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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혁 X 강예리 | 프시케의 우울 PLAY LOG *

시나리오 카드 제작했습니다! 무단 저장을 금합니다.


* 플레이 날짜 20181021~22 | 플레이 시간 :: 8h

* 프시케의 우울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엔딩에 인용된 시구는 백가희 / 당신이 빛이라면 입니다.

* KPC 남주혁 / PC 강예리



언제나처럼 데이트를 나선 날은 햇빛이 몹시 좋았습니다.

날이 화창해서 그가 유독 어여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빛이 너무 눈부셨던 걸까요,
그 사람이 흐립니다.
어렴풋이 ─왜?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같습니다.
당신이 눈을 뜬 곳은 틀림없이 그의 집입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너무도 당황스러워 툭 이름을 부르면, 착각처럼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요.
─ 잘 잤어? 좋은 밤.
*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 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허연, 칠월
랑뽀 (GM) [ 프시케의 우울 ]
예리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조명이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어 아팠던 것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면, 그곳은 방입니다.
잠시 둘러보면 그 곳은 분명 주혁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떴을까.
데이트 전에 잠들어 꿈이라도 꾸었나 싶지만, 그러기에는 주혁과 함께 즐겁게 웃고 있던 기억 등이 너무도 생생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40/20/8
Rolled:34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벽에는 여러 종류의 뮤지컬 포스터가 붙어있고, 옷장에는 늘 그가 학교에 입고 오던 옷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뮤지컬 대본도 놓여 있네요.
누워있던 침대는 예리에게는 조금 큰 크기.
아무래도 이 곳은 주혁의 방이 맞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혁은 보이지 않네요.
강예리: ...남주혁?
남주혁: ... 아, 일어났어?
문득, 문가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리 들어도 틀림없이 주혁의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목소리만 들릴 뿐.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강예리: 뭐야, 너 어딨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40/20/8
Rolled:80
Result:Fail
실패. 1d2 롤.
강예리: 
rolling 1d2
(
1
)
1
이성 -1.
남주혁: 여기 있어. ... 보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강예리: ?
그게 무슨 소리야?
남주혁: 네 옆에 있다고. 들리잖아, 내 목소리.
강예리: 뭐...
장난치지말고 나와~!
(방문을 열어본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텅 빈 거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강예리: ...?
주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강예리: 어디 숨었어?
남주혁: 안 숨었어... 여기 있다니까. (꽤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왔다.)
강예리: ...?
안 보이는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며)
남주혁: 눈에는 안 보이겠지만... 여기 있어. 정말로. ... ... 왜 안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예리: 오늘 만우절이야?
근처에 핸드폰 숨겨둔 거지?!
장난치지 말구 빨리 나와~ 셋 센다!
하나...
둘...
남주혁: 셋. (꽤 가까이 있는 듯 귀에 속삭인다.)
강예리: 셋!
?
(화들짝 놀라며 귀를 감싸쥐었다.)
??
뭐야...?
남주혁: 있다니까. 자꾸 안 믿지.
강예리: ...?
꿈이야?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허공에 손을 휘저어봐도, 닿는 것은 없습니다.
소리는 꽤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강예리: 야... 나 슬슬 무섭거든?
지금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진짜 장난치는 거 아냐?
이정도면 됐잖아... 빨리 나와!
남주혁: 장난 아니야. 진짜라니까.
어떻게 하면 믿을래?
강예리: 아니... 뭘 어떻게 해도 안 믿길 것 같은데...
백번 양보해서 네가 안 보이는 거라고 쳐.
그럼 지금 상황은 도대체 뭔데? 내가 왜 네 방에 있지?
남주혁: 그거야... 데이트하다가 네가 갑자기 잠들었잖아. 기억 안 나?
네 집주소도 몰라서 그냥 우리 집으로 데려왔는데.
강예리: 내가 갑자기 잠들었다고?
아니 근데... 너는 왜 안 보여?
(주혁의 모습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몇 번이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주혁은 커녕 목소리가 흘러나올만한 것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남주혁: 나도 그건 모르겠어.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려서. ...이해가 안 가.
강예리: 어... ...
꿈이지? 이거 그 뭐냐, 자각몽?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날 수 있나?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남주혁: 아니, 아니, 아니, 야, (다급한듯 목소리가 빨라졌다.)
꿈 아니거든? 볼 꼬집어봐.
강예리: (제 볼을 꼬집는다.)
... ... 아파.
(혼란스러운 듯 계속해서 제 볼을 꼬집었다.)
남주혁: ... 그러다 볼 빨개진다. (침대에 걸터앉은 양, 목소리가 멀어지더니 이내 침대 시트가 살짝 가라앉았다.)
꿈 아니라니까. 정말로.
강예리: (가라앉은 침대 시트를 보고 당황해 눈이 커졌다. 쉽게 근처로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걸음을 내디뎌 그 자리에 손을 뻗는다.)
남주혁: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인듯 시트가 반대쪽으로 깊게 가라앉는다.) 만지진 말고. ... ... 뭐라도 마실래?
강예리: (보고서도 믿기지 않는 듯 입만 벙긋거리다) ... 어?
뭐야... 뭔데?
만지지 말라니? 왜?
남주혁: 응? ... ... 딱히 별 이유는 없는데. 왜 그렇게 놀라?
강예리: 아니, 왜 그렇게 놀라냐니?!
네가 안 보이잖아! 뭔데? 지금 뭔데? 무슨 일인데?
나만 당황스러워? 왜이렇게 태평해?
병원 가야하는 거 아냐? 아니, 이걸 어디 말해야돼...?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두서 없이 내뱉는 말들에 혼란스러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남주혁: ... 괜찮아. 정말로. 금방 돌아오겠지. 이걸 어디 가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약간 힘빠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난 정말 괜찮아. ... ... 네 몸은 좀 어때? 푹 잤어?
강예리: 아니... 어... 나는 완전 멀쩡한데?...
아니, 안 멀쩡해...
지금... 나 너무 당황스러운데...
어떡해야 돼?
남주혁: ...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난 정말 괜찮아, 지금도 네 옆에 있어.
... 그냥 보이지 않는 것 뿐이지.
강예리: 그게 문제잖아...
옆에 있는건... ... 진짜, 인정하기 싫지만 해야겠지?
난... 난 안 괜찮아!
너는 당사자가 왜 이렇게 태평해? 뭐 알고 있는 거지? 뭔데, 빨리 말해봐...!
남주혁: 정말 모른다니까. 알면 내가 숨기겠어?
강예리: 그럼 언제부터 그랬는데?
나 여기 데려오고 나서?
남주혁: 응. 너 데려오고 나서.
널 데려오기 전까지는 안 그랬어.
강예리: 뭐야... 나 진짜... 어떡해? 이제 어떡하지?
남주혁: ... 나는 여기에 있다는거. 그거 하나만 알면 돼.
(짧은 한숨이 이어졌다.) 물이라도 마실래?
강예리: 어? 어...
물은 가져올 수 있어?
남주혁: 가져올 수 있어. 그냥 눈에 안 보이는 거지... 만져지기는 하니까.
금방 가져올게. 기다리고 있어.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밖에서는 컵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네요. 물을 따르고 있는 걸까요.
문득, 예리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강예리: ...?
(아래를 확인한다.)
예리의 발치에 걸려있는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살점들.
강예리: ?
? ?? ??
살점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습니다.
강예리: ?????????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9/19/7
Rolled:14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자세히 보니 고기같아서 좀 친근해보이기도 합니다. 별로 놀랍진 않네요.
강예리: 아니... 어...?
뭐야... 뭔데 이거...?
(뒷걸음질 치다 다리에 침대가 걸리자 그 위로 주저앉았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허공에 컵이 두둥실 뜨면서 등장합니다.
남주혁: 물 떠왔어. 좀 어때?
강예리: 야... ...
저거 뭐야...? (살점을 가리키며)
남주혁: 어?
(To GM) rolling 1d100<60
(
70
)
0 Successes
남주혁: 어... 어? (당황한 듯한 어조.) ... 저게 뭐야?
강예리: 야... 여기 네 방이잖아...
네가 모르면 어떡해?
(말하는 낯이 창백했다. 생소한 상황에 많이 놀라고 당황해 힘 빠진 표정은 거의 울상과도 같았다.)
남주혁: 아니, 잠깐만, 예리야. (당황스러운 듯 꽤 가까이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치울게. 잠깐만.
(살점들이 허공에 떠가더니 이내 문 밖으로 사라졌다. 목소리는 다시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 우는 거 아니지?
강예리: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봤다. 표정은 여전히, 목소리도 떨렸다.) ... 안 울어.
남주혁: 울지 말고... (달래는 듯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늘 뭐할까? 우리. 내 상태가 이래서 밖에 나가는 건 힘들겠지만... 집에서라면 놀 수 있을 거 같은데.
강예리: 지금 놀자고...? (흐릿..)
아무리 나라도 당장 하하호호 하고 놀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픈 데 없고?
남주혁: ... 응. 완전 멀쩡해. 괜찮아.
오늘 원래 같이 있기로 했었잖아.
강예리: 그건 그렇지만...
너 만지면 안 된다며? 그건 왜?
남주혁: ... ... 어차피 안 닿을 테니까.
상관 없잖아, 그런 건.
강예리: ... 아니, 난 상관 있는데.
너 나랑 안 닿고 싶어? 어? 막,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보기만 해도 괜찮아? 어떻게 그래!
남주혁: ... 나랑 닿았으면 좋겠어? 닿아서 뭐하게?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꽤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강예리: 어? 어... 아 아무튼! (잠시 머뭇거리다 당황한 듯 급하게 말을 마무리했다.)
그럼 어떡하려고? 닿는 것도 안되고, 보이지도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거 있어?
남주혁: 으음... (짧게 고민하다가.) 글쎄. 영화 보거나... 같이 뭐 먹어도 좋고. 아니면 이대로 같이 푹 쉬어도 되고.
뭐 할래? 나는 다 좋아.
강예리: (잠시 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다 이내 가벼운 한숨을 뱉었다. 표정은 전보다 한 결 나아 보였고.) ... 영화 볼까?
계속 허둥댈 수도 없고.. 그냥 현실을... 받아들여야할 것 같아.
남주혁: ... 그래. (옅게 웃었다. 네게 보이지 않더라도.) 그거면 됐어.
보고 싶은 장르 있어? 찾아볼게.
강예리: 음... 로맨스코미디?
먼저 웃는 사람은 벌칙! 어때?
남주혁: 자신 있나본데? 난 좋아. 내가 얼마나 웃음을 잘 참는데~. (꽤 자랑스럽게 말했다.)
거실가서 볼까? 내 방은 tv 따로 없어.
강예리: 그래! 너보다 내가 더 잘 참을걸? 지고 나서 봐달라고 하지 마~
(방 문을 열고 가려다,) 음... 집 주인 두고 먼저 가면 실례겠지? 앞장서!
남주혁: 네~ 따라오세요~ (작게 웃음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끼익, 하고 방문이 열렸다.)
소파에 앉아있어. 영화 고르고 있을게.
강예리: 응! (주혁이 있을 법한 곳을 바라보다 소파로 가 앉았다.)
남주혁: (허공에 이불과 각종 과자가 떠오더니 이내 네 위로 덮였다. 이어 tv 옆에 있는 비디오들 중 하나가 삽입되더니, 불이 꺼지고 TV화면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나름 재밌을걸? 한 번도 안 봤지만. (옆에 앉은 듯 목소리가 꽤 가까이서 들리더니, 소파가 살짝 가라앉았다.)
강예리: (분명 옆에 누군가 있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내 영화가 시작되자 신경은 점차 그쪽으로 쏠리고, 곧 온전히 그것에 집중했다.)
영화의 막이 오르고, 곧 이어 장면이 전환됩니다.
장르는 로맨스 코미디.
아주 어릴 때부터 만나 서로 거리낄 것 없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득, 남학생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장면이 보이자.
옆에서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던 것도 같습니다.
강예리: 어?
너 방금 웃었지?
나 다 들었다, 웃었지!?
남주혁: ... 아닌데?
안 웃었는데?
강예리: 거짓말! 나 방금 진짜 들었어.
발뺌하지 마라~
남주혁: 하여간 귀도 좋아... (다시 작게 웃다가.)
알았어. 내가 졌다~.
강예리: (주혁이 패배를 인정하자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아, 웃음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벌칙 뭐시키지? 일단 영화부터 마저 보고... 생각하자!
남주혁: 벌칙도 시키게?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알았어, 알았어. 영화 끝나고.
어느덧 영화는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친구들과 다 함께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꽤 감동적인 영화였네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TV가 꺼집니다.
남주혁: 영화 끝났네. (뭐 시킬지 몰라서 무섭기만...)
강예리: 재밌었다, 그지? (뭘 요구할지 생각하는 표정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음.. 벌칙은 너 원래대로 돌아오면 하는 걸로 할까?
남주혁: 오...~ 웬일이야? 뭘 시키려고.
강예리: 비밀! 그냥 그때 내가 시키는 데로 해.
근데 평생 안 돌아오면 어떡해...
... ... 아니겠지? 금방 괜찮아지겠지?
남주혁: 금방 괜찮아지겠지. 뭐...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안심시키려는 양 작게 웃었다.) 괜찮아.
그나저나 늦었는데... ... 자고 갈래? 영화 보느라 시간이 다 갔네.
강예리: (네 웃음 소리에 애써 불안감을 지우고 옅은 미소를 띄웠다. 곧 시간을 확인하고,) 헉, 뭐했다고 벌써?
자고 가도 돼? 그럼 아빠한테 연락해야 되겠지만...
대충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면 되겠지?
남주혁: 음... 뭐 그렇겠지? 허락 안 해주시면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늦어서. (고개 끄덕...)
강예리: (핸드폰을 찾아 어디론가 문자를 넣었다. 곧 알림이 울리고, 허락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네 목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보여준다.) 된데~!
자주 친구 집에서 잤으니까 이제 크게 걱정 안 하시나 봐~ (장난스레 웃고)
남주혁: 그럼 다행이고...~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실에서 잘게. 너는 침대에서 자.
(소파에 덮어뒀던 이불 구석으로 치우며..) 불 꺼줄까?
강예리: 음... 사양하진 않을게! 불도 꺼 줘. (네 손을 잡으려는 듯 허공에 손을 뻗다 이내 닿으면 안 된다는 걸 상기했다. 마음 구석에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었으나 애써 묻어두고, 손을 거둔 뒤 네 방으로 앞장섰다.)
남주혁: (제 방 쪽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적당히 침대를 정돈하고는, 네가 누울 때까지 스위치 쪽에 서 있었다.) 누워. 혹시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하고.
강예리: (정돈된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덮고 누웠다. 옆으로 몸을 틀고 네가 있을 자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 정말 거기 있어?
남주혁: 여기 있어. 정말로. (옅은 웃음소리가 새었다.) 안 믿겨?
강예리: 안 믿겨도 어쩔 수 없잖아... (따라 작게 웃어 보였다.) 불 꺼주라.
남주혁: 응. (스위치를 누르자 불이 천천히 꺼졌다. 이내 방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좋은 꿈 꾸고.
사랑해. 잘 자.
강예리: (이어 들린 말에 잠깐 멍한 표정을 짓다 곧 환하게 웃었다.) 나도 사랑해. 내 꿈 꿔.
이어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방문은 완전히 닫힙니다.
어쩐지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푹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리,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82
Result:Fail
실패.
무언가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만을 받습니다.
예리는 잠에 듭니다.
침대가 너무 푹신한 탓일까요,
아니면 오늘 하루 너무 즐겁게 논 탓일까요.
예리, 듣기 어려움 판정.
강예리:
Listen Roll
Value:90/45/18
Rolled:75
Result:Success
아무것도 듣지 못합니다.
좋은 기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엔 어떤 꿈을 꾸게 될까요.
적어도, 행복한 꿈이라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예리는 그대로 푹 잠에 빠져듭니다.
... ... ... ...
아침이 되었습니다. 예리는 가벼운 몸으로 일어납니다.
어제보다 훨씬 더 좋은 기분이에요.
너무 푹 자버린 탓일까요?
남주혁: 좋은 아침. 잘 잤어?
강예리: 좋은 아침~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완전 잘 잤어. 너는?
남주혁: 나도... ...~ 잘 잔 거 같은데. 완전 멀쩡해...
불편하진 않았고? 침대 좀 컸을 텐데.
강예리: 음... 그냥 편하게 잘 잤어!
넌 진짜 잘 잔 거 맞아? 왜이렇게 힘이 없어보이지?
남주혁: 그래? ... ... 난 멀쩡한데... 기분도 좋고.
강예리: 음... 그럼 됐고. (말은 그렇게 하나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도 그대로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예리, 주변을 좀 둘러볼까요?
강예리: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쩐지 어제와는 뭔가 다른...
강예리: ...?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분명 똑같은 주혁의 방일텐데요.
벽면에 붙어있던 포스터는 다른 것들로 교체되어 있고,
어제보다 훨씬 더 어지러운 느낌입니다.
조금 더 둘러볼까요?
강예리: 너.. 밤중에 뭐 했어? (여기저기 살펴본다.)
남주혁: 별 거 안 했는데... ...~?
문득, 주혁의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달력에 눈길이 갑니다.
예리,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98
Result:Fail
실패.
유독 익숙한 느낌이 드는 날입니다.
... 무엇일까요, 이 기시감은.
책상 위에는 책과 필기도구들이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로, 못 보던 작은 메모가 한 장 올려져 있습니다.
강예리: (책상으로 다가가 메모를 확인한다.)
[ 너는 나를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
강예리: 이게 뭐야?
끼익,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혁이 나타납니다.
분명한 주혁의 모습입니다.
강예리: 어...!
주혁은 여기저기 분주해보입니다.
옷장에서 여러가지 옷을 고르고, 책상을 뒤적이고, 가방을 챙기고 있습니다.
...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강예리: 야, 너 이제 보여!! (주혁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는다.)
예리가 주혁을 붙잡자,
주혁은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지나칩니다.
... 아니,
강예리: ...?
예리를 통과해갑니다.
랑뽀 (GM): desc 마치 없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강예리: 어... ...?
이상한 일을 경험합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9/19/7
Rolled:71
Result:Fail
실패. 이성 -1.
남주혁: ... ... 여기는,
내 기억 속이야.
... 혹시 내가 약속 늦었던 날 기억해?
강예리: 어? 어...
기억하는데...
(혼란스러운 듯 주위를 둘러보고.)
남주혁: ... 솔직히... 네가 이건 안 봤으면 좋겠어.
너도 모르는 게 나을 거고.
강예리: 아니... 난 지금 뭐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남주혁: ... 정말로?
강예리: ... 어.
남주혁: ... 그래. 알았어.
그 사이, '기억 속의 주혁'은 준비가 다 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때, 문득 주혁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南姝赫: 응. 아, 이제 나갈거야.
... 이따 볼 건데 뭘. 금방 갈게. 기다려.
예리에게서 걸려온 전화인 것처럼 보입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주혁은 문을 열고 달려나갑니다.
그를 쫓아가지 않아도,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어쩐지 계속해서 주혁의 모습이 보이게끔 시선이 따라갑니다.
걷던 주혁은, 갑자기 한 골목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골목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서는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피떡이 되도록 밟히고 맞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불량배’ 혹은 깡패에게.
돈이라도 빌려놓고 갚지 않은 걸까요?
어쨌든 그는 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마에서는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한 쪽 눈은 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습니다.
얼마나 맞은 건지 앞니도 부러져 피 떡진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피멍으로 얼룩진 어깨가 심상치 않아 보이고, 팔도 부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아마 주혁이 당장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큰일이 날 상태입니다.
한 눈에 봐도 그는 위험합니다.
죽을 위기인 그는 문득 삶의 빛을 발견한 듯,
골목 입구에 서 있는 주혁에게 외칩니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죽기 싫어! 살려줘! 제발 신고해줘!
주혁 쪽으로 핏물 범벅이 된 손을 뻗는 그의 목소리는 처절하게 골목을 뒤흔듭니다.
南姝赫: ... ...
그러나 기억 속의 주혁은 싸늘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기만 합니다.
그 때 주혁의 핸드폰이 울립니다.
예리에게 온 전화입니다.
주혁은 한결 밝은 얼굴로 전화를 받습니다.
南姝赫: 여보세요, 강예리?
아니, 괜찮아. 나 금방 도착하니까 좀 늦어도 돼. 천천히 와.
나도 금방 갈게, 응.
해사한 웃음을 짓던 주혁은 통화를 끊고 살려달라 외치는 사람을 무시한 채 골목을 스쳐갑니다.
오랜만의 데이트를 방해받기 싫었다는 것처럼.
소중한 사람의 나쁜 일면을 목격해버린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7/18/7
Rolled:42
Result:Fail
실패. 이성 -1.
지나쳐 걸어가는 주혁의 뒤로 빠각, 하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기억이 끝납니다.
영상이 끝나듯이, 세계가 정지합니다.
골목의 바닥에는 사람은 없고 차디찬 핏자국만이 남아 있습니다.
기억 속의 세상은 새카매지고, 곧 세계는 다시 주혁의 집의 모습을 띱니다.
강예리: ... ...
남주혁: ... ... 미안.
... 너한테는 보여주기 싫었어.
강예리: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네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고) ... 네가 왜 미안해.
솔직히 난... 네가 거기 말려들어서 다칠까 봐 걱정했어. 다행이다. (다행이다, 너무 쉽게 뱉어진 말. 누군가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런 저는 주혁을 비판할 수 없다.)
남주혁: ... 미안해, 그냥...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네게는 숨기고 싶은 기억이었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뒤늦게 몰려드는 죄책감과, 그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도 너 때문이라는 게 부끄러워서, 그냥...) ... ... 미안해. 이상한 걸 보게 했네.
... ... 좀 쉴까. 피곤하다. 잘 잤다고 생각했는데.
강예리: 그러게... 괜히 이상한 걸 봐서. (애써 웃어보였다. 왜 여전히 너는 보이지 않는지, 어째서 그때의 네 기억이 보였는지,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당장 그런 걸 따지기엔 너무 지쳐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봤다.)
남주혁: ... ... 그래... ... 미안. (사랑한다고는 안 할게. 목소리가 점점 문가쪽으로 사라졌다.) 좀 더 쉬어. 시간이 빨라.
강예리: ... 가지 마. 옆에 있어줘.
남주혁: ... ... ... 있어도 돼?
강예리: 응. 네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응시하다 옅게 웃어보였다.)
남주혁: ... 안 갈게, 그럼.
(꽤 가까이서 목소리가 들렸다.) 곁에 있게만 해줘.
강예리: ... ... 손잡고 싶다.
닿으면 안 돼?
남주혁: ... ... 나도.
... 그런데, .... 못 해.
강예리: ... ...
꿈 꾸는 것 같아. 아닌 거 알지만...
그냥, 악몽이었으면 좋겠어.
남주혁: 자고 일어나면 사라질까?
아니면 나타날까.
강예리: ... 그게 무슨 소리야.
농담으로라도 사라진다는 말 하지 마. 그럼 나 진짜 운다? (장난기 섞인 투로 웃으며 말했으나 힘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남주혁: ... 너 두고 어딜 가.
아무데도 안 갈게.
그러니까... ... 울지 말고.
강예리: ... 울긴 누가 울어. 말이 그렇단 거지. (입새로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이제 어떡하지?
남주혁: ... ... 어떻게 하고 싶은데?
강예리: 잘 모르겠어. 너 이런데 두고 가기도 그렇고... 아, 일단 밥 먹을까?
남주혁: ... 밥 먹을까? 뭐 먹고 싶어? 내가 해줄게.
강예리: 음... 그럼 네가 젤 자신있는 걸로 해줘!
나 완전 기대하고 있다~
남주혁: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거... (곰곰....) 파스타는 어때?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괜찮을걸?
강예리: 좋아! 지금껏 한 요리 중에 제일 열심히 안 만들면 나 안 먹는다~
남주혁: 안... 안 먹을 거야? 완전 열심히 해야겠는데... 너무 기대하진 말고~. (곰곰 생각하다가)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거실에 있어도 되고.
강예리: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 하는 거 보면 안 돼?
남주혁: 그래도 되고? 상관은 없는데, 너 지루할까봐.
강예리: 지금 공중에 물건이 동동 떠다니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상황이 눈앞에 있는데, 지루할 틈이 있겠어?
걱정하지 말고 가자~
남주혁: 그런가? (잠시 고민하다가) 음...~ 그럼 뭐 괜찮겠지. 가자.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발소리와 함께 주방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주방은 꽤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냉장고 문이 열리면서 주혁이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남주혁: 옆에 있을거야? 아니면 여기 앉아있을래.
강예리: 여기서 볼게. (옆의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공중에 떠있는 재료들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어 칼과 재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칼로 재료를 썰고, 후라이팬에 볶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꽤 그럴듯해 보이는 파스타 두 그릇이 나왔습니다.
남주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식탁 위로 파스타 그릇과 포크, 물컵을 가져다둔다.)
강예리: 와... 생각보다 더 괜찮은데? (제 앞에 놓인 파스타를 살짝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다 포크를 들었다.) 먹는다?
남주혁: 먹어봐, (네 맞은 편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괜찮을걸? ... 아마?
강예리: (한 입 먹고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 지었다.) 같이 살면 요리는 네가 해야겠다!
너도 어서 먹어~ (제 앞의 허공을 빤히 바라봤다. 마치 너와 시선을 맞추는 듯.)
남주혁: 맛있어? 다행이다. 진짜 안 먹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같이 살면 이런 거 매일 해줄게. 결혼할까? (농담이라는 듯 작게 웃었다. 이어서는 제 포크에 면을 돌돌 말아서 먹었고.) 생각보다는 괜찮네. 역시 나야~
강예리: 야, 당연히 농담이었지~ 안 먹을 거였으면 애초에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어. (물론 정말 맛없으면 안 먹을 거였지만, 농담처럼 덧붙였다.) 나 감당할 수 있겠어? 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어지는 실없는 말들. 확실히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
남주혁: 농담이었어? 난 진짜 열심히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했던 요리중에 제일 열심히 했을걸. (포크로 면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문득 움직임을 멈추고.) ... 많아? 정말로? 누군데? 얼굴 좀 보자고 해봐.
강예리: 그건 당연한 거지. 설마 나한테 대충 해서 먹일 생각이었어? (멈춘 움직임을 보고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음... 하늘에 별만큼 많아서 다 보기 힘들걸. 이렇게 인기 많은 애인 둬서 어떡할래, 남주혁~?
남주혁: 대충 할 건 아니었는데... (끄응, 하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완전 잘생기고 요리도 잘하는 남자친구 있으니까 죄다 가라고 해. 너 닳아.
강예리: 아 미치겠다. (결국 포크를 내려놓고 웃음을 터트렸다.) 오글거려 진짜. 너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마라~
남주혁: 나 진짜 완전 진지하거든? 인스타에 티를 좀 더 낼걸 그랬나봐... (작게 중얼거린다...)
강예리: 나 알아서 다 뻥뻥 차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돌아오면 놀러 가서 사진 찍어 올리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곧 다시 포크를 들고 남은 파스타를 먹었다.)
남주혁: 그럴까? 그럼...~ 돌아가면 사진도 찍고, 또 뭐할까... 어디 놀러가자. 아무데나. (작게 웃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파스타 면을 포크에 돌돌 말았다.)
강예리: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어야지! 한국인은 밥심이잖아? 그 지역 맛집도 탈탈 털어버리는 게 목표야. (어느새 제 접시는 완전히 비워졌고, 공중에서 사라지는 음식을 신기한 듯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주혁: 맛집도 다? 시간 엄청 오래 걸리겠네~. 나야 상관 없지만. 좀 맛있는 데 있었으면 좋겠다. (포크에 말린 면들을 한 입에 넣고는 제 접시를 들어올렸다.) 다 먹었어? 다 먹었으면 치울게.
강예리: 나 맛집 레이더 달렸잖아.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기만 해! 아, 얻어먹었으니까 설거지는 내가 할게. (공중에 뜬 접시를 뺏어들고 제 접시와 같이 정리해서 싱크대로 옮겼다.)
남주혁: 손님한테 설거지 시키는 거 아닌데? (그대로 따라가는 듯 목소리가 여전히 가까운 거리에서 들려왔다.) 내가 해도 괜찮아.
강예리: 손님 아닌데? 우리 같이 살 거잖아. (가벼운 투로 말하며 마치 제 집인 양 어색한 감 없이 수세미와 퐁퐁을 찾아 식기를 씻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멎었다.)
다했다~
남주혁: 정말 같이 살게? (잠시 행동을 멈추고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엄청 빠른데...~ 고생 많았어.
이제 뭐하지... ... 하고 싶은 거 있어?
강예리: 왜, 싫어? (능청스레 말하며 네 반응을 살폈다.)
근데 지금 몇시지?
시계를 살펴볼까요?
강예리: (시계를 본다.)
시침은 저녁 11시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억을 보느라 시간이 다 갔던 모양입니다.
강예리: 어? 벌써 밤이라고?
남주혁: ... ...~? 그러네...
강예리: 어떡하지... 어젯밤에도 집에 안 갔잖아.
지금이라도 가야하나? 엄청 혼나는 거 아냐?
아... 진짜 어떡하지 ?!
남주혁: 글쎄... ... 그냥 하루 더 있다 가면 안 돼?
부모님께 연락드리구.
강예리: 으음... 그럴까? 이틀 짼데 허락해줄까?
남주혁: 음... 잘 말씀드리면 괜찮지 않을까...~ (곰곰...)
강예리: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보낸다. 다 쓰고 난 후 소리를 끄고 핸드폰을 덮었다.)
~... 몰라. 연락했으니까 괜찮겠지!
남주혁: 괜찮아... ...~ 괜찮을걸. (작게 웃었다.)
자자, 시간도 늦었는데.
강예리: ...응~
오늘도 네가 소파에서 자게?
남주혁: 응. 손님을 소파에서 재울 순 없으니까... (곰곰...) 편하게 침대에서 자.
강예리: 음... 이틀째 이러니까 미안한데. 내일은 진짜 집에 가야겠다~
눈 뜨면 너도 돌아와있길....바라야지!
남주혁: ... 그러겠지? 그러면 좋을텐데. (여전히 웃는 낯으로.) 내일도 안 가도 되고~. 어차피 집엔 나 혼자니까.
불 꺼줄게. 들어가자.
강예리: 음... 사실 나도 여기 있는거 나쁘진 않은데, 이러다 집에서 쫓겨나면 어떡해? (농담이었으나 꽤 진지하게 말했다. 익숙하게 네 방으로 들어가고.)
남주혁: 설마 쫓겨나기야 하겠어? 쫓겨나면 그냥 우리 집 와. 같이 사는 날짜 좀 앞당기지 뭐. (너를 따라 제 방으로 들어갔다. 어제처럼 네가 누울 때까지 문가에 서서 기다렸고.)
강예리: 뭐... 나쁘진 않네. (옅게 웃으며 침대에 눕곤 널 바라봤다.) ~ 빨리 말해줘.
남주혁: 뭐라고 말할까? (낮게 웃음소리가 흘렀다.) 네가 원하는 말로 해줄게.
강예리: 음...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남주혁: 말로 안 해도 아는 거 아니었어?
강예리: 아는 거랑 듣는 거랑은 다르지. 빨리~
남주혁: 흐음... ... ...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스위치를 눌렀다. 방 안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아주 많이.
사랑해. 좋은 꿈 꿔.
강예리: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완전히 어두워지자 눈을 감고.)
응, 너도.
어제와 똑같이 방은 어둠에 잠기고,
문은 천천히 닫힙니다.
예리는 다시 잠에 듭니다.
개운하지는 않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푹 쉬는 탓인지 몸이 점점 가벼워집니다.
오늘도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네요.
예리, 듣기 판정.
강예리:
Listen Roll
Value:90/45/18
Rolled:6
Result:Extreme
성공.
밖에서 ‘콰르르릉… …’ 하는 천둥과 같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 분명하게 큰 소리입니다.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지만, 특별히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잘못 들은 걸지도 모르지요.
강예리: ... ?
... 대수롭지 않게 여겨도 될 일입니다.
예리는 또다시 잠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 ... ... ...
예리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이전보다 확실히 기운찬 느낌입니다.
강예리: (어제와 같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 거기 있어?
남주혁: ... ... 어떻게 알았지. (작게 웃었다.) 잘 잤어?
강예리: 응, 잘 잤어.
밤에 밖에 비가 왔었나?
(창밖을 내다본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을 걷자,
창 밖에는 새카만 어둠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강예리: ...?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6/18/7
Rolled:88
Result:Fail
실패. 이성 -1.
방 안을 좀 둘러볼까요?
강예리: (방 안을 둘러본다.)
어쩐지 어제와 비슷한, 그렇지만 뭔가 다른... 위화감이 듭니다.
책장은 무너져 있고, 의자는 다리가 부러져 쓰러진 상태입니다.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들은 여기저기 난도질된 것처럼 찢어져 있습니다.
예리,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33
Result:Success
성공.
달력과, 책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예리: (달력을 살펴봅니다.)
예리와의 약속을 주혁이 갑작스레 취소했던 날의 날짜입니다.
강예리: 이 날은...
(기억을 더듬으며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상 위에는 어제와 같이 도서와 필기도구 같은 것이 단정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를 살펴보면 알 수 없는 노트의 찢어진 페이지가 한 장 놓여 있습니다.
강예리: (종이를 들고 살펴본다.)
예리, 모국어 판정.
강예리:
Language(Own) Roll
Value:60/30/12
Rolled:22
Result:Hard
성공.
[ … … 마치 모래시계처럼,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은 이의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 ]
종이의 뒷면에는 똑바로 서 있는 모래시계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려진 모래시계 안에는 파란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윗 부분의 모래가 몹시 조금 남아 있습니다.
강예리: ... ...?
남주혁... 있어?
(불안한 마음을 떨치며 주위를 둘러본다.)
남주혁: ... ... 응.
나 여기 있어. ...
강예리: ... 이거 뭐야?
(종이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남주혁: ... ...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강예리: ... ...
이것도 그냥... 넘어가야 해?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두워. 방도 어지럽혀져 있고... 근데 그냥 그렇구나, 해야 하는 거야?
뭐 알고 있지? 지금 이거 무슨 일인데. 왜 자꾸 어물쩍 넘어가는데?...
남주혁: ... ... 예리야.
난... 네가 몰랐으면 좋겠어. 많이...
아는 게 모르는 것보다 위험할 때가 많잖아.
... ... 그냥 내 말 한 번만 들어주라... (음성이 아주 미약하게 흘러나온다.)
예리, 아이디어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22
Result:Hard
성공.
어쩌면 그가 힘이 없는 것은 당신에게 생기가 도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강예리: ... ...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으라고? 그러기엔 본 게 너무 많은데, 어떻게 그래.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제 생각이 틀리길 바랐다.) 빨리 사실대로 말해줘. 나 지금... 자꾸 안 좋은 생각 드니까, 빨리...
남주혁: ... ... 아직, 아직은... 아직은 몰랐으면 좋겠어.
나중에 다 설명해줄게. ... 네가 원하면.
그런데 그게 지금은 아닌 것 같아...
... 조금만 기다려줘. 제발.
얼마 안 걸릴 거야.
강예리: ... 그리고 죽게?
다 죽어갈 때 말하려고?
나 혼자 두고, 그냥 그렇게 말하고 가려고?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그저 추측일 뿐이었던 것이 제 안에서 확신으로 굳혀졌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입만 몇 번 벙긋거리다 그대로 다물었다.)
남주혁: ... 안 죽어.
두고가지 않는다고 했잖아.
... 한 번만 믿어줘. 어려운 부탁 아니잖아. ... 응?
강예리: ... ...
(제 발끝만 바라보던 시선이 시계로 옮겨졌다.)
시간은 오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혁이 들어옵니다.
마치 어제처럼요.
피곤한지 좋지 않은 얼굴로 전화를 받다가 얼굴이 굳어집니다.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은 거겠지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명백하게 예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주혁은 전화를 끝낸 후 상당히 딱딱한 얼굴로 바깥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무언가를 잊은 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겁니다.
南姝赫: ... 아, 예리야. 미안한데, 오늘 약속 취소해도 괜찮을까.
... ... 응,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미안. 다음에 보자.
어디서 본 듯한 상황입니다.
주혁은 전화를 끊고 밖으로 향합니다.
예리, 심리학 판정.
강예리:
Psychology Roll
Value:60/30/12
Rolled:43
Result:Success
성공.
그 표정에 분명한 살의가 띠어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공간이 주혁의 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변화합니다.
그곳은 도시의 바깥입니다.
볕은 따갑고, 풍경에 바뀐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를 걸어가는 기억 속의 주혁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이번에도 둘은 무력하게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남주혁: ... ... 예리야.
강예리: ... ... 응.
남주혁: ... 하나만 묻게 해줘.
강예리: ... 뭔데?
남주혁: 이 기억을 보고 나서도,
여전히 너는 나를...
... ... 네 사랑이라고 여겨줄까.
강예리: ... ...
그러길 바라?...
남주혁: ... 솔직하게 말해줘.
강예리: ... 아무것도 안 알려줬으면서.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돼? ... ... 너무 잔인해. (올라간 입꼬리엔 허탈함이 걸려있었다. 눈물이 고였다.)
남주혁: ... ... 미안해.
미안해, ... ... 울지 마.
강예리: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계속해서 눈가를 누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저 네 기억만을 바라보았다.)
어느 새 옥상 위에 다다랐습니다.
예리와 진짜 주혁이 있는 곳 멀리,
기억 속의 주혁과 알 수 없는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멀리서 바람에 실리듯 대화가 들려옵니다.
여성: 여전히 생각 없는 거야?
南姝赫: ... 뭐가.
여성: 네가 전에 말한 애. 오래 만날 생각은 없는 거 아니었어?
南姝赫: 싫다고 했잖아, 왜 자꾸....
여성: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생각해봐. 안 돼?
南姝赫: 싫어.
여성: 그럼 어쩔 수 없지.
멀리서 인영이 무언가를 꺼냅니다.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면, 인영의 손에 든 것은 사진입니다.
당신과 그가 잔뜩 담겨 있습니다.
강예리: ...?
낯선 이가 히죽 웃는 것도 같았습니다.
몇 장이 넘어가면, 그것은 예리의 사진입니다.
탐사자가 자고, 씻고, 먹고, 하는 풍경이 가득히 담겨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찍힌 걸까요.
욱 치미는 서늘함과 공포스러움이 있습니다.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5/17/7
Rolled:72
Result:Fail
실패. 이성 -1.
낯선 인영은 아무래도 두 사람의 스토커였던 모양입니다.
스토커는 뿌듯하다는 양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여성: 예쁘지? 강예리야. 네가 아는 걔.
넌 내가 이거 찍을 때 뭘 했어? 아무것도 안 했지? 아니, 아무것도 못 한 거구나. 그렇겠지.
네가 허락 안 해주면 말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얠 죽일 거야.
그럼 네가 날 봐주겠지?
강예리: ... ... 뭐야, 그게...
기억 속 주혁의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어이없다는 듯 기 찬 반응을 뱉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오래도록 이런 협박에 시달려온 것 같습니다.
스토커가 즐겁게 웃습니다.
여성: 이렇게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내가 못 할 것 같아?
바람에 두 사람의 옷자락이 팔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억 속의 주혁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것처럼 스토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스토커는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듯 한 걸음 물러섭니다.
그녀의 뒤는 낮은 난간이고, 그 아래에는 까마득히 도로가 펼쳐져 있습니다.
南姝赫: 내가 널 볼 일은 없어.
건물의 검은 그림자에 가려 기억 속의 주혁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더 이어집니다.
南姝赫: 착각 좀 하지 마. 자꾸 같잖게...
네가 그 앨 죽인다고?
... 아니, 넌 걔 못 죽여.
단지,
누군가 스토커를 밀치고,
그의 몸이 난간 위로 느리게 넘어가고,
이내 끔찍하게 추락하는
퍽, 소리가 나는 것만이.
예리의 귀에 맺힐 뿐입니다.
뒤로 작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강예리: ... ...
南姝赫: ... 내가 널 죽일 거니까.
소중한 사람의 살인을 목격한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4/17/6
Rolled:38
Result:Fail
실패. 1d2 롤.
강예리: 
rolling 1d2
(
1
)
1
랑뽀 (GM): 이성 -1.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끔찍하게 부서진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기억 속의 주혁은 언제 그곳에 있었냐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기억은 끝납니다.
기억 속의 세상은 오늘도 새카매지고, 곧 세계는 다시 주혁이 살던 집의 모습을 띱니다.
남주혁: ... ...
강예리: (방금 본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끔찍한 소리들이 여전히 귓가에 선명하게 맴돌았다. 자리에 주저앉고 귀를 틀어막는 손이 잘게 떨렸다.)
왜... ... 말 안했어...?
스토커가 있다고, 왜 진작 ... ...
남주혁: ... 너한테... 피해주기 싫어서.
네가 신경쓰게 하는게 싫었어.
... ... 미안해, 미안... ...
강예리: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혼잡한 머리를 정리하기엔 마주한 진실이 너무나도 잔혹했다.)
... ... 왜, 죽였어?
남주혁: ... 계속, 몇 달을 귀찮게 했어.
따라다니고, 연락하고... 그러다가 네 사진까지 찍은 걸 알게 된거야.
... 진짜 네가 죽으면 어떡해, 나는... (이게 용서를 구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건 안다. 목소리는 더욱 희미해진다.)
... 미안해, 그냥...
강예리: (방아쇠를 당긴 건 누구인가. 본인도 모르게 개입되었던 사건에 덩달아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 와중에도 네가 혼자 떠안았을 온갖 괴로움을 생각하니 눌러왔던 감정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떨어지는 눈물을 담기엔 이미 늦었다.)
왜... 왜 그랬어... 더 나은...해결책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남주혁: ... 난 눈 앞에 보이는 것밖에 몰라. 그때는 이게... 이게 최선이었어, 예리야. ... ... 미안해. (미안해. 계속해서 그 말만 반복했다. 점점 탁하고 희미해지는 목소리였다.)
강예리: (희미해지는 목소리에 다급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네가 사라질 것 같아서, 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신경 쓰지 않고 네 목소리가 머문 곳으로 손을 뻗었다.)
남주혁: ... 나 안 가,
... ... 조금만 쉬게 해줘. (피곤한 목소리.) 거기 있어.
강예리: (뻗은 손끝엔 차가운 허공만이 맴돌았다. 낯선 상황이, 닥친 현실이 너무 냉정해서 시린 마음을 부여잡고 맥없이 눈물만을 떨어트린다.)
남주혁: (네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았다. 네 얼굴을 볼 낯이 없어서. 차라리 제가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만큼. 눈물도 닦아줄 수 없다는 건 원망스럽지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네쪽으로 먼저 말을 건넸다.) 불 꺼줄게. ... 너도 좀 쉬어.
강예리: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최대한 숨죽였을 뿐.)
남주혁: ... ... 안 누울거야?
강예리: (대답하려는 듯 벙긋대는 입새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입을 다물고 고개를 파묻는 모습에 누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남주혁: ... 안 피곤해?
힘들잖아... (제 눈가를 꾹 문질렀다.)
강예리: ... ... 그냥 불 꺼줘.
남주혁: 계속 그러고 있게?
강예리: ... 잠깐만, 그냥 있고 싶어.
남주혁: ... 알았어.
쉬어, ... 미안해.
방의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힙니다.
방이 온통 어둠에 잠깁니다.
예리는 이제 무엇을 할까요.
강예리: (칠흑 같은 허공을 응시하다 벽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예리는 다시 잠에 듭니다.
밤은 오고, 밤에는 잠을 잘 뿐입니다.
그 뿐입니다.
날이 갈 수록 어쩐지 몸이 더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한참 푹 잠에 들어있던 그때, 예리는 자던 도중.
우지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깨어납니다.
강예리: ...?
세계가 부서지고, 뒤틀리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강예리: 뭐야...?
예리가 있는 공간의 구석이 일그러지며 부서지는 것을 목격합니다.
옆에서 작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예리, 듣기 판정.
강예리:
Listen Roll
Value:90/45/18
Rolled:55
Result:Success
성공.
남주혁: ... 살고 싶어, ... ...
강예리: ... ...
남주혁?
어디, 어딨어...
(주위를 둘러본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남주혁: ... 나 여기 있어. (희미한, 그럼에도 가까운 거리에서.)
네 옆이야.
강예리: ... ... (옆을 보았다. 너와 언제나 시선을 마주했던 각도, 그러나 곧 그 자리를 벗어나 무너지는 주위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나 무서워... 진짜 무섭다고.
남주혁: ... 곧 알게 될 거야.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공간이 큰 소리와 함께 변화합니다.
잠에서 깨어버린 예리는 투명한 주혁과 같이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득, 공간이 변화를 멈추고 익숙한 장소로 변합니다.
주혁과 예리가 데이트를 하던 그 거리입니다.
둘은 웃으며 함께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디저트를 사 오겠다고 말하는 주혁,
그러다 달려오는 차를 보지 못한 예리.
그리고 뛰어들어 자신을 구하려다 같이 치여 나뒹구는 주혁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야가 흐릿하다가 두 사람에게서 확 멀어집니다.
... ...
그곳은 끝없는 어둠입니다.
주혁이 그 어둠 속을 한도 끝도 없이 걷고 있습니다.
주혁이 무언가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눈뜨지 못하는 예리입니다.
주혁은 때때로 잠든 것처럼 의식없는 예리에게 말을 겁니다.
랑뽀 (GM): ‘있잖아, 불편하진 않아? 괜찮아? 괜찮구나. 다행이다. 더 자.’
주혁은 다시 예리를 안고 끝없는 어둠 속을 빙글빙글 돌기만 합니다.
얼핏 턱끝에서 눈물이 비친 것도 같습니다.
그 때 둘 앞에 나타난 존재가 있습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남자입니다.
낯선 남자: 불쌍하게도, 곧 죽을 놈을 데리고 다니는구나. 까딱하면 기억이 날아갈 인간이 말이야.
주혁의 눈물젖은 얼굴이 돌아갑니다.
놀란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낯선 남자: 여기는 너희가 살던 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야.
그러니 하나 제안을 하지.
너는 조금 있으면 모든 기억이 사라질 운명이고, 그 애는 죽을 운명이지.
여기서는 둘 모두 온전하게 유지시켜주겠어. 아직은 사라지지 않게.
그러니, 너는 잠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내 강림을 준비해라.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않나?
낯선 남자: 네 생명력이 모이고, 모이면... 어쩌면 그 애도 살려낼 수 있겠지.
꽤 행복할 것 같지 않아?
그가 손을 휘두르면, 그 곳에는 공간이 생겨 있습니다.
주혁의 집입니다.
낯선 남자: 이 세계를 네 정신의 한 부분과 연결시켜 두었으니... 강림을 준비할 동안은 미치지 말아라.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예리에게 보였습니다.
간절함이 보이는 얼굴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라면,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결정을 내린 이후의 일이 예리의 앞으로 빠르게 흘러갑니다.
주혁이 신의 강림을 준비하고,
원래 세계의 병원에서 주혁이 깨어나고,
이해할 수 없는 ‘그 존재’를 세계에 부르는 것까지.
세상이 빠르게 파괴되어갑니다.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만이 도시에 가득 울립니다.
멀리 TV에서 도시의 마비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TV 화면이 전환됩니다.
그곳에는 처참한 광경의 폐허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예리가 아끼던 반려견의 모습도 보입니다.
TV 앞에는 주혁이 서 있습니다.
그는 방송을 보며 실성한 듯 몇 번 웃다가, 그 자리에서 빨려나가듯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장면이 전환됩니다.
예리는 주혁의 집에 있는 침대에 오래도록 누워 있습니다.
이상한 남자의 모습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고,
주혁은 그런 예리의 곁에서 매일 말을 걸거나, 예리를 씻겨 주거나, 물을 떠 오거나, 예리가 누워있는 침대를 따뜻하게 뎁혀줍니다.
간혹 애틋하게 머리를 쓸어주기도 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말도 건넵니다.
보고 싶어,
... 아주 많이.
그러나 장면이 바뀔수록 이상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주혁의 외모였습니다.
처음엔 이마에 혹이 생기는가 싶더니,
다음 장면에는 손가락이 메말라 가고,
그 다음 장면에서는 골격이 움푹 튀어나오고,
그 다음에는 얼굴의 살점이 흐물흐물 녹아 떨어집니다.
그러더니 한참 지날 즈음에는 형체도 알 수 없는 것이 됩니다.
꼭 괴물처럼.
주혁은 누워 있는 예리를 보며 울다가, 웃다가, 스스로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분명 놀라겠지.
그런 말을 뱉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찾아낸 두루마리에서 무언가를 읊습니다.
동시에, 그의 모습이 투명해집니다.
마지막 장면이 찾아듭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예리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뜹니다.
조명이 눈꺼풀에 발갛게 끼쳐들어 아팠던 것 같습니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면, 그곳은 방입니다.
잠시 둘러보면 그 곳은 분명 주혁의 방인 것 같습니다.
방금 전까지 분명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여기서 눈을 떴을까.
예리, 이성 판정.
강예리:
SAN Roll
Value:33/16/6
Rolled:48
Result:Fail
실패. 1d5 롤.
강예리: 
rolling 1d5
(
4
)
4
확인. 이성 -4.
다시 주혁의 방입니다.
예리의 뒤에서 형편없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 돌아보지 마.
강예리: ... ...
(몸이 가늘게 떨렸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끌어 서서히 몸을 돌린다.)
돌아본 곳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질적인 모습의 주혁이 서 있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리와 주혁이 서 있는 그 하늘이, 천장이 조각나서 두 사람의 근처로 후두둑 떨어져 내립니다.
파편이 쉴새없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꼭 빗물 같기도 했고, 누군가가 흘리는 눈물 같기도 했습니다.
예리가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세상이 멸망해가는 모습은 기묘하고 또 서글픕니다.
강예리: (제가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그 형체에 흠칫 놀랐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부서지는 조각들에 겁먹은 몸은 더욱 떨리고, 힘겹게 네게 한 걸음씩 다가간다.)
?: ... 오지 마, (지금 너를 마주 볼 자신이 없어. 목소리가 아주 낮게 깔린다. 시선은 너와 마주하지 못한 채다.)
강예리: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비틀대는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아주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속도였으나 그 끝은 꾸준히 주혁을 향해 있었다.)
?: ... ... 예리야.
안 오면, ... 안 돼? (아주 창백한 어조. 곧 울 것같은 목소리. 나는 당신을 볼 자격이 없고, 지금 상태로 마주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나는 네가 기억하는 남주혁이 되고 싶어. 지금 이렇게 괴물같은 모습이 아니라. 그러니까, 제발, 오지 마. 하나하나 끊어 발음하는 음성이 떨린다.)
강예리: ... ... (네 목소리를 귀에 담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자국은 새겨졌다. 제 발치를 향하던 시선 앞에 선명히 네 모습이 새겨지고, 고개를 들어 똑바로 마주한다. 손을 뻗어 네 볼을 감쌌다.) ...닿고 싶었어.
(웃었다. 끌어올린 입꼬리가 슬프지 않게 보일지는 자신이 없었다.)
?: (네 온기가 내게 가닿고, 문득 시선이 교차한다. 보고 있음에도 보고 싶었고, 사랑한다 말했으면서도 다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하나하나. 백 마디 말보다는 눈물이 앞서 흘렀다.) ... 나도.
... ... 아주 많이. (아마도 웃었던 것 같다.)
강예리: (떨어지는 눈물, 들려오는 음성,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네게 닿고서야, 네 웃는 모습을 눈에 담고 나서야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주혁의 모습이 차츰 투명하게 희석되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날카로운 조각들이, 주혁 옆으로 떨어집니다.
?: ... 모든 것이 완전히 사라지면 넌 살아날 거야. (계속 네 옆에 있고 싶었다. 옆에 있고 싶어서. 그 일념 하나로 수많은 죄악을 저질러 왔으나 하나하나가 전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제일 잘 아는 건 본인이다, 다만. 하지만, 안되는 걸 알면서도. ... 부려보는 마지막 욕심이야.)
... 날 용서해줄 수 있어?
예리, 아이디어 (지능) 판정.
강예리:
INT Roll
Value:50/25/10
Rolled:36
Result:Success
성공.
지금까지 주혁의 생기가 예리에게 흘러들었던 것 아닐까,
그렇다면 예리에게서 생기가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면,
예리가 아닌 주혁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이어, 부서지는 세계 가운데서 큼지막한 유리 파편이 눈에 띕니다.
강예리: (제가 용서할 자격이 있나, 잠시 동안 그런 생각을 했으나 네가 찾는 건 분명히 저였다.)
...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시선이 유리 파편으로 옮겨진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이제 하는 생각도 똑같아졌네. (옅게 웃으며 너를 끌어안았다. 그것도 잠시, 걸음을 옮겨 유리 파편을 주워든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고쳐 쥐고, 제 심장을 겨냥한다.)
... ...
고마워.
강예리: (찰나의 망설임, 그러나 온 힘을 다하여 찔러 넣는다.)
당신은 도저히 그를 이대로 무력하게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 대신 자신이 살아난다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원래라면 살아갈 것은 주혁이였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왜 그 죄악을 감당하고 홀로 지나.
주혁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처럼 흩어진대도, 그를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가 아무리 추악한 죄인이라 하더라도.
실로 참혹한 낭만이었습니다.
프시케가 에로스를 처음 사랑이라 맞았을 때 이러한 기분이었을까요.
당신은 주혁이 괴물임을 알면서도 그를 용서하기로 합니다.
당신의 손이 주혁의 거칠고 무른 손에 꽉 잡힙니다.
물컹하고 끈적거리는 감촉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온통 흔들리며 무너지던 세계가 당신의 상처로 인해 뚝 멎습니다.
여태껏 흘러왔던 생기가 도로 빠져나가는 기분입니다.
예리는 차츰 정신이 희미해집니다.
여지껏 활기 넘쳤던 일이 다 꿈인 것처럼 숨이 가쁩니다.
주혁과는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세계는 무너진 채로 멎어버리고,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그와 동시에 의식이 떨어집니다.
... ... ... ...
말간 햇살에 눈을 떠 보면, 그곳은 병실이었습니다.
곁에는 소중하고 또 아픈 당신의 괴물, 당신의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잠에 든 모양인지, 숨소리가 규칙적입니다.
그러다 당신의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 문득 눈을 뜹니다.
마주한 눈은 오랜 어둠처럼 캄캄합니다.
오랜 이와 함께하는 병실의 햇살은 눈이 부실만큼 밝고, 또 아릿했습니다.
비로소 돌아온 것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신의 자비가 두 사람을 돌려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병실 협탁 위에는, 정확히 모래가 절반으로 나뉘어진 모래시계가 가로로 멈추어진 채 놓여 있습니다.
*
걱정 마.
현실이 아니더라도 사랑할게.
랑뽀 (GM) END 03 :: 프시케의 참혹한 낭만

랑뽀 (GM) [ Happy En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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