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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CoC)/Jina

* 차이화 X 서지나 | 프시케의 우울 PLAY LOG *

시나리오 카드는 앤오님 제작입니다! 무단 저장을 금합니다.



* 플레이 날짜 20181021 | 플레이 시간 :: 5h 40m

* 프시케의 우울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엔딩에 인용된 시구는 허연 / 불온한 검은 피 입니다.

* KPC 차이화 / PC 서지나



유난히 화창했던 날입니다.

언제나처럼 데이트를 나선 날은 유독 맑아, 웃는 이화가 특히나 예뻐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빛이 너무 눈부신 탓일까요.
이화가 흐립니다.
어렴풋이, 왜?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만 같습니다.
내 사랑은 내 입맛은 어젯밤에 죽도록 사랑하고
오늘 아침엔 죽이고 싶도록 미워지는 것 살기 같은 것
팔 하나 다리 하나 없이 지겹도록 솟구치는 것……
【 프시케의 우울 Pshches' Melancholy 】
...
지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던 조명 탓에, 눈이 시리게 아팠던 것도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그곳은 방입니다.
조금 둘러보자니 벽에 붙은 포스터, 깔끔하게 정리된 상패들……
아마도 이곳은 분명 이화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뜬 거지?
데이트 전에 잠들어서, 혹시 꿈이라도 꿨던 걸까.
그렇다기에는 즐겁게 웃던 이화의 얼굴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나, 있을 수 없는 일에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60/30/12
Rolled:66
Result:Fail
실패. 이성치 1을 잃습니다.
주변을 조금 둘러볼까요?
서지나: (아까까지만 해도 이화랑 같이 있었는데... 이화는 어디 있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지나는 귀엽게 주변을 둘러봅니다.
분명 여기는 이화의 집인데도 이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 너무 귀엽다! 방 안을 조금 살펴보면 어떨까요?
방에는 침대, 책상과 옷장, 책장, 거울이 있습니다.
서지나: (이화가 쓰는 침대를 한번 살펴보자!)
방금까지는 지나가 쓰고 있었던 폭신한 침대.
시트는 옅은 푸른색, 이불은 흰색입니다.
머리맡에 지나를 닮은 귀여운 토끼인형이 하나 있네요.
서지나: (!) (토끼인형을 한번 보자!)
지나를 닮아서 아주 귀엽습니다!
그 외에 딱히 눈에 들어오는 점은 없습니다.
서지나: (이거 보면서 지나 생각 했었음 좋겠다...) (생각만 하구 다시 토끼인형 예쁘게 앉혀둔 다음에 책상 보러갑니다!)
지나 생각 하지 않았을까?
인형을 볼 때도, 아닐 때도......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책이 두세권 올려져 있습니다.
서지나: (고장남....) (덜그럭거리면서 이화가 보는 책을 한번 펼쳐보자!)
마사 그레이엄과 현대 춤의 이해, 무용 예술의 이해, 수축과 이완......
딱히 읽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굳이 법전을 읽지는 않는 것처럼......
서지나: 이화는 어려운 거 읽는구나.... (예쁘게 차곡차곡... 다시 정리해서... 옷장을 보자!)
예쁘게 차곡차곡! 지나는 마음도 예쁩니다.
옷장을... 활짝 열까요? 엉망진창으로?!
서지나: 어?! (고민...고민.... 고민하다가 살짝... 천천히... 열어보자...!)
지나는 옷장을 상냥하게 엽니다.
옷장에는 깨끗한 흰 셔츠들과 여러 겉옷들이 정갈하게 걸려 있습니다.
겉옷에는 입었던 흔적이 없습니다. 요 사이 나간 적이 없는 걸까?
서지나: ....~? (지나랑.... 데이트는................. 혹시 누드였던 것인가?) (얌전히.....닫고....책장을 봅니당...)
엉큼해!
책장에는 여러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가장 아래와 위쪽 칸에는 상패와 트로피들이 예쁘게 들어 있네요.
서지나: (괜히 대신 뿌듯해지며.... 상패랑 트로피들을 빤히 보자...)
지나의 얼굴이 비쳐 보일 정도로 깨끗합니다. 차이화, 석 자 이름이 선명하네요.
서지나: (만족!) (트로피들을 예쁘게 정리해놓고 거울을 보러 가자!)
지나는 거울을 봤습니다!
드디어! 지나는! 거울을!
너무 예뿌당.
서지나: (아닌 거 같은뎅)
귀욥당.
서지나: (아닝뎅)
흠...... 알겠어요. 지나, 아이디어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81
Result:Fail
실패.
지나는 너무 귀여운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지나: (과연.........내 머리에 드는 생각이 진짜인가?) (그치만 함 믿어보기루 하자)
지나는 스스로가 귀엽다고 믿기로 합니다.
맑고, 깨끗하고, 자신있게! 거울을 한 번 더 보고 나면... 딱히 방에 더 볼 것은 없습니다.
서지나: 뭘 하면 좋을까...~? (서성...서성...)
뭘 해야 좋을까?
그런데 이화는 정말 어디로 간 거지?
이상한 일이야, 생각하고 있는 그 때,
차이화: ...~ 지나야, 일어났어?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이화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돌아본 그 자리에는 이화가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 도무지 지나로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에요. SANC 0/1d2.
서지나:
SAN Roll
Value:59/29/11
Rolled:66
Result:Fail
실패. 1d2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서지나: 
rolling 1d2
(
1
)
= 
1
이성 -.
-1. (또박또박)
차이화: 지나야, ... 괜찮아?
서지나: 이화야...~ 어딨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화가 안 보여...
차이화: 나, 나 여기. 문 옆에...~ (작고 가벼운 발소리.) 이제 책상 앞에.
서지나: 책상 앞에? (책상 쪽을 바라봤다.)
응, ... 안 보이지? 그래도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분명 이화의 것이 맞아요.
서지나: 지나, 는.... 안 보이는데... (책상 바로 옆에 가 섰다.) 어디 있는 거야...~? 왜 안 보여...?
차이화: ... ... 음, 으음... 나도 잘 모르겠어. 이해도 안 가고.
사실 조금 곤란해. (어색하게 웃는 소리.)
지나, 심리학 판정 해볼까요?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100
Result:Fumble
100이요? 여기서요? 갑자기요?
그럴 수 있지. 지나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합니다.
서지나: (이잉...)
괜찮아! 이화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서지나: (!) (쪼꼼 행복해짐)
이화는, 왜 곤란해...~?
차이화: 그야... 갑자기 안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지나한테 잘생긴 이화 얼굴, 보여줘야 하는데...!
서지나: 이화 얼굴 보고 싶어... (쪼금 눈물남...)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차이화: 괜찮아... 괜찮아! (당황한 듯 말이 빨라졌다.) 곧 돌아올지도 모르고, 하나도 안 아픈 거 보면 문제도 없을 테고...
... ... 그러니까 울지 마. 응?
서지나: 응... 응. (고갤 작게 끄덕였다.) 안 울어... 이화 만나기 전까지는...~! 이화 아프면 안 돼... 빨리 이화 보고 싶다...~.
차이화: 으응, ... 다행이다. 울면 안돼, 산타가 선물 안 줘. ... ... 지나는, 음... 그러니까. 지나는 안 아프지? 몸은 좀 괜찮고?
지나, 다시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73
Result:Fail
지나는 심리학 전공자들과 겸상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두... ... 다시 한 번 해볼까?
서지나: (해보자...!) (뇌에 힘 주기)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69
Result:Fail
오늘은 힘이 쪼꼼 없는 거 같습니다.
서지나: (힝....)
괜찮아! 몸에 힘이 조금 없는 것 같지만... 지나는 아주 건강합니다.
차이화: ...~ 괜찮은 거 맞지? (누그러진, 어떻게 들으면 기운 빠진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서지나: 응...~! 지나는 완전 건강해. 특별히 아픈 데도 없구... (제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문득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그런데 이화야...~ 우리... 데이트하고 있지 않았어? 지나 꿈인가?
차이화: 아, 그거... ...~ 응, 데이트 중이었는데. 네가 갑자기 잠들어버려서... ... 급하게 데려왔어. 우리 집이야, 여기.
서지나: 지나가 잤어...~? 이화 만난다구 어젯밤에 너무 긴장했나... (곰곰...) 그럼 이화는...~? 언제부터 그랬어... ... ~?
차이화: 긴장까지 해야 할 일이야? ... 하하, 나 좋아하는 건 아는데...~ 그래도. (잠시 말이 없었다가.) 잘 기억이 안 나네... ... 거울을 보니까 이랬어.
서지나: 그치만... 이화랑 데이트하는 거니까...~ (고민..) 거울에 이화가 안 비쳤어...~?
차이화: 괜찮다니까... ... 그렇게 긴장 안 해도. (안 보일 테지만 꾸쟉꾸쟉) 응, ... 신기하지? (작게 웃었다.)
서지나: (안 보이지만 귀여워....) 으음, 지나는 보였는데...~ 왜 그럴까... (다시 거울 앞에 서보나...)
귀여운 지나.
거울에 아주 잘 보입니다.
서지나: 이화야, 여기 한번 와봐...~! (자기 옆자리 가리키며...) 여기 서면 다시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차이화: 그런가? (쭐래쭐래... 다가와 네 조금 뒤에 섰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서지나: (훌젹. . .. .. .,.)
차이화: 우, 우... 우우, 우... 울어?!
우, ... 울지 마... ... 음...... 음, 음... 음!! 코코아라도 한 잔 줄까...?
서지나: 으, .... 응... (눈물 쭈룩....) 있으면... ... ?
차이화: ... 기다려, 금방 가지고 올게.
조금 당황한 듯, 이화가 급히 방 밖으로 나갑니다.
아니, 나갔겠죠. 방 안이 다시 조용해지고,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힌 걸 보면요.
이화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는 뭘 할까요?
서지나: (뭘 할까.....?) (할게 있나... 주변을 살펴본당...)
방을 다시 둘러보던 지나의 눈에... ...
저게 도대체 뭐죠?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살점같은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소름이 끼쳐요. 지나,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58/29/11
Rolled:46
Result:Success
성공. 이성치 감소 없습니다.
까짓꺼 뭐ㅋ... 다시 보니까 별 거 아닌 거 같기두 하고ㅋ...
서지나: (흠.... 그래 이런 게 있을 수도 있지) (자세히 봐본당)
네? 여기서요? 갑자기요?!
서지나: (안 되나?!?) (그럼... 그럼... 다른건 없나 보자)
아니 되긴 되는데... ... 지나는 뭔지도 모르겠는 살점을 자세히 볼 담력에 자신이 있나요?
서지나: (흠... 그치만.... 어느 세계의 지나는 애들 팔다리 잘리는 것도 봤는데 이까짓거....)
후... ... ...
방 안에는 딱히 더 볼 것은 없습니다.
요놈을 자세히 보면... ... 그냥... 되게 징그러운... 살점입니다.
꼭 정육점 진열대에 있던 그것들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는 점만 빼면......
서지나: 이화 방에 왜 이런 게 있지.......? (무서우니까 건드리진 말구..... 혹시 피도 같이 있나?)
피는 없습니다. 그냥 살덩어리만 툭... ...
서지나: (그렇군...) (무서우니까 침대 위에 올라가서 앉아있자...)
지나는 뽀르르 침대 위로 올라가 앉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머그잔 하나가 두둥실 떠 들어옵니다.
차이화: ...~ 지나야, 코코아... ... 배달!
서지나: ... ...~! 이화 고마워...~ (코코아 받아들고 한모금 마신다...!)
끝내주게...
달아요!
서지나: (!) 완전... 완전 맛있어...!
차이화: (!!) 진짜? 맛이 괜찮으면 다행인데, ...~ 난 잘 안 마시니까. 맛없을까봐 걱정했거든.
서지나: 엄청 잘 탔는데....! (한 모금 더 마신다...) 근데 있지, 이화야.
저건 뭐야? (바닥에 있는 거... 눈짓해보며...)
차이화: 어? 뭔데...~? ... ...
음...~ 저게... 뭐지? 나도 처음 보는 건데. ...징그러워... ... (제법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말과 함께 그것이 들려 방 밖으로 나갑니다. 곧 방문이 다시 열렸다 닫혔어요.
차이화: ... ... 미안, 놀랐지? 뭔지 모르겠지만... 버렸어.
서지나: 지나는 괜찮아...~! (고개 끄덕...) 난 이화가 가져다놓은 건줄 알고 놀랐는데...~. 아니라면 다행이구... (코코아 다 마시며..)
차이화: 할로윈도 아니고... ...~ (작게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다 마셨어? 치울게, 이리 줘.
서지나: 응...~! (어딨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잔을 건넸다.)
잔이 지나의 손을 떠납니다. 가져가는 손길이 제법 다정해요.
차이화: ...~ 있잖아, 지나야. (방문을 열다 말고 문득 뒤돌아 물었다.) 오늘 데이트 말야, ... 집에서 할까?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서지나: 음...~ 글쎄, 뭐할까...~? (고민...) 지나는 다 좋은데... 이화는 따로 하고 싶은 거 있어?
차이화: (곰곰... ...) 영화 볼래? 아니면... ... 다른 것도 좋고. 생각해보고 있어. 금방 올게.
문이 닫히고, 문 너머로 컵을 씻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나, 하고 싶은 게 결정됐다면 이화한테 한 번, 말하러 가볼까요?
서지나: (이화가 있는 쪽으로 뽀르르 달려간다!) 이화야, 그럼...~ 우리 영화 볼까?
차이화: (!!) 그럴까? 영화...~ 영화, 난 좋아. (조심스럽게 두어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 볼래?
지나, 1d4 다이스를 한 번 굴려볼까요?
서지나: 
rolling 1d4
(
1
)
= 
1
로맨스 영화가 보고 싶은 기분이네요!
서지나: (!) 우리, 그럼...~ 로맨스 영화 볼까...~?
차이화: (!) 그럴까, ...~ 그래. 집에 영화도 하나 있을 거야.
지나랑 같이 보려니까 조금 떨리네...~ (장난스러운 목소리.)
서지나: 완전... 좋아! 지나도... 엄청, 엄청... 떨... 떨..... (고장남....)
차이화: 지나야, ...~ 지나? 응답하라, 서지나!
DVD 케이스를 들고 온 이화가 지나 앞에서 손을 흔드는지, 공기가 가볍게 떨립니다.
서지나: 지나... 여기, 여기! (얼굴 빨개져서 고개 끄덕...끄덕...) 지나 멀쩡해...!
차이화: ... 다행이야, 어디 아픈 줄 알았어. 영화 틀게, 뭐 먹을 거 좀 가져올까?
서지나: 응...! 좋아! (고개 끄덕끄덕.... 소파에 챱 앉아있기...)
이화는 영화를 재생해두고는 부엌 쪽으로 간 건지 조용합니다.
<미드나잇 선>, 영화 타이틀이 나오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햇빛에 닿을 수 없는 병이 있는 여자 주인공과 부상으로 수영을 그만둔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 이야기예요.
차이화: 짠! (옆에서 조용히 다가와 웃으며 그릇을 건넸다.) 집에 먹을 게 없더라...~ 과자야.
서지나: 앗, 고생했어...~! 영화 이제 막 시작했어...~ (그릇 받아들고 옆에 안정적으로 놓기..)
차이화: 그래? 다행이다, 나 이 영화 좋아해... ... 몇 번 봤는데도 재밌거든.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는지, 소파가 조금 가라앉았다.)
서지나: 이화가 재밌다구 하니까 엄청 궁금한데.... (과자 냠...) 이미 봤으면 지겹지 않아?
차이화: 너랑 다시 보고 싶어서. ...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하나 더 알려주고 싶었어.
서지나: 그럼 나는 이화가 좋아하는 걸 같이 공유하는 거네...~ (작게 웃었다.) 완전 좋아.
차이화: ... 응, 지나가 날 알아간다고 하니까 좋다. (따라 희미하게 웃었다.) 좋아해서 다행이야.
서지나: (과자 뇸뇸..) 이거 다음엔 뭐할까...~?
차이화: ...~ 글쎄,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 너 꽤 오래 잤거든, 이거 보면...~ 자야 할 걸?
서지나: 그렇게 오래 잤어...? (곰곰...) 응, 그럼 요거 다 보면 자자...~!
차이화: 그래, 내일 또 놀면 되지. 피곤할 텐데... ... 오늘은 자고 갈래?
서지나: 이화... 이화 집에서....~? (또 고장남....)
차이화: (머리 부여잡은 도자기) 그... 그...~ 조금 그러면, 나, 나는 거실에서 잘게...!
서지나: 지나... 지나는... 상관 없긴 한데.... (덜그럭... 덜그럭....)
차이화: 오, 오늘만 자고 가... ...~ (달각달각) 음, 음... 가, 강요는 아니구... ... 시간도 늦어서...
서지나: 으, 응...! 그럼... 그럴게...~! 이화랑 같이 있는 건 좋으니까... (목소리 기어들어가며...)
차이화: ... 그래, 난 거실에서 잘 테니까... ... 너무 걱정하지 말구.
이화의 말이 끝날 때 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사랑한다는, 여자 주인공의 고백과 함께 영화가 끝이 났어요.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 시간인 것 같습니다.
서지나: 지나는... 그럼... 이화 방 가서 잘까...~?
차이화: ...~ 응, 먼저 자. 난 정리 좀 하고... 거실에서 잘게.
서지나: 응... ...~! 이화 잘 자...~! (목소리 들리는 쪽에... 손뽀뽀 쫍 날리구 호다닥 이화 방 들어가기...)
이화가 등 뒤에서 작게 웃었던 것도 같습니다. 잘 자, 하는 인사가 뒤따라 들려왔습니다.
침대에 눕자마자, 오늘 하루종일 피곤했었는지... ... 지나는 곧 잠에 빠져듭니다.
푹 잠들려던 차, 지나의 뺨에 무언가 스칩니다.
지나, 지능 판정 가능.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5
Result:Extreme
지나는 뺨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매우 무르고 거칠거칠한,
매우 이상한 감촉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피곤했던 걸까요.
지나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 ... 아무래도 새벽인 것 같아요,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듣기 어려움 이상 판정.
서지나: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42
Result:Success
분명... ... 글쎄요. 무슨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정말이지 너무나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지나는 그대로 푹, 잠을 청했습니다.
... ...
눈을 뜨면, 그대로 이화의 방입니다.
차이화: ...~ 지나야, 일어났어?
서지나: 응...~ (눈 비비적...) 방금 일어났어.... 이화 잘 잤어...~?
차이화: 응. 푹 잤나보네, ...~ 피곤하지는 않지?
지나, 주변을 조금 살펴볼까요?
서지나: 완전 푹 잤어... 괜찮은 것 같기두...~?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화의 방이지만... ... 무언가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책상은 조금 어질러진 상태에, 달력도 어제 본 페이지가 아닌 것 같아요.
서지나: (갸웃...) 이화야, 어제 내 방 들어왔었어?
차이화: ... 응? 아니, 나 너 들어가고 얼마 안 있다가 잤는데. 왜?
서지나: 음.... 그래...~? 어제랑 좀 다른 거 같은데... 혹시 들어왔나 싶어서. 어제두 이랬나?
차이화: ... ...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방을 조금 살펴볼까요?
서지나: (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자...)
지능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14
Result:Hard
성공. 달력은 어제와 다른 페이지입니다.
동그라미가 쳐진 날짜를 보면, 아... 그래.
저 날은 이화가, 지나와의 데이트에 늦었던 날입니다.
달력이 놓인 책상 위에는, 메모 한 장이 있습니다.
서지나: (메모를 읽어보자.....!)
[ 너는 나를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
서지나: ...? 이화야?
차이화: ... 응? 왜, 지나야?
서지나: 이 메모... 이화가 쓴 거야..~? (팔랑팔랑...)
차이화: ... 글쎄.
지나, 이화에게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26
Result:Success
성공. 이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무언가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이화가 조금, 피곤하고 지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지나: ... ... 이화야, 푹 잔 거 맞지...~? 목소리가 영 아닌 거 같은데...
차이화: ... 응, ... 진짜 푹 잤어. 잠자리가 달라져서 그랬을 수도 있지, 근데, ... 아냐! 진짜 푹 잤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문이 열리며 이화가 들어옵니다.
서지나: ....~? 이화, 이화야?
이화는 지나가 부르는 걸 못 들은 것처럼,
급하게 거울을 확인했다가,
휴대폰을 봤다가... ...
제법 분주해 보입니다.
서지나: 이화야, 뭐해? 이제 보이네. ... 지나 말 안 들려? (이화를 따라다닌다.)
지나가 아무리 불러봐도, 이화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
문득 이화가 몸을 돌려 책장 쪽으로 가던 중,
이화의 몸이 지나를 통과해 지나갑니다. 마치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요.
지나,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58/29/11
Rolled:29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차이화: ... ...
(앓는 소리.) ... 미안, 지나야.
여기가, 여기가 그러니까... 여기는... ...
내 기억 속이야. (네 곁에서 작게 중얼거리듯 말을 꺼냈다.)
데이트 늦었던 날. ... 기억해? 그 날인데... ...
난 네가 안 봤으면 좋겠어. (작은 한숨소리.)
서지나: ... 이화 기억이야? (이 장면들이? 그러니까, 나는... ...)
...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화만 괜찮다면... ... 나는, 궁금해... 이화가 그날 뭘 했었는지.
이화 늦은 적 거의 없었잖아. ... 그치...
차이화: ... ... 그래.
힘겨운 듯 대꾸하는 이화의 목소리와 함께,
기억 속의 이화가 전화를 받습니다.
차이화?: 여보세요?
...~ 응, 지나야. 나 이제 나가려고.
응, 응. 금방 갈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알겠어. 이따 봐. 사랑해.
장난스럽게, 동시에 다정하게 이어지던 전화를 끊고,
이화는 연한 하늘색 코트를 걸치며 밖으로 나섭니다.
지나가 이화를 따라가지 않아도, 어째서인지 지나는 이화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묘하게 들뜬 듯한 얼굴로 걸어가던 이화는,
문득... ...
어느 골목 사이에서 멈춰섭니다.
골목을 들여다보면, 골목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얻어맞고 있어요.
척 봐도 몹시 위험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이마에서는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한 쪽 눈은 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습니다.
피멍으로 얼룩진 어깨가 심상치 않아 보이고, 팔도 부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가,
이화를 발견한 듯 처절하게 소리칩니다.
살려줘,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
마치 구세주라도 발견한 듯 간절한 목소리가,
기억 속 이화와 지나의 귓가에 울립니다.
하지만, ...
차이화?: ... ...
이화는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불쾌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돌립니다.
그 때, 기억 속 이화의 전화가 울립니다.
차이화?: ... ... 여보세요?
아, 지나야! ... 미안, 시간이... ... 몰랐어. 진짜 미안해.
금방 갈게, 한 번만 봐 줘... ... 알았지? (어리광부리듯, 환하게 웃었다.)
전화를 끊고,
이화는 남자 쪽으로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골목을 지나쳐갑니다.
제발, 제발! 신고라도 해 줘!
처절한 외침을 끝으로,
걸어가는 이화의 뒤, 골목 안쪽에서 크게 빠각, 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 영상이 끝나듯, 세상이 정지합니다.
골목 안쪽을 다시 보면,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고 검붉은 핏자국만이 남아있습니다.
기억 속 세상이 새카맣게 변하고... ...
눈을 뜨면 다시 이화의 방입니다.
차이화: ... ...
나, ... 내가 그래서... ... 보여주기 싫다고. ... 했잖아.
서지나: ... 미안해, 억지로 보려고 해서... ... (손 끝을 만지작거리다가.) 이화가 뭐했는지 궁금해서... ...
차이화: ... ... (걸터 앉았는지 의자가 작게 삐걱거렸다.) ... 아니야.
... 그, .... 미안.
서지나: ... 이화가 왜 미안해... ...~ 안 다쳐서 다행인데... (길을 잘못 들어서 그렇지. 조그맣게 덧붙였다.) ... ... 이화가 멀쩡하면 됐어.
차이화: ... 그래? 그냥, 난... 네가... ... 싫어할까봐. ... ... 그래서 말하기 싫었어.
그리고, ... ... 내가 늦으면 넌... 더 기다렸어야 하잖아.
서지나: 이화 기다리는 시간은 하나도 안 지루한걸... ...~. 이런거로 싫어할리가. (없지. 좋아하는데.) ... ...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정말로...
차이화: ... 고마워. ... 정말, 정말로. 싫어하지 마. 나 싫어하면 안돼. (절대로. 넌 날 좋아해야 해. 꼭.)
(무슨 말을 더 하려는 듯 숨소리가 작게 들렸지만, 곧 정적.) ... ... 그래.
서지나: 안 싫어해...~. 내가 이화 미워한 적 없잖아. (작게 웃었다. 네가 무엇을 하든지 나는 널 좋아하게 될 것이다. 필연적으로.) ...~ 오늘은 뭐할까?
차이화: 그래? ... 다행이다.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힘없이 웃었다.) 네가 하고 싶은 거면 다 좋아. ... 피곤하면... ... 자도 괜찮고, 혼자 쉬어도 좋고... ...
서지나: ... (이화 쉬고 싶구나. 고개를 가만 갸울였다.) 이화 피곤하면 좀 잘래...~? 지나도 피곤하니까...~ 같이 쉬자.
차이화: ... 그래도 괜찮아? 피곤한 건 아닌데, 그러니까, 그... ... 응, 미안.
서지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피곤하면 같이 쉬면 되는거니까. (살짝 웃었다.) 이화 방에서 잘거면 지나가 거실에서 잘게.
차이화: ... ... 아냐. 네가 손님인데, 불편하게 재울 수는 없잖아. 네가 방에서 자. 나는... 그냥 거실에서 조금만 자면 될 것 같으니까... ...
서지나: 그래도 괜찮아? 잠자리 바뀌어서 피곤한 거 아니야...~? (갸웃...) ... ... 응, 푹 쉬어...~ 좀 더 자.
차이화: ... 아냐. 어제도 잤으니까, 이제 적응하겠지. 잘 자, 불 꺼줄테니까... ... 누워.
서지나: 응... ... (얌전히 이화 말 들으며 침대 안으로 꾸쟉꾸쟉 들어간다...) 잘 자...~?
차이화: 너도 잘 자.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가려다 문득.) 참, 지나야.
서지나: 응? (눈 깜빡...)
차이화: ... 사랑해, 좋은 꿈 꿔.
서지나: ... 나도 사랑해...~ 이화에게도 좋은 꿈.
인사에 희미한 웃음소리가 대꾸하듯 돌아옵니다.
지나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어제보다는 몸에 조금 힘이 생긴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 ...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지나, 듣기 판정.
서지나: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54
Result:Success
성공.
고요한 방, 고요한 집...
문득 콰르르릉... ...,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언뜻 들으면 꼭 천둥이 치는 소리같기도 합니다.
소리는 제법 크지만,
그렇다고 지나의 깊은 잠을 깨워버릴 정도는 아닙니다.
지나는 그대로 편안한 밤을 보냅니다.
... ...
지나는 눈을 뜹니다. 확실히 어제보다도 기운이 넘치는 느낌입니다.
서지나: (뽈딱!)
뽈딱!
차이화: 일어났어? 좋은 아침.
서지나: 일어났어...~! 이화 잘 잤어? 밤에 천둥치던데.
차이화: ... 천둥? ... 아, 못 들었나봐. 너무 푹 잤나. (웃는 소리에는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잔뜩 지친 어투.)
서지나: 푹 잔 거 맞아...~? 어째 어제보다 더 피곤해보이는데... (갸웃...)
차이화: 푹 잤어, ... 정말로. 하나도 안 피곤한데...~
대답하는 이화의 목소리는 밝지만,
어쩐지 억지로 쥐어짠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지나, 아이디어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39
Result:Success
성공.
이화에게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것과,
오늘의 지나는 힘이 넘치는 것.
두 가지는 어쩌면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지나: ... ... 이화야.
나는... 이화한테 아무것도 안 숨기는 거 알지.
지나 생각도, 감정도... 다.
그러니까, 이화도 지나한테 숨기는 거 없었으면 좋겠어.
... 안 괜찮지?
차이화: ... ... ... 지나야. 내가 너한테...
뭘 숨긴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는 거야?
서지나: ...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 이화야.
차이화: ... (끙, 작게 앓는 소리.) ... 지나야, 나 괜찮아. 아무 문제도 없다니까.
그냥 잠깐... ... 이상하게, 몸이 안 보이게 된 것 뿐이고.... ... 네가 걱정 안 해도 돼.
서지나: ... 그 이후부터 계속 기운 없잖아. 특히 오늘은 더. 그정도도 못 알아차릴만큼 바보 아니야.
차이화: (길고 낮은 한숨.) 지나야.
나는 네가... ... 그냥,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서지나: ... 어떻게 그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건 싫어..
차이화: 서지나. 내가, ... 아무것도 몰랐으면 한다고 하잖아.
난 그냥 네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고, 항상, 그렇게.
서지나: ...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해... ...
아무것도 모른다고 꼭, 행복해지는 건 아니잖아...
차이화: ... ... 그럼 다 알고나면, 행복해질 거 같아?
행복해지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 뭐가 나아질 것 같아, 지나야?
서지나: ... 모르는 채로 있는거보다는. ... 적어도 훨씬.
차이화: ... 그냥, ... 이 얘기 그만 하자. 나 네가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어.
뭔가를 안다는 건, 지나야. ... ... 내 생각에 그건 너무 아픈 일이야... 난 네가 아주 많이 몰랐으면 좋겠어. 늘...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면 한다고.
서지나: 아프더라도 그게 나아, 이화야. 아프고 싶다는 건 아니야. 그치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건 싫어. ... 제발. 숨기지 마.
차이화: ... ... 지나야, ... 나 힘들어. 그만 하자.
서지나: ... ... 나 갈까?
차이화: ... 어딜 가.
어딜, ... 너 지금 무슨 소리야.
서지나: 힘들다면서.
차이화: 가라고 한 건 아냐. ... 넌 아무데도 못 가.
서지나: ... 이화야. 난 네가 정말 좋아. 많이 좋아해.
그렇지만 나는 계속 알고싶어할거야.
... 이게 널 피곤하게 하는 거라면 그냥 갈게.
차이화: ... 지나야, 나도 널, ... 널 정말 사랑해.
그렇지만, ... 그래. 알려줄게.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기다려주면... 안 될까. 준비가 안 됐어.
서지나: ... ... 응... 알았어.
이화가 준비가 다 되면 말해줘.
... 계속 기다릴게.
차이화: ... 응, 고마워.
그 말과 함께 이화는 입을 굳게 다뭅니다.
지나, 방을 조금 살펴볼까요?
서지나: (방을 둘러보자)
이곳은 여전히 이화의 방이지만,
방은 어제와 다르게 엉망입니다. 왜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요?
깨지고 금이 가 산산조각이 난 거울,
다리가 부러져 주저앉은 의자는 물론이고,
이화가 그렇게 좋아하던 상패와 트로피들도 모두 바닥에 굴러다니거나 깨진 채입니다.
지나, 지능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47
Result:Success
책상 위에 올려진 달력이, 다시금 눈에 들어옵니다.
날짜를 확인하면 어제보다는 몇 장 넘어간 페이지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 날은... ...
이화가 갑작스럽게 약속을 취소했던 날이네요.
서지나: ...~? 이화야... 어제도 여기 안 들어왔었지...?
차이화: ... 네가 일어나기 조금 전에? ... 건드린 건 없어.
서지나: 그런데... 여기 왜 이러지...~.... (달력 부근을 확인해봅니다.)
달력이 놓여진 책상 위에,
엉망으로 널부러진 책들 사이로 알 수 없는 노트의 찢어진 페이지 한 장을 발견합니다.
서지나: (페이지를 읽어보자)
모국어 판정.
서지나:
Language(Own) Roll
Value:60/30/12
Rolled:87
Result:Fail
실패. 강행 가능합니다.
서지나: (페이지를 꼼꼼히 자세하게 훑어본다!)
재판정 가능.
서지나:
Language(Own) Roll
Value:60/30/12
Rolled:8
Result:Extreme
성공.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 ... 마치 모래시계처럼,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은 이의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
그 뒤의 글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종이의 뒤를 살펴보면, 똑바로 서 있는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려진 모래시계 안에는 파란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 윗 부분의 모래가 몹시 조금 남아 있습니다.
서지나: ... ... 이화야.
이거... 뭐야?
차이화: ... ...
아무것도 아니야.
서지나: 거짓말하지 마.
이건 또 뭔데? (페이지를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내보였다.)
차이화: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 신경 꺼도 돼.
이리 줘, 그게 왜... ... 거기 있지.
서지나: 이화야. ... 나 못 기다리겠어. (찢어진 페이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미세하게 떨렸다.)
... ... 이거 이화얘기지. 거의 다 떨어진 모래, 이거... 이화 맞지.
차이화: 나는... ... 지나야, 나는... ...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신경 꺼도 괜찮다니까. 네가 관심 안 가져도 되는 거야.
나 줘, 그거.
서지나: 이게 어떻게 괜찮아? 나는, 정말... ... (네가 없으면 안 될텐데. 목까지 차올랐던 목소리를 꾹 삼켰다. 이런것도 모를리가 없잖아.)
... 거짓말 안 했으면 좋겠어...
차이화: ... 지나야,
이화가 입을 열려던 찰나,
문이 열립니다.
차이화: ... (가느다란, 앓는 소리.)
지친 표정으로 전화를 받은 이화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지고,
전화를 끊은 후에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신경질까지 냅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지나의 것은 아니었어요.
좋지 못한 소식이라도 들었던 걸까요.
이화는 곧 급히 밖으로 나서려다가 멈춰서, 어딘가로 전화를 겁니다.
차이화?: ... 여보세요.
지나야, 혹시 준비중이야?
아, 그게... ... 미안한데, 오늘 데이트... 취소해도 괜찮을까.
정말 미안, 급하게 가 볼 일이 생겼거든. 응? 미안해... ...
사랑하는 거 알지, 나중에 전화할게.
분명 들어본 적 있는 말이에요.
전화를 끊고, 이화는 밖으로 나갑니다.
지나, 기억 속 이화에게 심리학 판정.
서지나:
Psychology Roll
Value:35/17/7
Rolled:95
Result:Fail
실패.
그저 이화의 표정이,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요.
차이화: ... 지나야,
안 보면... ... 안 될까.
서지나: ... 미안, 이화야.
... ... 나 너무 궁금해.
차이화: 왜 그렇게 전부...!!
... ... 궁금해 하는 거야.
지나야, 난... 나는 무서워.
이걸 보고 나서도 네가... ...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서지나: ... 이화야.
난 지금까지 항상 사랑했어. 알지.
... 이건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거야.
지금도 사랑해.
앞으로도 사랑할게.
지나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주변의 모습이 점차 변하기 시작합니다.
시내의 중간쯤일까요. 주변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그 사이를 걸어가는 이화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처럼. 마치 어딘가,
비틀린 사람처럼.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은 건물의 옥상입니다.
지나가 서있는 곳 멀리, 기억 속의 이화와 낯선 여자가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멀리서 바람에 실리듯, 하지만 너무나 선명하게 대화가 들려옵니다.
낯선 여자: 아직도 생각 없는 거야? 응?
네가 전에 말한 애. 네 성격대로면 오래 만날 것도 아니잖아.
차이화?: ... 그만 연락하라고 했잖아.
너 볼 생각 없다고. 싫다고 했을 텐데.
낯선 여자: 그래도 한 번만 생각해 보라니까.
차이화?: 싫어. 그 말 하려고 부른 거면, ... 갈게.
낯선 여자: 참... ... 그러면 어쩔 수 없잖아.
그 말과 함께, 여자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냅니다.
다가가지 않지만 시점이 점점 가까워집니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사진입니다.
사진을 든 여자가 기분 나쁘게 웃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 속에는... ...
이화와 지나의 모습이 수도 없이 담겨 있었습니다.
몇 장 더 넘기면, 지나의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자고, 먹고, 웃고, 떠드는 지나의 모습들.
도대체 언제 찍힌 걸까요.
이화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굳는 것이 보입니다.
서늘한 감각과 치미는 불쾌감에 SANC 0/1.
서지나:
SAN Roll
Value:58/29/11
Rolled:81
Result:Fail
실패. 이성 -1.
낯선 여자는 아무래도 스토커였던 모양입니다.
여자는 자랑스럽다는 듯 말을 이어갑니다.
낯선 여자: 예쁘지?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지나잖아.
내가 이걸 찍을 때, 넌 뭐 했어?
아무것도 안 했지? 아니...~ 아무것도 못 한 거려나.
네가 날 안 받아주면, 얘한테 손 댈 거야.
거짓말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
낯선 여자: (즐거운 듯 웃었다.) 그럼 네가 날 봐줄 거야. 응?
이화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어이없다는 듯 기 찬 반응을 뱉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오래도록 이런 협박에 시달려온 것 같아요.
바람에 이화의 푸른 코트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화는 한참동안이나 침묵한 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여자에게 다가갑니다.
차이화?: 죽인다고?
누가? 네가, 지나를?
그러면 내가 널 봐줄 거 같았어?
착각하지 마. 내가 널 보는 일은 없을 거고,
(여자의 손목을 잡아채, 난간 쪽으로 밀어붙였다.) 네가 지나를 죽이는 일도 없을 거야.
이화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낯섭니다.
건물의 검은 그림자에 가려져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화의 그 목소리는 너무나 낯설어 귀에 선명하게 박힙니다.
곧이어 퍽, 하고 무언가 추락하는 소리와 함께
저 아래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옵니다.
차이화?: ... ...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널 죽여버릴 텐데.
착각도... ... 정도껏이지. (몸을 돌려 옥상에서 빠져나갔다.)
소중한 사람의 살인을 목격한 지나, SANC 1/1d2.
서지나:
SAN Roll
Value:57/28/11
Rolled:70
Result:Fail
실패. 1d2 다이스 굴려주세요.
서지나: 
rolling 1d2
(
2
)
= 
2
이성 -2.
곧 세상은 어제처럼 검게 물들었다가,
정신을 차리면 다시 이화의 방입니다.
차이화: ... ... 하, (바람 빠지듯 허탈한 헛웃음소리.)
서지나: ... ...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빤히 바라봤다.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차이화: ... ... 지나야,
아직도 나 사랑해?
서지나: ... 사랑해, 이화야.
변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차이화: 나는... ...
나는 내가 그 날,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
잘못한 건 그 사람이지? 그렇지, 내가 아니니까.
... 그런데, 이걸 네가 볼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운 거 있지. ... 꼭, 네가 실망할 것 같아서...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나왔다.)
서지나: 실망같은 건 안 해. (그러니까 안 무서워해도 돼. 그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 꼭 자신에게도 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 ... 많이 힘들었지...
차이화: ... (목소리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뒤로 몇 걸음 물러났는지 소리가 작았다.) ... 미안해. 미안해, 전부 다. 너한테 아무것도 못 말하는 것도, 못 말했던 것도... ...
그래도 같이 있고 싶어. 지나야,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
... 사랑해, 나 미워하지 마.
서지나: ... 미안해하지 말라니까. 이화가 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 제일 힘든 건 이화였을텐데. (옅게 웃었다. 약간은 기운빠진 미소였다.)
... 계속 같이 있을 거잖아. 떠나지 않을게. 옆에 있어줘.
많이 좋아해, ... ... 사랑해.
차이화: ... 나도, ... 나도 정말 사랑해. (힘없이 사그라드는 목소리로 계속해서 중얼거리듯 답했다.) 사라지면 안돼, 넌 항상 행복해야 해... ...
... 미안, 미안해. ... 조금 쉬고 싶어.
너도 쉴래? 피곤할 텐데... ... 좀, 자 둬.
서지나: ... ... 안 사라질게. 항상 행복할거야. (너랑 같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피곤하면 잠시 쉬자. 급한거 아니잖아. 그런데, 이화야.)
... 오늘 밤이 지나도 내 옆에 있어줄거야?
차이화: (느리게 침대가에 걸터 앉았다.) ... ...
항상 사랑할 거야. (그리고 답이 없었다.)
서지나: 사랑하기만?
... 내가 물어본 질문은 좀 다른건데. 이화야.
차이화: 쉬어, ...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서지나: ... 알았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이화도 푹 쉬어...~
이화는 대답 없이 자리를 비켜줍니다.
분명 이화는 말없이 지나의 곁에 있겠지만, 그것뿐이에요.
그렇게 지나는, 느리게 잠에 빠져듭니다.
... ...
얼마나 잤을까요?
무언가 아주 크게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뜨면,
지나가 있는 이화의 방, 그 공간이,
일그러지며... ... 부서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근처에서 작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지나, 듣기 판정.
서지나: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67
Result:Success
성공.
차이화: ... ...
살고, ... 싶어...
그것은 분명 이화의 목소리입니다.
서지나: 이화야, 이화야... ... ... 어딨어, 어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차이화: ... ... 지나야, 깼어?
더 자야 좋을 텐데, 안 피곤해?
서지나: 나는 괜찮아. ... ... 그런데 이화야, 아까 뭐라고 했어?
차이화: ... ... 뭐가? ... 피곤해서 뭐, 잘못 들은 거 아냐?
좀 더 자...~ 더 자도 시간은 충분해.
서지나: ... 분명히 들었는데, ... ...
있지, 이화야.
내가 다시 일어나면,
넌 어디에 있을거야?
차이화: ... 그때까지는,
네 곁에... ...
이화의 말이 차마 끝맺어지기도 전이었습니다.
공간은 아주,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립니다.
흔들리며 변해가던 공간은, 곧...
이곳에서 깨어나기 전, 지나가 이화와 마지막으로 만나 데이트를 했던 그 거리로 변합니다.
기억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날은 무척이나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데이트를 나선 날은 유독 맑아, 웃는 이화가 특히나 예뻐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나에게 버블티를 한 잔 사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화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차를 보지 못 한 지나.
그리고, 뛰어들어 지나를 구하려다가...
같이 차에 치여 나뒹구는 이화의 모습.
붉은 색채가 너무나 강렬합니다.
눈이 아프고 어지럽습니다.
시야가 점차 흐려지다가, 빠르게 멀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은 끝없는 어둠입니다.
이화는 품 속에 무언가를 안은 채, 어둠 속을 한도 끝도 없이 걸어나가고 이씁니다.
그래요, 품 속에 안긴 것은 지나. 당신입니다.
눈뜨지 못하는 지나를 안은 채, 이화는 그곳을 계속해서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차이화?: ... ... 지나야,
괜찮아?
있잖아, ... 불편하지는 않지?
왜 이렇게 가벼워. ... ... 괜찮다고? ... 다행이다.
조금 더 자, ... 안아줄게.
때때로, 잠든 것처럼 의식을 잃은 지나에게 말을 걸며 걸어나가는 이화의 턱에는,
문득 눈물이 비친 것도 같습니다.
그런 이화의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나 말을 겁니다.
???: 불쌍하게도, 곧 죽을 놈을 데리고 다니는구나.
까딱하면 기억도 전부 날아갈 인간이 말이야.
이화의 눈물 젖은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집니다.
???: ... 이곳은 너희가 원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공간이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 이 곳에서만큼은 너도, 그 아이도...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게 해 주지.
여기에 머무르면서 네 생기가 모여 그 아이에게 전해지면,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아이를... ...
네가 할 일은 간단해. 그저 네가 원래 살던 세계에 나를 불러내면 되는 거다.
너는, 그리고 그 녀석은 함께 행복할 테고... ...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얻겠지.
차이화?: ...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품 속의 지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이화가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가 손을 휘두르자 그곳에는 이화의 집이 생겨납니다.
???: 저 곳을 네 정신의 일부와 연결시켜 두었으니... 내 강림을 준비하는 동안 저곳에서 지내면서,
미치지나 말거라.
이화는 낯선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유일했고, 그만큼이나 간절했으니까요.
장면은 이제 빨리감기 되듯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화는 그곳에서 신의 강림을 준비하고,
원래 세계의 병원에서 깨어나 이해할 수 없는 '그 존재'를 세상에 강림시켰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만이 도시에 가득 울립니다.
멀리 TV에서 도시의 마비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곧이어 TV의 화면이 바뀌면,
뉴스는 소식을 전하며 이화와 지나의 학교 역시 무너졌다는 속보를 내놓습니다.
이화가, 그리고 지나가 소중히 여겼던 모든 추억들 역시 파편들과 함께 사라졌을 테지요.
TV 앞에 서있던 이화는 그것을 보며 실성한 듯, 마치 우는 것처럼 웃다가... ...
그 자리에서 빨려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 이화의 집입니다.
지나는 이화의 집에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오래도록 누워 있었습니다.
낯선 남자는 단 한 번도 두 사람을 찾아오지 않았고,
그동안 이화는 지나의 곁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지나를 씻겨주고,
이마에 입을 맞추고,
트로피를 하나하나 닦으며 지나에게 말을 걸다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좋아한다던 로맨스 영화를, 몇 번이고 틀어둔 채 끝내 지나를 끌어안고 흐느끼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어느날,
무언가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이화의 외모입니다.
처음에는 얼굴에 혹이 생기는가 싶더니,
다음 장면에는 손가락이 메말라 가고,
그 다음 장면에서는 골격이 움푹 튀어나오고,
그 다음에는 얼굴의 살점이 흐물흐물 녹아 떨어집니다.
그러더니 한참 지날 즈음에는 형체도 알 수 없는 것이 됩니다. 꼭 괴물처럼.
이화는 지나의 곁에서
울다가,
웃다가,
문득 스스로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차이화?: ... ... 분명,
... 분명 놀라겠지.
그렇게 중얼거렸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찾아낸 두루마리에서 무언가를 읊습니다.
그러자 이화의 모습이 투명해집니다.
장면은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지나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던 조명 탓에, 눈이 시리게 아팠던 것도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그곳은 방입니다.
조금 둘러보자니 벽에 붙은 포스터, 깔끔하게 정리된 상패들……
아마도 이곳은 분명 이화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뜬 거지?
데이트 전에 잠들어서, 혹시 꿈이라도 꿨던 걸까.
그렇다기에는 즐겁게 웃던 이화의 얼굴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나, SANC 1d3/1d5.
서지나:
SAN Roll
Value:55/27/11
Rolled:61
Result:Fail
실패. 1d5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서지나: 
rolling 1d5
(
4
)
= 
4
이성 -4.
다시 이화의 방입니다.
등 뒤에서 형편없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너의,: ... ... 제발, ... 부탁이니까... 돌아보지 마.
서지나: ... 이화야.
거기 있어?
너의,: ... 여기 있어,
지나야, 나 여기 있어. ... 보지만 말아줘.
서지나: ... 널 보면... 안 돼?
... 보고 싶어, 이화야.
너의,: ... 보여주고 싶지 않아.
너한테 나로 남고 싶어... ...
서지나: ... 지금의 너는, 이화가 아니야?
... ... 아니잖아.
나는 어떤 형태의 너라도 사랑해.
... 앞으로도 쭉 그럴거고.
너의,: ... ... 네가 하고싶은대로,
(아프게 앓는 듯) ... 해.
서지나: ... ... (이화야. 뒤를 돌아봤다.)
괜찮아. (나 지금도 안 울잖아.)
돌아보면,
그곳에는 괴물같은 모습을 한 이화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 ...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너의,: ... ... 나, 알고 있었어.
네 걱정이 맞아. ... 여긴 이제 다 무너질 거야.
내가 너한테, ... 널 살리려고... 그 사람과 계약해서... ...
내 생기를, 너한테... (힘겨운 목소리가 흐느끼듯 울렸다.) 옮겼으니까.
세상이 계속해서 무너집니다.
이화와 지나가 있는 그곳의 천장이, 하늘이,
무너지며 후두둑 떨어져 내립니다.
너의,: 널 살리고 싶었어.
파편이 쉴새없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너의,: 네가 행복했으면 했으니까... ...
그것은 꼭 빗물 같기도 했고,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습니다.
너의,: 그러면 난 정말, ... 죽어도 괜찮았어, 지나야. 난 정말 괜찮았어... ...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세상이 멸망해가는 모습은 기묘하고 또 서글픕니다.
너의,: ... 꼭 살아, 지나야. 사랑해... ...
고개를 다시 돌리면, 이화의 모습이 차츰 투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자꾸만 두 사람의 곁으로 떨어집니다.
너의,: 이 세계가 다 무너지고 나면,
... 넌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거야.
... ... 지나야,
이화가 힘겹게 손을 뻗으며 웃습니다.
그 모습이 계속해서 흐릿해집니다.
너의,: ... 욕심인 거 알아. 그래도, 있지.
용서해 줄 수 있어? 못 본 척 지나간 것도, 죽인 것도, ... 전부 다 망치고 도망친 것도... ...
서지나: ... ... 이화야,
계속 말했지, ... 나한테 용서를 구할 필요 없어.
나를 위한 거였잖아, 네가... 나 때문에.
... ... 같이 있으면 안 돼? 나는, 나는... 네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해? 모르겠어...
내 세상에 네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이화야. 많이, 정말 많이 좋아해...
... 그러니까 제발,
서지나: 나랑 같이 살자. 이화야.
너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
힘겹게 웃는 이화의 얼굴,
무너지는 세계.
지나, 강제 아이디어 판정.
서지나:
INT Roll
Value:50/25/10
Rolled:34
Result:Success
성공.
지금까지, 지나가 이화의 생기를 받아들여 살아난 거라면,
반대로 지나의 생기가 이화에게 들어가게 한다면... ...
지나가 아닌 이화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깨진 거울에서 튕겨져 나온 커다란 유리 파편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지나: ... 이화야. (유리 파편을 쥐었다.)
... ... 나 사랑해?
너의,: ... 지나야,
지나야, ... 지나야... ...
응, 사랑해. 너무, 너무 사랑해서...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그러니까... ... 그러지 마...
서지나: ... ... 그 말이 듣고 싶었어.
나도, ... 사랑해. 이화야.
다 버리고 네게로 달려갈 수 있을 만큼.
그러니까,
꼭 살아, 이화야.
... 사랑해. (유리 파편으로 제 가슴을 깊게 찔렀다.)
너의,: 지나야...!
절규하듯 외치는 소리,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이화가 달려와 당신을 품에 안았습니다.
왜 네가 그 죄악을 감당하고 홀로 질까.
지나는 이화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용서할 것도 없었겠지요.
언제나 이화를 사랑해왔으니까요.
그가 아무리 추악한 죄인이라 하더라도. 실로 참혹한 낭만이었습니다.
프시케가 에로스를 처음 사랑이라 맞았을 때 이러한 기분이었을까요.
이화의 거칠고 무른 손이 지나의 손을 꽉 잡습니다.
물컹하고 끈적거리는 감촉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아요.
온통 흔들리며 무너지던 세계가 당신의 상처로 인해 뚝 멎습니다.
몸 안의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죽음을 느낀다는 것은 생각만큼 그리 끔찍하지는 않았습니다.
차츰 정신이 희미해집니다.
여지껏 활기 넘쳤던 일이 다 꿈인 것처럼 숨이 가쁩니다.
너의,: 지나야, 제발... ...
가지 마.
이렇게 널 보내면 안 되는 건데...
이화의 울부짖는 소리가 마지막으로 귓가에 닿았던 것도 같습니다.
... ...
말간 햇살에 눈을 떠 보면, 그곳은 병실입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당신의 소중하고도, 나약한 괴물.
이화가 누워 있습니다.
잠에 든 모양인지, 숨소리가 규칙적입니다.
그러다가 지나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눈을 뜨고는 시선을 마주합니다.
마주한 눈은 늦은 밤처럼 캄캄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병실의 햇살은 눈이 부실만큼 밝고, 또 아릿했습니다.
이화가 웃습니다. 아픈 미소에 희미하게 기쁨이 서립니다.
비로소 돌아온 것일까요.
어떤 신의 자비가 두 사람을 돌려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병실 협탁 위에는,
정확히 모래가 절반으로 나뉘어진 모래시계가 가로로 멈추어진 채 놓여 있습니다.
지나는, 이화에게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이 살자, 사랑해.
참으로,
아름다운 낭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온한 검은 피, 내 사랑은 천국이 아닐 것.
아무렴 어떠합니까? 지금 당장 행복하다면... ...
전부 다 된 것을.

【 프시케의 우울 Pshches' Melancholy 】 END3 프시케의 참혹한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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