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카드 지원해드렸습니다! * https://hicheut01.postype.com/post/1701266
* PLAYING 20180331 ~ 0401 ｜ PLAY TIME :: 8h
* '경화수월'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해당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예정이 있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 창조엔딩 요소가 있습니다! 이 부분 불편하신 경우 주의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KPC 블라썸 L. 디와이트 / PC 빅토르 D. 애쉬포드
이제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번엔 무슨 방법으로 죽었더라. 몇 번째의 죽음이었지?
그런 것은 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경악한 얼굴의 그 사람.
울고 있거나, 화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 ...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시 눈을 뜨면 세계는 되돌아가 있을 것이며,
시작점은 언제나 당신을 알지 못하는 그 사람과 처음 만났던 순간이라는 것.
그리고,
" 안녕, ... 이름이 뭐에요? "
마치 운명처럼, 당신은 또다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
오늘은 ... 번째 시간의 그 사람을 사랑하러 가는 날입니다.
사랑해. …번 째의 처음으로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오늘도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음의 순간.
이런 때에도 당신은 건물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언제나 귀찮은 것 같다는, 그런 실 없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번이나 반복한 이 시간은 이제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으므로.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의 반복에서도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블라썸의 얼굴.
아, 시야가 점점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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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공.
꼭,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많이 보았던 모습. 그러나 여전히 보고 싶지 않은 모습.
하지만 슬퍼 보인다기보단, 절망에 빠진 것만 같은 표정입니다.
다시 또, 만나러 가겠다고 얘기해줘야 하는데.
블라썸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야속하게도 당신의 의식이 끊깁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져가던 고통은 꿈이었던 것 마냥 몸도 주위도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블라썸과 그녀 집 근처 횡단보도 앞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슬슬 블라썸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이제 준비를 하고 나가볼까요?
준비를 마치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 툭 하고 발치에 걸립니다.
고개를 내려보면 바닥에 손바닥만 한 작은 손거울이 떨어져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주워볼래요?
거울에 손을 댄 순간, 표면이 마치 수면처럼 일렁입니다.
찰나였지만 분명 물 같았는데... ...
다시 만져보면 평범한 거울입니다.
기이한 일을 경험합니다.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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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성 -1.
기이한 일에 작은 충격을 받습니다.
거울을 챙겨서 나가볼까요?
거울을 챙기고, 밖으로 나갑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블라썸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블라썸은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 ...아,
저 멀리,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블라썸이 보입니다.
... 신호가 초록불로 바뀝니다. 건너가도 좋다는 안내 메시지가 들립니다.
언제나처럼 블라썸은 건너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당신은 횡단보도를 건너가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었죠.
횡단보도를 건너갈까요?
빅토르, 아이디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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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용)
실패.
이전의 시간들에서 첫 만남 이후에 함께 근처의 카페로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두 사람은 카페로 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그랬듯이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있네요.
어디 보자, 메뉴는... ...
에스프레소 - 2000원
아메리카노 - 3000원
카페라떼 - 4000원
고구마라떼 - 3500원
카라멜 마끼아또 - 4500원
카운터에서 카페 직원이 에스프레소 두 잔을 시킨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빅토르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자, '싫어하는 것'에 대한 게 떠올랐습니다. 불현듯, 누군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처럼.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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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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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성 -1.
이상한 일을 경험하고 살짝 놀랍니다.
계산을 하자, 직원이 대뜸 박수를 칩니다.
세상에! 여러분이 오늘의 …번 째 손님이라는군요!
직원은 당신에게 일종의 경품으로 근처의 유명한 미술 전시회 관람권을 두 장 건넵니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가 어려운 레어 표라고 하네요.
빅토르, 아이디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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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
그저 이 상황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관람권을 보자, 이 미술관은 바로 근처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 번 같이 가자고 권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두 사람은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오랜 시간들 중에 한 번도 들러보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이제 이 동네의 지리는 전부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일까요, 이 미술관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빅토르, 아이디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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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ccesses
성공.
지금까지의 반복에서는 ...번째의 이벤트도, 이러한 미술관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냅니다.
오늘따라 이상한 하루네요.
표값이 비싸 구하기 힘들다는 건 사실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통째로 이 미술관을 빌린 것만 같은 느낌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구로 가 표를 내고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수대, A관, B관, C관을 볼 수 있습니다. 어디부터 볼까요?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 수월 』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빅토르, <교육> <과학> <자연> 中 1개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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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공.
가운데 활짝 핀 꽃은, 벚꽃 같습니다.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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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진보남 빅토르지만..... 가끔은 오래된 것을 즐길 줄도 알아야한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본다!) 블라썸, 소원이나 하나 빌고 가도 돼요?
A관으로 향합니다.
A관에는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을 한 번 둘러볼까요?
둘러보다가 보니,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벚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보다 보면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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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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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빅토르, 아이디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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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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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자신이 집을 나오면서 주웠던 그 거울의 모양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손거울에 특별한 변화는 없습니다.
빅토르는 오늘도 슈퍼반짝번쩍 이 시대가 인정하는 갓미모 얼굴천재입니다.
더 특별한 건 없어보입니다.
두 사람은 B관으로 향합니다.
B관은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볼까요?
여러 작품들 중,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다가가 보면,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여자가 벚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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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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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빅토르, 아이디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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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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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기분탓일까, 그 여자의 모습이 왠지 블라썸과 닮았다고 느낍니다.
두 사람은 C관으로 향합니다.
C관에는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볼까요?
둘러보던 중,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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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빅토르는 갑자기 눈이 침침하다.
다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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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
빅토르는 눈이 업다.
함만 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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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성공 성공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
그리고 그 아래 짤막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을 만져보세요! ]
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 ... 어라?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ㅂ니다.닿지 않스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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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성 -1.
작품을 체험하고 놀라운 나머지 충격을 받습니다.
다시 한 번 만져보더라도 똑같습니다. 여전히 닿지 않습니다.
블라썸 또한, 눈 앞에 있음에도 닿지 않습니다.
정말,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걸까요?
이상한 일을 경험합니다. 블라썸,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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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 Successe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재밌기는 하지만 놀랄 정도의 일은 아닙니다.
...~ 그럴까요? (끄덕...) 슬슬 늦었네요... 이만 가요.
...~ 그럴까요? (끄덕...) 슬슬 늦었네요... 이만 가요.
어느 정도 관람을 끝마치고 나서 밖으로 나오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요.
마침 돌아가는 방향은 같아서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합니다.
가는 동안 가벼운 이야기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의 마지막이니까요.
빅토르는 어땠어요? 저랑 놀았던 거.
문득, 블라썸이 살짝 웃으며 말합니다.
이에 당신은 조금 놀랍니다.
첫날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다니.
기쁜 얼굴로 무언가 답하려는 순간 블라썸의 눈이 커집니다.
아, 하필 오늘,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 이렇게 빨리 죽을 필요는 없었는데.
울컥, 입에서 피가 쏟아집니다.
떨리는 손으로 가슴께를 더듬어보면 만져지는 것은 깊숙하게 박힌 식칼,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저 멀리 도망치는 뒷모습.
살해당하는 건 오랜만이네. 이번에도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렇게 이른 죽음은 처음입니다.
블라썸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죽게 되는 날짜는 일정하지 않았어도 첫날에 죽은 적은 없었으니까.
... 모르겠습니다. 점점 사고가 둔해집니다.
고개를 돌려 보면, 잔뜩 놀란 얼굴의 블라썸이 보입니다.
꼭 울 것 같이.
어쩜 이리 매번 표정이 똑같은지.
빅토르, <관찰> <심리학> 中 1개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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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ccesses
성공.
블라썸의 표정이 눈에 선연하게 들어옵니다.
하지만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닌 것만 같은, 무언가 더 복잡한... ...
... 이렇게 빨리 죽게 되어서 너무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몸이 점점 기울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
우직, 희미하게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순식간에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찔렀던 칼날이 마치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블라썸과 그녀 집 근처 횡단보도 앞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2시.
... ... 어라, 2시?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블라썸을 만나기 전은 모두 똑같았는데.
바깥의 풍경, 날씨,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당신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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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 Successes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이상하긴 하지만 별 일은 아니겠지요. 단순 피곤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 문득, 낯선 벨 소리가 울립니다.
확인해보면 휴대폰이 아닌 집전화의 벨입니다.
한 번 받아볼까요?
달칵. 전화를 받습니다.
수화기 너머는 조용합니다.
... 전화가 곧바로 끊겨버립니다.
빅토르, 아이디어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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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1 Successes
성공.
수없이 많은 반복 중에서 집전화의 벨이 울린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집 전화의 벨 소리도 잊어 방금 들었을 땐 낯설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까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자 툭, 무언가 떨어집니다.
확인해보면 그것은 어제, 아니, 이전의 '오늘' 집 앞에서 주웠던 손거울. 어째서인지 분명 깨끗했던 거울 표면에 금이 가 있습니다.
금이 간 것 외에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금이 간다면 깨질 것만 같습니다.
빅토르는 테이프를 열심히 거울에 붙여줍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이전의 오늘과 이번의 오늘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늦잠도 자버렸고, 얼른 블라썸을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준비를 하고 나갈까요?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블라썸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블라썸은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조금 늦긴 했지만 블라썸은 언제나 이 주변을 배회했으니 이곳에서 기다리면 곧 블라썸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 기다려볼까요?
... ...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블라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늘 보이던 곳, 익숙한 표정의 블라썸과의 첫 만남이 처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가야 블라썸을 찾을 수 있을까요.
카페로 향합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비어있던 창가 쪽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블라썸을 닮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블라썸의 집 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들어가기 어려워보입니다.
초인종을 누르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빅토르는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여전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서 도착한 넓은 미술관이 적막하기만 합니다.
블라썸의 부재가 이렇게나 컸던가요.
입구로 가면...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의 당신은 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다다르자, 그 고민은 쓸모 없어집니다.
이전에만 해도 깔끔한 매표소에서 당신을 맞았던 직원은 온데간데없이 직원은커녕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난잡하고 을씨년스러운 매표소 내부가 보입니다.
표를 받을 사람도 없으니,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디부터 볼까요?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고, 드문드문 끊기며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있습니다.
작품명 : 『 수월 』
그리고 가운데에는... 이전보다 조금 시들어있는 벚꽃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 꽃 동상이, 시들 수 있던가?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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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성 -1.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작은 충격을 받습니다.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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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다 담기지 못할 정도로 동전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A관으로 향합니다.
A관에는 조각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주변을 둘러볼까요?
둘러보니,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벚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조각상에는 조금 금이 가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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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ccesses
성공.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거울이 완전히 깨지기 전에 꽃을 가둬야 해. ]
B관은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주변을 둘러볼까요?
둘러보다,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다가가 보면, 액자에 담겨있는 것은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여자가 벚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안고 있는 꽃은, 저번보다 시들어 있습니다.
... 그림 속의 꽃이 어떻게 시들지?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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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ccesses
성공.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어야 했는데. ]
C관에는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주변을 둘러볼까요?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빛바랜 듯한 흐린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
빅토르, 관찰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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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한 번 더 자세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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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내용이 바뀐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포기하지 못 하는 거야? ]
여전히, 다를 바 없이 잡히지 않습니다.
분명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 ...
얼마나 있었을까. 아무리 뒤져봐도 미술관 역시 블라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미술관을 나오던 그때,
저 멀리 입구에서 보이는 얼굴은... ... 블라썸입니다.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향합니다.
블라썸을 찾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아니면 블라썸과 헤어지기 싫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던 탓일까.
걷다보니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묘한 기분.
... ... 아, 벌써 블라썸의 집 앞에 다다랐나 봅니다.
고개를 들자 익숙한 집의 대문이 보입니다.
원래 집까지 이렇게나 가까웠던가.
당신은 아쉬움과,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이만 가겠다며 떠나는 블라썸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빅토르의 집이 있습니다. 집으로 갈까요?
빅토르는 집으로 발을 옮깁니다.
적막이 가득한 집. 당신이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벨소리.
한 번 전화를 받아볼까요?
달칵. 전화를 받습니다.
수화기 너머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 곧이어, 전화가 다시 끊겨버립니다.
다시금 의미 모를 불안감, 혹은 불쾌감에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 건 있습니다. ]
음성메시지를 확인해볼까요?
상당히 많은 양의 음성 메시지가 쌓여 있습니다. 오래된 순으로 재생됩니다.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당신은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났었죠. 집 전화는 확인도 안 하고요. 당신이 일어나기 전에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기면... 모르겠죠? 혹시나 받지는 마세요. 매일 여기에 하나씩 고백하고 갈게요, 빅토르.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그래도 이번엔 꽤 오래 버텼는데…… 나는 매번 당신에게 져버리네요. 내가 당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조금, 기쁘면서... 슬퍼졌어요. 제가 바랐던 거일 텐데….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이럴 거였으면, 이렇게 허무할 거였으면... 내게 당신을 돌려주지 말았어야죠, 내가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게... (작게 흐느끼는 소리.) ……그래도, 그 무엇과도… 당신을 바꿀 수 없어요. 결국 똑같은 결말일 걸 알면서도 나는 또 당신을 만나러 가죠. ……내가 당신에게, 너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아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또 당신이 죽었어요. 이거로…… 몇 번째더라. 혹시 기억하고 있어요? 이 저주 같은 날들의 처음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세상을 바쳐서라도 당신을 돌려달라고 했던 소원. …… 저는 그냥, 예전처럼 당신을 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제가 너무, 이기적인… 거겠죠? 계속 저를 만나러 오는 빅토르를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당신은 언제나 상냥했으니까…. 난 당신이 금방 질릴 줄로만 알았어요. 분명, 저를 잊을 거라고……. 당신은 한결같아요. 그 반복 속에서도 저를…… 매번 사랑해주잖아요. 몇 번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도 저를 사랑하러 오잖아요. 그러면 꼭, 꼭 우리가…… 운명인 것 같다고 믿게 되잖아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한참 동안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끔찍하고, 악몽 같은 운명이 어디 있을까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 당신이 살해당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당신이 물에 빠져 죽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목이 잘려… (울음소리.) 죽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총에 맞아 죽었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압사…….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질식사….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추락사.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간헐적으로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미안해요, 미안해, 미안, 미안해요... ...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0건.
n월 nn일, 음성 메시지 0건.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저인 거에요. 제가, 제가 당신을 죽인 거에요. 전부 저 때문에……. 이제 싫어요. 당신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상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시작했는데, 전부… 엉망이 되었어요. 이젠 뭐가 시작이었는지조차…… 모르겠어요. ……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 말을 하고 싶은데……. 이 말이 당신을 죽이는 말이라는 게 제일 끔찍해요. 그냥 당신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닌 것 같아요. 손을 잡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에요. 저는,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싶었어요. 다시 만나서, 당신을 사랑하길 바랐어요.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 … 사랑하고 싶었는데…. ]
음성 메시지를 전부 듣고, 진실을 알게 됩니다.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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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실패야실패...)
대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동시에 맡아지는 탄내, 점점 주위를 둘러싸는 새카만 연기와 이제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렌 소리... ...
당신은 생각하기 싫어도 단번에 깨달아 버립니다. 다시금, 죽음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삽시간에 몸집을 키운 불길이 뜨겁습니다.
연기로 가득 차 주변은 커녕 앞조차 보이지 않고, 부족해져가는 공기에 숨을 가누기도 어렵습니다.
당신의 다리, 팔, 온몸을 덮쳐가며 타오르는 불에 의식이 꺼지기 직전,
n월 nn일, 음성 메시지 1건.
떨어진 수화기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 ― 그런데 제 사랑이 당신에겐 독이 되었네요……. ]
... ... ... ...
우직, 선명하게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ㅡ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던 불길도, 탄내도, 전부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당신은 버릇처럼 시간을 확인합니다.
블라썸과 그녀 집 근처 횡단보도 앞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6시.
... 일어나는 시간이 더 늦춰졌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툭,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것은 사선으로 선명히 금이 간 손거울. 이전보다 더 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이젠 익숙해진 것만 같은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받아볼까요?
... 역시나 이번에도,
전화는 금세 끊겨버리고 맙니다.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 하자 기다렸다는 듯 차가운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3건 있습니다. ]
n월 nn일, 음성 메시지 3건.
[ 이젠 제가 당신을 만나는 것마저 죽음의 이유라면… 어떡하죠? ]
[ 딱 한 번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제 욕심 좀 들어주세요. 집 앞에서 기다릴게요. 한 번만……. ]
[ 보고 싶어요……. ]
밖으로 나가보면, 벌써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 아래, 당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집 앞 담벼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블라썸입니다.
... ... 일어났네요.
... 원래 세상은 이미 폐허가 되었어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만들어진 곳이에요. 제가... 특정한 말을 하면 시간이 되감기고요. ... 당신이 죽는 거로... ... (당신에게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네요.)
(당신의 시선을 여전히 마주한 채로.) 그런데... 이 반복에 틈이 있었나봐요. ... 아마 제 생각에... 다음의 반복이 마지막일 거에요. ... 우리가 같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당신이 죽지 않아 기뻐해야 할까, 당신을 볼 수 없어 슬퍼해야 할까.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방법은 있어요. 내일... 그러니까 다음의 반복에서요, ... 손거울을 들고 늘 만나던 곳으로 와줬으면 해요. 당신이 나를 만나러 오고, 내가 당신을 기다리던 곳.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언제까지나. (눈을 완전히 접어 웃는다. 제 두 손을 꼭 말아 쥔다.)
빅토르, 산치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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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1d5+2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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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4.
사실을 듣게 된 후, 큰 충격에 휩싸입니다.
... ... 사랑해요. ... 내일 또 만나요.
그 순간, 저 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빛을 내며 맹렬한 속도로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제는 전부 알아버렸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그 사랑이 당신을 죽였고,
이번에도 당신은 그 사랑에 의해 죽으리라는 것을.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세계의 끝에서, 마지막 사랑을 하러 가기 위해.
우직, 무언가가 조각 나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줄기가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창밖은 이미 새카맣습니다.
당신은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합니다.
블라썸과 그녀 집 근처 횡단보도 앞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0시.
창문 새로 비치는 달빛이, 끔찍할 정도로 선명하게 당신을 비춥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주워보면 그것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기 직전인 손거울입니다.
... 슬슬 준비를 마치고, 블라썸을 만나러 가볼까요?
[ 현재 남은 음성 메시지는, 0건입니다. ]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당신은 익숙하게 집 밖을 나섭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블라썸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블라썸은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상관없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러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끔찍한,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거리에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마치 폐허가 된 듯 삭막하기만 합니다.
새카만 하늘에 별도 하나 없이 오직 둥근 달만이 앞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횡단보도 앞에는,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을 봐도 그리운...
... 블라썸의 뒷모습.
(작게 웃는다.) 손거울은 들고 왔어요?
... ... 부탁해도 돼요?
...홀로 남는 것 만큼 잔혹한 건 없어요. (고개를 저었다. 헛웃음을 흘리고.)
(힘없이 웃는다.) 저를 잊고 살아가는 건 안될까요?
세상 따윈 아무래도 좋으니까. ...함께 있을수만 있게 해줘요.
거울에 그 누구도 가두지않고... 함께 할 방법은, 없을까요.
(제 손에 들려있던 거울을 바닥에 힘껏 내리쳐 완전히 깨뜨렸다. 손바닥만한 거울이지만, 가장 커다란 파편을 집어내니 목정맥을 끊을 만큼의 길이는 되더라.) 이왕이면 당신이 남겨준, 폐허가 아닌 이 세상에서 함께 끝낼까요.
(눈물이 툭, 툭, 뺨을 타고 흘렀다. 네게 죽음을 권유하는 제가 참 혐오스럽다. 기다락 거울 유리파편을 제 목에 갖다 대고,) 아프지않을 테니까. 응?
(... 마지막까지,) 사랑해요.
(바닥에 흩어진, 또 다른 기다란 파편을 집어 네 손에 쥐어주었다. 제 스스로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기에 자각할 여유도 없었다. 네 뒷머리를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제 쪽으로 끌어당겨 마지막으로 짧게 키스한 후 유리파편을 제 목 안으로 깊이 찔러넣었다.
다시보자.)
... 함께 해요, 모든 빛이 사라지더라도.)
부서진 거울의 파편이, 목 안으로 깊숙하게 박힙니다.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고, 호흡은 점차 짧막해집니다.
하늘을 가득 메우던 달빛이 구름에 서서히 가려집니다.
점차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그 마지막에는...
분명 서로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세계가 파멸하는 순간까지도.
수없이 처음 만난 곳에서 끝을 맺으면서.
*
이 목소리로 내 이름 한 번만
나긋하게 불러주면
나는 더 바랄 것 없겠다고,
내가 다 침몰해도 좋겠다고.
랑뽀 (GM) ED?.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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