은 무슨 책 읽을 거에요?
에반 클라우스: 좋지... (드물게 아무것도 없는 표정에 심각한 빛이 떠올랐다.) ... 글쎄... 뭐가 좋을까... 백과사전이라도 찾아 읽는 게 좋으려나... (딱히 끌리는 책이 없는듯 중얼거리다가 아무 책이나 하나 빼어 들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공부하려고 온 거 아니었어요? (고갤 갸웃거리다가) 무슨 책이에요?
에반 클라우스: 읽을 책도 몇 권 빌려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심드렁한 얼굴로 책 표지를 훑어본다. 저번에 나름 괜찮다 싶게 읽은 추리소설의 시리즈물이네. 아무거나 집어든 것 치고는 괜찮았다.) 추리소설인데... 로맨스만 아니면 무슨 책이든 상관없어. (빈 자리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로맨스는 별로 안 좋아하시나봐요? (고갤 갸웃거렸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하니까...) 여기서 읽으실 거면 저는 가볼게요. 이따가 할 일이 있어서...~. 오늘 감사했어요. (고개를 작게 꾸벅이고)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56
Result:Success
성공.
이전의 시간들에서 첫 만남 이후에 함께 근처의 카페로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처음 보는데 다소 황당하긴 하겠지만, 잘 설득하면 같이 가줄지도?
에반 클라우스: (흠...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가 네 앞에 슬쩍 기웃거린다.) 이따, 언제? 바빠?
벨리스 M. 아카시아: 조금요...? (고개를 갸울였다.) 할 일들 다 미루고 온 거라서, 그거부터 끝내야 할 거 같아요.
에반 클라우스: 혼자 하는 일이면 같이 카페가자 싶어서? (무거운 책들이 든 제 가방을 한 번 보고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1+1 쿠폰이 있는데, 혼자는 못쓰겠어서 항상 지나쳤거든. 나도 공부는 거기서 해도 되니까.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잠시 고민하다가) 그럴까요....~? 너무 먼 데만 아니면...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에반 클라우스: (새삼 너무 친구없는거 어필했나 싶어짐..) 가까운 곳이니까 괜찮을 거야. 쾌적하고... (빈자리가 거의 없는 도서관 안을 둘러보다가 갈까? 하고 속닥..)
벨리스 M. 아카시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가까운 데라면 괜찮을 거 같으니까... ... 가요...~!
두 사람은 함께 카페로 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그랬듯이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있네요.
어디 보자, 메뉴는... ...
메뉴
에스프레소 - 2000원
아메리카노 - 3000원
카페라떼 - 4000원
고구마라떼 - 3500원
카라멜 마끼아또 - 4500원
점원이 무엇을 고를 것인지 친절한 영업용 미소로 묻고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가방은 옆자리에 두고 앉으며 뭐 먹을 거냐는 듯한 눈으로 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저는...~ (고민...) 카라멜 마끼아또요. 에반은 뭐 마실거에요?
에반 클라우스: 나는 라떼로. ... (계산해야지... 일어나서 카라멜 마끼아또와 카페라떼를 주문한다.)
직원은 나갈 때 계산해달라면서 친절하게 카라멜 마끼아또와 카페라떼를 내옵니다.
에반 클라우스: (친절하네....)
(마끼아또 잔을 네쪽으로 주고 라떼를 한모금 마신다.)
에반은 음료를 마시자, '잊을 수 없는 추억/기억'에 대한 게 떠올랐습니다.
불현듯, 누군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처럼.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상한 일을 경험한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79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에반 클라우스: (가방에서 이것저것 책과 문제집을 꺼내 늘어놓았다.) 그러고보니... 여기 처음 왔을 때 나도 알바를 하던 중이었어서, 내가 주문을 해야하는데 주문하시겠어요, 라고 했던 것 같네. (턱을 괴고 웅얼거린다.)
좀 잊어도 좋을 일인데 잊혀지질 않고... (흠..)
벨리스 M. 아카시아: 정말요? (커피잔을 받아들고는 작게 웃었다.) 원래 좋았던 일보다는 나빴던 일이랑 창피한 일이 더 기억에 오래간다잖아요. 음...~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 잊혀지지 않을까요. 한... (진지하게 고민한다...) 5년 정도?
에반 클라우스: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콧등을 살짝 찌푸린다.) 5년씩이나... (손에서 샤프를 굴리다 사각사각 노트를 적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말을 덧붙인다.) 너도 그런 경험 있어? 창피하건 소중하건 못 잊는 거...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있죠.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잠시 고민하다가.) 예전에... 초콜릿을 만들다가 주방을 태워먹을 뻔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부모님이 안 계셨어서... 울면서 주방을 치웠었죠. 초콜릿은 다행히 잘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부모님은 모르세요. (비밀이라도 되는 것마냥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에반 클라우스: (피식,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이 흘렀다.) 발렌타인 데이기라도 했나? (왠지 네 목소리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저도 소근거렸고) 외동인가봐. 이를 사람은 없었던 것 같네. (물음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던지며 흘끗 네 얼굴을 봤다가 다시 노트로 시선을 내린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아마 발렌타인데이 전날이었을거에요...~. (작게 끄덕였다.) 외동이에요. 평소에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만약 있었다면 그 날은 꼼짝없이 혼났을 거에요. (시선을 굴리다가) 에반도 외동이에요?
에반 클라우스: (역시나. 물론 본인은 발렌타인 데이 같은 건 초콜릿을 팔아먹으려는 상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방을 전부 엉망으로 만들어뒀다는 건 귀엽기도 해서 얌전히 고개만 끄덕인다.) 외로움 많이 타는걸까. 나도 외동이야. 형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없지만... 있으면 분명 싸울 것 같고.
벨리스 M. 아카시아: 역시 싸우려나요.... (곰곰...) 그럴 거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외로운 것도 덜할 거 같고... 또 심심할 때 같이 놀러나가거나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친구랑 있는 것보다 편할지도 모르고...~. (잠시 네가 쓰고 있는 노트를 힐끔 본다.) 공부해요?
에반 클라우스: 성격 좋아보이고... 친구가 없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외로움 타는구나. 눈을 깜박이고 네 얼굴을 본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면 보통 잘 안싸우고 서로 아낀다고들 하긴 하더라만. ... (공식들이 적힌 노트를 팔락이다가 그렇다 대답한다) 넌 뭐 할 건데? 할 일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벨리스 M. 아카시아: 없진 않은데...~ 잘 놀다 집에 들어왔을때 아무도 없으면 좀 외롭잖아요. 부모님도 바쁘시고... (앞에서 턱 괴고 구경한다.) 으음, 많은데... 집가서 하려구요. 청소나... 그런 것들이라서. 재밌어요?
에반 클라우스: (그런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네 시선에 눈을 마주치고 본다.) 하긴... 집에 있는 시간을 친구가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까. (샤프의 뒤쪽 끝으로 제 턱을 긁적인다.) 내가 괜히 잡은건가. 재미는 없어. 그나마 제일 좋아하는 거긴 해도. (수학이라 적힌 표지를 살짝 들춰보이고 내린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정말 시간 없었으면 안 왔을 거에요. (장난스럽게 웃었다.) 조금 있으면 정말로 가봐야겠지만. 오래 있을 거에요? (표지를 한 번 보고는) 저는 어려워서 하나도 못 풀겠던데...~. 그렇게... 풀 수 있는 것도 신기해요. (앞에서 두 손으로 턱받침하고 구경하기...)
에반 클라우스: 그것도 그런데. (키득거리고 웃다가 고개를 젓는다. 얼마 안 걸려.) 그럼 잘하는 거나.. 좋아하는 건 뭔데? 아니면 되고 싶은 거라든가... (문제를 푼다고 말꼬리가 늘어진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으음... 좋아하는 건... 그림? 풍경화 그리는 게 좋아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고민하다가) 커서 되고 싶은 건 아직 생각 못해봤어요. 에반은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에반 클라우스: 그림..? (손을 멈추고 눈을 깜박인다.) 어울리네... 한 번 보고싶기도 하고.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다가 책과 노트를 닫았다.) 나는 선생님... 할까, 하고. 교직.
벨리스 M. 아카시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요? 또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선생님...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친절하니까 학생들한테 인기 많을 거 같기도 하고... (끄덕...)
에반 클라우스: (책을 겹쳐 탁탁 정리하다가 친절하다는 말에 잠시 고장이 나나... 눈을 데록 굴리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또 만났으면 좋겠네, 오늘 나름 괜찮았거든. 뭐... 그렇게 말해준다면야 아주 굳혀버려야지.
벨리스 M. 아카시아: 인연이라면 또 만나겠죠. (샐쭉 웃었다.) 선생님이 된 모습 궁금하기도 하니까....~. 이만 계산하고 나갈까요?
에반 클라우스: (웃음기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챙겨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계산을 하러 가자, 대뜸 직원이 박수를 칩니다.
세상에! 여러분이 오늘의 …번 째 손님이라는군요!
직원은 당신에게 일종의 경품으로 근처의 유명한 미술 전시회 관람권을 두 장 건넵니다.
에반 클라우스: ...?
표값이 비싸 구하기가 어려운 레어 표라고 하네요.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41
Result:Hard
성공.
…번 째?
이런 이벤트가 있었던가?
오늘따라 이상한 하루라고 생각합니다.
관람권을 받고 나면, 이 미술관은 바로 근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흠... (관람권을 팔락거리다가 벨리스를 돌아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갸웃...)
에반 클라우스: 그림 그린다고 했지? 미술관 관람권이네, 이거. (손에 든 표 흔들)
벨리스 M. 아카시아: 으음... ... 할 일이 많긴 한데... (고민...)
에반 클라우스: ...바쁘면 ..뭐, 어쩔 수 없고. (날짜같은 건 안 쓰여있나..)
벨리스 M. 아카시아: (힐끔 눈치보다가) 음... 에반이 가고 싶다면 갈 수도 있구...~?
에반 클라우스: (무리하는 건 아닌가. 멀뚱히 네 얼굴을 보며 눈을 깜박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자는 듯 네 등을 톡톡..) 굳이 나한테 맞춰줄 필요 없어. 바쁘면 가도 되니까.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그래도 비싼 표니까 보고 가는게 이득일지도? (조금 작은 목소리)
벨리스 M. 아카시아: (작게 웃었다.) 그럼 같이 가요. 오래 안 걸리면 괜찮으니까...~.
에반 클라우스: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고 네 곁에 서서 미술관 쪽으로 향했다. 금방 보고 나오면 되는 거지. 그렇게 묻듯 속삭였고.)
벨리스 M. 아카시아: (아마도. 낮게 대답하고는 희게 웃으면서 미술관 쪽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들 중에 한 번도 들러보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이제 이 동네의 지리는 전부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일까요, 이 미술관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 힘들다는 건 사실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통째로 이 미술관을 빌린 것만 같은 느낌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구로 가 표를 내고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미술관/A관/B관/C관]
에반 클라우스: 차례대로 볼까?
벨리스 M. 아카시아: (끄덕...!) (분수대 쪽으로 가본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에반, 교육/과학/자연 체크.
에반 클라우스:
과학(식물학) Roll
Value:71/35/14
Rolled:21
Result:Hard
성공.
그 꽃은 상사화 같습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86
Result:Fail
실패...
다시 한 번 볼까?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44
Result:Success
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에반 클라우스: (내가 예술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는걸까...)(이상한 생각하며 동전을 꺼내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던져보려고요...~? (힐끔)
에반 클라우스: 음.. 응. 그냥 재미로. 소원 뭐 빌까. (미신같은 거 안믿어서 아무래도 좋은 눈..)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다음에도 또 만나게 해달라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에반 클라우스: 갑자기 못 넣으면 안 될 것 같은걸... (중얼거리고 동전을 던진다.)
에반, 민첩 체크.
에반 클라우스:
DEX Roll
Value:65/32/13
Rolled:21
Result:Hard
성공.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골인 했습니다. 나이스 샷.
에반 클라우스: 다시 만날 수 있겠는데. (반쯤 농조로 말하고 웃는다.)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런가봐요. (작게 따라 웃었다.) 소원을 빌었으니 또 보게 될까요.
에반 클라우스: 우연이 또 있겠지. 아니면 직접 찾는다든가. (더 둘러볼 게 없으면 A관으로 가자)
A관으로 향합니다.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괜찮네... (전체적으로 둘러본다)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상사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다 보면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28
Result:Hard
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경화」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93
Result:Fail
(으악..)
실패..
한 번... 더?
에반 클라우스: (꼬..)
INT Roll
Value:85/42/17
Rolled:94
Result:Fail
(절망..)
실패...........
다른 걸 보러 가는 건 어떨까요?
에반 클라우스: (왠지 ... 비척비척 다른 걸 둘러보러간다..) (B관으로 갈까..........)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꼼꼼하게 둘러보자..)
(뒤에 벨리스 있는지 본다)
벨리스는 열심히 에반을 쫄래쫄래 잘 따라오고 있습미당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다가가 보면,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여자가 상사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1
Result:Critical
대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17
Result:Extreme
성공.
그 여자의 모습이 벨리스와 닮았다고 확신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 (벨리스를 다시 돌아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왜요? (갸웃...)
에반 클라우스: (따라 고개를 기울인다.) 이 그림, 너 닮지 않았나.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닮았어요? (그림 옆에 서본다...) 잘 모르겠는데.
에반 클라우스: 닮았는데, 확실히. (고개를 기울인 채로 중얼거렸다.) ... 전시회 어떤 것 같아? (네 옷자락을 살짝 잡고 C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재밌는 거 같아요...~. (끄덕...) 사람도 없어서 좋고. (쫑쫑 따라간다)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한적하고... (둘러본다)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61
Result:Success
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그리고 그 아래 짤막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을 만져보세요! ]
에반 클라우스: ...?
(손을 뻗어 만져본다)
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 ... 어라?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28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에반 클라우스: ....(고개를 갸웃...)
어떻게 한 거지..?
(더 볼 건 없을까...둘러본다)
특별히 더 볼 건 없어보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무언가 미련 남은 얼굴로 전시물을 보다가 벨리스의 곁으로 간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다 봤어요? (힐끔.)
에반 클라우스: 응. 신기한 것들 많네...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깨를 으쓱......) 넌 다 봤어?
벨리스 M. 아카시아: 저도 다 봤어요. 신기한 것들도 많고.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고는) 어쩐지 아쉽기도 하고.
에반 클라우스: 왠지 밖이랑은 다른 공간 같지. (이런 감상적인 말 싫어하지만.)
돌아갈까...
벨리스 M. 아카시아: 갈까요? (작게 웃었다.) 방향 같으면 같이 돌아가요.
에반 클라우스: 오는 버스 방향이 같았으니 가는 것도 같지 않을까... (슬 웃고 고개를 끄덕인다. 미술관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봤던 작품들을 곱씹었다.)
어느 정도 관람을 끝마치고 나서 밖으로 나오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때입니다.
마침 돌아가는 방향은 같아서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합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오늘 재밌었어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미술관도 오랜만에 가봤고...~.
에반 클라우스: 나도 덕분에 많이 웃었네. 이렇게 누구랑 다녀본 것도 처음이고... 고마웠어. (머뭇거리다 손을 뻗어 토닥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내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오늘 중 가장 환하게 웃었던 것 같다.) 응.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때는 다른 데로도 놀러가봐요.
에반 클라우스: 아까 동전도 넣었겠다... 다음에.. 그러자. 응. (꽤 환한 웃음을 마주 지어보인다.) 생각해둬야겠네, 미리.
벨리스 M. 아카시아: 따로 가고 싶은 곳 있어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있으면 거기 가도 좋은데.
에반 클라우스: 글쎄, 지금은 생각이 안나는데... 높은 곳에라도 가본다든가... 경치가 예쁜 곳 같은 거. (어깨를 으쓱...)
벨리스 M. 아카시아: 경치가 예쁜 곳도 좋아요. (곰곰 생각해보다가) 바다에 가볼까요? 너무 머려나...
에반 클라우스: 할 일만 제 때 끝내고 오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장난스레 대꾸하고 웃는다.) 바다 좋네, 한 번 가보지. 다음에.
벨리스 M. 아카시아: 다음엔 제때 끝낼게요. 그때 같이 가요. (장난스럽게 웃다가.) ... ... 있지,
그래도 처음보단 당신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에 당신은 조금 놀랍니다.
첫날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다니.
기쁜 얼굴로 무언가 답하려는 순간 벨리스의 눈이 커지고,
벨리스 M. 아카시아: ... ... 에반.
에반 클라우스: ...?
아,
하필 오늘,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 이렇게 빨리 죽을 필요는 없었는데.
울컥, 입에서 피가 쏟아집니다.
떨리는 손으로 가슴께를 더듬어보면 만져지는 것은 깊숙하게 박힌 식칼,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저 멀리 도망치는 뒷모습.
살해당하는 건 오랜만이네. 이번에도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렇게 이른 죽음은 처음입니다.
벨리스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죽게 되는 날짜는 일정하지 않았어도 첫날에 죽은 적은 없었으니까.
... 모르겠습니다. 점점 사고가 둔해집니다.
고개를 돌려 보면, 잔뜩 놀란 얼굴의 벨리스가 보입니다. 꼭 울 것 같이. 어쩜 이리 매번 표정이 똑같은지.
에반, 관찰/심리학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7
Result:Extreme
대성공.
벨리스의 얼굴에 찰나의 의문이 스칩니다.
이렇게 빨리 죽게 되어서 너무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몸이 점점 기울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
우직,
희미하게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순식간에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찔렀던 칼날이 마치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2시. ... ...어라, 2시?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벨리스를 만나기 전은 모두 똑같았는데.
바깥의 풍경, 날씨,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당신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57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당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문득, 낯선 벨 소리가 울립니다.
확인해보면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의 벨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 뭐야, 이 상황. (눈가를 살짝 찌푸리고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는 조용합니다.
이윽고 당신이 목소리를 내자, 금방 끊기고 맙니다.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
INT Roll
Value:85/42/17
Rolled:95
Result:Fail
실패.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자 툭, 무언가 떨어집니다.
확인해보면 그것은 어제, 아니, 이전의 '오늘' 집 앞에서 주웠던 손거울.
어째서인지 분명 깨끗했던 거울 표면에 금이 가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머뭇거리다 거울 표면에 손을 대어본다. 죽기 전에 들었던 소리...)
어제와 같이 일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이상하게 금이 가 있을 뿐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오늘도 거울을 주워 들고, 어제랑은 달리 가만 서 있는다. 이렇게까지 뭘 해야할지 몰랐던 때는 없었는데. 거울의 금을 손 끝으로 만지작거린다.) 어쩔까...
여러모로, 이전의 오늘과 이번의 오늘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늦잠도 자버렸고, 얼른 벨리스를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조금 긴장된 한숨을 뱉고 이내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벨리스는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정류장에 버스가 한 대 도착합니다.
하지만, 버스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버스 기사는 탈 거면 어서 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낯섦이 꽤 크게 다가왔다.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다가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에 올라타서, 안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아무 자리에나 앉아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버스 자리에 앉아서 갑니다.
중간 중간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이따금 사람들이 타기는 하지만 벨리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윽고, 버스가 도서관 앞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버릇처럼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았다.)
도서관 주변은 그저 한산하기만 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벨리스가 찾던 책을 찾아본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책장 사이를 둘러보다가, 문득 벨리스가 찾았던 곳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오늘, 벨리스가 빌렸던 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벨리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늘 보이던 곳, 익숙한 표정의 벨리스와의 첫 만남이
처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어째서. 왜지? 뭐가 달랐던 거지. 거울 때문에?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도서관을 나온다)
도서관을 나옵니다.
어디로 갈까요?
에반 클라우스: (걸음은 카페를 향했다. 만날 거라는 생각은 접었는지 여유로운 발걸음. 마음은 복잡해 전혀 여유롭지 못했지만.)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비어있던 창가 쪽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은 짜증이 난다. 깊은 숨을 내쉬고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 잔 테이크 아웃으로 시켰다.)
직원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웃는 표정으로 카라멜 마끼아또를 내밉니다.
에반 클라우스: ...(무언가 말하려는 양 입술을 달싹이다 눈을 굴린다.) ... 혹시, 환한 노란빛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애, 못보셨나요.
직원: 아, 봤어요.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켜놓고 한참 앉아있기만 해서 신경쓰였는데... 다른 손님이 오시니까 조금 놀라면서 나가시더라구요.
에반 클라우스: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에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뜬다.) ... 나간지 오래 됐습니까?
직원: 아니요. 별로 안 됐어요. 근처 미술관의 관람표를 손에 꼭 쥐고 계시던데... 그쪽으로 가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에반 클라우스: (이런. 맙소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계산한 후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카페를 빠져나와 미술관 쪽으로 달렸다.)
에반은 달려 미술관에 도착합니다.
여전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서 도착한 넓은 미술관이 적막하기만 합니다.
벨리스의 부재가 이렇게나 컸던가요.
입구로 가면...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의 당신은 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다다르자, 그 고민은 쓸모 없어집니다.
이전에만 해도 깔끔한 매표소에서 당신을 맞았던 직원은 온데간데없이 직원은커녕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난잡하고 을씨년스러운 매표소 내부가 보입니다.
표를 받을 사람도 없으니,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 ...? (납득되지 않는 표정으로 매표소를 보다가 걸음을 늦춰 미술과 ㄴ안으로 들어간다.)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분수대/A관/B관/C관]
에반 클라우스: (분수대로 가본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드문드문 끊기며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그리고 가운데에는... 이전보다 조금 시들어있는 상사화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 꽃 동상이, 시들 수 있던가?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48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75
Result:Success
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다 담기지 못할 정도로 동전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이상한 것 투성이인 날에 미신 한 번 쯤 믿으면 어떤가. A관 쪽으로 황급히 뛰었다.)
A관은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한 번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말이.. 되는건가. (굳은 표정으로 둘러본다.)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상사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조각상에는 조금 금이 가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81
Result:Success
성공.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거울이 완전히 깨지기 전에 꽃을 가둬야 해. ]
에반 클라우스: ...가둬?
... 거울이 깨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건 알겠다. 여느 날처럼 여유로워서는 안 된다. B관으로 들어간다.)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한 번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둘러본다)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다가가 보면,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여자가 상사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안고 있는 꽃은, 저번보다 시들어 있습니다.
... 그림 속의 꽃이 어떻게 시들지?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44
Result:Success
성공.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어야 했는데. ]
에반 클라우스: (답답한 마음에 울컥, 얼굴이 일그러진다. 고개를 돌리고 C관으로 향한다.)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한 번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둘러본다. 신기한 게 있었지.)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빛바랜 듯한 흐린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다가가본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26
Result:Hard
성공.
내용이 바뀐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포기하지 못 하는 거야? ]
에반 클라우스: ...포기할 수 있을리가 없어. (없어. 벨리스. 벨. 어디로 갔을까. 이 안에서 엇갈린 것 같지는 않고. 안내문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 밖으로 나간다.) ...... (불안하다. 눈 앞에 있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실은 만나는 것도 조금, 두려워.)
얼마나 있었을까. 아무리 뒤져봐도 미술관 역시 벨리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망을 감추지 못 하고 미술관을 나오던 그때,
저 멀리 입구에서 보이는 얼굴은...
... 벨리스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아.
(네가 보이자 다급한 걸음으로 뛰어 다가갔다. 어떻게 찾았는데, 놓치면 안 되니까.) 벨...!
벨리스 M. 아카시아: ... 에반? (당신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듯이) 에반, 에반... 괜찮아요?
에반 클라우스: (네 입장에선 알려주지도 않은 이름을 낯선사람이 부르는 걸까, 하고 아차하던 것도 잠시, 네 입에서 나오는 이름에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평소같으면 좋을텐데.) .... 괜찮아. 너는? ... ... 계속 찾아다녔어.
벨리스 M. 아카시아: ... ... 저도요. 어제, 갔던 곳들 다 찾아봤는데... 다 에반이 없어서... (말 끝이 점점 흐려진다. 목소리가 천천히 젖어들었다.) ... ... 정말로, 죽은건가 하고...
에반 클라우스: ...미안, 내가... 내가 늦었지. (네 옷자락을 붙잡고 입술을 다물었다 떼기를 반복한다.) 난... 나는 정말 괜찮아. 익숙하고... 익숙한데, 오늘은 낯설어서 조금... (미간을 찌푸린다. 내 입으로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무서웠어.
항상 널 만났는데... (너를 잡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제 이마를 꾹 누른다.) 오늘은 자꾸 엇갈리기만 해서...
벨리스 M. 아카시아: ... ... 항상요? 항상 날 만났어요? (난, 오늘이 처음인데. 한참 당신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안 다쳤다면 다행이에요. ... 저야말로... 늦게 와서 미안해요. (조금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 옷자락을 잡은 당신 손을 천천히 두 손으로 쥐었다.)
에반 클라우스: (널 사랑한 시간이 얼만데. 포기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다시금 생각하고는 옷자락을 놓고 네 손을 잡는다. 놓치면... 또 놓치면 어떡하지. 그리고 다시는 잡을 수 없다면.) 괜찮아. (누구한테 하는 건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다.) ... 바다.. 갈까.....? 사실, 지금 아무 생각도 안나. 너 찾는 거만 생각하고 있었어서.
벨리스 M. 아카시아: ... 지금요? (방금 전까지는 울고 싶었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안 잊었구나... 싶어서. ... 기억해줬구나.) 지금 가면 아무것도 안 보일 거에요. (잠시 망설이다가.) 내일 갈까요? 아침 일찍... 다 준비해서. ... 아침바다부터 밤바다까지, 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에반 클라우스: 그.. 럴까... 바다에서 만나는 걸로 할까. 오늘처럼 돌고 돌아서 만나는 거 말고, 바다에 가면 있는 걸로 할까... (나직한 목소리를 흘려낸다. 보내기 싫다고 하면 무리겠지. 당연하게도.)
벨리스 M. 아카시아: 응... ... 바다에서 만나요. 서로가 안 보이면, ... 바다에 가기로 해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잡은 손을 작게 흔들었다.) ... ... 좀 걸을까요.
에반 클라우스: (가만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에 이어진 네 말에 오늘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응, 그래주면 좋겠다. 오늘 만남은 너무 짧았잖아.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럼 같이 걸어요. 방향은 상관 없으니까. 시간도 늦었고... ...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손을 잡은 채로 걸었다.)
에반 클라우스: ... 만약...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거라면 어떡할까. (네 보폭에 맞춰 느릿하니 걸음을 옮긴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그랬다면 못 만나지 않았을까요. 만나야 했으니까... (그러게 해달라고 빌었으니까.) ... 이렇게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설령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거였더라도... 이제 상관은 없지만...~.
에반 클라우스: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네가 그렇다면 나도 끝까지 잡을 것이다. 설령 정말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그래, 이제 상관없지. (이미 만나버렸으니. 아마, 오늘 만나지 못했다면 운명처럼 놔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니까.) 내일은 별도 달도 예뻤으면 좋겠네. 밤바다도 예쁘게.
벨리스 M. 아카시아: 예쁠 거에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잡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내일은 지각하면 안 돼요...~?
에반 클라우스: (나직한 웃음소리를 흘린다.) 그러지. 지각해도 뭐라고 안 할 거 알지만. (내일을 상상한 것이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네 손의 온기가 따뜻하다.)
벨리스를 찾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아니면 벨리스와 헤어지기 싫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던 탓일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묘한 기분.
벨리스 M. 아카시아: ...~ 이만 가볼게요. 내일 정말로 늦지 말기...~.
아, 벌써 집 앞에 다다랐나 봅니다.
고개를 들면 익숙한 집의 대문이 보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그래. 오늘도 즐거웠어. (부드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원래 집까지 이렇게나 가까웠던가.
당신은 아쉬움과,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떠나는 벨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갈까요? 시간이 늦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집으로 향하던 도중 챙겼던 손거울을 꺼내보았다.)
오늘 아침에 보았던 상태 그대로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깨지기 전에 담아야한다고... (의미를 모르겠는 안내문. 불안감. 혼란스러운 마음에 거울 표면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적막이 가득한 집.
당신이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벨 소리.
에반 클라우스: (짧은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는 고요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평소같으면 장난전화같은 거 하지 말라며 끊어버렸을 텐데. 저 또한 가만히 고요함을 듣고 있었다.) ... ...
한참이나 정적이 이어집니다. 상대가 먼저 말할 생각은 없어보이네요.
에반 클라우스: ...또 끊을 겁니까. (작게 중얼거린다.)
... 에반의 목소리가 들리자.
망설이는 듯 몇 초 뒤에 전화가 끊깁니다.
다시금 의미 모를 불안감, 혹은 불쾌감에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 건 있습니다. ]
에반 클라우스: ...?
(확인해본다.)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오늘은 당신이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늘 집 전화 같은 건 확인도 안 하고 나온다는 것도. 당신이 일어나기 전에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당신은 모르겠지요? 몰라줬으면 해요. 이건 이제부터 내 일기로 쓸 거니까. 잘 부탁해요, 에반.]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이번엔 꽤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 매번 당신에게 져버리고 말아요. 어쩌면 평생 내가 당신을 이기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기쁘면서도... 조금 슬퍼서. 분명 제가 바랐던 건데.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이럴 거면 처음부터 소원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했어요.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지나 않았다면.... (짧은 공백 사이의 흐느낌 같은 숨소리.) ... 아냐, 아니에요, 에반.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예정된 비극을 알면서도 다시 당신을 만나러 가고, 다시 또 다른 처음을 시작해요. 제가, 당신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걸까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또 당신이 사라졌어요. 이걸로... ... 번 째. 당신은 이 저주 같은 나날의 처음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죠. 세계를 바쳐도 좋으니 당신을 돌려달라고 했던 제 가장 무서운 실수를. ... 저는 그냥, 에반을 다시 보고 싶었어요. 다시 당신을 보고, 당신의 손을 잡고, 아무런 이야기나 하고 싶었어요. 그냥 그것뿐이었는데...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전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인가봐요.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다시 저를 만나러 와주는 당신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당신의 상냥함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 곧 당신도 이 무의미한 반복에 질려서 저를 잊을 거라 생각했는데, ... ... 그런데 당신이 다시 절 사랑해주잖아요. 몇 번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도 저를 사랑하러 오시잖아요. 당신이 그러면 꼭, 꼭 우리가... 운명인 것 같다고 믿어버리게 되잖아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한참 동안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끔찍하고, 악몽 같은 운명이 어디 있을까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 당신이 살해당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당신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다, 당신 목이...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총에 맞아서,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압사당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숨이, 막혀서....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내 앞에서 떨어졌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간헐적으로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 미안해...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0건.
n월 nn일, 음성 메시지 0건.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저예요. 제가 당신을 죽인 거예요. 전부 나 때문이야. 더는 못하겠어요, 더는, 당신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죽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시작했는데,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이젠 뭐가 시작이었는지도...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당신을 사랑하고 싶었는데. ]
음성 메시지를 전부 듣고 진실을 알게 된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51
Result:Success
성공. 이성 -1.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동시에 맡아지는 탄내,
점점 주위를 둘러싸는 새카만 연기와 이제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렌 소리... ...
당신은 생각하기 싫어도 단번에 깨달아 버립니다.
다시금, 죽음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삽시간에 몸집을 키운 불길이 뜨겁습니다.
연기로 가득 차 주변은커녕 앞조차 보이지 않고,
부족해져가는 공기에 숨을 가누기도 어렵습니다.
당신의 다리, 팔, 온몸을 덮쳐가며 타오르는 불에 의식이 꺼지기 직전,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떨어진 수화기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 ― 그런데 내 사랑이 당신을 죽였어요. ]
우직, 선명하게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던 불길도, 탄내도,
전부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당신은 버릇처럼 시간을 확인합니다.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6시.
... 일어나는 시간이 더 늦춰졌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툭,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것은 사선으로 선명히 금이 간 손거울. 이전보다 더 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이젠 익숙해진 것만 같은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에반 클라우스: (지금 이 순간, 꽃은 누굴까. 멍하니 생각하며 거울에 난 금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네게, 다시 내 죽음을 보여줘도 괜찮은 걸까. 어떻게 생각해, 똑같이 이기적인 나인데.) ... 바다... 가볼까...
(느릿한 걸음을 끌어 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는 여전히, 조용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음성메세지가 떠올라 무언가가 속에 가득 차 막히는 것만 같았다. ... 벨리스,) ... 나는 괜찮아. ... 너는?
...
한참 있다가, 전화가 끊어집니다.
에반, 듣기 체크.
에반 클라우스: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98
Result:Fail
실패. 아무것도 듣지 못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답답한 숨을 내쉰다. 그래도, 약속했으니까. 대충 씻고는 집을 나선다. 내가 항상 말하잖아. 사랑만큼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난 지금 죽으러 가는 길일까. 어떨까.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바다로 간다.)
밖으로 나가보면, 벌써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 아래, 당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집 앞 담벼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벨리스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벨리스.
(네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벨리스. 왜 이러고 있어.
벨리스 M. 아카시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당신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시야에 들어온 사람이 정말 당신이라는 걸 알고서는... 조금 눈물이 났던 것 같다.) ... 에반.
지각이에요. (소매로 눈물을 조금 훔쳤다.)
에반 클라우스: ... ... 미안해. (두 손으로 네 뺨을 감싸 쓰다듬는다. 웃으며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음성메세지 속의 네 목소리가 자꾸 울렸다.) 그래도 화 안 낼 거지?
벨리스 M. 아카시아: ... 어떻게 화내겠어요. ... ... 바빴어요? (시선을 슬 내린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래도 아니라서... 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서. 그래서 다행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에반 클라우스: (팔을 뻗어 가볍게 안아주었다. 달래듯 네 등을 다독이고.) ... 집에 불이 났어. 무슨 말인지 잘 납득이 안 되겠지만... 죽었다 살아나느라고.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둘 다 울고 있어서는 안 되잖아.) 몇 번이고 죽어도,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자꾸 깨어나는 게 늦네.
벨리스 M. 아카시아: ... ... 무슨 말인지 알아요. 이건, 내가 만든 세계니까...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놓기 싫었다. 놓으면 또 사라질까봐. 다음 번에는 얼마나 지나야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날까.) ... ... 미안해요...
에반 클라우스: ... 그래... (네 등으로 팔을 둘러 마주 꼭 안았다.) 괜찮다고 했잖아.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린다.) ... 날 몇 번이든 죽여도 괜찮아. 같이 있을 수 있기 위해 그런거라면.
그런데 거울이 깨져가고 있어서... 자꾸 불안하잖아. 더 이상의 일상이 있을지 모르겠어서,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무서워. (내가 무서운 건 너와 관련된 일밖에 없는 거 알지. 네게만 말하는 거, 알지. 알아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벨리스 M. 아카시아: ... 아마 다음의 반복이 마지막일 거에요. 이제 전부 끝나겠죠. 그래도... (방법은 있어요.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잃을 자신이 없고. 곁에 있고 싶으니까. 아직 같이 바다를 보러가지 못했으니까. 하루종일 당신이 없어서 바다에 가고 싶었는데, 거기에도 없다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못할테니까. 그런 불안함을 이제는 지우고 싶었다. 괜히 당신을 제쪽으로 더 당겨 안았다.) 괜찮아요. 하나도 안 무서울 거에요. 이제는 안 아플 테니까.
... 내일 거울을 들고, 당신이 매일 나를 만나러 탔던 버스 정류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번에는 지각해도 괜찮아요. ... 계속 기다릴게요.
에반 클라우스: ...(내 목숨이지만 네가 살려온 것이기도 하다. 가만히 안긴 채로 네 목소리를 듣는다. 그래, 아직 바다에 못 갔으니까.) 응.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좋아. (무섭지 않을 거고, 아파도 상관없다. 죽을만큼 아파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나는 불신의 삶 속에 너만을 믿는다.)
일어나자마자 달려갈게. 여태 항상 그랬지만. 내일도 그럴게. (고개를 들어 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응. 항상 미안했어요.... ... 지금도. (미안하고. 차라리 소원을 빌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 텐데. 수백 번이나 당신을 잃어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계속. 여태까지 쭉 그랬으니까. (희미하게 웃었다.) 에반.
... ... 많이 좋아해요.
에반 클라우스: (사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보같은 일이다. 우린 그걸 증명하는 거고,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다시 사랑을 할 뿐이다. 누가 뭐라고 하겠어, 네가 나를 놓지 못했다는 것이 기뻐. 사랑해서 그랬어요- 그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여태 쭉 그랬던 것처럼... 나도.
많이 사랑해.
그 순간, 저 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빛을 내며 맹렬한 속도로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제는 전부 알아버렸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그 사랑이 당신을 죽였고,
이번에도 당신은 그 사랑에 의해 죽으리라는 것을.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세계의 끝에서,
마지막 사랑을 하러 가기 위해.
우직,
무언가가 조각 나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줄기가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창밖은 이미 새카맣습니다.
당신은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합니다.
벨리스와 정류장 앞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0시.
창문 새로 비치는 달빛이, 끔찍할 정도로 선명하게 당신을 비춥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주워보면 그것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기 직전인 손거울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마지막.
(기다리고 있을 너를 보러 가야지. 침대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섰다.)
당신은 익숙하게 집 밖을 나섭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 ... ... 아니, 재회는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벨리스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상관없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러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끔찍한,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거리에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마치 폐허가 된 듯 삭막하기만 합니다.
새카만 하늘에 별도 하나 없이 오직 둥근 달만이 앞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정류장 앞에는,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을 봐도 그리운...
벨리스의 뒷모습.
에반 클라우스: (어쩐지 조금은 울고싶어졌다. 미안해. 그런데 네가 알아둬야 할 것은, 나 또한 너를 놓지 못한다. 여상스레 네 이름을 부른다.) 벨. 나 왔어.
벨리스 M. 아카시아: (네 목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봤다. 조금 옅게 웃었던 것 같다.) 왔네요, 에반. 거울은 가져왔죠?
에반 클라우스: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이라도 깨어질 것만 같은 거울을 들어보이고.)
벨리스 M. 아카시아: 그건 이 세계에요. 누군가를 가두면 거울이 깨지지 않죠. ... 그럼 이 세상도 원래대로 돌아갈거구요. (조금 힘겹게 웃었다. 떨어지기는 싫었는데.) 달이 구름에 가려지기 전까지... ... 달빛을 거울에 반사시켜서 가둘 상대에게 비추면. ... 그러면 돼요.
에반 클라우스: 나를 가두면 되는 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하는 건 나니까. 이 세계는 나를 매일 돌려받기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 상사화는 그렇다더라. 꽃과 잎이 함께하지 못해 상사화라고. 꼭 닮았지, 우리. 사실 나였다면 함께하지 못할 바에 세상이 깨어지는 걸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제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더 이상 당신이 내 눈 앞에 존재하지 않는 게 싫다. 당신이 아픈 것도 싫고, 괴로워하는 것도. 전부 다.) ...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에반을 또 잃어버릴 바에는, ... 같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에반 클라우스: ... (느릿하게 시선을 굴렸다.) 있잖아. 나는 네가 순간이라도 나를 세상보다 높은 가치로 두었다는 걸 무척 기쁘게 생각해.
그리고... 그건 세상이 아니라 네 존재여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깜박이지도 않는 시선을 네게 둔다.) 같이 사라지는 것도 좋아. (네가 사랑한 사람이 딱 이 정도의 인간이라 실망하지는 말아줘.)
그만큼 나를 사랑해? 네 삶을 통틀어 가장 냉정해질 시간이야.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보다 더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신 앞에 서 있을 수 없었겠죠. (당신이 다시 보고 싶어서, 그거 하나만으로 이 세상을 만들었고 남은 나의 모든 세계를 부쉈다. 나에게 중요한 건 나보다 당신이었으니까, 매번 나를 만나러 와주던 사람. 매번 사랑을 이야기할 때마다 사라져버리던 사람.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끝까지 잡은 채로 남고 싶다.)
... 사랑해요. 아주 많이... ... 지금보다 냉정할 수 없을걸요. (참았는데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던지.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 그러니까.
이번에는 영원을 함께하게 해주세요. (제발.)
에반 클라우스: (웃었다. 너는 울고 있는데, 나는 웃는다. 사실 사랑같은 거 안 하고, 못 받고 살 줄 알았어. 너는 내게 유일한 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성격이 아주 나쁘고, 가진 것을 놓을 줄도 모른다. 봄이 올 거야. 겨울을 지날 준비는 됐니. 아프지도 무섭지도 춥지도 않은 찰나를 견딜 준비가.) 나는 너를 만난 걸로 충분히 행복했어.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얼굴이 상하기라도 할까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준다.) 사랑했어. 사랑해. 사랑할게. (거울에 달빛을 비춰 너를 담아낸다.)
(너를 꼭 끌어안고 깨어진 달빛을 받아냈다.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어. 놓지 않으면 된다는 그 작은 조건 하나가 그렇게 어려워서.)
거울을 들어 두 사람에게 달빛을 비추자, 두 사람을 향한 달빛이 아스라이 흔들립니다.
곧 빛은 둘의 몸을 감싸고, 두 사람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형상이 서서히 바스러지더니 이내, 거울 안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갑니다.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보이는 풍경은 똑같습니다.
완전히 바스러졌던 두 사람의 모습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환하게 빛나던 달빛도,
전부 꿈인 것 마냥.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당신은 불안, 혹은 약간의 기대를 안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 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이루어질까?
너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한 걸음에 달려간 그곳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벨리스가 있었습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눈을 깜빡였다.) 에반?
에반 클라우스: ... 벨리스. (오늘의 자기소개는 생략이구나. 멈추지 않고 다가가 너를 품에 꼭 안는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마주 꼭 끌어안았다. 정말 너였다. 원래대로 돌아왔구나 싶어져서. 네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에반, 에반... ... 이제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에반 클라우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까. 이제 된걸까. 우리는 괴로웠던 술래잡기를 이제 그만둘 수 있는 건가. 안도인지 무엇인지 모를 한숨이 터졌다.) 다행이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벨리스.
사랑해.
... 번 째의 처음으로 당신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지면이 크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무너진 잔해가 벨리스의 몸을 덮치고,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
당신은 알기 싫어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당신이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시간 동안 겪어왔던 죽음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신의 사랑이 벨리스를 죽이는 순간이라는 것을.
*
너의 머릿결과 호흡을 다 외우고 싶은데 우리
흑백이 되고 네가 없어지고 내가 저물고 꿈에
나는 마침표처럼 안녕을 말해야 하는데
지독하게 아름다운 그 꿈에.

랑뽀 (GM) Hidden Ending : 그리하여 사랑이여, 차라리 죽는다면 당신 손에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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