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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CoC)/Bellis

* Evan X Bellis | 鏡花水月 *

* 플레이 날짜 20180724~25

* 경화수월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KPC 벨리스 메이비 아카시아 / PC 에반 클라우스

* 엔딩에 인용한 시구는 '서덕준 / 꿈에' 입니다.



이제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엔 무슨 방법으로 죽었더라. 몇 번째의 죽음이었지?
그런 것은 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경악한 얼굴의 그 사람.
울고 있거나, 화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시 눈을 뜨면 세계는 되돌아가 있을 것이며,
시작점은 언제나 당신을 알지 못 하는 그 사람과 처음 만났던 순간이라는 것.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당신은 또다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
오늘은 …번째 시간의 그 사람을 사랑하러 가는 날입니다.
경화수월 ; 鏡花水月
사랑해.
…번 째의 처음으로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
오늘로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음의 순간.
이런 때에도 당신은 건물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언제나 귀찮은 것 같다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번이나 반복한 이 시간은 이젠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으므로.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의 반복에서도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벨리스의 얼굴.
아, 시야가 점점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75
Result:Success
성공.
눈이 감기기 직전, 벨리스와 눈이 마주친 것도 같습니다.
꼭,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많이 보았던 모습.
그러나 여전히 보고 싶지 않은 모습.
다시 또, 만나러 가겠다고 얘기해줘야 하는데.
벨리스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야속하게도 당신의 의식이 끊깁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져가던 고통은 꿈이었던 것 마냥 몸도 주위도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슬슬 벨리스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 툭 하고 발치에 걸립니다.
고개를 내려보면 바닥에 손바닥만 한 작은 손거울이 떨어져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 (몸을 숙여 거울을 줍는다.)
거울에 손을 댄 순간,
표면이 마치 수면처럼 일렁입니다.
찰나였지만 분명 물 같았는데... ...
다시 만져보면 평범한 거울입니다.
기이한 일을 경험한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25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우선, 거울을 챙기고 벨리스를 만나러 갈까요?
이러다 늦을지도 모르니까요.
에반 클라우스: (거울을 챙기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벨리스는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도착합니다. 안이 사람들로 가득 붐비는 버스입니다.
버스 기사는 어서 타라는 표정으로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에반 클라우스: (사람들을 보며 조금 답답한 한숨을 쉬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오르자 많은 인원 탓에 안으로 들어갈 틈이 없어보입니다.
겨우 사람들 사이를 지나니, 비어있는 손잡이가 보이네요.
손잡이를 잡은 채 서서 도서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자, 어디선가 익숙한 꽃향기가 납니다.
몇십, 몇백 번을 맡아봤던 것만 같은...
당신 앞에 서 있는 작은 체구의 여학생에게서 나는 향인 것 같습니다.
그때, 버스가 갑자기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하고 버스 안의 사람들이 휘청거립니다.
에반 클라우스: (제 앞에 선 너를 물끄러미 보다 아차, 하고 손을 뻗어 붙잡는다. 무의식이었을까, 의식적이었을까.)
벨리스 M. 아카시아: ... 아, (잠시 휘청거리다가 이내 멈춰서서는, 당신 쪽을 바라봤다.) ... ... 저, 감사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 아뇨, 천만에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대답을 하고 붙잡은 손을 살며시 놓았다. 하지만 내밀었던 팔은 거두지 않고.) 위험할 것 같으면 내 팔이라도 잡고 있으세요. (모르는 사람을 대하기보다는 다정한 말투.)
벨리스 M. 아카시아: (조금 망설이다가 당신 팔을 약하게 잡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면서.) ...~ 감사합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에반 클라우스: 도서관까지 가는데... 그쪽은? (눈을 피하지 않고 느릿하게 깜박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아, 저도요. (우연이네요. 작게 덧붙였다.) 빌릴 책이라도 있으세요?
에반 클라우스: (뭐,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공부도 할 겸... 읽을 책 고를 겸... 딱히 빌릴 책이 있는 건 아니고. (나이대는 비슷해보이는데. 존댓말을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몇 살이에요? 말 놔도 돼요.
벨리스 M. 아카시아: 이쪽이 더 편해서요. (희미하게 웃었다.) 열 아홉이요. 그쪽은요...~?
에반 클라우스: 동갑인데, 반말 써도 싫어하진 않을 거지? (뻔뻔하게 말을 놓고 따라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난 이쪽이 더 편해서.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럼요. 편하신대로 하셔도 괜찮아요. (작게 웃었다.)
이번 역이 도서관 앞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버스가 정류장 앞에 정차합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아, 내릴까요? (다시 힐끔 바라보면서.)
에반 클라우스: (고개를 끄덕이고 네가 내릴 수 있게 사람들 틈으로 길을 내어준다.) 다음엔 좀 늦어도 사람 별로 없는 버스를 타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럴까요? 다음에도 갈 일이 생긴다면요. (내리면서 잡았던 팔을 슬쩍 놓았다.) 또 이 시간대에 타면 정말 넘어질 거 같으니까.
에반 클라우스: 흐음... (같이 내려 느릿하게 걷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가 없으면 넘어졌으려나, 뭐라도 꼭 잡고 있어야지. 위험하잖아. (나직하니 중얼거리고 문득 물었다.) 향수 쓰는 거야?
벨리스 M. 아카시아: 아마 그랬겠죠...~? 아마 잡고 있었어도 사람들 사이에 밀려 넘어졌을 거에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가.) 으음, 딱히 향수는 안 쓰는데...~ 왜요?
에반 클라우스: 이런. (네 말에 가만 제 턱을 만지작거리다) 역시 다음부터는 만원버스는 거르도록 하지. (넘어지면 밟힐지도 모르니. 반쯤 농담을 덧붙이고 무표정이던 얼굴이 조금 풀렸다. 향수가 아니었나.) 꽃 향기가 나길래. 그러고보니 애초에 불쾌한 향도 아니었군 그래.
벨리스 M. 아카시아: 밟히는 건 싫어요...~ 정말 다음부터는 사람 없는 시간에 타야겠어요. (옅게 웃었다.) 그래요...? 으음, 저는 잘 모르겠는데... (제 옷소매의 향을 맡다가)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
에반 클라우스: 그럴리가. 내가 그런 간단한 걸 착각할리 없는걸. (뒷짐을 지고 눈을 굴린다.) 자기 체향은 느끼지 못한다고들 하지 않나. 그런 거겠지.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런가?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집에 꽃이 많으니까 향기가 밴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도와주셨는데 이름도 못 들었네요. 이름이 어떻게 돼요...~?
에반 클라우스: (납득한 듯 아닌듯 고개를 주억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 에반 클라우스. (그리고 그쪽은? 이라고 하듯 손짓한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벨리스 아카시아에요. 벨이라고 불러줘도 되고요. (작게 웃었다. 책을 찾는 듯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에반이라고 불러도 돼요?
에반 클라우스: ...(줄여부르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나쁘지 않다.) 벨이라고 부르도록 해보지. 당연히 에반이라고 불러도 좋아. (어느 책장 앞에 멈춰 훑어보며 속닥거렸다.) 찾는 책이라도?
벨리스 M. 아카시아: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다니다가 문득 책을 찾은 듯 시선을 위로 올리고.) 아, 저기... (책장 맨 윗줄에 있는 책 하나. 까치발한 채로 손을 들어올렸지만 닿지 않았다.) 으응... 저건데... 안 닿네요....
에반 클라우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네 쪽으로 다가갔다. 뒤에서 네 손 끝이 가리키는 책등을 짚는다.) 이거?
벨리스 M. 아카시아: 아, 그거 맞아요...~. (책을 짚은 네 손을 빤히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감사인사부터 하는 네 모습에 장난을 좀 쳐볼까, 하다가 그만두고 그대로 책을 빼내어 네게 건넨다. 표지를 흘끗 보고.) 무슨 책인데?
벨리스 M. 아카시아: 소설이요. 요새 읽고 있는 책이랑 같은 작가가 썼다고 해서...~. 한 번 읽어보려고요.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에반은 무슨 책 읽을 거에요?
에반 클라우스: 좋지... (드물게 아무것도 없는 표정에 심각한 빛이 떠올랐다.) ... 글쎄... 뭐가 좋을까... 백과사전이라도 찾아 읽는 게 좋으려나... (딱히 끌리는 책이 없는듯 중얼거리다가 아무 책이나 하나 빼어 들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공부하려고 온 거 아니었어요? (고갤 갸웃거리다가) 무슨 책이에요?
에반 클라우스: 읽을 책도 몇 권 빌려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심드렁한 얼굴로 책 표지를 훑어본다. 저번에 나름 괜찮다 싶게 읽은 추리소설의 시리즈물이네. 아무거나 집어든 것 치고는 괜찮았다.) 추리소설인데... 로맨스만 아니면 무슨 책이든 상관없어. (빈 자리를 찾아 어슬렁거린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로맨스는 별로 안 좋아하시나봐요? (고갤 갸웃거렸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긴 하니까...) 여기서 읽으실 거면 저는 가볼게요. 이따가 할 일이 있어서...~. 오늘 감사했어요. (고개를 작게 꾸벅이고)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56
Result:Success
성공.
이전의 시간들에서 첫 만남 이후에 함께 근처의 카페로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처음 보는데 다소 황당하긴 하겠지만, 잘 설득하면 같이 가줄지도?
에반 클라우스: (흠...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가 네 앞에 슬쩍 기웃거린다.) 이따, 언제? 바빠?
벨리스 M. 아카시아: 조금요...? (고개를 갸울였다.) 할 일들 다 미루고 온 거라서, 그거부터 끝내야 할 거 같아요.
에반 클라우스: 혼자 하는 일이면 같이 카페가자 싶어서? (무거운 책들이 든 제 가방을 한 번 보고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1+1 쿠폰이 있는데, 혼자는 못쓰겠어서 항상 지나쳤거든. 나도 공부는 거기서 해도 되니까.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잠시 고민하다가) 그럴까요....~? 너무 먼 데만 아니면...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에반 클라우스: (새삼 너무 친구없는거 어필했나 싶어짐..) 가까운 곳이니까 괜찮을 거야. 쾌적하고... (빈자리가 거의 없는 도서관 안을 둘러보다가 갈까? 하고 속닥..)
벨리스 M. 아카시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가까운 데라면 괜찮을 거 같으니까... ... 가요...~!
두 사람은 함께 카페로 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그랬듯이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있네요.
어디 보자, 메뉴는... ...
메뉴
에스프레소 - 2000원
아메리카노 - 3000원
카페라떼 - 4000원
고구마라떼 - 3500원
카라멜 마끼아또 - 4500원
점원이 무엇을 고를 것인지 친절한 영업용 미소로 묻고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가방은 옆자리에 두고 앉으며 뭐 먹을 거냐는 듯한 눈으로 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저는...~ (고민...) 카라멜 마끼아또요. 에반은 뭐 마실거에요?
에반 클라우스: 나는 라떼로. ... (계산해야지... 일어나서 카라멜 마끼아또와 카페라떼를 주문한다.)
직원은 나갈 때 계산해달라면서 친절하게 카라멜 마끼아또와 카페라떼를 내옵니다.
에반 클라우스: (친절하네....)
(마끼아또 잔을 네쪽으로 주고 라떼를 한모금 마신다.)
에반은 음료를 마시자, '잊을 수 없는 추억/기억'에 대한 게 떠올랐습니다.
불현듯, 누군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처럼.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상한 일을 경험한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79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에반 클라우스: (가방에서 이것저것 책과 문제집을 꺼내 늘어놓았다.) 그러고보니... 여기 처음 왔을 때 나도 알바를 하던 중이었어서, 내가 주문을 해야하는데 주문하시겠어요, 라고 했던 것 같네. (턱을 괴고 웅얼거린다.)
좀 잊어도 좋을 일인데 잊혀지질 않고... (흠..)
벨리스 M. 아카시아: 정말요? (커피잔을 받아들고는 작게 웃었다.) 원래 좋았던 일보다는 나빴던 일이랑 창피한 일이 더 기억에 오래간다잖아요. 음...~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 잊혀지지 않을까요. 한... (진지하게 고민한다...) 5년 정도?
에반 클라우스: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콧등을 살짝 찌푸린다.) 5년씩이나... (손에서 샤프를 굴리다 사각사각 노트를 적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말을 덧붙인다.) 너도 그런 경험 있어? 창피하건 소중하건 못 잊는 거...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있죠.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잠시 고민하다가.) 예전에... 초콜릿을 만들다가 주방을 태워먹을 뻔 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부모님이 안 계셨어서... 울면서 주방을 치웠었죠. 초콜릿은 다행히 잘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부모님은 모르세요. (비밀이라도 되는 것마냥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에반 클라우스: (피식,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이 흘렀다.) 발렌타인 데이기라도 했나? (왠지 네 목소리를 따라 무의식적으로 저도 소근거렸고) 외동인가봐. 이를 사람은 없었던 것 같네. (물음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던지며 흘끗 네 얼굴을 봤다가 다시 노트로 시선을 내린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아마 발렌타인데이 전날이었을거에요...~. (작게 끄덕였다.) 외동이에요. 평소에 오빠나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만약 있었다면 그 날은 꼼짝없이 혼났을 거에요. (시선을 굴리다가) 에반도 외동이에요?
에반 클라우스: (역시나. 물론 본인은 발렌타인 데이 같은 건 초콜릿을 팔아먹으려는 상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방을 전부 엉망으로 만들어뒀다는 건 귀엽기도 해서 얌전히 고개만 끄덕인다.) 외로움 많이 타는걸까. 나도 외동이야. 형제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없지만... 있으면 분명 싸울 것 같고.
벨리스 M. 아카시아: 역시 싸우려나요.... (곰곰...) 그럴 거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외로운 것도 덜할 거 같고... 또 심심할 때 같이 놀러나가거나 할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친구랑 있는 것보다 편할지도 모르고...~. (잠시 네가 쓰고 있는 노트를 힐끔 본다.) 공부해요?
에반 클라우스: 성격 좋아보이고... 친구가 없을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외로움 타는구나. 눈을 깜박이고 네 얼굴을 본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면 보통 잘 안싸우고 서로 아낀다고들 하긴 하더라만. ... (공식들이 적힌 노트를 팔락이다가 그렇다 대답한다) 넌 뭐 할 건데? 할 일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벨리스 M. 아카시아: 없진 않은데...~ 잘 놀다 집에 들어왔을때 아무도 없으면 좀 외롭잖아요. 부모님도 바쁘시고... (앞에서 턱 괴고 구경한다.) 으음, 많은데... 집가서 하려구요. 청소나... 그런 것들이라서. 재밌어요?
에반 클라우스: (그런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네 시선에 눈을 마주치고 본다.) 하긴... 집에 있는 시간을 친구가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까. (샤프의 뒤쪽 끝으로 제 턱을 긁적인다.) 내가 괜히 잡은건가. 재미는 없어. 그나마 제일 좋아하는 거긴 해도. (수학이라 적힌 표지를 살짝 들춰보이고 내린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정말 시간 없었으면 안 왔을 거에요. (장난스럽게 웃었다.) 조금 있으면 정말로 가봐야겠지만. 오래 있을 거에요? (표지를 한 번 보고는) 저는 어려워서 하나도 못 풀겠던데...~. 그렇게... 풀 수 있는 것도 신기해요. (앞에서 두 손으로 턱받침하고 구경하기...)
에반 클라우스: 그것도 그런데. (키득거리고 웃다가 고개를 젓는다. 얼마 안 걸려.) 그럼 잘하는 거나.. 좋아하는 건 뭔데? 아니면 되고 싶은 거라든가... (문제를 푼다고 말꼬리가 늘어진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으음... 좋아하는 건... 그림? 풍경화 그리는 게 좋아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고민하다가) 커서 되고 싶은 건 아직 생각 못해봤어요. 에반은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에반 클라우스: 그림..? (손을 멈추고 눈을 깜박인다.) 어울리네... 한 번 보고싶기도 하고.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다가 책과 노트를 닫았다.) 나는 선생님... 할까, 하고. 교직.
벨리스 M. 아카시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요? 또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선생님...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친절하니까 학생들한테 인기 많을 거 같기도 하고... (끄덕...)
에반 클라우스: (책을 겹쳐 탁탁 정리하다가 친절하다는 말에 잠시 고장이 나나... 눈을 데록 굴리다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또 만났으면 좋겠네, 오늘 나름 괜찮았거든. 뭐... 그렇게 말해준다면야 아주 굳혀버려야지.
벨리스 M. 아카시아: 인연이라면 또 만나겠죠. (샐쭉 웃었다.) 선생님이 된 모습 궁금하기도 하니까....~. 이만 계산하고 나갈까요?
에반 클라우스: (웃음기 어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챙겨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계산을 하러 가자, 대뜸 직원이 박수를 칩니다.
세상에! 여러분이 오늘의 …번 째 손님이라는군요!
직원은 당신에게 일종의 경품으로 근처의 유명한 미술 전시회 관람권을 두 장 건넵니다.
에반 클라우스: ...?
표값이 비싸 구하기가 어려운 레어 표라고 하네요.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41
Result:Hard
성공.
…번 째?
이런 이벤트가 있었던가?
오늘따라 이상한 하루라고 생각합니다.
관람권을 받고 나면, 이 미술관은 바로 근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흠... (관람권을 팔락거리다가 벨리스를 돌아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갸웃...)
에반 클라우스: 그림 그린다고 했지? 미술관 관람권이네, 이거. (손에 든 표 흔들)
벨리스 M. 아카시아: 으음... ... 할 일이 많긴 한데... (고민...)
에반 클라우스: ...바쁘면 ..뭐, 어쩔 수 없고. (날짜같은 건 안 쓰여있나..)
벨리스 M. 아카시아: (힐끔 눈치보다가) 음... 에반이 가고 싶다면 갈 수도 있구...~?
에반 클라우스: (무리하는 건 아닌가. 멀뚱히 네 얼굴을 보며 눈을 깜박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자는 듯 네 등을 톡톡..) 굳이 나한테 맞춰줄 필요 없어. 바쁘면 가도 되니까.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그래도 비싼 표니까 보고 가는게 이득일지도? (조금 작은 목소리)
벨리스 M. 아카시아: (작게 웃었다.) 그럼 같이 가요. 오래 안 걸리면 괜찮으니까...~.
에반 클라우스: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리고 네 곁에 서서 미술관 쪽으로 향했다. 금방 보고 나오면 되는 거지. 그렇게 묻듯 속삭였고.)
벨리스 M. 아카시아: (아마도. 낮게 대답하고는 희게 웃으면서 미술관 쪽으로 향했다.)
오랜 시간들 중에 한 번도 들러보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이제 이 동네의 지리는 전부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일까요, 이 미술관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 힘들다는 건 사실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통째로 이 미술관을 빌린 것만 같은 느낌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구로 가 표를 내고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미술관/A관/B관/C관]
에반 클라우스: 차례대로 볼까?
벨리스 M. 아카시아: (끄덕...!) (분수대 쪽으로 가본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에반, 교육/과학/자연 체크.
에반 클라우스:
과학(식물학) Roll
Value:71/35/14
Rolled:21
Result:Hard
성공.
그 꽃은 상사화 같습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86
Result:Fail
실패...
다시 한 번 볼까?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44
Result:Success
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에반 클라우스: (내가 예술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는걸까...)(이상한 생각하며 동전을 꺼내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던져보려고요...~? (힐끔)
에반 클라우스: 음.. 응. 그냥 재미로. 소원 뭐 빌까. (미신같은 거 안믿어서 아무래도 좋은 눈..)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다음에도 또 만나게 해달라고? (장난스레 덧붙였다.)
에반 클라우스: 갑자기 못 넣으면 안 될 것 같은걸... (중얼거리고 동전을 던진다.)
에반, 민첩 체크.
에반 클라우스:
DEX Roll
Value:65/32/13
Rolled:21
Result:Hard
성공.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골인 했습니다. 나이스 샷.
에반 클라우스: 다시 만날 수 있겠는데. (반쯤 농조로 말하고 웃는다.)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런가봐요. (작게 따라 웃었다.) 소원을 빌었으니 또 보게 될까요.
에반 클라우스: 우연이 또 있겠지. 아니면 직접 찾는다든가. (더 둘러볼 게 없으면 A관으로 가자)
A관으로 향합니다.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괜찮네... (전체적으로 둘러본다)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상사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다 보면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28
Result:Hard
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경화」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93
Result:Fail
(으악..)
실패..
한 번... 더?
에반 클라우스: (꼬..)
INT Roll
Value:85/42/17
Rolled:94
Result:Fail
(절망..)
실패...........
다른 걸 보러 가는 건 어떨까요?
에반 클라우스: (왠지 ... 비척비척 다른 걸 둘러보러간다..) (B관으로 갈까..........)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꼼꼼하게 둘러보자..)
(뒤에 벨리스 있는지 본다)
벨리스는 열심히 에반을 쫄래쫄래 잘 따라오고 있습미당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다가가 보면,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여자가 상사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1
Result:Critical
대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INT Roll
Value:85/42/17
Rolled:17
Result:Extreme
성공.
그 여자의 모습이 벨리스와 닮았다고 확신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 (벨리스를 다시 돌아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왜요? (갸웃...)
에반 클라우스: (따라 고개를 기울인다.) 이 그림, 너 닮지 않았나.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닮았어요? (그림 옆에 서본다...) 잘 모르겠는데.
에반 클라우스: 닮았는데, 확실히. (고개를 기울인 채로 중얼거렸다.) ... 전시회 어떤 것 같아? (네 옷자락을 살짝 잡고 C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음... 재밌는 거 같아요...~. (끄덕...) 사람도 없어서 좋고. (쫑쫑 따라간다)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한적하고... (둘러본다)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61
Result:Success
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그리고 그 아래 짤막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을 만져보세요! ]
에반 클라우스: ...?
(손을 뻗어 만져본다)
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 ... 어라?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28
Result:Hard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에반 클라우스: ....(고개를 갸웃...)
어떻게 한 거지..?
(더 볼 건 없을까...둘러본다)
특별히 더 볼 건 없어보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무언가 미련 남은 얼굴로 전시물을 보다가 벨리스의 곁으로 간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다 봤어요? (힐끔.)
에반 클라우스: 응. 신기한 것들 많네...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깨를 으쓱......) 넌 다 봤어?
벨리스 M. 아카시아: 저도 다 봤어요. 신기한 것들도 많고.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고는) 어쩐지 아쉽기도 하고.
에반 클라우스: 왠지 밖이랑은 다른 공간 같지. (이런 감상적인 말 싫어하지만.)
돌아갈까...
벨리스 M. 아카시아: 갈까요? (작게 웃었다.) 방향 같으면 같이 돌아가요.
에반 클라우스: 오는 버스 방향이 같았으니 가는 것도 같지 않을까... (슬 웃고 고개를 끄덕인다. 미술관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봤던 작품들을 곱씹었다.)
어느 정도 관람을 끝마치고 나서 밖으로 나오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때입니다.
마침 돌아가는 방향은 같아서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합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오늘 재밌었어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미술관도 오랜만에 가봤고...~.
에반 클라우스: 나도 덕분에 많이 웃었네. 이렇게 누구랑 다녀본 것도 처음이고... 고마웠어. (머뭇거리다 손을 뻗어 토닥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내렸다.)
벨리스 M. 아카시아: (오늘 중 가장 환하게 웃었던 것 같다.) 응.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때는 다른 데로도 놀러가봐요.
에반 클라우스: 아까 동전도 넣었겠다... 다음에.. 그러자. 응. (꽤 환한 웃음을 마주 지어보인다.) 생각해둬야겠네, 미리.
벨리스 M. 아카시아: 따로 가고 싶은 곳 있어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있으면 거기 가도 좋은데.
에반 클라우스: 글쎄, 지금은 생각이 안나는데... 높은 곳에라도 가본다든가... 경치가 예쁜 곳 같은 거. (어깨를 으쓱...)
벨리스 M. 아카시아: 경치가 예쁜 곳도 좋아요. (곰곰 생각해보다가) 바다에 가볼까요? 너무 머려나...
에반 클라우스: 할 일만 제 때 끝내고 오면 갈 수 있지 않을까. (장난스레 대꾸하고 웃는다.) 바다 좋네, 한 번 가보지. 다음에.
벨리스 M. 아카시아: 다음엔 제때 끝낼게요. 그때 같이 가요. (장난스럽게 웃다가.) ... ... 있지,
그래도 처음보단 당신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이에 당신은 조금 놀랍니다.
첫날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다니.
기쁜 얼굴로 무언가 답하려는 순간 벨리스의 눈이 커지고,
벨리스 M. 아카시아: ... ... 에반.
에반 클라우스: ...?
아,
하필 오늘,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 이렇게 빨리 죽을 필요는 없었는데.
울컥, 입에서 피가 쏟아집니다.
떨리는 손으로 가슴께를 더듬어보면 만져지는 것은 깊숙하게 박힌 식칼,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저 멀리 도망치는 뒷모습.
살해당하는 건 오랜만이네. 이번에도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렇게 이른 죽음은 처음입니다.
벨리스와의 첫 만남으로부터 죽게 되는 날짜는 일정하지 않았어도 첫날에 죽은 적은 없었으니까.
... 모르겠습니다. 점점 사고가 둔해집니다.
고개를 돌려 보면, 잔뜩 놀란 얼굴의 벨리스가 보입니다. 꼭 울 것 같이. 어쩜 이리 매번 표정이 똑같은지.
에반, 관찰/심리학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7
Result:Extreme
대성공.
벨리스의 얼굴에 찰나의 의문이 스칩니다.
이렇게 빨리 죽게 되어서 너무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몸이 점점 기울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
우직,
희미하게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순식간에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찔렀던 칼날이 마치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2시. ... ...어라, 2시?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벨리스를 만나기 전은 모두 똑같았는데.
바깥의 풍경, 날씨,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당신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57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당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문득, 낯선 벨 소리가 울립니다.
확인해보면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의 벨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 뭐야, 이 상황. (눈가를 살짝 찌푸리고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는 조용합니다.
이윽고 당신이 목소리를 내자, 금방 끊기고 맙니다.
에반, 아이디어 체크.
에반 클라우스: ...?
INT Roll
Value:85/42/17
Rolled:95
Result:Fail
실패.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합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자 툭, 무언가 떨어집니다.
확인해보면 그것은 어제, 아니, 이전의 '오늘' 집 앞에서 주웠던 손거울.
어째서인지 분명 깨끗했던 거울 표면에 금이 가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머뭇거리다 거울 표면에 손을 대어본다. 죽기 전에 들었던 소리...)
어제와 같이 일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이상하게 금이 가 있을 뿐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오늘도 거울을 주워 들고, 어제랑은 달리 가만 서 있는다. 이렇게까지 뭘 해야할지 몰랐던 때는 없었는데. 거울의 금을 손 끝으로 만지작거린다.) 어쩔까...
여러모로, 이전의 오늘과 이번의 오늘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늦잠도 자버렸고, 얼른 벨리스를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조금 긴장된 한숨을 뱉고 이내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벨리스는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정류장에 버스가 한 대 도착합니다.
하지만, 버스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버스 기사는 탈 거면 어서 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낯섦이 꽤 크게 다가왔다.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다가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에 올라타서, 안을 둘러봅니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아무 자리에나 앉아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버스 자리에 앉아서 갑니다.
중간 중간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고, 이따금 사람들이 타기는 하지만 벨리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윽고, 버스가 도서관 앞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버릇처럼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았다.)
도서관 주변은 그저 한산하기만 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벨리스가 찾던 책을 찾아본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책장 사이를 둘러보다가, 문득 벨리스가 찾았던 곳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오늘, 벨리스가 빌렸던 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벨리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늘 보이던 곳, 익숙한 표정의 벨리스와의 첫 만남이
처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어째서. 왜지? 뭐가 달랐던 거지. 거울 때문에?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도서관을 나온다)
도서관을 나옵니다.
어디로 갈까요?
에반 클라우스: (걸음은 카페를 향했다. 만날 거라는 생각은 접었는지 여유로운 발걸음. 마음은 복잡해 전혀 여유롭지 못했지만.)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비어있던 창가 쪽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은 짜증이 난다. 깊은 숨을 내쉬고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 잔 테이크 아웃으로 시켰다.)
직원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웃는 표정으로 카라멜 마끼아또를 내밉니다.
에반 클라우스: ...(무언가 말하려는 양 입술을 달싹이다 눈을 굴린다.) ... 혹시, 환한 노란빛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애, 못보셨나요.
직원: 아, 봤어요.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켜놓고 한참 앉아있기만 해서 신경쓰였는데... 다른 손님이 오시니까 조금 놀라면서 나가시더라구요.
에반 클라우스: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에 눈을 조금 동그랗게 뜬다.) ... 나간지 오래 됐습니까?
직원: 아니요. 별로 안 됐어요. 근처 미술관의 관람표를 손에 꼭 쥐고 계시던데... 그쪽으로 가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에반 클라우스: (이런. 맙소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계산한 후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카페를 빠져나와 미술관 쪽으로 달렸다.)
에반은 달려 미술관에 도착합니다.
여전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서 도착한 넓은 미술관이 적막하기만 합니다.
벨리스의 부재가 이렇게나 컸던가요.
입구로 가면...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의 당신은 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다다르자, 그 고민은 쓸모 없어집니다.
이전에만 해도 깔끔한 매표소에서 당신을 맞았던 직원은 온데간데없이 직원은커녕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난잡하고 을씨년스러운 매표소 내부가 보입니다.
표를 받을 사람도 없으니,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 ...? (납득되지 않는 표정으로 매표소를 보다가 걸음을 늦춰 미술과 ㄴ안으로 들어간다.)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분수대/A관/B관/C관]
에반 클라우스: (분수대로 가본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드문드문 끊기며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그리고 가운데에는... 이전보다 조금 시들어있는 상사화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 꽃 동상이, 시들 수 있던가?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48
Result:Succes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75
Result:Success
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다 담기지 못할 정도로 동전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다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 이상한 것 투성이인 날에 미신 한 번 쯤 믿으면 어떤가. A관 쪽으로 황급히 뛰었다.)
A관은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한 번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말이.. 되는건가. (굳은 표정으로 둘러본다.)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상사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조각상에는 조금 금이 가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81
Result:Success
성공.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거울이 완전히 깨지기 전에 꽃을 가둬야 해. ]
에반 클라우스: ...가둬?
... 거울이 깨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건 알겠다. 여느 날처럼 여유로워서는 안 된다. B관으로 들어간다.)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한 번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둘러본다)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다가가 보면,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여자가 상사화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안고 있는 꽃은, 저번보다 시들어 있습니다.
... 그림 속의 꽃이 어떻게 시들지?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44
Result:Success
성공.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어야 했는데. ]
에반 클라우스: (답답한 마음에 울컥, 얼굴이 일그러진다. 고개를 돌리고 C관으로 향한다.)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한 번 둘러볼까요?
에반 클라우스: (둘러본다. 신기한 게 있었지.)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빛바랜 듯한 흐린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
에반, 관찰 체크.
에반 클라우스: (다가가본다.)
Spot Hidden Roll
Value:85/42/17
Rolled:26
Result:Hard
성공.
내용이 바뀐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포기하지 못 하는 거야? ]
에반 클라우스: ...포기할 수 있을리가 없어. (없어. 벨리스. 벨. 어디로 갔을까. 이 안에서 엇갈린 것 같지는 않고. 안내문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 밖으로 나간다.) ...... (불안하다. 눈 앞에 있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실은 만나는 것도 조금, 두려워.)
얼마나 있었을까. 아무리 뒤져봐도 미술관 역시 벨리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망을 감추지 못 하고 미술관을 나오던 그때,
저 멀리 입구에서 보이는 얼굴은...
... 벨리스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아.
(네가 보이자 다급한 걸음으로 뛰어 다가갔다. 어떻게 찾았는데, 놓치면 안 되니까.) 벨...!
벨리스 M. 아카시아: ... 에반? (당신을 발견하고는 조금 놀란듯이) 에반, 에반... 괜찮아요?
에반 클라우스: (네 입장에선 알려주지도 않은 이름을 낯선사람이 부르는 걸까, 하고 아차하던 것도 잠시, 네 입에서 나오는 이름에 뭐라 말하기 힘든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평소같으면 좋을텐데.) .... 괜찮아. 너는? ... ... 계속 찾아다녔어.
벨리스 M. 아카시아: ... ... 저도요. 어제, 갔던 곳들 다 찾아봤는데... 다 에반이 없어서... (말 끝이 점점 흐려진다. 목소리가 천천히 젖어들었다.) ... ... 정말로, 죽은건가 하고...
에반 클라우스: ...미안, 내가... 내가 늦었지. (네 옷자락을 붙잡고 입술을 다물었다 떼기를 반복한다.) 난... 나는 정말 괜찮아. 익숙하고... 익숙한데, 오늘은 낯설어서 조금... (미간을 찌푸린다. 내 입으로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무서웠어.
항상 널 만났는데... (너를 잡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제 이마를 꾹 누른다.) 오늘은 자꾸 엇갈리기만 해서...
벨리스 M. 아카시아: ... ... 항상요? 항상 날 만났어요? (난, 오늘이 처음인데. 한참 당신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안 다쳤다면 다행이에요. ... 저야말로... 늦게 와서 미안해요. (조금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제 옷자락을 잡은 당신 손을 천천히 두 손으로 쥐었다.)
에반 클라우스: (널 사랑한 시간이 얼만데. 포기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다시금 생각하고는 옷자락을 놓고 네 손을 잡는다. 놓치면... 또 놓치면 어떡하지. 그리고 다시는 잡을 수 없다면.) 괜찮아. (누구한테 하는 건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다.) ... 바다.. 갈까.....? 사실, 지금 아무 생각도 안나. 너 찾는 거만 생각하고 있었어서.
벨리스 M. 아카시아: ... 지금요? (방금 전까지는 울고 싶었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안 잊었구나... 싶어서. ... 기억해줬구나.) 지금 가면 아무것도 안 보일 거에요. (잠시 망설이다가.) 내일 갈까요? 아침 일찍... 다 준비해서. ... 아침바다부터 밤바다까지, 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에반 클라우스: 그.. 럴까... 바다에서 만나는 걸로 할까. 오늘처럼 돌고 돌아서 만나는 거 말고, 바다에 가면 있는 걸로 할까... (나직한 목소리를 흘려낸다. 보내기 싫다고 하면 무리겠지. 당연하게도.)
벨리스 M. 아카시아: 응... ... 바다에서 만나요. 서로가 안 보이면, ... 바다에 가기로 해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잡은 손을 작게 흔들었다.) ... ... 좀 걸을까요.
에반 클라우스: (가만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에 이어진 네 말에 오늘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응, 그래주면 좋겠다. 오늘 만남은 너무 짧았잖아.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럼 같이 걸어요. 방향은 상관 없으니까. 시간도 늦었고... ...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손을 잡은 채로 걸었다.)
에반 클라우스: ... 만약...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거라면 어떡할까. (네 보폭에 맞춰 느릿하니 걸음을 옮긴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그랬다면 못 만나지 않았을까요. 만나야 했으니까... (그러게 해달라고 빌었으니까.) ... 이렇게 만난 거라고 생각해요. 설령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거였더라도... 이제 상관은 없지만...~.
에반 클라우스: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네가 그렇다면 나도 끝까지 잡을 것이다. 설령 정말 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그래, 이제 상관없지. (이미 만나버렸으니. 아마, 오늘 만나지 못했다면 운명처럼 놔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니까.) 내일은 별도 달도 예뻤으면 좋겠네. 밤바다도 예쁘게.
벨리스 M. 아카시아: 예쁠 거에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잡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내일은 지각하면 안 돼요...~?
에반 클라우스: (나직한 웃음소리를 흘린다.) 그러지. 지각해도 뭐라고 안 할 거 알지만. (내일을 상상한 것이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네 손의 온기가 따뜻하다.)
벨리스를 찾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아니면 벨리스와 헤어지기 싫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던 탓일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묘한 기분.
벨리스 M. 아카시아: ...~ 이만 가볼게요. 내일 정말로 늦지 말기...~.
아, 벌써 집 앞에 다다랐나 봅니다.
고개를 들면 익숙한 집의 대문이 보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그래. 오늘도 즐거웠어. (부드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원래 집까지 이렇게나 가까웠던가.
당신은 아쉬움과,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떠나는 벨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갈까요? 시간이 늦었습니다.
에반 클라우스: (집으로 향하던 도중 챙겼던 손거울을 꺼내보았다.)
오늘 아침에 보았던 상태 그대로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깨지기 전에 담아야한다고... (의미를 모르겠는 안내문. 불안감. 혼란스러운 마음에 거울 표면을 만지작거리다 다시 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적막이 가득한 집.
당신이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벨 소리.
에반 클라우스: (짧은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는 고요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평소같으면 장난전화같은 거 하지 말라며 끊어버렸을 텐데. 저 또한 가만히 고요함을 듣고 있었다.) ... ...
한참이나 정적이 이어집니다. 상대가 먼저 말할 생각은 없어보이네요.
에반 클라우스: ...또 끊을 겁니까. (작게 중얼거린다.)
... 에반의 목소리가 들리자.
망설이는 듯 몇 초 뒤에 전화가 끊깁니다.
다시금 의미 모를 불안감, 혹은 불쾌감에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 건 있습니다. ]
에반 클라우스: ...?
(확인해본다.)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오늘은 당신이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늘 집 전화 같은 건 확인도 안 하고 나온다는 것도. 당신이 일어나기 전에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당신은 모르겠지요? 몰라줬으면 해요. 이건 이제부터 내 일기로 쓸 거니까. 잘 부탁해요, 에반.]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이번엔 꽤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 매번 당신에게 져버리고 말아요. 어쩌면 평생 내가 당신을 이기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기쁘면서도... 조금 슬퍼서. 분명 제가 바랐던 건데.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이럴 거면 처음부터 소원을 들어주지 말았어야 했어요.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지나 않았다면.... (짧은 공백 사이의 흐느낌 같은 숨소리.) ... 아냐, 아니에요, 에반. 그래도 당신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예정된 비극을 알면서도 다시 당신을 만나러 가고, 다시 또 다른 처음을 시작해요. 제가, 당신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걸까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또 당신이 사라졌어요. 이걸로... ... 번 째. 당신은 이 저주 같은 나날의 처음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죠. 세계를 바쳐도 좋으니 당신을 돌려달라고 했던 제 가장 무서운 실수를. ... 저는 그냥, 에반을 다시 보고 싶었어요. 다시 당신을 보고, 당신의 손을 잡고, 아무런 이야기나 하고 싶었어요. 그냥 그것뿐이었는데...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전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인가봐요.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다시 저를 만나러 와주는 당신을 무시할 수가 없었어요. 당신의 상냥함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 곧 당신도 이 무의미한 반복에 질려서 저를 잊을 거라 생각했는데, ... ... 그런데 당신이 다시 절 사랑해주잖아요. 몇 번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도 저를 사랑하러 오시잖아요. 당신이 그러면 꼭, 꼭 우리가... 운명인 것 같다고 믿어버리게 되잖아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한참 동안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끔찍하고, 악몽 같은 운명이 어디 있을까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 당신이 살해당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당신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다, 당신 목이...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총에 맞아서,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압사당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숨이, 막혀서....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내 앞에서 떨어졌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간헐적으로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 미안해...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0건.
n월 nn일, 음성 메시지 0건.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저예요. 제가 당신을 죽인 거예요. 전부 나 때문이야. 더는 못하겠어요, 더는, 당신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죽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시작했는데,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이젠 뭐가 시작이었는지도...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당신을 사랑하고 싶었는데. ]
음성 메시지를 전부 듣고 진실을 알게 된 에반, 산치 체크.
에반 클라우스:
SAN Roll
Value:80/40/16
Rolled:51
Result:Success
성공. 이성 -1.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동시에 맡아지는 탄내,
점점 주위를 둘러싸는 새카만 연기와 이제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렌 소리... ...
당신은 생각하기 싫어도 단번에 깨달아 버립니다.
다시금, 죽음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삽시간에 몸집을 키운 불길이 뜨겁습니다.
연기로 가득 차 주변은커녕 앞조차 보이지 않고,
부족해져가는 공기에 숨을 가누기도 어렵습니다.
당신의 다리, 팔, 온몸을 덮쳐가며 타오르는 불에 의식이 꺼지기 직전,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떨어진 수화기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 ― 그런데 내 사랑이 당신을 죽였어요. ]
우직, 선명하게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던 불길도, 탄내도,
전부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당신은 버릇처럼 시간을 확인합니다.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6시.
... 일어나는 시간이 더 늦춰졌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툭,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것은 사선으로 선명히 금이 간 손거울. 이전보다 더 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이젠 익숙해진 것만 같은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에반 클라우스: (지금 이 순간, 꽃은 누굴까. 멍하니 생각하며 거울에 난 금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네게, 다시 내 죽음을 보여줘도 괜찮은 걸까. 어떻게 생각해, 똑같이 이기적인 나인데.) ... 바다... 가볼까...
(느릿한 걸음을 끌어 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너머는 여전히, 조용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음성메세지가 떠올라 무언가가 속에 가득 차 막히는 것만 같았다. ... 벨리스,) ... 나는 괜찮아. ... 너는?
...
한참 있다가, 전화가 끊어집니다.
에반, 듣기 체크.
에반 클라우스:
Listen Roll
Value:80/40/16
Rolled:98
Result:Fail
실패. 아무것도 듣지 못합니다.
에반 클라우스: (답답한 숨을 내쉰다. 그래도, 약속했으니까. 대충 씻고는 집을 나선다. 내가 항상 말하잖아. 사랑만큼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건 없다고. 난 지금 죽으러 가는 길일까. 어떨까.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바다로 간다.)
밖으로 나가보면, 벌써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 아래, 당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집 앞 담벼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벨리스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벨리스.
(네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벨리스. 왜 이러고 있어.
벨리스 M. 아카시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당신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시야에 들어온 사람이 정말 당신이라는 걸 알고서는... 조금 눈물이 났던 것 같다.) ... 에반.
지각이에요. (소매로 눈물을 조금 훔쳤다.)
에반 클라우스: ... ... 미안해. (두 손으로 네 뺨을 감싸 쓰다듬는다. 웃으며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음성메세지 속의 네 목소리가 자꾸 울렸다.) 그래도 화 안 낼 거지?
벨리스 M. 아카시아: ... 어떻게 화내겠어요. ... ... 바빴어요? (시선을 슬 내린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래도 아니라서... 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서. 그래서 다행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했다.)
에반 클라우스: (팔을 뻗어 가볍게 안아주었다. 달래듯 네 등을 다독이고.) ... 집에 불이 났어. 무슨 말인지 잘 납득이 안 되겠지만... 죽었다 살아나느라고.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둘 다 울고 있어서는 안 되잖아.) 몇 번이고 죽어도,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자꾸 깨어나는 게 늦네.
벨리스 M. 아카시아: ... ... 무슨 말인지 알아요. 이건, 내가 만든 세계니까...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놓기 싫었다. 놓으면 또 사라질까봐. 다음 번에는 얼마나 지나야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날까.) ... ... 미안해요...
에반 클라우스: ... 그래... (네 등으로 팔을 둘러 마주 꼭 안았다.) 괜찮다고 했잖아.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린다.) ... 날 몇 번이든 죽여도 괜찮아. 같이 있을 수 있기 위해 그런거라면.
그런데 거울이 깨져가고 있어서... 자꾸 불안하잖아. 더 이상의 일상이 있을지 모르겠어서, (목소리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무서워. (내가 무서운 건 너와 관련된 일밖에 없는 거 알지. 네게만 말하는 거, 알지. 알아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벨리스 M. 아카시아: ... 아마 다음의 반복이 마지막일 거에요. 이제 전부 끝나겠죠. 그래도... (방법은 있어요.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잃을 자신이 없고. 곁에 있고 싶으니까. 아직 같이 바다를 보러가지 못했으니까. 하루종일 당신이 없어서 바다에 가고 싶었는데, 거기에도 없다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못할테니까. 그런 불안함을 이제는 지우고 싶었다. 괜히 당신을 제쪽으로 더 당겨 안았다.) 괜찮아요. 하나도 안 무서울 거에요. 이제는 안 아플 테니까.
... 내일 거울을 들고, 당신이 매일 나를 만나러 탔던 버스 정류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번에는 지각해도 괜찮아요. ... 계속 기다릴게요.
에반 클라우스: ...(내 목숨이지만 네가 살려온 것이기도 하다. 가만히 안긴 채로 네 목소리를 듣는다. 그래, 아직 바다에 못 갔으니까.) 응.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좋아. (무섭지 않을 거고, 아파도 상관없다. 죽을만큼 아파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나는 불신의 삶 속에 너만을 믿는다.)
일어나자마자 달려갈게. 여태 항상 그랬지만. 내일도 그럴게. (고개를 들어 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응. 항상 미안했어요.... ... 지금도. (미안하고. 차라리 소원을 빌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 텐데. 수백 번이나 당신을 잃어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계속. 여태까지 쭉 그랬으니까. (희미하게 웃었다.) 에반.
... ... 많이 좋아해요.
에반 클라우스: (사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보같은 일이다. 우린 그걸 증명하는 거고,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다시 사랑을 할 뿐이다. 누가 뭐라고 하겠어, 네가 나를 놓지 못했다는 것이 기뻐. 사랑해서 그랬어요- 그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여태 쭉 그랬던 것처럼... 나도.
많이 사랑해.
그 순간, 저 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빛을 내며 맹렬한 속도로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제는 전부 알아버렸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그 사랑이 당신을 죽였고,
이번에도 당신은 그 사랑에 의해 죽으리라는 것을.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세계의 끝에서,
마지막 사랑을 하러 가기 위해.
우직,
무언가가 조각 나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줄기가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창밖은 이미 새카맣습니다.
당신은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합니다.
벨리스와 정류장 앞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0시.
창문 새로 비치는 달빛이, 끔찍할 정도로 선명하게 당신을 비춥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주워보면 그것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기 직전인 손거울입니다.
에반 클라우스: ... 마지막.
(기다리고 있을 너를 보러 가야지. 침대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섰다.)
당신은 익숙하게 집 밖을 나섭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 ... ... 아니, 재회는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벨리스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상관없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러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끔찍한,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거리에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마치 폐허가 된 듯 삭막하기만 합니다.
새카만 하늘에 별도 하나 없이 오직 둥근 달만이 앞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정류장 앞에는,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을 봐도 그리운...
벨리스의 뒷모습.
에반 클라우스: (어쩐지 조금은 울고싶어졌다. 미안해. 그런데 네가 알아둬야 할 것은, 나 또한 너를 놓지 못한다. 여상스레 네 이름을 부른다.) 벨. 나 왔어.
벨리스 M. 아카시아: (네 목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봤다. 조금 옅게 웃었던 것 같다.) 왔네요, 에반. 거울은 가져왔죠?
에반 클라우스: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이라도 깨어질 것만 같은 거울을 들어보이고.)
벨리스 M. 아카시아: 그건 이 세계에요. 누군가를 가두면 거울이 깨지지 않죠. ... 그럼 이 세상도 원래대로 돌아갈거구요. (조금 힘겹게 웃었다. 떨어지기는 싫었는데.) 달이 구름에 가려지기 전까지... ... 달빛을 거울에 반사시켜서 가둘 상대에게 비추면. ... 그러면 돼요.
에반 클라우스: 나를 가두면 되는 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야 하는 건 나니까. 이 세계는 나를 매일 돌려받기 위해 만들어진 거니까. 상사화는 그렇다더라. 꽃과 잎이 함께하지 못해 상사화라고. 꼭 닮았지, 우리. 사실 나였다면 함께하지 못할 바에 세상이 깨어지는 걸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제가 들어갈 수도 있어요. (더 이상 당신이 내 눈 앞에 존재하지 않는 게 싫다. 당신이 아픈 것도 싫고, 괴로워하는 것도. 전부 다.) ...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에반을 또 잃어버릴 바에는, ... 같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에반 클라우스: ... (느릿하게 시선을 굴렸다.) 있잖아. 나는 네가 순간이라도 나를 세상보다 높은 가치로 두었다는 걸 무척 기쁘게 생각해.
그리고... 그건 세상이 아니라 네 존재여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깜박이지도 않는 시선을 네게 둔다.) 같이 사라지는 것도 좋아. (네가 사랑한 사람이 딱 이 정도의 인간이라 실망하지는 말아줘.)
그만큼 나를 사랑해? 네 삶을 통틀어 가장 냉정해질 시간이야.
벨리스 M. 아카시아: 그보다 더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신 앞에 서 있을 수 없었겠죠. (당신이 다시 보고 싶어서, 그거 하나만으로 이 세상을 만들었고 남은 나의 모든 세계를 부쉈다. 나에게 중요한 건 나보다 당신이었으니까, 매번 나를 만나러 와주던 사람. 매번 사랑을 이야기할 때마다 사라져버리던 사람.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끝까지 잡은 채로 남고 싶다.)
... 사랑해요. 아주 많이... ... 지금보다 냉정할 수 없을걸요. (참았는데도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던지. 소매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 그러니까.
이번에는 영원을 함께하게 해주세요. (제발.)
에반 클라우스: (웃었다. 너는 울고 있는데, 나는 웃는다. 사실 사랑같은 거 안 하고, 못 받고 살 줄 알았어. 너는 내게 유일한 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성격이 아주 나쁘고, 가진 것을 놓을 줄도 모른다. 봄이 올 거야. 겨울을 지날 준비는 됐니. 아프지도 무섭지도 춥지도 않은 찰나를 견딜 준비가.) 나는 너를 만난 걸로 충분히 행복했어.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얼굴이 상하기라도 할까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준다.) 사랑했어. 사랑해. 사랑할게. (거울에 달빛을 비춰 너를 담아낸다.)
(너를 꼭 끌어안고 깨어진 달빛을 받아냈다.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어. 놓지 않으면 된다는 그 작은 조건 하나가 그렇게 어려워서.)
거울을 들어 두 사람에게 달빛을 비추자, 두 사람을 향한 달빛이 아스라이 흔들립니다.
곧 빛은 둘의 몸을 감싸고, 두 사람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형상이 서서히 바스러지더니 이내, 거울 안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갑니다.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보이는 풍경은 똑같습니다.
완전히 바스러졌던 두 사람의 모습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환하게 빛나던 달빛도,
전부 꿈인 것 마냥.
벨리스와 버스 안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당신은 불안, 혹은 약간의 기대를 안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벨리스 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이루어질까?
너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한 걸음에 달려간 그곳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벨리스가 있었습니다.
벨리스 M. 아카시아: ... ... (눈을 깜빡였다.) 에반?
에반 클라우스: ... 벨리스. (오늘의 자기소개는 생략이구나. 멈추지 않고 다가가 너를 품에 꼭 안는다.)
벨리스 M. 아카시아: (마주 꼭 끌어안았다. 정말 너였다. 원래대로 돌아왔구나 싶어져서. 네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에반, 에반... ... 이제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에반 클라우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까. 이제 된걸까. 우리는 괴로웠던 술래잡기를 이제 그만둘 수 있는 건가. 안도인지 무엇인지 모를 한숨이 터졌다.) 다행이다... 사랑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벨리스.
사랑해.
... 번 째의 처음으로 당신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지면이 크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무너진 잔해가 벨리스의 몸을 덮치고,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
당신은 알기 싫어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당신이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시간 동안 겪어왔던 죽음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신의 사랑이 벨리스를 죽이는 순간이라는 것을.
*
너의 머릿결과 호흡을 다 외우고 싶은데 우리
흑백이 되고 네가 없어지고 내가 저물고 꿈에
나는 마침표처럼 안녕을 말해야 하는데
지독하게 아름다운 그 꿈에.

랑뽀 (GM) Hidden Ending : 그리하여 사랑이여, 차라리 죽는다면 당신 손에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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