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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 (CoC)/Blossom

* Victor X Blossom | 화무십일홍 PLAY LOG *

시나리오 카드 제작했습니다! 무단 저장을 금합니다.



* PLAYING 20190824~25, 28~29 | PLAY TIME :: 10h 30m

* '화무십일홍'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KPC 블라썸 L. 디와이트 / PC 빅토르 D. 애쉬포드




분명 이제는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 시간선에서의 일인데도 지나치게 선명한 고통이 당신을 괴롭힙니다.
―그야 당연한 걸까,
그렇게나 다양한 방법으로 몇 번씩이나 죽었으니.
하지만, 참을 수 있습니다.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인내하고 억누른 끝에는 꼭, 반드시 너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 지독한 굴레에 대한 슬픔을 덜어내지 못한 얼굴이라 하더라도,
당신을 향해 웃어주고 사랑을 속삭여주는 그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비록 몇 번이고 종말을 맞을지라도,
다만 분명한 것은 다시 눈을 뜨면 세계는 되돌아가 있을 것이며,
그 시작점은 언제나 그 사람과 함께라는 것.
그러나,
블라썸 L. 디와이트:그만할까요.
… 이제 그만 사랑할까요, 우리.
마치 운명같은, 희극과 비극 그 사이의 무언가를 이제는 끝낼 때가 왔다는 것.
오늘은 …번째 시간의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로 한 날입니다.
랑뽀 (GM) 화무십일홍 : 花無十一紅
사랑해. …번 째의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블라썸이 꼭 울 듯한 표정으로 고해하듯 사랑을 속삭일 때면,
당신은 더없는 행복과 기쁨이 차오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끝을 예감합니다.
이내,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 ….
오늘로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음의 순간.
이런 때에도 당신은 건물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언제나 귀찮은 것 같다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번이나 반복한 이 시간은 이젠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으므로.
그저 단 한 가지,
블라썸이 그 말을 하고 나면 언제나 잔뜩 일그러진 낯으로
하염없이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한다는 게 조금 아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한다는 말이 조금 더 듣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려 입을 벌리는 순간,
빅토르, <관찰> <심리학> 어려움 이상 판정.
빅토르 D. 애쉬포드: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관찰> 보통 성공.
정처없이 흔들리는 시야로, 힘겹게 눈을 떠 블라썸을 바라보지만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제대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무슨 표정을 하고 있어?
…직접 목소리를 내어 묻기엔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군요.
이내 흐리게 웃어 보인 블라썸이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눈을 감겨줍니다.
눈꺼풀에 닿아오는 미약한 떨림이 느껴지는 손.
그 손을 마주 잡아주고 싶은데.
또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잘 자요, 빅토르.
귓가에 날아드는 그 속삭임을 끝으로,
간간히 신음이 흘러나오던 목에서 더 이상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가물거리던 시야가 마침내 완전히 암전됩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져가던 고통은 꿈이었던 것 마냥 몸도 주위도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블라썸과 횡단보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슬슬 블라썸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종말을 맞고 시간이 되돌아가 블라썸과 다시 만나는 순간은 언제나 조금 들뜬 기분이 들었지만…
역시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블라썸의 표정이 신경 쓰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더 기분이 좋아질 만한 데이트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블라썸뿐입니다.
이번의 재회는 어떤 게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새삼스레 감회가 새롭습니다.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돌고 돌면서 우리가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으니까요.
싸운 적도 있었고,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균열과 헤어짐 끝에도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횡단보도에 도착하면, 당신을 향해 얕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블라썸을 마주합니다.
언뜻 흐려 보이는 그 웃음에 왠지 모를 불안이 덜컥 솟아오르는 순간,
블라썸이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잔잔한 목소리는,
곧 믿을 수 없는 말을 내뱉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그만할까요.
… 이제 그만 사랑할까요, 우리.
하지만, 그 수많은 균열과 헤어짐 끝에도,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빅토르 SANC (0/1d3)
빅토르 D. 애쉬포드: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90
판정결과:실패
실패, 1d3.
빅토르 D. 애쉬포드:(예상치도 못한 말에, 그대로 몸이 굳었다.)
... 무슨? (이번엔 네게 어떤 인사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참에 네가 할 리 없는 이야기를 하자 벙 찐 얼굴로 쳐다보았다.)
블라썸 L. 디와이트:... ... 말 그대로에요. (애써 옅은 미소를 이어갔다. 낮게 속삭이는 어조로, 천천히 말을 뱉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어요. 계속 당신을 죽게 내버려두는 거... ... 이제 그만 끝내고 싶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 블라썸? (저도 모르게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너는 우리가 사랑할 때마다 내가 죽는다는 걸 알고있던가? 나는,) 블라썸. ...모르, 겠어요. 당신이 왜 이러는지. 나는...
...이렇게, 만났는데. 그런 말 하지말아요.
블라썸 L. 디와이트:... 오래 생각한 거에요. 이제 당신을 두고 보기가 힘들어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필연적으로 당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수백 번이나 나를 만나러 와주는 당신을 보기가 힘들었다. 몇 번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꾹 깨물고, 말을 이었다.) 빅토르, 당신은... ... 이렇게 사랑하는 것도 좋아요? 당신이 죽어가면서? 나는... 나는 아닌데. 지금까지 반복되었던 것보다 더한 시간동안, 내가 당신을 죽이는 걸 볼 수가 없는데... ...
빅토르 D. 애쉬포드:...이젠 날, 보는 것 만으로도 힘들어요? (어쩌다가, 언제부터, 내가 네 앞에 나타나는 것 만으로도 네가 이렇게 아파하게 된거지. 땀으로 젖기 시작한 제 두 손을 꾹 쥐고 말을 이었다.) 나의 죽음은 그저 당신을 만나러 오는 길이었을 뿐이에요. 그 길이 없으면 당신을 다시 만나지 못하니까요. 고작 그런 걸로는, 난 아프지않아요.
블라썸 L. 디와이트:힘들어요. ... 당신이, 내 곁에서...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 (무수한 시간동안 함께 하는 만큼, 무수한 시간동안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할 테니까. 나는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테니까. 상실을 견딜 수 없어 시작한 일이 반복되는 아픔을 낳아서, ... 지쳤어요.) 죽는 일이 아프지 않을 리 없잖아요, 나는... 그냥 당신 하나면 됐는데, 빅토르를 잃는 일같은 건 바라지 않았는데...
(어느 새엔가 표정에선 미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옅게 한숨을 내쉰다.) ... 수백 번 당신을 죽이면서, 수백 일동안 자책했어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저를... 그래서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저를. ... ... 이제 이런 감정은... 그만 느끼고 싶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이젠 정말, 힘든 일도 아닌걸요. 난 블라썸이 내게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게 내 전부예요. 그 한마디가 너무 좋아서, ...그 한마디로 모든 걸 견디는걸요. (왜 자책하는 게 네 쪽이 되어야하는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기분에 고개를 살살 저었다.) 자책하지 마요, 블라썸. 사랑이 무슨 죄예요, 죄 조차 없고 벌조차 없어요. 내가 죽는 건 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계속 사랑해주면 안돼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그게 힘들어요. 나는, ... 당신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는 것조차. (나를 위해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닐까, 싶어져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갈 생각하는 것처럼, 한동안 정적이 맴돌았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우리. 나는 당신에 대한 감정을 접고 싶고.... 당신은, (설령 당신이 죽더라도.) ... 이어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 ... 이별 여행을 해요, 우리.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진실해질 수 있게. 그 이후에 내가 죄책감을 완전히 이겨낼 수 있다면,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감정을 접는다,는 말이 가슴에 꽂혀 욱씬거린다. 네가 더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안해줄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 이별 여행, ... ... 블라썸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 나는 이게 마지막이 되지않으면 좋겠어요. (네가 정말 제게서 등돌린다 해도 너를 끝까지 잡겠지. 네가 싫다고해도 이기적으로 굴겠지, 네게 사랑받지않는 삶이 있을 순 있어도 너를 사랑하지않는 삶은 있을 수 없으니까.)
... 그럼, 어디로 가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그건... 가서야 알 수 있겠죠. 새로운 시작이 될지, 아니면 마지막이 될지. (조금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신을 보면 슬픈 것도, 지금의 상황을 견디기 힘든 것도, 이제는 지쳐버린 것도. 전부 다 당신을 사랑하니까. 사랑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당신을...) ... 목적지는 정해져 있어요.
블라썸은 기차표 두 장을 꺼내 듭니다.
○○ 행 기차표, 두 시 출발.
바로 두 시간 뒤에 출발하기엔 여행을 준비하거나 하다못해 마음의 준비라도 할 시간조차 없는,
턱없이 촉박한 일정입니다.
우리가 늘 만나는 시간은 열두시였는데,
출발 시간이 결코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블라썸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꼭 도망갈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만 같아서…
이제와서 왜, 어째서?
이런 이별 여행 따위로 우리가 헤어질 수 없다는 걸 너도 알면서.
수많은 물음들이 입속을 맴돌았으나 곧 잦아듭니다.
그래, 어차피 이런 이별 연습으로 쉽게 마음이 변할 리가 없을 테니까요.
쌓여가는 블라썸의 죄책감과 우울을 이렇게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 수많은 균열과 헤어짐 끝에도 우리는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블라썸 L. 디와이트:... ... 필요한 짐들은 제가 다 챙겨뒀어요. (네 쪽으로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건지, 아니면 잡아달라는 건지.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 ... 같이 가요, ... ... 같이 가주세요.
빅토르 D. 애쉬포드:(이런 여행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솔직하게는 불안한 마음밖에 들지않아 가고싶지않지만, 이대로 널 따라가지않으면 정말 네가 여지도 없이 떠나버릴 것만 같아서. 네 쪽으로 손을 뻗다가 잠시 멈추어 망설이고, 또 다시 뻗고. 머뭇거리길 반복하다 네 손을 꽉 잡았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날 떠나지않겠지.)

빅토르와 블라썸은 손을 잡고, 함께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기차역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지라 도착하고 나서도 한 시간 정도가 애매하게 남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 근처였죠.
하필 이런 곳에서 이별을 위한 여정을 떠나다니, 참 얄궂은 상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 우울한 감상에 빠져 있으면, 남은 시간은 카페에서 떼우자며 블라썸이 당신의 손을 잡아 끕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서도 자주 만남을 가졌었죠.
셀 수도 없는 시간을 반복한 지금에서야 이젠 익숙하지 않은 곳을 세는 게 더 빠르겠지만.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이 카페는 늘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있고는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치 우리를 기다리듯 깔끔하게 비워져 있는 테이블 위로 한낮의 주황빛 햇살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메뉴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고구마라떼, 카라멜 마끼아또가 있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정해진 것 처럼, 약속된 것 처럼 익숙한 자리를 골라 너를 앉혔다. 너는 주로 카라멜 마끼아또를 마셨던가. 카운터에 가 네 음료와, 제가 마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직원은 친절하게 계산을 마친 후, 빅토르에게 에스프레소와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건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두 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아 네 쪽으로 음료를 내밀었다.) ...기차 표는 어떻게 구한 거예요?
블라썸 L. 디와이트:(조심히 커피를 받아들고는 한 모금 마셨다. 끝내 넘길 때까지 말을 잇지 않다가,) 미리... 준비했어요. 오래 고민했으니까... ... 이게 낫지 않나, 해서.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버렸겠지만... ... (거절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 쪽을 힐끔 한번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빅토르 D. 애쉬포드:...그만하자,고 생각하게 된지 오래 됐어요? (너는 벌써 감정을 정리하고있는 중일까. 내가 지금 네 손을 잡으면, 그건 허락해줄까. 어느새 침울하게 가라앉아버린 분위기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래도, 내가 오길 바랐나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오래됐어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 죽는 게 빅토르가 아니라 나였다면. 빅토르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쥐고 있는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당신이 나와 같은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나도 당신같은 반응을 보였을까. 아니면 죽음에 지쳐 그대로 보내줬을까. 죽이는 것은 나였고 죽는 것은 당신이었으니, 정말 어떨지는... 앞으로도 알지 못하겠지.) ... 그럼요. 와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 정말 와줄 거라고 기대는 못 했지만...
빅토르 D. 애쉬포드:...그럴리가, 없잖아요? 단 한번도, 죽음의 주체가 뒤바뀌길 바란 적 없어요. 그야, (네가 죽는 꼴은 절대로 못보겠으니까. 차마 이 말까지 내뱉지는 못했다. 네가 이런 기분이구나. 수백번이고 죽는 나를, 고스란히 눈과 귀에 담는 네 기분이.)
(그럼에도 어떻게 포기하겠어. 결국 죽는 건 내 쪽이고 나는 괜찮다. 너만, 나를 사랑해주면 되는데.) 매일, 찾아올거예요. 항상 그랬듯이. 곧 떠날 이 여행이 끝이 나도, 매일.
블라썸 L. 디와이트:매일... ... (찾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가만히 커피잔을 비워냈다. 이미 당신이 수백 일동안, 빠짐없이 나를 찾아와줬으니까. 다 마시고 나서야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 당신의 그런 점을 가장 좋아했었죠. 한결같은 거... 나를 계속 사랑해줬던 거. 날 계속해서 사랑해주는 당신이 좋았어요. 사랑하지 않는 당신도... (좋아했고. 시선을 끝내 마주치지 못한 채, 쥐고 있는 커피잔으로 내렸다.) ... 빅토르는... 날 왜 사랑해요?
빅토르 D. 애쉬포드:(좋아했어요, 사랑했어요, 가 아닌. 좋아해요, 사랑해요, 이길 바랐다. 나는 앞으로도 한결같이 너를 사랑할 자신이 있는데. 한 모금도 채 마시지않은 커피잔 주변으로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습관처럼 쓸었다.) ...어떠한 이유,였으면 좋겠어요? 난 잘 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을 사랑하는 이 삶 자체가 행복해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여러가지가 있겠죠. 당신의 모든 부분이 좋은 것처럼.
블라썸 L. 디와이트:... ... 글쎄요. 바라는 이유는 없지만... 솔직한 답변이었으면 좋겠네요. 그게 무엇이든. (지금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가볍게 말을 건네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참 이상한 말인 것 같았다. 내 모든 부분을 좋아한다는 건... 어디부터 어디까지일까.) ... ... 왜?... ...
빅토르 D. 애쉬포드:정말 정직한 이유가 필요한가보네요. ...이유 없는 사랑이 있어서는 안되는걸까요? (곰곰히 생각 하듯 한 손으로 턱을 문질렀다. 너를 사랑하는데에 제게 필요한 어떠한 보상이라도 있었던가? 너를 만나는 순간이나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네 표정과 행동, 조곤조곤 말을 걸어주는 모습이 견딜 수 없이 좋았고. 네 상냥함과 다정이 좋았고. 이 모든걸 통틀어 너라는 한 사람과 항상 함께 있고싶은 마음 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해온 네가 변하더라도 이미 너는 너라서, 계속 좋아할 거고. 한참동안 네 질문에 대답하지못하고,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네게로 다시 시선을 들었다.) 이게 이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저 당신이라서 좋아해요. 이것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감정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잖아요. 궁금해져서요, 좀 새삼스럽지만. (가만히 네 말을 듣다가, 복잡한 기분으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말이 솔직한 것임을 알기에 더욱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나도 당신과 같은 이유라서. 너무... 복잡했다.) 내 부분들이 아니라 나를 좋아해주는 건가요. (평소에 들었다면 꽤 기분 좋게 웃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의 목적지는, 종착점은. 끝내 맞게 될 결말은.) ... ... 내가 싫었던 적은 없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사실, 블라썸을 사랑하는 이유는 알려주고싶지 않았어요. 당신을 사랑하기위해 꼭 필요한 무언가인 것만 같아서. 이것이 없으면 사랑해선 안될 것 처럼, 그렇게 느껴져서. (애초에 거창한 이유가 아니기에 크게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다. 너와 나 사이에 그 어떠한 장애물도 없길 바라서, 그저.)
(네 마지막 말에 살풋 웃음을 지었다.) 있었을까요. 당신이 나라면 당신같은 사람을 싫어할 수 있나요?
블라썸 L. 디와이트:하지만 결국 빅토르는... 이유로 그저 나이기 때문에, 라고 답했죠. ...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럼 내가 없으면요? 내가 없어지면... 당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여전히 사랑할까? 아니면 그저 놓아줄까. 나는 당신을 셀 수 없는 시간동안 봐왔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놓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이 나를 괴롭게 만들어요. 단지 사랑때문에, 사랑해서...)
... ... 나는 모르죠. 그런 걸 알았다면, 나를 왜 사랑하냐고 묻지는 않았을 테니까... ... 그래도 나는, (습관적으로 손끝을 매만졌다.) ... 빅토르를 싫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 없어져요?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네가 감쪽같이 사라진 후의 모습 따위는. 잡을 수 없는 것을 잡는 기분 같은 건.)
농담이죠? (눈썹을 기울이며 찌푸리듯 웃었다.) 설령... 설령 당신이 사라진다 해도 이 감정은 사라지지않아요. 알고있잖아요.
(커피를 조금 들이키고 잔을 내려놓았다. 네 대답에 시선을 잠시 떨구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 또한 당신을 놓아주길 원해요? 정말 의미 있는 이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그렇게 답할 줄 알았어요. (꽤나 덤덤하게 답한다. 생각하던 답을 확인받아서 기쁜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슬픈 것도... ) ... ... 놓아줘야 해요. 잡으면, 누구보다 해로 돌아올 건 당신이잖아요. 당신은 그냥 이 세계에서 살아가면 돼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만 않으면 무사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 그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 생각해요.
빅토르 D. 애쉬포드:그건 ... (네게는 몰라도, 제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별일텐데. 너를 보며 살아가는 삶에서 네가 없는 삶으로 바뀔 뿐인데. 수백번이고 수천 번이고 매일같이 쫓아가서 붙잡고, 매달리던 것을 어떻게 한 번에 끊어낼까. 어떻게 놓아줄까. 이제와서라도 이별여행 같은 건 하지말자고 말할까.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요동쳤다. 다 식어가는 커피에서 손을 뗀지는 오래였다.) 그럼에도, 붙잡으면 싫어할 건가요? ...
블라썸 L. 디와이트:(겨우 고개를 들어 당신의 눈을 마주했다. 교차하는 시선에 많은 감정이 묻어있었다. 여전히 사랑하는 당신, 아직 지워내지 못한 당신, 수백 번을 찾아와도 결국 사랑한다 고백하고 말 나 자신. 느리게 숨을 들이마셨다. 입술이 옅게 떨리고 있었다. 끝내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뱉어내고,)
붙잡지 마요. (꽤 오랜 시간 침묵한다.)
블라썸은 한동안 빅토르의 말에 대답을 잇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끊긴 목소리, 불편하게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당신은 기시감을 느낍니다.
입을 꾹 다문 채 가라앉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표정이 왠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꼭 무언가를 단단히 결심하기라도 한 사람처럼.
바로 직전의 시간선에서도 보았던 표정.
블라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이번에야말로 물으려던 순간,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유독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우리가 여기 온 것, 서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을 전부…
찰나의 간극,
블라썸 L. 디와이트:잊어줘요.
끝내 내려진 선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득 쌓인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새삼스레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으며 다시금 선연해졌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흐려져가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스러진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지독히도 아픈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네 존재를 지우려고 하고 있구나.
빅토르 SANC (1/1d4)
빅토르 D. 애쉬포드: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1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성공. 이성 -1.
… …
내가 왜 여기 있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그 말도 안 되는 이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까지 왔었는데,
이곳은 완전히 처음 보는 카페 안입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많이 피곤했어요? 너무 잘 자서 깨우지도 못했어요.
슬슬 기차가 올 시간이니까요. 같이 가요.
요즘 스트레스가 과했던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미묘한 찝찝함과 함께 당신은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카페를 빠져나가기 직전 문득,
우리가 앉아 있던 자리를 돌아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플랫폼에서 조금 시간을 죽이던 두 사람은,
2시가 되자 ○○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간간히 소음만이 들려오는 침묵 속에서,
여전히 한 구석에 남아있는 허전함, 기시감이 머릿속을 부유합니다.
시작부터 여러모로 순탄하지만은 않은 여행이에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차가 멈춰서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해가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의 석양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곧 승객들이 하나 둘 내리고 당신도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깁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텔은 호텔 바로 앞에 펼쳐진 오션뷰와 쏟아질 듯한 별을 뽐내는 밤하늘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건물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달이 그렇게도 아름답다는,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
이별 여행이라면서 이런 곳을 데려오다니,
처음부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블라썸이 점점 더 야속해져만 갑니다.
블라썸이 예약해둔 호실은 언제든지 바로 위층의 전망대로 갈 수 있는 최상층입니다.
괜히 인기가 많고 비싼 호텔은 아닌 모양인지,
방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드넓은 내부가 꽤나 근사합니다.
발코니 너머로는 황혼빛에 물든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아까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는데. 통째로 날아간 기억 탓에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하느라 네가 저를 이끄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못했다. 오랜 시간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마치, 정말 데이트를 하러 온 여행지처럼 근사해서 의아한 얼굴을 네게로 향했다.) 여행의 목적 치고는, ...예쁜 곳이네요?
블라썸 L. 디와이트:... 이왕이면... 마지막 기억은 예쁘게 남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어쨌든 여행이잖아요?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등진 채 희미하게 웃었다.) ...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빅토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갈게요.
빅토르 D. 애쉬포드:(이렇게 예쁜 기억을 남겨놓고 이별을 어떻게 해. 작게 헛웃음을 흘리고 네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오자고 한 여행인데, 당신이 하고싶은 걸 해야죠. 뭐 할까요?
블라썸 L. 디와이트:(잠시 망설이다가 네 손 위로 제 손을 가볍게 포개어 잡았다.) 글쎄요, 난 다 좋은데... ... 그럼... 바다보러 갈까요? 오랜만에 보고 싶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그럴까요? (그러고보니 앞에 펼쳐진 바다의 경치가 예쁜 곳이었지. 가볍게 잡힌 손을 감싸 쥐고 호텔을 나섰다.) 바다 구경도 오랜만이네요. ...바다에서 장난치고 키스했던 것도 기억해요? (조금 장난스러운 어투로 네 쪽을 보며 이야기한다.)
블라썸 L. 디와이트:(너를 따라 가볍게 따라 걸었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조금은 밝게 웃었던 것 같다. 천천히 시선을 바다에서 네쪽으로 향했다.) 그러게, 오랜만이네요. ... 그랬었나? 음...~. 듣고 보니 기억이 날 것도 같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가볍게 웃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아, ... (웃었다. 그 한 순간 지나간 표정이 소중하고, 또 귀해서 잠시 멍하니 네 얼굴을 보았다. 그저 그렇게만 웃어주면 좋겠다며. 맞닿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매만지고 또 다시 모래사장 위를 걷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알고있을줄은 몰랐어요. ...내가,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죽는다는 거.
블라썸 L. 디와이트:(당신의 속도에 맞춰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이따금 하늘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보고. 옅게 띄운 미소는 유지한 채로.) 모를 리가 있나요. 음, 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피하려고 한 적도 있고.
빅토르 D. 애쉬포드:안그래도 당신이 날 마지막에 바라보던 표정이 신경쓰였었어요. (어딘가, 끝맛이 불안한 표정. 새삼 미안한 기분이 들어 입을 꾹 다물었다가, 해가 지는 바다의 지평선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지긋지긋했겠네.
블라썸 L. 디와이트:아뇨, ... 지긋지긋하진 않았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떻게 지겨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당신이 내게 했던 말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 미안해할 일이 어디에 있어요. 오히려 내가 미안한데... ... (잡은 손에 한번 힘을 주었다.) 그만. ... 서로에게 아쉬운 감정은 그만 가지기로 해요.
빅토르 D. 애쉬포드:(다행이라고, 과연 말해도 되는걸까. 나는 당신이 끊임없이 사랑해준 덕에 행복했지만 너는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붙잡은 손을, 너는 앞으론 미련없이 뿌리칠 수 있는걸까. 그러한 생각에 천천히 걷던 모래사장 위에 우뚝 멈춰서선 너를 마주보도록 몸을 돌렸다.) 블라썸, 다시 한 번 키스 할 수 있어요?
블라썸 L. 디와이트:(천천히 걷다가, 당신이 멈춘 자리에 나란히 서 있었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지금 입을 맞추면, 당신은 나를 향한 감정을 접을 수 있을까. 기꺼이 나를 추방시킬 수 있을까.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그리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 ... 정확히 물어봐줘요. 여부만 묻는 건가요, 아니면... ... 하고 싶어요? 키스.
빅토르 D. 애쉬포드:여부를 묻는 거예요. 내가 하고싶다고 하면 해줄건가요? 내가 붙잡는다고 하면 순순히 붙잡혀줄건지, 아니면... (도망갈건지.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었다.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네가 날 밀어내더라도, 그게 네 의사니까. ) ...밀어낼건지, 물어보는 거예요.
블라썸 L. 디와이트:... 당신이 원한다면, 거절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묻는거죠. (밀어내길 바라는 건 아니잖아요. 시선은 당신의 눈동자에 고정했다. 당신 너머로 비치는 내가 있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건지 모를 얼굴이었다.) ... 만약 밀어내길 바란다면 그렇게 할 거에요. 하지만, 아니라면... ...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이 바라는 대로. 따라갈게요.
빅토르 D. 애쉬포드:당신은, 제자리에 있을건가요. 내가 무언가를 원하는 한 밀어내기도 할거고, 따라오기도 할거고. 반대로 밀어내지도 따라오지도 않을거고. (어쩐지 그게 더욱, 괴롭다. 불명확한 네 표정이 더욱 나를 고문한다. 자꾸만 희망을 쥐어주면서도 그 이상 가까이 가지못하게 할 것 처럼. 입은 맞추지않고 다시 몸을 바로 세운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너를 내려다보고,) 그렇다면 대답은 말고 듣기만 해요. ...사랑해요.
(너를 놓아주는 게 아니다. 네가 언제든지 제게로 돌아올 수도 있고, 반대로 언제든지 도망을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리에 묶어둔다는, 그런 기분으로 네 손을 잡고있는다.) 어떻게 사람에게 애정을 강요할 수 있겠어요.
블라썸 L. 디와이트:... 싫어요? 난 당신이 있는 자리에 있을 거에요. 당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앉을 거고, 어디론가 떠난다면 떠날 수도 있겠죠. 목적지는 다르더라도 같이. 지금도 떠나왔잖아요. 종착점이 다른 곳이더라도 함께 걸어가고 있는데. (당신의 고백을 가만히 듣는다. 나는 지금 답을 내어줄 수 없다. 당신을 죽이지 않으려고 떠나온 여행이니, 죽여야 할 것은 내 감정이다. 그러나 자꾸 당신 앞에서는 숨길 수가 없어진다. 자꾸 사랑하고 싶게 만들고, 내가 당신 곁에서 떠나갈 수 없게. 마치 필연적으로 우리가 사랑하고, 필연적으로 우리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수백 번의 시간들이 우리가 헤어질 수 없다는, 어떤 결과를 입증하는 듯이.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강요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내게로 다가와주었으면 좋겠고, 나와 같은 종착점을 향해 걸어가주었으면 좋겠고. 나를 이전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네 앞에 대고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뭘 원하는지 이 여행에서는 네게 말해봤자 의미 없을거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고있다. 평생 무너지는 세계에 갇히더라도 그게 우리의 사랑이라면 괜찮은 거라고.)
나는, ... 이 여행이 싫어요. 당신과 함께 걷는 건 좋지만 당신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알고있으니까, 그저 멈춰세우고 싶어요. 떠나지 말아요.
블라썸 L. 디와이트:(노을이 지고 있었다. 파도가 치고 있었다. 이 배경 속에 우리가 서 있었다. 거짓말처럼, 우리만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우리가 지속시킬 수도 있고,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세계 안에. 지금까지 너무 많은 시간동안 삶은 끊임없이 붕괴되어왔다. 이제 와서 세계에 대한 애정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그 세계 속에 있는 게 우리라면 달라졌다. 우리는 끊임없이 살아나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살아, 지기도 하니까. 서로가 서로를 떠나지 않으면 제일 먼저 사라지는 건 나와 당신일텐데. 사랑 때문에. 당신과 함께라면 너무 소중해지는 감정 때문에. 당신의 손을 놓고자 왔음에도 손을 놓을 수가 없고, 등을 돌리려고 했는데도 나란히 서 있었다. 맞닿지 못한 입술이 움직였다.)
도중에 멈출 거였다면,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했어요. 감정을 죽여야 할 줄 알았다면 나도 시작하지 않았겠지만... ... (천천히 잡은 손을 내려놨다.) ... 도망치게 해주세요.
빅토르 D. 애쉬포드:(세계가 무너지든 말든. 너와 나를 제외한 그 모든게 바스라져 사라진다 한들. 제 눈에 들어오는 건 오로지 너 하나였으니까. 네가 있다면 죽어있는 세계도 살아움직이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는, 놓지못해요. 당신이 도망가도 나는 계속 붙잡고 있을거예요. 당신이 닿지않는 곳으로 영영 사라진다면 나는 상상속의, 혹은 꿈속의 당신을, 잔상이라도 끌어안고 있겠죠.
(손을 놓쳤다. 네가 내려놓은 손 끝을 제 손이 끈질기게 쫓았다. 놓치면 다시 잡고, 뿌리쳐도 또 다시 쫓고. 멍하니 표정 없는 얼굴에, 눈동자에, 물기가 서렸다.) ...당신은 나를 검게 죽어버린 세계에 홀로 두고 가는 거예요.
블라썸 L. 디와이트:(시선을 옮겼다. 당신이 놓친 손을 한 번, 내가 놓은 손을 한 번, 그리고 울고 있는 당신을 한 번. 끝내 흘러나오는 당신의 눈물에, 눈물 끝에 부서지는 말들에 숨이 막혔다. 나는 도망가야 하는데. 당신을 계속해서 해치고 슬프게 만들 나로부터 도망쳐야 하는데. 당신이 살아갈 수 있다면 슬픔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한 발짝, 두 발짝.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당신을 향해.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로 다가가자,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발을 딛었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곳에 한 번, 그리고 슬픈 말들이 부서지는 입술에 오래도록 한 번. 도망칠 준비를 끝냈을 때, 떨어지는 눈물 속에 비치는 것은 당신 하나였다. 나의 세계, 나의 전부, 나의...) ... ... 울지 마요...
... 자꾸 포기하고 싶어지잖아요. 내가, 결심했던 것들을... 이제 물러설 수도 없는데. ... ... 내가 또 다시 당신을 죽이게 두지 말아요, 제발...
빅토르 D. 애쉬포드:... 블라썸. (바로 입에서 흘러나온 건 네 이름이었다. 네 이름을 부르면 한 방울 더, 너를 향한 미련과 열망이 흘러내린다.) ...알아요, 당신이 여기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당신이 제게로 다가와준 것도,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내 소망에 못이겨서 라는 것도. 어쩌면 이걸로도 충분했다. 네가 저를 밀어내지 않았다는 걸로, 적어도 이 자리에서 도망가지않았다는 걸로.)
블라썸, 나를... (오늘도 저는 이기적으로 군다. 네 뜻대로 되지않길 원한다. 네가 결심한 모든 것이 감쪽같이, 허무하게 무너져서 제게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를 죽여주었으면 좋겠다. 잔혹하겠지만 네 손으로라도 좋으니 질릴 정도로 수백번이고 반복해온 죽음을 또 다시 겪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 ... 사랑해줘요.
블라썸 L. 디와이트:(두렵다. 우리가 다시 맞을 미래가. 셀 수 없이 반복했음에도 찾아올 결말이 무섭다. 그래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자꾸 당신을 밀어내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몇 마디의 말 대신 당신을 끌어안는다. 눈물은 멈출 줄을 모르고 뺨을 적신다. 나는 다시 불가피하게 당신 곁에 남는다. 이건 사랑이겠지. 모든 것을 놓을 수도, 다시 가져다줄 수도 있는. 피할 수 없는 사랑이겠지.) 빅토르, 나는... 당신과 있는 세계를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계속 있고 싶어. 지금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럴 수 없잖아. 포기하기 싫어요. 나는... 나 제발, (애원하듯이 말을 잇는다. 표정은 끌어안은 품에 숨겼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서. 그래서 부탁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당신이니, 나를 흔들 수 있는 것도 당신이 유일하니까. 당신이 날 숨쉬게 하고, 나아가게 하고. 나에게 길을 제시해주니까. 우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면, 제발 한쪽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게.)
빅토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게.)
빅토르 D. 애쉬포드:(품 안에 안긴 네가, 작게 떨리는 어깨나 흐느끼는 목소리가 안타까워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행복했던 만큼 너는 괴로워했다는 걸 몰랐다.)
...블라썸, 나는 모르겠어요. ... 누구의 행복을 위한 여행이죠, 이건? (너와 내가 서로를 향한 감정을 정리하고 떠나면, 둘 중 어느 쪽이 행복해진다는 말인지. 한 손으로는 네 어깨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네 머리 위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일단 행복해지는 쪽이 나는 아닐거예요. 그렇다면 당신인가요? 더이상 죽지 않고, 다치지도 않고 성한 몸으로 살아갈 제 미래에 대해 행복해할 당신인가요.
(약하고 불안한 무언가를 감싸듯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네 정수리 위로 짧게 입술을 맞추고,) 당신이 말하는, 행복해지는 쪽이 당신 스스로라면 알겠어요. 우리가 이별함으로서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해진다면 기꺼이, 홀로 남을게요. 이게 당신이 원한 선택이라면요.
(네 마지막 질문에는 대답하지않았다. 답하지않아도 알고있겠지.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고, 너 없이는 행복할 수도 없다는 걸.)
블라썸 L. 디와이트:... ... 난... 당신의 행복을 바랐어요. 내 욕심은 당신이 살아가는 거에요. 어떻게든. 무사히 살아가는 게... 내가 바라는 거에요. (여전히 네 품에 얼굴을 묻었다. 다리에 서 있을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딘가 기대어 버틸 곳이 필요했다. 나에게는 그게 항상 당신이었는데, 그래서 당신이 사라지는 순간이면 불행했고, 열두 시가 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당신이 없는 곳에서. 처음 만나는 표정으로, 나를 찾아줄 때까지. 우리가 처음 만나야 할 그곳에 하염없이 서서. 이제 기다림은 지쳤다. 내가 바란 것이 너의 행복이었을까, 아니면 나의 행복이었을까. 동반될 수 없는 두 가지 길 중에 반드시 하나를 고르라면 당신의 행복일 텐데.)
... 미안해요, 그리고... ... (잠시 말을 골랐다. 뱉으려던 문장은 다른 말로 교체되었다.) 고마워요. (안고 있던 팔을 풀어내었다. 네 손을 잡았다. 옆에서 걸어갈 수 있게.) ... ... 쉴까요, 너무 오랫동안 피곤한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한 손으로 네 뺨을 감싸, 제 쪽을 향하도록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눈물로 번진 얼굴을 다른 손으로 천천히 쓸어 닦아내리고 네 손을 꼭, 놓치지않게 잡았다. 네가 말한 행복이, 그게 네 것이라면 이젠 어찌되든 좋다. 이토록 소중한 너를 이 지경이 되도록 망가뜨린 건 나 장본인인데 어째서 너는 내 행복만을 바랄까. 나는 어쩌면 좋을까.)
...나야말로, 미안하고. 사랑해요. (잡은 손을 조심히 이끌어 다시 호텔로 향했다. 지친 듯한 얼굴이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허락하지않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걷는다. 다시 한 번 네가 저를 안아주고, 입 맞춰주는 건 또 언제가 될까.)
빅토르와 블라썸은 호텔로 돌아가 하루를 보냅니다.
... ... ... ...
커튼 사이로 비쳐 내리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눈꺼풀을 간질여,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막 잠에서 깨 흐릿한 시야를 몇 번 더 깜빡이다 고개를 돌리면 블라썸은 아직도 곤히 잠들어 있고,
어제 늦은 밤까지 블라썸이 일정을 정리하던 테이블 위에는 <팜플렛>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주섬주섬 일어나 팜플렛을 확인해본다.)
빅토르, <관찰> 혹은 <자료조사> 판정.
빅토르 D. 애쉬포드: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86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팜플렛의 뒷면에 여행 코스가 쓰여 있는 위치에 블라썸의 글씨체로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 첫 만남 → 시간 → 블라썸 」
당신이 팜플렛을 보고 있으면, 잠 기운이 미처 떨어지지 않은 블라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눈 부비적...) 빅토르...~ 벌써 깼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아, 깨웠나요? 미안해요, 더 잘래요? (네 글씨체로 적힌 것을 의아한 얼굴로 읽은 뒤 팜플렛을 내려둔다. 부스럭거리는 네 소리에 손을 뻗어 살짝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해준다.)
블라썸 L. 디와이트:음... 아니에요. 여기서 더 자면 너무 오래 잘 것 같아서... (비몽사몽한 얼굴로 한번 당신을 바라보다가 맑게 웃었다.) 깨운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피곤하진 않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걸요. (네 물음에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나른한 얼굴로 마주 웃어보이고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블라썸은 안피곤해요? 오늘은 정해둔 행선지가 있나요?
블라썸 L. 디와이트:음...~ 계획해둔 건 있어요. (일정을 떠올리는 듯 시선을 가볍게 굴리다가.) 오늘은 바닷가에서 산책했다가... 미술관에 가고. 호텔 전망대에도 들려보려구요. 괜찮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방금 전에 읽었던 팜플렛에 적힌대로라는 걸 떠올리고, 가볍게 웃으면서 끄덕였다.) 물론, 좋아요. 딱 좋은 것 같아요. 천천히 준비할까요?
블라썸 L. 디와이트:그럴까요? 얼마 안 걸릴 거에요. (작게 웃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느리게 걷는 걸음이 아직 잠에서 덜 깨어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았다.) 저도 준비할 테니까~. 빅토르도 준비 다 되면 말해줘요.
빅토르 D. 애쉬포드:(네 느릿한 걸음을 보고는 커피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다고 대답 한 후, 방 구석에 놓인 커피 포트에 물을 내리는동안 이런저런 외출 준비를 한다.)
블라썸 L. 디와이트:(호텔 방에 딸려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갈 채비를 다 마친 채로 방의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빅토르, 준비 다 됐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네, 나도 다 됐어요. (준비를 끝마친 듯 깔끔한 차림으로 커피를 내린 작은 머그컵 하나를 네 쪽으로 내밀었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산책할까요?
블라썸 L. 디와이트:(조심스레 당신이 건넨 머그컵을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한 모금을 입에 담아내고는 가볍게 웃었다. 한 손으로 컵을 옮기고는 네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같이 갈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손... 먼저 잡아주는구나, 하고 새삼 놀란 눈치로 잠시 바라보았다. 잠시 후 여느 때 처럼 눈웃음과 함께 네 손을 살포시 쥐고 밖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평화로운 아침.)
두 사람은 함께 바닷가로 나갑니다.
자박자박, 모래알을 밟는 소리와 하얀 포말이 이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섞여듭니다.
퍽 예쁘게 조경된 산책로를 거닐면서 한낮의 여유로움과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닷바람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발목을 적시는 새파란 바다를 눈에 담고 있으면, 붉고 노란 무언가가 천천히 하늘을 오르는 것을 발견합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아, 일출인가봐요. 예뻐요, 저기 봐요. (시원한 아침 바람에 기분좋게 모래 위를 거닐다, 밝아오는 해를 보고는 손으로 가리켰다.) 일출을 보는 것도...정말 오랜만이에요.
블라썸 L. 디와이트:그러게요. 날이 예뻐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바다를 한번 바라보다가, 떠다니는 것들에 시선을 주었다.) 풍등이네요. 밤에 날리는 것도 예쁘겠지만... 낮에도 꽤 인기가 많아요. 같이 해볼래요?
빅토르 D. 애쉬포드:(항상 영화나 사진으로만 보던 풍등을 직접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낭만적이구나, 생각하고 가벼이 끄덕인다.) 좋아요. 풍등이, 그러니까... 소원을 빌면서 날리는 거 던가요.
블라썸 L. 디와이트:그럼요. 빌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소망하는 게 있어요? (맞잡은 손을 그대로 이끌었다. 바닷가 한 켠에 놓여있는 부스를 향해 걸어갔다.)
부스로 다가가면 ○○ 호텔 투숙객 풍등 날리기 무료!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준비 없이 풍등을 날릴 수 있겠어요.
부스 안에는 분홍색과 보라색의 풍등이 잔뜩 쌓여 있고,
테이블에는 소원을 적을 수 있는 쪽지와 펜도 놓여져 있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소원이야 물론, 있죠. 블라썸은요? (네 손에 이끌려 풍등을 날리는 장소로 따라간다. 부스에 널린 여러 개의 풍등과 종이 등을 보고 테이블에 올려진 펜을 한 개 집었다.) 그러고보니 소원은 누군가에게 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하죠. 비밀로 할까요?
블라썸 L. 디와이트:저도 당연히 있죠. 비밀로 하는 거에요? (펜이랑 쪽지를 하나 집어들고는 잠시 고민했다. 이후 천천히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빅토르 소원이 뭔지 궁금했는데.
빅토르 D. 애쉬포드:(작게 소리내어 웃고 저도 종이를 따라 소원을 적어내려갔다. 네 말에 힐끔, 네 얼굴을 쳐다보고) 하지만... 뻔한 소원인걸요. (저야말로 네 소원이 가장 궁금했다. 지금 네가 어떤 마음으로 저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고싶어서.)
...다 적었어요. 이제 날리면 되는걸까요. (잠시 후 펜을 내려놓고, 무언가 적힌 종이를 손에 집었다.)
블라썸 L. 디와이트:세상에 뻔한 소원이 어디있어요. 각자 소망하는 건 다 다를 텐데. (쪽지에 소원을 적어내려가는 데 시간이 꽤 오래도 걸렸다. 빼곡하게 문장들이 적힌 쪽지를 접어 풍등에 매달았다.) 좋아요. 으음...~. 사람이 없는 쪽으로 가서 날릴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맞는 말이에요. 나지막히 답하고 다시금 제 종이를 슬쩍 쳐다보았다. 제겐 한없이 소중하고, 중요한 소원이니까. 네가 하는대로 저도 풍등에 종이를 매달고 조심스레 잡는다.) 그러는 게 더 좋을 것 같죠? 조금 멀리 나가서 날려요. (사람이 없는 조용한 쪽으로 눈짓해보인다.)
블라썸 L. 디와이트:저쪽도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이 눈짓한 방향으로 풍등을 들고 천천히 걸어갔다. 시선은 풍등에 매달린 쪽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득 쪽지를 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걸으니 생각났어요. 횡단보도에서 만났었죠? 맨 처음에. 먼저 말 걸어줬었잖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손에 든 풍등을 보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며 걷다가, 네 말에 고개를 들었다. 네가 말한 첫 만남에 대해 떠올리고, 조금 쑥쓰러운듯 웃음을 흘린다.) 그 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흔하지 않은 첫만남이지만 저는 그 순간도 참 좋았어요. 떠올리면 행복하고.
블라썸 L. 디와이트:전 좋았는데요. 물론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또 처음이었거든요. (마주 웃었다. 거기서 사랑이 시작될 줄도 몰랐고. 시선을 살짝 돌려 너를 바라봤다.) 그러게요. 가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그때 스쳐지나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그래도 어디선가 만났겠죠?
빅토르 D. 애쉬포드:(당황스러웠다는 말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네가 좋았다면 다행이다.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 보고,) ...그랬을 것 같아요. 언젠가, 어디선가는 꼭 블라썸에게 말을 걸었을 것만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꽤 밝게 웃는 표정으로 말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 다다르자 걸음을 멈추고 너와 마주 보도록 선다.) ...당신과 이런 경험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블라썸 L. 디와이트:(웃는 얼굴로 얼마간 걷다가 당신이 멈추자 따라 멈췄다. 시선은 여전히 당신의 눈동자를 향하고 있었다.) ... 나도 고마워요.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줘서. 당신이 와준 이후로는 내내 봄이었으니까... ...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풍등을 한번 들어올렸다.) 이제 날릴까요? 소원도 빌면서요. 꼭 이루어질 수 있게.
빅토르 D. 애쉬포드:(당신에게 있어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둘이서만 있으면 언제까지고 행복할거란 자신감 만은 잃지않았지만 그 행복이 나에 의한 것일지는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네가 하는 말들이 저를 또 다시, 행복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 그 봄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데, 평생 질 것 같지가 않은 꽃이 만개한 그 봄에 나는 여전히 머물러있는데,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제가 할 말이에요. 항상 고마워요. (저 또한 더 하고싶은 말이 있었지만 네게 부담이 될지 모를 말들이었다. 가만 입을 다물고 미소를 띈 얼굴로 너를 바라본다. 두 손에 가볍게 얹은 풍등을 위로 느리게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네게 대답한다.) 네, 이제 날려요. 소원도 빌면서요.
블라썸 L. 디와이트:(당신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기쁜걸까, 혹은 슬픈걸까.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어떤 기분을 느껴야 맞는걸까. 제 손에 올려진 풍등을 보고, 눈을 서서히 감았다. 머릿속으로 소원을 한번 빌었다. 이 여행이 무사히 끝나도록 해주세요. 끝에 무엇이 있더라도, 결국 이 여행으로, 우리가 어떤 끝을 맺고 어떤 시작을 하게 되더라도. 천천히 눈을 떴다. 풍등을 가볍게 위로 들어올렸다.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네쪽으로 말을 건넸다.) 소원, 빌었죠?
빅토르 D. 애쉬포드:(사람 소리나 작은 발소리 조차 들리지않는 조용한 장소. 오직 잔잔히 바람만이 부는 곳에서, 어디에 닿을지 모를 등을 소리없이 손 끝에서부터 떠나보낸다. 물론 눈을 감는 것도 잊지않았다.
네가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제가 원하는 끝이 아니게 될지라도 모쪼록 네가 덜 괴롭기를. 네가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행복 할 수 있을거라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소원을 머릿속으로 왼 후 서서히 눈을 떠 너를 보았다.)
잊지않고 빌었어요. 하나로는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날려보는 풍등이, 그것에 적은 소원이 당신과 함께 비는 것이라는 게 난 좋아요.(하늘 위로 점점 작아지는 풍등을 한참 올려다보다 고개를 내려 너를 본다. 다음으로 가자, 라고 말하듯이 슬며시 손을 내민다.)
끝에 소원을 적은 쪽지를 매달고, 우리는 함께 풍등을 띄웠습니다.
천천히 부유하기 시작하며 나란히 푸른 하늘을 수놓는 붉고 노란 풍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낱 미신이라 할지라도 괜스레 입 속으로 소원을 되뇌이게 됩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고.
다음으로 가자며 손을 내밀던 순간,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얕게 떨려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함께 풍등을 날린 것, 우리가 처음 만난 이야기를 한 것,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을 전부…
찰나의 침묵,
블라썸 L. 디와이트:잊어줘요.
끝내 맺어진 문장.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쌓여 흘러 넘칠 듯한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새삼스레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으며 다시금 선연해졌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흐려져가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지워진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흐려진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꼭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흐려지려고 하고 있구나.
빅토르 SANC
빅토르 D. 애쉬포드:(너는 왜, 너를 붙잡을 틈조차 주지않는걸까.)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 …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기분 전환을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당신은 여러 개의 풍등이 뒤섞여 떠다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아직도 기분이 별로예요? 계속 멍하니 있어서.
미술관으로 갈까요. 초상화도 그려준다던데.
요즘 스트레스가 과했던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미묘한 찝찝함과 함께 당신은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모래사장을 벗어납니다.
바닷가의 짠내음이 완전히 멀어지기 직전 문득,
서서히 멀어져가는 풍등들을 올려다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진 미술관입니다.
온통 새하얀 석조 건물은 마치 하나의 신전을 연상 시킵니다.
건물을 받치는 커다란 기둥에는 달과 꽃의 덩쿨이 엮인 듯한 무늬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호텔 카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서면, 세련된 겉모습에 비해 다소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아까 저는 무엇을 하고있었더라. 불쾌할 정도로 흐리게 뭉글어진 머릿속 탓에 멍한 표정으로 너를 따라 걸었다. 곧 도착한 미술관 내부를 어리둥절하게 둘러본다. 바로 앞의 분수대가 눈에 잡힌다.)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벚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빅토르, <관찰> 판정.
빅토르 D. 애쉬포드: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64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빅토르 D. 애쉬포드:(분수대에 솟아있는 원기둥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세히 보았다. 잠시 후 주머니를 뒤적여 동전을 꺼내고, 네게 한 개를 내민다.) ..우리도 동전이나 하나씩 넣고 갈래요? 이런 게 있으면 괜히 해보고싶잖아요.
블라썸 L. 디와이트:(당신이 내민 동전 하나를 받아든다.) 음...~. 그럴까요? 보통 저런 데에 동전이 들어가면 행운이 따라온다던데. 빅토르 먼저 할래요?
빅토르 D. 애쉬포드:흠... (원기둥 구멍 안을 흘끔. 이런 거야 미신이겠지만 사람들이 믿기를 행복이 따른다면,) 블라썸 먼저 해봐요. 저는 뒤따라 넣어볼게요.
블라썸 L. 디와이트:음...~. 그럴까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원기둥 안으로 힘껏 동전을 던져 넣었다.)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99
판정결과:실패
실패.
동전은 물 속으로 퐁당! 빠져버립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으음... 다음에 또 해보죠, 뭐. (아쉬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고는 저도 원기둥 구멍 쪽을 향해 동전을 던진다.)
민첩
기준치:55/27/11
굴림:44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골인 했습니다. 나이스 샷.
블라썸 L. 디와이트:(옆에서 던져 넣는 걸 가만히 구경하고 있었다.) ! 들어갔어요. 오늘 하루 빅토르한테는 행운이 따라올지도 모르겠네요.
빅토르 D. 애쉬포드:음~... 저한테만 따라오면 너무 그렇지 않아요? 블라썸 몫인걸로 할걸. (긁적....) 슬슬 다른 관으로 들어갈까요? (A관을 가리켰다.)
블라썸 L. 디와이트:그치만 넣은 건 빅토르인걸요. (손 끝이 향하는 곳을 보고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당신 손을 가볍게 잡았다.) 좋아요. 갈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나만 행복하기엔 마음이 안좋으니까... 같이 행복해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놓을게요. (푸스스 웃으며 네 손을 잡고 A관 입구로 들어섰다.)
A관에는 여러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번 둘러볼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둘러보자!)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벚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다 보면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만, 거울 안에 꽃 한 송이만 피어있는 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빅토르, <관찰> 판정.
빅토르 D. 애쉬포드:
관찰력
기준치:95/47/19
굴림:60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어쩐지 모양새가… 일반적인 거울이라기 보단 커다란 손거울처럼 보입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독특한 조각상이네, 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들여다본다. 내 모습도 비칠까?)
빅토르의 모습은 비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특별히 달리 눈에 띄는 건 없을까?)
그밖에 눈에 띄는 건 없어보입니다.
빅토르 D. 애쉬포드:뭐랄까... 벚꽃이 많이 보이는 전시장이네요.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손을 붙잡은 네 쪽을 보고 말한다.)
블라썸 L. 디와이트:유독 벚꽃이... ...~. 그럴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모양이었다.)
빅토르 D. 애쉬포드:(네 손을 잡고 B관으로 향했다.)
B관은 사람이 너무 붐비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시 오는 건 어떨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희한하네요, 저 곳은 왜 사람이 붐비는 걸까요? (입구 앞에 멈춰 서서 인파를 바라본다. 유독 이 곳만 붐비는 이유는 뭔지.) 다른 곳 부터 보고 갈까요?
블라썸 L. 디와이트:음... 아마 저기서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을 거에요. C관부터 볼까요? (고개 갸웃..)
빅토르 D. 애쉬포드:아, 그래서 사람이 많은 거군요. 나중에라도 구경 정도는 할 수 있겠죠? ...그래요, C관부터 가봐요. (C관 쪽으로 돌아서 간다.) 그러고보니, 블라썸은 미술관을 좋아해요?
블라썸 L. 디와이트:(천천히 C관 쪽으로 향했다.) 음...~ 좋아하는 편이에요. 조용한 것도 좋고. 무언가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좋고. 미술관 안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잖아요.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빅토르는요?
빅토르 D. 애쉬포드:나도 비슷하게 좋아해요. 블라썸 말대로 조용하고, 시간 감각이 무뎌지는 게...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맞잡은 네 손 위를 손끝으로 가볍게 쓸었다. C관 안으로 들어선다.) 그래서... 이런 미술관 데이트도 좋은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도 좋아하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자주 올 걸 그랬나봐요. (잡고 있는 손을 한번 내려다보곤, 속도에 맞춰 C관으로 들어섰다.) 너무 늦게 알아버린 걸지도 모르지만... ...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볼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전혀 늦지않았는걸요. (앞으로 많이 할 수 있을텐데.)
(C관 안으로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그리고 그 아래 짤막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을 만져보세요! ]
빅토르 D. 애쉬포드:...이 보석을 만져보라는 뜻일까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문스톤 위로 손을 가져다 댄다.)
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 … 어라?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빅토르, SANC
빅토르 D. 애쉬포드: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빅토르 D. 애쉬포드:...어라, 신기하네요. 홀로그램인가? (재차 손을 가져다 대지만 만져지지 않는 보석에 놀란 얼굴을 짓는다.) 경화수월...이라는 말을 나타낸 건 가봐요, 이 미술관은.
블라썸 L. 디와이트:...~. 그러게요. (네가 만지는 걸 신기하다는 듯 가만히 보다가) 그러고 보니 찾아볼 때... 경화수월을 테마로 해서 전시중이라고 들었던 것 같아요.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 일까요. 꽃이든, 달이든.
빅토르 D. 애쉬포드:그런가 봐요. 거울 속의 꽃이랑, 물에 비친 달이라면... (어쩐지 주제가 애달프네, 같은 생각을 하며 마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보니 슬슬 B관이 궁금해지네요.
블라썸 L. 디와이트:음...~. 그럼 가볼까요? 이쯤이면 사람들도 슬슬 빠지지 않았을까요. (희미하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면 가봐요.
빅토르 D. 애쉬포드:그럴 것 같네요. 기회가 되면 초상화도 받아보고 싶고요. (B관으로 가본다!)
B관에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여러 미술 도구들을 늘어놓은 채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블라썸이 말했던대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힐끗 보니 실력이 꽤 대단하군요.
마치 흑백사진인 것 마냥 마주 앉은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린 초상화는 추후 원하는 주소지로 배송까지 해준다는군요.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일행 당 한 명만을 그려준다는 점입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고민....) 빅토르, 초상화 선물해줄까요?
빅토르 D. 애쉬포드:으음... 제 초상화 보다는 블라썸의 초상화가 더 보고싶긴 한데. (고민...)
(일행이 아닌 척은 안되겟지)
블라썸 L. 디와이트:(안 된다!) 음...~. 그럼 제 초상화 받아서 빅토르에게 선물해주는 거로? 괜찮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그래도 돼요? 그렇다면 고맙게 받을게요. (네 말에 기쁜듯 고개를 끄덕였다.)
블라썸은 자신의 초상화를 빅토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며, 가볍게 웃고는 화가의 맞은편에 앉습니다.
그림이 완성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도 블라썸의 웃는 낯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흘러가는 시간들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나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실은 이별을 하기 위한 여행이라서,
그래도 당신은 이별을 받아들일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지만 이 알 수 없는 기시감과 공허함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 때, 그림을 완성한 화가가 이젤을 돌려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들어찬 상념을 밀어두고 어느새 완성된 그림을 보며 작은 감탄을 뱉으면,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합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내 초상화를 그려준 것, 우리가 함께 지내온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을 전부…
찰나의 망설임,
블라썸 L. 디와이트:잊어줘요.
그러나 결국 끝마져친 선언.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알아?
위태롭게 흔들리다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새삼스레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으며 다시금 선연해졌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죽어간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생을 다해간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언뜻 처절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너를 죽이려고 하고 있구나.
빅토르 SANC
빅토르 D. 애쉬포드: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51
판정결과:보통 성공
성공. 이성 -1.
… …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함께 미술관을 구경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당신은 어딘가 낯선 블라썸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이제 그만 돌아갈까요?
전망대의 달이 아름다울 거에요.
요즘 스트레스가 과했던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
블라썸과 자신이 이렇게나 친밀한 사이였던가요?
분명히 그럴 만한 일조차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하물며 우리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조차 기억 나지 않습니다.
블라썸, 당신은 나의 어떤 사람이었나요?
선명한 기시감과 함께 당신은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미술관을 벗어납니다.
새하얀 건물도,
사박사박 밟히는 모래사장도,
검푸른 하늘을 밝히며 떠오르는 풍등도,
당신의 손을 잡은 블라썸의 온기도, 온통 생소하고 낯선 것들 뿐입니다.
호텔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서기 직전 문득,
우리가 걸어온 길에 남겨진 발자국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찝찝하고 미묘한 느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블라썸을 따라왔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영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알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모든 일들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분명 블라썸과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고 당신은 이런 곳에 여행을 올 계획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끊임없이 당신을 안심시키며 어딘가 가라앉고 음울한 표정을 짓는 블라썸을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약해져 별다른 항변은 나오지 않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했다는 친절한 안내음과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발걸음을 내딛자,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광경에 모든 생각들이 순식간에 지워집니다.
정말 이 눈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 맞는 걸까요?
새카만 밤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는 은하수같은 별들과 색색의 오로라를 연상케하는 조명들,
무엇보다, 온 시야를 가득 채울 것만 같이 커다랗고 아름다운 달.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블라썸 L. 디와이트:달이 아름답네요. 그렇죠?
라며 블라썸이 옆으로 다가옵니다.
블라썸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커다란 달을 등진 그의 모습이 어쩐지 흔들리고, 흐려 보입니다.
꼭… 물에 비친 달처럼.
빅토르 D. 애쉬포드:... 블라썸, (무의식에 손을 뻗어 네 뺨께에 손을 가져다 댄다.) 오늘은 종일 기분이 이상해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그래요? (어쩐지 서글픈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봤다.) ... ... 무슨... 기분이 들었는데요?
빅토르 D. 애쉬포드:자꾸만, 떠나보내고싶지 않은 것이 날 떠나가는 기분이에요. (나를 바라보는 네 표정, 내게 말하는 그 목소리까지 전부 멀어질 것만 같아서, 네 뺨에 대었던 손을 밑으로 내려 네 손을 꽉 쥐었다.) 그게 당신은 아니죠?
블라썸 L. 디와이트:... ... 내가 당신에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어요? (잡힌 손을 한번 내려다보았다. 잊어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당신을 보낼 수 있는데. 당신은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다정해서, 내가 당신을 위해서 살게 만들까. 보내줘야 하는데. 그래야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고, 당신이 살아갈 수 있을텐데.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내가 당신에게 무엇이기에?
빅토르 D. 애쉬포드:... 무엇일까요. 당신은 내게. (당신에 대한 모든 것. 당신과 함께 한 일들, 함께 나눈 이야기들. 아마도 행복했었다고 추억했을 과거. 그 모든 게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금, 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을 뿐인데도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면. 대체 내 자신이 왜 울고있는지 조차 스스로 알 수가 없는 기분이라면,)
당신이 내게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당신이 없이는 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면, 그렇다면...
(목소리가 떨려온다. 목이 메여서, 하려던 말을 몇 번이고 삼키고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 ...당신은 내 전부인가봐요.
블라썸 L. 디와이트:(잡은 손에 간절하게 힘을 주었다. 마치 그 손이, 지금의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 같아서. 이 손마저 놓치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아서. 잊어주기를 원했는데, 잊어버린 후에도 당신이 나를 기억해준다면. 나는 도저히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당신의 전부라면, 당신 역시 나의 전부겠죠. 당신 혼자서만... 소중하게 여길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그래. 당신은 나의 전부였지. 나에게 봄을 가져다 준 사람이었고, 나에게 유일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사람.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우리...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몰라요.
빅토르 D. 애쉬포드:(모든 걸 잊어도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머리가 잊었다고 해도 이 눈과 귀와 입이, 가슴과 손이 너를 놓지 않으려는 것이.)
내가 소중해요? ...나를 사랑해요? 나도 당신에게 있어 전부였나요?
(맞잡은 손이 따뜻하다. 낯 설지가 않았다. 분명 매일같이 잡았을 그 손이다. 그 손을 끌어 짧게 입 맞추고, 제 쪽으로 끌어당겨 너를 품에 안았다. 그래, 너는 내가 악착같이 붙잡아야 할 사람이다.)
나는, 우리의 첫만남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만나줘요.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게.
블라썸 L. 디와이트:(조심스레 당신을 껴안았다. 놓아야 하는데. 당신의 온기가 너무 다정해서. 도저히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서. 우리가 이별할 수가 없어서... ...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소중했어요. 당신이 나한테, 너무 소중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부터 나한테는 당신이 전부였는데, ...
(호흡이 가늘어진다. 내가 지워버린 당신의 기억이,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상하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국 서로를 잊기 위한 길이었고, 이 세계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순간 무너져버릴 곳이니까. 우리에게 더 이상 안식처는 존재할 수가 없으니,)
전부 과거형이죠. (싫어도 당신을 밀어내야 하는 때가 온다.) 그것도 불확실한... ... 잘 생각해봐요. 기억하지도 못하는 데 사랑할 수 있어요? 우리가 정말 운명일까요?
... 날, 또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소중했어요, 전부였어요, 사랑했어요. 어째서 전부 과거의 일인 것 처럼 이야기하면서 그런 표정을 짓고있는지. 가슴이 고통스럽게 옥죄어온다. 너에게 하고싶은 말들이 있는데, 전부 너를 괴롭게만 할 것 같아서.)
... 당신과 함께하고싶어요. 당신을 내게서 떨어트리고 싶지않아요. 내 전부니까, 내가 사랑했을 사람이니까.
(꽃내음이, 바람에 섞여들어온다. 당신은 내게 봄을 불러올 사람이다. 아니, 네가 내 봄이 될 사람이다. 품에 세게 끌어안은 너를 조금도 놓을 기미 없이 서있는다. 그 어디에도 가지않을 것 처럼.)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겠죠. 그리고 이를 확신하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것 외에는 이유가 떠오르지않는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네가 내게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물어봤던가.)
블라썸 L. 디와이트:(시선을 떨어뜨린다. 당신을 보는 일조차 너무 괴롭다. 나를 잊어도, 나와 함께 했던 일을 잊어도, 당신이 여전히 나를 사랑해서. 다시 마주치면,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당신이 내 곁에 오래 남아있었으면 해서, 그래서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데. 나는 결국 당신을...)
빅토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눈가가 붉어진다. 당신을 붙잡고 애원하듯 말하고 있었다. 내가 도저히 당신을 밀어낼 수 없으니, 당신이 먼저 나를 밀어내주었으면 한다고. 또 다시, 나를 사랑하지 말아달라고. 당신은 너무 다정하게... 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 나는 다 기억해요. 하지만 말하지 않을래요. 말하면, 우리가 걸어왔던 시간들이 전부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니까. 우린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왔어요. ... ...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에요.
(눈을 슬며시 감았다가 떴다. 시야가 눈물로 번져 흐려진다. 제발. 나 좀. 살려줘요.)
... ... 이번에야말로... 도망치게 해주세요.
빅토르 D. 애쉬포드:(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첫만남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우리가 사랑에 빠진 순간도. 이 여행의 목적도. 나의 이 수많은 기억들을 지워버린 건 누구지? 그 모든 걸 지운 이유는? 내게서 너를 지워버리기로 마음 먹은 순간은? 그 무엇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어, 길이 없는 암흑처럼 끝없이 어두운 머릿속 덕분에 알게 되었다. 너는 내게서 수도 없이 도망치려고 했다는 것을. 그동안 나는 네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않았다는 것을, 이젠 네가 내게서 너를 붙잡을 기회를 빼앗았다는 것을.)
... 놓아주면, 어떻게 돼요? 당신은 어떻게 되고, 나는 어떻게 되나요.
당신은 행복할 수 있어요? 이 여행의 끝에, 당신은 행복을 찾은 것 같나요?
(품에서 너를 살며시 떨어트렸다. 하지만 손은 놓지않았다. 내게 대답 해 줘. 이 여행 끝에 당신이 원한 것이 이루어지면,)
내가 당신을 완전히 잃었을 때의 답을, ...당신은 알고 있어요?
블라썸 L. 디와이트:(품에서 떨어지자, 서서히 뒤로 발걸음질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지금 가야 했다. 당신에게서 떠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상황이니까. 나는 당신으로부터 도망칠 거고, 당신은 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서서히 나는 당신에게서 잊혀지고, 당신은 나를 사랑할 수 없겠지. 나 역시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내가 바라던 장면이 완성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당신이 이 무한히 돌아가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것. 세 걸음. 시야가 흐려진다. 지금 당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쉽잖아요. 우린, ... 방금 만났으니까.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에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서 왔지. 어쩌면 그게 나의 행복일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내 모든 것이었으니까.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손을 놓아버렸다. 이게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야.)
... 난 몰라요. 알 수도 없죠. 하지만 우리는 결국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끝마저 같이 보겠죠. 빅토르와 함께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 ... 난 역시 당신을 잃기 싫어요.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떠나는 거에요. 당신에게서 나를 지우고. ... 이기적이라고 욕을 한다면 기꺼이 들을게요. 그렇지만, 그래도. ... ... 살아가주면 안 돼요? 살아서 행복해주기만 한다면, 난 그 어떤 비극도 견딜 수 있을텐데.
... 마지막으로 웃어주면 안 돼요?
빅토르 D. 애쉬포드:(사랑하는 것이 그리 큰 잘못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갈라내려고 하는걸까.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만으로도 네가 괴로워하고, 너는 네 자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조차 용서하지않는다. 그저 행복하게, 평화롭게. 둘이서 봄을 보는 것이 그리고 큰 죄인가. 떠나가는 손끝이 쓰리다.)
...버텨요? 우리는 이 삶을 버텨야 하는건가요?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삶을 버텨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이것이 당신의 최고의 행복이라는 건가요?
(어떻게 웃어요. 당신이 이렇게 우는데 내가 어떻게 웃어요? 당신이 이미 내게서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릴 준비를 끝마쳤다는 걸 알아요. 이제 내가 당신을 떠나보낼 일만 남은 거겠죠. 이것밖에 길이 없다면, 결국 한 가지 결말밖에 없다면.)
... 앞을 봐요, 블라썸. 내 얼굴을 봐요. 당신이 이렇게 울어서야 그 무엇도 보지못해요.
(저로부터 멀리 떨어진 너를 향해 한걸음, 두걸음. 네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선 네 눈가에 고인 것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줘. 나도 울지않을테니까.)
혼자서 버티지말아요. 결국 서로를 잃어야만 한다면, 함께 버텨요. 나 또한 어떠한 비극이라도 견뎌낼테니까, 다시 만날 날까지 견뎌내요.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행복해질 날까지. ...혼자서 울게 놔둘 수는 없어요. 같이 힘들고, 같이 행복해져야 해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전부니까.
빅토르 D. 애쉬포드:당신의 비극은 나의 비극이에요. 당신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에요. 이걸 잊지 말아요.
블라썸 L. 디와이트:... ... 버텨야 해요. 그래야 당신이 살고, 내가 살고. 모든 것이 무사할 수 있으니까.
(결국 우리의 삶은 사랑을 동반할 수 없는 것이다. 셀 수 없는 시간동안 사랑을 반복하며 깨달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함으로 멸망하는 세계. 결국 항상 문제는 지나치게, 너무 많이 사랑해버렸다는 거지. 솔직히 당신에게서 도망친다고 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은 이게 다니까.)
... ... 안 보면 안 돼요? 왜 자꾸 붙잡아요? 왜, 내 모든 결심을 포기하게 만들어서, 내가 결국 당신 곁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터져나왔다. 이 순간에도 당신의 체온이, 나를 안심시킨다는 것이 서글펐다. 이별해야 하는데. 우리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끝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 아뇨. 우리는, 제발... 빅토르. 함께 할 수 없어요. 이제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이에요. 날 잊어요. 잊고, 당신만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라면 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거에요.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다면 좋을 텐데.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죽을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다 못해 그게 함께이기라도 한다면. 적어도 죽어가는 당신을 지켜보고, 당신이 다시 나를 만나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만 않는다면.)
블라썸 L. 디와이트:... ... 그럼 우리가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은 뭔데요? 알려주세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 사랑하면서 행복할 수 있어요?
빅토르 D. 애쉬포드:(마지막의 마지막에도, 끝의 끝에라도. 너와 내가 사랑을 한다는 결말이 존재하기엔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거니. 그 수백번의 사랑을 또다시 질리도록, 끔찍히 여길 정도로 반복해서라도 사랑하게 해달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이기적인거니,)
...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신을 보지않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울지않겠다고 했는데, ...
(벌써, 너와의 약속이 깨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 비극을 버틸 수 없다. 네가 없다는 비극이 내겐 너무 버겁다. 너를 기억조차 못하면서 이게 어째서 비극이냐 묻는다 하면,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이 내가 견디지 못할 비극이 되리라는 것을 알린다고 대답할 수 있다. 차라리 내 손을 뿌리치고. 밀쳐내고, 소리지르며 화를 내주면 좋을텐데.)
... ... 그래요, 나는 행복할게요. 당신이 바라는대로 당신을 잊고, 살아가고. 나만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아볼게요. 그렇게 하면, ...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죠?
(이것이 네가 원한 대답이길 바란다. 이것이 이 여행의 끝, 네가 기대한 결말이기를 바란다. 그러니 이젠 제발,)
...울지 말아요. 제발, 울지 말아요.
빅토르 D. 애쉬포드:(닦고, 또 닦고, 눈물 범벅이 된 네 얼굴을 쓸고 또 쓰다듬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네게 웃어보였다. 그냥 행복하지 말자. 내 전부를 잃고 살아가자. 새로운 행복을 찾을 필요 없으니 평생 너만 그리며 살자, 네가 모르게. 남몰래 사랑하자.)
행복할게요, 블라썸.
블라썸 L. 디와이트:(당신의 웃는 얼굴을 본다. 저 표정. 나는 당신의 그 순간 뿐인 표정을 볼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 괜찮을 것도 같았는데,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멈추지 않는건지 모르겠다. 난 정말 괜찮은데. 이제 당신이 무너지는 일 없이 살아갈 수 있을텐데. 행복이 있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억지로 지워내면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울지 마요. 부디. 내가 없어도 잘 지내야 해요. 그럴 수 있죠? 부디 그러겠다고 약속해줘요.
(당신에게 다가가 발뒤꿈치를 올린다. 당신의 눈꺼풀 위로 한번, 그리고 입술 위로 한번. 이제 우리가 영원히 나눌 수 없을 입맞춤이 될 것이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마주 웃어보였다. 흐리는 시야 속에서도 당신이 웃는 모습만큼은 선명했다.)
... 고마워요. 나도 행복할게요. 그러니, 제발. 행복해줘요. 어쩌다가 나를 마주쳐도 알아보지 말고, 굳이 잊었던 기억들을 꺼내려고 하지 말아요. 이미 지나간 사랑은 다시 추억하지 않기로 해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상기한다. 이제 영원한 이별이다. 내리는 달빛에 비치는 당신을 바라본다. 달이 아름다웠던 게 아니라 당신이 아름다웠던 거겠지. 그러니까, 달에 걸고 약속하기로 하자. 달에 비친 우리에 걸고 약속하기로 하자.)
빅토르. 나는, 도저히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달에 걸고 맹세해줘요. (promise the moon. 낮게 읊조렸다.)
블라썸 L. 디와이트:우리… 이제 그만 사랑해요. ... ... 알겠죠?
쏟아지는 알 수 없는 말들에 무어라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관계인데?
네가 나에게 무엇이고 내가 너에게 무엇이길래,
그런 소리를 하면서 그렇게나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건데?
이제는 물어볼 것조차 골라낼 수가 없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빅토르. (눈물을 닦아낸다. 서글픈 눈을 하면서도 당신에게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이름은 블라썸이에요.
당신의 이름을,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에 선연한 물기가 묻어 나옵니다.
블라썸 L. 디와이트:우리가 함께 달을 본 것, 나, 블라썸에 대한 것,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을 전부…
찰나의 울음,
블라썸 L. 디와이트:잊어, ... 줘요.
끝내 눈가에서 흘러내린 달빛.
너, 날 사랑해?
볼품없이 무너져내리고 금이 간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아니, 기억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거창할 그 '순간'이.
너의 존재가.
하나의 이야기가 소멸한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추방된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눈물로 얼룩진 낯으로 당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이제 너에 대한 건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구나.
빅토르, SANC
빅토르 D. 애쉬포드:
SAN Roll
기준치:65/32/13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 …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여긴 또 어디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평범하게 거리를 걷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당신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황스러움에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모르는 사람들 뿐입니다.
등을 보이며 전망대를 빠져나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분명 이 손에 가득 쥐고 잃고 싶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 모를 눈물만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뺨을 타고 흘러내릴 뿐입니다.
그만, 돌아갈까요?
이곳에 당신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빅토르 D. 애쉬포드:(여긴 어디일까. 이곳에 왜 왔지. 누구와 왔지? 나는 왜, 울고있지. 눈물로 젖은 얼굴을 손으로 닦으면서도 울음이 멈추지않았다. 누군가, 뭐라도 내게 설명해주었으면 좋겠어. 무엇이 이토록 슬픈건지.)
... (한 걸음, 한 걸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기이한 일이 있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그 날, 홀로 남아 있던 전망대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혹시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병원도 찾아가봤고,
책을 뒤져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유를 찾아봤지만
결국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찰나의 꿈같은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왠지 모를 허전함과 그리움이 남아 계속해서 당신을 괴롭혔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무엇인지 모르는 순간들을 추억하고,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목소리를 곱씹으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을 제외하면, 당신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빅토르는 횡단보도 너머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쩐지 아주 중요했던 것만 같은...
그래요, 마치...
당신의 전부였던 것처럼.
... ...
달에 맹세해. 우리, 다시는 사랑하지 말자고.

Never Ending : Promise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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