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카드 제작했습니다! 무단 저장을 금합니다.
* PLAYING 20190824~25, 28~29 | PLAY TIME :: 10h 30m
* '화무십일홍'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KPC 블라썸 L. 디와이트 / PC 빅토르 D. 애쉬포드
분명 이제는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 시간선에서의 일인데도 지나치게 선명한 고통이 당신을 괴롭힙니다.
―그야 당연한 걸까,
그렇게나 다양한 방법으로 몇 번씩이나 죽었으니.
하지만, 참을 수 있습니다.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인내하고 억누른 끝에는 꼭, 반드시 너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 지독한 굴레에 대한 슬픔을 덜어내지 못한 얼굴이라 하더라도,
당신을 향해 웃어주고 사랑을 속삭여주는 그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비록 몇 번이고 종말을 맞을지라도,
다만 분명한 것은 다시 눈을 뜨면 세계는 되돌아가 있을 것이며,
그 시작점은 언제나 그 사람과 함께라는 것.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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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만 사랑할까요, 우리.
마치 운명같은, 희극과 비극 그 사이의 무언가를 이제는 끝낼 때가 왔다는 것.
오늘은 …번째 시간의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로 한 날입니다.
사랑해. …번 째의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블라썸이 꼭 울 듯한 표정으로 고해하듯 사랑을 속삭일 때면,
당신은 더없는 행복과 기쁨이 차오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끝을 예감합니다.
이내,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 ….
오늘로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음의 순간.
이런 때에도 당신은 건물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언제나 귀찮은 것 같다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번이나 반복한 이 시간은 이젠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으므로.
그저 단 한 가지,
블라썸이 그 말을 하고 나면 언제나 잔뜩 일그러진 낯으로
하염없이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한다는 게 조금 아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한다는 말이 조금 더 듣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려 입을 벌리는 순간,
빅토르, <관찰> <심리학> 어려움 이상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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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95/47/19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관찰> 보통 성공.
정처없이 흔들리는 시야로, 힘겹게 눈을 떠 블라썸을 바라보지만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제대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무슨 표정을 하고 있어?
…직접 목소리를 내어 묻기엔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군요.
이내 흐리게 웃어 보인 블라썸이 천천히 손을 뻗어 당신의 눈을 감겨줍니다.
눈꺼풀에 닿아오는 미약한 떨림이 느껴지는 손.
그 손을 마주 잡아주고 싶은데.
또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잘 자요, 빅토르.
귓가에 날아드는 그 속삭임을 끝으로,
간간히 신음이 흘러나오던 목에서 더 이상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가물거리던 시야가 마침내 완전히 암전됩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져가던 고통은 꿈이었던 것 마냥 몸도 주위도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블라썸과 횡단보도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슬슬 블라썸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종말을 맞고 시간이 되돌아가 블라썸과 다시 만나는 순간은 언제나 조금 들뜬 기분이 들었지만…
역시 마지막 순간에 보았던 블라썸의 표정이 신경 쓰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더 기분이 좋아질 만한 데이트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블라썸뿐입니다.
이번의 재회는 어떤 게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새삼스레 감회가 새롭습니다.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돌고 돌면서 우리가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으니까요.
싸운 적도 있었고,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균열과 헤어짐 끝에도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횡단보도에 도착하면, 당신을 향해 얕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블라썸을 마주합니다.
언뜻 흐려 보이는 그 웃음에 왠지 모를 불안이 덜컥 솟아오르는 순간,
블라썸이 천천히 입을 엽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잔잔한 목소리는,
곧 믿을 수 없는 말을 내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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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만 사랑할까요, 우리.
하지만, 그 수많은 균열과 헤어짐 끝에도,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빅토르 SANC (0/1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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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실패, 1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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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이번엔 네게 어떤 인사를 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참에 네가 할 리 없는 이야기를 하자 벙 찐 얼굴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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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났는데. 그런 말 하지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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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엔가 표정에선 미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옅게 한숨을 내쉰다.) ... 수백 번 당신을 죽이면서, 수백 일동안 자책했어요.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저를... 그래서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는 저를. ... ... 이제 이런 감정은... 그만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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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 여행을 해요, 우리.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진실해질 수 있게. 그 이후에 내가 죄책감을 완전히 이겨낼 수 있다면,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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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디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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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썸은 기차표 두 장을 꺼내 듭니다.
○○ 행 기차표, 두 시 출발.
바로 두 시간 뒤에 출발하기엔 여행을 준비하거나 하다못해 마음의 준비라도 할 시간조차 없는,
턱없이 촉박한 일정입니다.
우리가 늘 만나는 시간은 열두시였는데,
출발 시간이 결코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블라썸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꼭 도망갈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만 같아서…
이제와서 왜, 어째서?
이런 이별 여행 따위로 우리가 헤어질 수 없다는 걸 너도 알면서.
수많은 물음들이 입속을 맴돌았으나 곧 잦아듭니다.
그래, 어차피 이런 이별 연습으로 쉽게 마음이 변할 리가 없을 테니까요.
쌓여가는 블라썸의 죄책감과 우울을 이렇게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 수많은 균열과 헤어짐 끝에도 우리는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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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와 블라썸은 손을 잡고, 함께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기차역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지라 도착하고 나서도 한 시간 정도가 애매하게 남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 근처였죠.
하필 이런 곳에서 이별을 위한 여정을 떠나다니, 참 얄궂은 상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런 우울한 감상에 빠져 있으면, 남은 시간은 카페에서 떼우자며 블라썸이 당신의 손을 잡아 끕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에서도 자주 만남을 가졌었죠.
셀 수도 없는 시간을 반복한 지금에서야 이젠 익숙하지 않은 곳을 세는 게 더 빠르겠지만.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이 카페는 늘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있고는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치 우리를 기다리듯 깔끔하게 비워져 있는 테이블 위로 한낮의 주황빛 햇살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메뉴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고구마라떼, 카라멜 마끼아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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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친절하게 계산을 마친 후, 빅토르에게 에스프레소와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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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어떻게 포기하겠어. 결국 죽는 건 내 쪽이고 나는 괜찮다. 너만, 나를 사랑해주면 되는데.) 매일, 찾아올거예요. 항상 그랬듯이. 곧 떠날 이 여행이 끝이 나도,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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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지막 말에 살풋 웃음을 지었다.) 있었을까요. 당신이 나라면 당신같은 사람을 싫어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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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모르죠. 그런 걸 알았다면, 나를 왜 사랑하냐고 묻지는 않았을 테니까... ... 그래도 나는, (습관적으로 손끝을 매만졌다.) ... 빅토르를 싫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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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죠? (눈썹을 기울이며 찌푸리듯 웃었다.) 설령... 설령 당신이 사라진다 해도 이 감정은 사라지지않아요. 알고있잖아요.
(커피를 조금 들이키고 잔을 내려놓았다. 네 대답에 시선을 잠시 떨구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 또한 당신을 놓아주길 원해요? 정말 의미 있는 이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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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마요. (꽤 오랜 시간 침묵한다.)
블라썸은 한동안 빅토르의 말에 대답을 잇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끊긴 목소리, 불편하게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당신은 기시감을 느낍니다.
입을 꾹 다문 채 가라앉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표정이 왠지,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꼭 무언가를 단단히 결심하기라도 한 사람처럼.
바로 직전의 시간선에서도 보았던 표정.
블라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이번에야말로 물으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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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유독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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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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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내려진 선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가득 쌓인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새삼스레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으며 다시금 선연해졌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흐려져가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스러진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지독히도 아픈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네 존재를 지우려고 하고 있구나.
빅토르 SANC (1/1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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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 이성 -1.
… …
내가 왜 여기 있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그 말도 안 되는 이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까지 왔었는데,
이곳은 완전히 처음 보는 카페 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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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기차가 올 시간이니까요. 같이 가요.
요즘 스트레스가 과했던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미묘한 찝찝함과 함께 당신은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카페를 빠져나가기 직전 문득,
우리가 앉아 있던 자리를 돌아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플랫폼에서 조금 시간을 죽이던 두 사람은,
2시가 되자 ○○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간간히 소음만이 들려오는 침묵 속에서,
여전히 한 구석에 남아있는 허전함, 기시감이 머릿속을 부유합니다.
시작부터 여러모로 순탄하지만은 않은 여행이에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차가 멈춰서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해가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의 석양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곧 승객들이 하나 둘 내리고 당신도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깁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텔은 호텔 바로 앞에 펼쳐진 오션뷰와 쏟아질 듯한 별을 뽐내는 밤하늘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건물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달이 그렇게도 아름답다는,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
이별 여행이라면서 이런 곳을 데려오다니,
처음부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블라썸이 점점 더 야속해져만 갑니다.
블라썸이 예약해둔 호실은 언제든지 바로 위층의 전망대로 갈 수 있는 최상층입니다.
괜히 인기가 많고 비싼 호텔은 아닌 모양인지,
방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드넓은 내부가 꽤나 근사합니다.
발코니 너머로는 황혼빛에 물든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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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이 바라는 대로. 따라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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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놓아주는 게 아니다. 네가 언제든지 제게로 돌아올 수도 있고, 반대로 언제든지 도망을 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리에 묶어둔다는, 그런 기분으로 네 손을 잡고있는다.) 어떻게 사람에게 애정을 강요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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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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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 이 여행이 싫어요. 당신과 함께 걷는 건 좋지만 당신이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알고있으니까, 그저 멈춰세우고 싶어요. 떠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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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멈출 거였다면,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했어요. 감정을 죽여야 할 줄 알았다면 나도 시작하지 않았겠지만... ... (천천히 잡은 손을 내려놨다.) ... 도망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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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놓쳤다. 네가 내려놓은 손 끝을 제 손이 끈질기게 쫓았다. 놓치면 다시 잡고, 뿌리쳐도 또 다시 쫓고. 멍하니 표정 없는 얼굴에, 눈동자에, 물기가 서렸다.) ...당신은 나를 검게 죽어버린 세계에 홀로 두고 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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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 포기하고 싶어지잖아요. 내가, 결심했던 것들을... 이제 물러설 수도 없는데. ... ... 내가 또 다시 당신을 죽이게 두지 말아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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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이 제게로 다가와준 것도,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내 소망에 못이겨서 라는 것도. 어쩌면 이걸로도 충분했다. 네가 저를 밀어내지 않았다는 걸로, 적어도 이 자리에서 도망가지않았다는 걸로.)
블라썸, 나를... (오늘도 저는 이기적으로 군다. 네 뜻대로 되지않길 원한다. 네가 결심한 모든 것이 감쪽같이, 허무하게 무너져서 제게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를 죽여주었으면 좋겠다. 잔혹하겠지만 네 손으로라도 좋으니 질릴 정도로 수백번이고 반복해온 죽음을 또 다시 겪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이면서.) ... 사랑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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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럴 수 없잖아. 포기하기 싫어요. 나는... 나 제발, (애원하듯이 말을 잇는다. 표정은 끌어안은 품에 숨겼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어서. 그래서 부탁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당신이니, 나를 흔들 수 있는 것도 당신이 유일하니까. 당신이 날 숨쉬게 하고, 나아가게 하고. 나에게 길을 제시해주니까. 우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면, 제발 한쪽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게.)
빅토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나 역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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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썸, 나는 모르겠어요. ... 누구의 행복을 위한 여행이죠, 이건? (너와 내가 서로를 향한 감정을 정리하고 떠나면, 둘 중 어느 쪽이 행복해진다는 말인지. 한 손으로는 네 어깨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네 머리 위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일단 행복해지는 쪽이 나는 아닐거예요. 그렇다면 당신인가요? 더이상 죽지 않고, 다치지도 않고 성한 몸으로 살아갈 제 미래에 대해 행복해할 당신인가요.
(약하고 불안한 무언가를 감싸듯 조심스럽게 끌어안은 네 정수리 위로 짧게 입술을 맞추고,) 당신이 말하는, 행복해지는 쪽이 당신 스스로라면 알겠어요. 우리가 이별함으로서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해진다면 기꺼이, 홀로 남을게요. 이게 당신이 원한 선택이라면요.
(네 마지막 질문에는 대답하지않았다. 답하지않아도 알고있겠지.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고, 너 없이는 행복할 수도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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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그리고... ... (잠시 말을 골랐다. 뱉으려던 문장은 다른 말로 교체되었다.) 고마워요. (안고 있던 팔을 풀어내었다. 네 손을 잡았다. 옆에서 걸어갈 수 있게.) ... ... 쉴까요, 너무 오랫동안 피곤한 길을 걸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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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미안하고. 사랑해요. (잡은 손을 조심히 이끌어 다시 호텔로 향했다. 지친 듯한 얼굴이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허락하지않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걷는다. 다시 한 번 네가 저를 안아주고, 입 맞춰주는 건 또 언제가 될까.)
빅토르와 블라썸은 호텔로 돌아가 하루를 보냅니다.
... ... ... ...
커튼 사이로 비쳐 내리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눈꺼풀을 간질여,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막 잠에서 깨 흐릿한 시야를 몇 번 더 깜빡이다 고개를 돌리면 블라썸은 아직도 곤히 잠들어 있고,
어제 늦은 밤까지 블라썸이 일정을 정리하던 테이블 위에는 <팜플렛>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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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관찰> 혹은 <자료조사>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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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95/47/19 |
굴림: | 8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팜플렛의 뒷면에 여행 코스가 쓰여 있는 위치에 블라썸의 글씨체로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 첫 만남 → 시간 → 블라썸 」
당신이 팜플렛을 보고 있으면, 잠 기운이 미처 떨어지지 않은 블라썸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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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함께 바닷가로 나갑니다.
자박자박, 모래알을 밟는 소리와 하얀 포말이 이는 파도 소리가 귓가에 섞여듭니다.
퍽 예쁘게 조경된 산책로를 거닐면서 한낮의 여유로움과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바닷바람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발목을 적시는 새파란 바다를 눈에 담고 있으면, 붉고 노란 무언가가 천천히 하늘을 오르는 것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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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로 다가가면 ○○ 호텔 투숙객 풍등 날리기 무료!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준비 없이 풍등을 날릴 수 있겠어요.
부스 안에는 분홍색과 보라색의 풍등이 잔뜩 쌓여 있고,
테이블에는 소원을 적을 수 있는 쪽지와 펜도 놓여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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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적었어요. 이제 날리면 되는걸까요. (잠시 후 펜을 내려놓고, 무언가 적힌 종이를 손에 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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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너무 걱정하지 말기를. 제가 원하는 끝이 아니게 될지라도 모쪼록 네가 덜 괴롭기를. 네가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행복 할 수 있을거라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소원을 머릿속으로 왼 후 서서히 눈을 떠 너를 보았다.)
잊지않고 빌었어요. 하나로는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날려보는 풍등이, 그것에 적은 소원이 당신과 함께 비는 것이라는 게 난 좋아요.(하늘 위로 점점 작아지는 풍등을 한참 올려다보다 고개를 내려 너를 본다. 다음으로 가자, 라고 말하듯이 슬며시 손을 내민다.)
끝에 소원을 적은 쪽지를 매달고, 우리는 함께 풍등을 띄웠습니다.
천천히 부유하기 시작하며 나란히 푸른 하늘을 수놓는 붉고 노란 풍등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낱 미신이라 할지라도 괜스레 입 속으로 소원을 되뇌이게 됩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고.
다음으로 가자며 손을 내밀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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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얕게 떨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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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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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맺어진 문장.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쌓여 흘러 넘칠 듯한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새삼스레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으며 다시금 선연해졌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흐려져가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지워진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흐려진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꼭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흐려지려고 하고 있구나.
빅토르 S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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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
… …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기분 전환을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당신은 여러 개의 풍등이 뒤섞여 떠다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555/aED5FV1NMjHnU3UOJdlEtg/med.png?1566646699)
미술관으로 갈까요. 초상화도 그려준다던데.
요즘 스트레스가 과했던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미묘한 찝찝함과 함께 당신은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모래사장을 벗어납니다.
바닷가의 짠내음이 완전히 멀어지기 직전 문득,
서서히 멀어져가는 풍등들을 올려다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진 미술관입니다.
온통 새하얀 석조 건물은 마치 하나의 신전을 연상 시킵니다.
건물을 받치는 커다란 기둥에는 달과 꽃의 덩쿨이 엮인 듯한 무늬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호텔 카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서면, 세련된 겉모습에 비해 다소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벚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수월 』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빅토르, <관찰> 판정.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기준치: | 95/47/19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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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실패.
동전은 물 속으로 퐁당! 빠져버립니다.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골인 했습니다. 나이스 샷.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555/aED5FV1NMjHnU3UOJdlEtg/med.png?156664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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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A관에는 여러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번 둘러볼까요?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벚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다 보면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만, 거울 안에 꽃 한 송이만 피어있는 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빅토르, <관찰> 판정.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기준치: | 95/47/19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어쩐지 모양새가… 일반적인 거울이라기 보단 커다란 손거울처럼 보입니다.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빅토르의 모습은 비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그밖에 눈에 띄는 건 없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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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관은 사람이 너무 붐비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시 오는 건 어떨까요?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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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555/aED5FV1NMjHnU3UOJdlEtg/med.png?1566646699)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555/aED5FV1NMjHnU3UOJdlEtg/med.png?1566646699)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볼까요?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C관 안으로 들어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그리고 그 아래 짤막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을 만져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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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 … 어라?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빅토르, S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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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성공. 이성 감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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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관에는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여러 미술 도구들을 늘어놓은 채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블라썸이 말했던대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힐끗 보니 실력이 꽤 대단하군요.
마치 흑백사진인 것 마냥 마주 앉은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린 초상화는 추후 원하는 주소지로 배송까지 해준다는군요.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일행 당 한 명만을 그려준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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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아닌 척은 안되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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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썸은 자신의 초상화를 빅토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며, 가볍게 웃고는 화가의 맞은편에 앉습니다.
그림이 완성 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도 블라썸의 웃는 낯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흘러가는 시간들도 왠지 모르게 아쉬운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나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실은 이별을 하기 위한 여행이라서,
그래도 당신은 이별을 받아들일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지만 이 알 수 없는 기시감과 공허함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 때, 그림을 완성한 화가가 이젤을 돌려 당신에게 보여줍니다.
들어찬 상념을 밀어두고 어느새 완성된 그림을 보며 작은 감탄을 뱉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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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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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망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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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끝마져친 선언.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알아?
위태롭게 흔들리다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새삼스레 지나간 순간들을 되짚으며 다시금 선연해졌던 기억 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죽어간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생을 다해간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언뜻 처절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너는 나에게서 너를 죽이려고 하고 있구나.
빅토르 S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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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 65/32/13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이성 -1.
… …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함께 미술관을 구경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당신은 어딘가 낯선 블라썸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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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의 달이 아름다울 거에요.
요즘 스트레스가 과했던 탓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기억이 통째로 사라질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
블라썸과 자신이 이렇게나 친밀한 사이였던가요?
분명히 그럴 만한 일조차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하물며 우리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조차 기억 나지 않습니다.
블라썸, 당신은 나의 어떤 사람이었나요?
선명한 기시감과 함께 당신은 블라썸의 손에 이끌려 미술관을 벗어납니다.
새하얀 건물도,
사박사박 밟히는 모래사장도,
검푸른 하늘을 밝히며 떠오르는 풍등도,
당신의 손을 잡은 블라썸의 온기도, 온통 생소하고 낯선 것들 뿐입니다.
호텔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서기 직전 문득,
우리가 걸어온 길에 남겨진 발자국들을 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찝찝하고 미묘한 느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어영부영 블라썸을 따라왔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영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단기 기억상실증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갑자기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알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모든 일들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분명 블라썸과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고 당신은 이런 곳에 여행을 올 계획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끊임없이 당신을 안심시키며 어딘가 가라앉고 음울한 표정을 짓는 블라썸을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약해져 별다른 항변은 나오지 않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했다는 친절한 안내음과 함께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발걸음을 내딛자,
거짓말처럼 펼쳐지는 광경에 모든 생각들이 순식간에 지워집니다.
정말 이 눈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 맞는 걸까요?
새카만 밤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는 은하수같은 별들과 색색의 오로라를 연상케하는 조명들,
무엇보다, 온 시야를 가득 채울 것만 같이 커다랗고 아름다운 달.
넋을 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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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 블라썸이 옆으로 다가옵니다.
블라썸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커다란 달을 등진 그의 모습이 어쩐지 흔들리고, 흐려 보입니다.
꼭… 물에 비친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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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게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당신이 없이는 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면, 그렇다면...
(목소리가 떨려온다. 목이 메여서, 하려던 말을 몇 번이고 삼키고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 ...당신은 내 전부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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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전부라면, 당신 역시 나의 전부겠죠. 당신 혼자서만... 소중하게 여길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그래. 당신은 나의 전부였지. 나에게 봄을 가져다 준 사람이었고, 나에게 유일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사람.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그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우리...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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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중해요? ...나를 사랑해요? 나도 당신에게 있어 전부였나요?
(맞잡은 손이 따뜻하다. 낯 설지가 않았다. 분명 매일같이 잡았을 그 손이다. 그 손을 끌어 짧게 입 맞추고, 제 쪽으로 끌어당겨 너를 품에 안았다. 그래, 너는 내가 악착같이 붙잡아야 할 사람이다.)
나는, 우리의 첫만남을 기억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만나줘요.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 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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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했어요. 당신이 나한테, 너무 소중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부터 나한테는 당신이 전부였는데, ...
(호흡이 가늘어진다. 내가 지워버린 당신의 기억이,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상하다.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데. 사랑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결국 서로를 잊기 위한 길이었고, 이 세계는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순간 무너져버릴 곳이니까. 우리에게 더 이상 안식처는 존재할 수가 없으니,)
전부 과거형이죠. (싫어도 당신을 밀어내야 하는 때가 온다.) 그것도 불확실한... ... 잘 생각해봐요. 기억하지도 못하는 데 사랑할 수 있어요? 우리가 정말 운명일까요?
... 날, 또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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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과 함께하고싶어요. 당신을 내게서 떨어트리고 싶지않아요. 내 전부니까, 내가 사랑했을 사람이니까.
(꽃내음이, 바람에 섞여들어온다. 당신은 내게 봄을 불러올 사람이다. 아니, 네가 내 봄이 될 사람이다. 품에 세게 끌어안은 너를 조금도 놓을 기미 없이 서있는다. 그 어디에도 가지않을 것 처럼.)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겠죠. 그리고 이를 확신하는 이유는 아마도,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것 외에는 이유가 떠오르지않는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네가 내게 자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물어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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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요?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요?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도.
(눈가가 붉어진다. 당신을 붙잡고 애원하듯 말하고 있었다. 내가 도저히 당신을 밀어낼 수 없으니, 당신이 먼저 나를 밀어내주었으면 한다고. 또 다시, 나를 사랑하지 말아달라고. 당신은 너무 다정하게... 나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 나는 다 기억해요. 하지만 말하지 않을래요. 말하면, 우리가 걸어왔던 시간들이 전부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니까. 우린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왔어요. ... ...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에요.
(눈을 슬며시 감았다가 떴다. 시야가 눈물로 번져 흐려진다. 제발. 나 좀. 살려줘요.)
... ... 이번에야말로... 도망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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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아주면, 어떻게 돼요? 당신은 어떻게 되고, 나는 어떻게 되나요.
당신은 행복할 수 있어요? 이 여행의 끝에, 당신은 행복을 찾은 것 같나요?
(품에서 너를 살며시 떨어트렸다. 하지만 손은 놓지않았다. 내게 대답 해 줘. 이 여행 끝에 당신이 원한 것이 이루어지면,)
내가 당신을 완전히 잃었을 때의 답을, ...당신은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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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에요. 쉽잖아요. 우린, ... 방금 만났으니까.
나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게 아니에요. 당신의 행복을 바라서 왔지. 어쩌면 그게 나의 행복일 수도 있겠네요. 당신은 내 모든 것이었으니까.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손을 놓아버렸다. 이게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야.)
... 난 몰라요. 알 수도 없죠. 하지만 우리는 결국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고, 결국 끝마저 같이 보겠죠. 빅토르와 함께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 ... 난 역시 당신을 잃기 싫어요.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떠나는 거에요. 당신에게서 나를 지우고. ... 이기적이라고 욕을 한다면 기꺼이 들을게요. 그렇지만, 그래도. ... ... 살아가주면 안 돼요? 살아서 행복해주기만 한다면, 난 그 어떤 비극도 견딜 수 있을텐데.
... 마지막으로 웃어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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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요? 우리는 이 삶을 버텨야 하는건가요? 그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삶을 버텨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이것이 당신의 최고의 행복이라는 건가요?
(어떻게 웃어요. 당신이 이렇게 우는데 내가 어떻게 웃어요? 당신이 이미 내게서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릴 준비를 끝마쳤다는 걸 알아요. 이제 내가 당신을 떠나보낼 일만 남은 거겠죠. 이것밖에 길이 없다면, 결국 한 가지 결말밖에 없다면.)
... 앞을 봐요, 블라썸. 내 얼굴을 봐요. 당신이 이렇게 울어서야 그 무엇도 보지못해요.
(저로부터 멀리 떨어진 너를 향해 한걸음, 두걸음. 네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선 네 눈가에 고인 것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줘. 나도 울지않을테니까.)
혼자서 버티지말아요. 결국 서로를 잃어야만 한다면, 함께 버텨요. 나 또한 어떠한 비극이라도 견뎌낼테니까, 다시 만날 날까지 견뎌내요.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행복해질 날까지. ...혼자서 울게 놔둘 수는 없어요. 같이 힘들고, 같이 행복해져야 해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전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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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삶은 사랑을 동반할 수 없는 것이다. 셀 수 없는 시간동안 사랑을 반복하며 깨달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함으로 멸망하는 세계. 결국 항상 문제는 지나치게, 너무 많이 사랑해버렸다는 거지. 솔직히 당신에게서 도망친다고 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가 알고 있는 방법은 이게 다니까.)
... ... 안 보면 안 돼요? 왜 자꾸 붙잡아요? 왜, 내 모든 결심을 포기하게 만들어서, 내가 결국 당신 곁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터져나왔다. 이 순간에도 당신의 체온이, 나를 안심시킨다는 것이 서글펐다. 이별해야 하는데. 우리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끝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 아뇨. 우리는, 제발... 빅토르. 함께 할 수 없어요. 이제 여기가 우리의 마지막이에요. 날 잊어요. 잊고, 당신만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라면 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거에요.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다면 좋을 텐데.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죽을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하다 못해 그게 함께이기라도 한다면. 적어도 죽어가는 당신을 지켜보고, 당신이 다시 나를 만나러 올 때까지 기다리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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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신을 보지않고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울지않겠다고 했는데, ...
(벌써, 너와의 약속이 깨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 비극을 버틸 수 없다. 네가 없다는 비극이 내겐 너무 버겁다. 너를 기억조차 못하면서 이게 어째서 비극이냐 묻는다 하면, 지금 흐르는 이 눈물이 내가 견디지 못할 비극이 되리라는 것을 알린다고 대답할 수 있다. 차라리 내 손을 뿌리치고. 밀쳐내고, 소리지르며 화를 내주면 좋을텐데.)
... ... 그래요, 나는 행복할게요. 당신이 바라는대로 당신을 잊고, 살아가고. 나만의 또 다른 행복을 찾아볼게요. 그렇게 하면, ... 당신도 행복해질 수 있죠?
(이것이 네가 원한 대답이길 바란다. 이것이 이 여행의 끝, 네가 기대한 결말이기를 바란다. 그러니 이젠 제발,)
...울지 말아요. 제발, 울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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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게요, 블라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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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요. 부디. 내가 없어도 잘 지내야 해요. 그럴 수 있죠? 부디 그러겠다고 약속해줘요.
(당신에게 다가가 발뒤꿈치를 올린다. 당신의 눈꺼풀 위로 한번, 그리고 입술 위로 한번. 이제 우리가 영원히 나눌 수 없을 입맞춤이 될 것이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마주 웃어보였다. 흐리는 시야 속에서도 당신이 웃는 모습만큼은 선명했다.)
... 고마워요. 나도 행복할게요. 그러니, 제발. 행복해줘요. 어쩌다가 나를 마주쳐도 알아보지 말고, 굳이 잊었던 기억들을 꺼내려고 하지 말아요. 이미 지나간 사랑은 다시 추억하지 않기로 해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상기한다. 이제 영원한 이별이다. 내리는 달빛에 비치는 당신을 바라본다. 달이 아름다웠던 게 아니라 당신이 아름다웠던 거겠지. 그러니까, 달에 걸고 약속하기로 하자. 달에 비친 우리에 걸고 약속하기로 하자.)
빅토르. 나는, 도저히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그러니까... 달에 걸고 맹세해줘요. (promise the moon. 낮게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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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알 수 없는 말들에 무어라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관계인데?
네가 나에게 무엇이고 내가 너에게 무엇이길래,
그런 소리를 하면서 그렇게나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건데?
이제는 물어볼 것조차 골라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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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목소리에 선연한 물기가 묻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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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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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눈가에서 흘러내린 달빛.
너, 날 사랑해?
볼품없이 무너져내리고 금이 간 물음은 기어이 소리가 되지 못하고 흩어집니다.
당신의 기억들과 함께.
아니, 기억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거창할 그 '순간'이.
너의 존재가.
하나의 이야기가 소멸한다는 것은
곧 하나의 존재가 추방된다는 것.
가물거리는 시야로 눈물로 얼룩진 낯으로 당신을 향해 웃어 보이는 블라썸의 얼굴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이제 너에 대한 건 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구나.
빅토르, SANC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기준치: | 65/32/13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
… …
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여긴 또 어디지?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순식간에 풍경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분명히 평범하게 거리를 걷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당신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황스러움에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모르는 사람들 뿐입니다.
등을 보이며 전망대를 빠져나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사로잡힙니다.
무언가를 추억했던 것도 같은데,
분명 이 손에 가득 쥐고 잃고 싶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
도무지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유 모를 눈물만이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뺨을 타고 흘러내릴 뿐입니다.
그만, 돌아갈까요?
이곳에 당신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https://s3.amazonaws.com/files.d20.io/images/90045610/VOsPOtYj0_CFIUnvHedhcg/med.png?1566646770)
... (한 걸음, 한 걸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기이한 일이 있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그 날, 홀로 남아 있던 전망대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혹시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병원도 찾아가봤고,
책을 뒤져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유를 찾아봤지만
결국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찰나의 꿈같은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왠지 모를 허전함과 그리움이 남아 계속해서 당신을 괴롭혔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무엇인지 모르는 순간들을 추억하고,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목소리를 곱씹으며,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을 제외하면, 당신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빅토르는 횡단보도 너머로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쩐지 아주 중요했던 것만 같은...
그래요, 마치...
당신의 전부였던 것처럼.
... ...
달에 맹세해. 우리, 다시는 사랑하지 말자고.
Never Ending : Promise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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